[무비스트=이금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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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선의>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그간 작품에서 주로 개구쟁이처럼 밝은 모습을 보여드렸지만 예전부터 독립영화, 특히 관객과 배우가 채워나갈 수 있는 여백이 많은 작품에 관심이 컸다. 뮤지선으로서의 내 음악 감성을 알고 계신 분들은 내 취향이 어떤지 잘 아실 거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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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을까.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전개로 흐르면서도 따라가기 쉽게 글이 잘 정리됐다는 인상을 받았다.?좋은 선생님이 되어 ‘유미’(최수인)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로망이 항상 있었다. 후배 모델을 양성하거나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그런 욕심이 강해진 거 같다. 평소에 <고딩엄빠>라는 예능 프로그램도 즐겨 본다. (웃음) 고구마 백 개는 먹은 것 같은 답답한 심경으로 보면서 ‘그들 곁에 그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좋은 어른, 좋은 선생님이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계속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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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연’이 처음부터 ‘좋은 선생님’이었던 건 아니다. 초반엔 우울하고 지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캐릭터를 잡을 때 감독님과 그런 대화를 나눴다. 이 여자가 왜 이렇게 우울한지 전사나 맥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선 그런 설명적인 것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감독님의 의견을 존중했지만 구체적인 전사가 없으니 ‘희연’의 깊은 우울감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때 친구가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를 추천하더라. 사실 소설 초반엔 워낙 특별한 서사이고 캐릭터라 주인공의 심리를 헤아릴 수 없어서 조금 무서웠지만 뒤로 갈수록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희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또 주변에 난임으로 병원에 다니는 지인들이 많아서, 그들을 지켜보면서 ‘희연’의 깊은 우울감을 이해할 수 있는 포인트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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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의상을 직접 준비했나.
<세 자매>(2020) 때도 내 의상을 내가 준비했다. 옷에 대해 잘 알기도 하고, 캐릭터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직접 준비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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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에 대한 ‘희연’의 태도가 변화한 건 ‘희연’이 임신하면서부터다. 실제 한 아이의 엄마로서 연기할 때 도움 받은 지점이 있나.
임신과 출산 경험이 연기적으로 더 도움이 된 거 같지는 않다. 경험과 연기력이 꼭 같이 간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임신 경험이 없는 최수인 배우가 임신에 관해 물어볼 때 대답은 해줄 수 있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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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 역의 최수인 배우와의 합은 어땠나.
최수인 배우가 나보다 먼저 캐스팅됐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인상깊게 봤는데 <우리들>(2016)에 나왔던 배우라고 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웃음) 촬영 전부터 나랑 합이 괜찮을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같이 연기하면서 느낀 건 수인 배우가 겉으론 유해 보일지라도 그 안에 단단한 알맹이가 있다. 그래서 같이 맞붙는 장면 때마다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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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감독은 어떤 스타일인가.
‘희연’과 ‘유미’의 성격을 다 갖고 계시더라. 특이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감독님과 영화를 찍으면서 작품 이야기만 했지, 사적으로 따로 연락하거나 하진 않았다. 정말 '최소한의 소통'만 한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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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최소한의 선의>에 앞서 영화 <시민덕희>, <베테랑2>,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공개했다. 또한 <1승> 개봉을 남겨두고 있는데.
작품 풍년인 거 같다. (웃음) 몇 년 전에 찍은 것도 있고 비교적 최근에 찍은 것도 있는데 올해 다 같이 공개하게 되어 조금 신기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 가운데 <최소한의 선의>가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독립영화계에선 관객 수 3만 명만 넘어도 대박난 작품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관객 수 3만이 넘으면 수인 배우와 함께 우리가 촬영했던 학교에서, 내가 노래를 맡았던 우리 영화 엔딩 곡으로 버스킹 공연을 하기로 공약을 내걸었다. (웃음)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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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는 눈이 좋다는 말을 자주 듣지 않나. (웃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 너무나 영광스럽고 감사했다. 데뷔작이 무려 <베테랑>(2015)인 것부터가 신기하지 않나. (웃음) 모델로서 스스로 프로페셔널하다고 느낄 때까지 15년이 걸렸다. 당연하게도 배우로서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우리 아이는 내가 모델로 일할 때보다 배우로 일하는 게 더 좋다고 하더라.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내가 나온 작품들을 다 눈여겨 본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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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개봉하는 창작 뮤지컬 <아이참>을 통해 뮤지컬배우로도 데뷔한다고.
모델로서 쇼 무대를 오랫동안 서오지 않았나. 그간의 경험 바탕으로 무대에 대한 판타지와 자신감이 생겼다. 원래 뮤지컬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이번 작품은 스토리가 너무 좋아서 꼭 참여하고 싶더라. 뮤지컬이 아니라 더 긴 호흡의 영화로 나와도 손색 없을 이야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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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갑상선저하증이 있어 평소에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는 게 너무 좋다. 계속해서 봉사 활동과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그런 맥락인 거 같다. 요즘에는 뮤지컬 연습에 한창인데, 연습부터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다 보니 스케줄을 조율해서 에너지를 잘 배분하는 것이 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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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싸이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