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내 인생의 ‘굿파트너’는 어머니” <굿파트너> 남지현 배우
2024년 10월 6일 일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기업전문변호사를 꿈꾸던 정의로운 법학도 ‘한유리’(남지현)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혼 담당 팀으로 차출된다. 그곳에서 본 피도 눈물도 없는 베테랑 이혼전문변호사 ‘차은경’(장나라)의 모습에 학을 떼고 퇴사까지 결심하게 되는데. 얼마 전 15%가 넘는 시청률로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굿파트너>의 이야기다. 극중 뚝심 있는 사회초년생 변호사 ‘한유리’ 역을 맡은 남지현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종영 소감이 궁금하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끝나서 기쁘고 감사하다. 이렇게까지 많이 사랑해 주실 줄 예상하지 못해서 놀라기도 했다. (웃음) 시청자 분들 입장에서 본인이 처한 상황이나 연령에 따라 공감하고 재밌다고 느낄 만한 부분이 여러가지였을 거 같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사랑받은 거 같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을까.
요즘엔 드라마에 실시간으로 댓글을 다는 기능이 있지 않나. 원래 그런 반응이나 평가를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번엔 살짝 구경해 봤다. (웃음) 유독 시청자 반응이 궁금하더라. 많은 분들이 본인 경험을 떠올리면서 매 장면 몰입해서 봐주셨더라. 댓글창을 통해 그걸 지켜보는 게 너무 재밌었다. (웃음)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항상 내 작품을 챙겨보시지만 피드백은 잘 안 하신다. 무뚝뚝한 성격이기도 하고, 내가 부담을 느낄까 그러시는 거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엔 재밌다고 연거푸 말씀을 하시더라. (웃음) 아버지 또래의 중년 남성 시청자들의 소감을 들을 일이 잘 없어서 생경하면서도 좋았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뭘까.
어떠한?상태나 위치에 고정되어 있는 캐릭터보다 변화가 있고 유동적인 캐릭터를 좋아한다. 갑작스럽게 변하는 것보다는 조금씩 배우고 성장해가는 인물을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굿파트너>의 ‘유리’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2017년 방영된 드라마 <수상한 파트너>에서도 변호사 역할을 해봤는데 이번엔 어떻게 다르던가.
<수상한 파트너>는 스릴러가 가미된 로맨스물이라 장르적인 성격이 강했다. 반면에 <굿파트너>는 이혼전문변호사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이혼을 다루는지, 또 변호사를 찾아온 사람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춘 휴머니즘 드라마에 가깝다고 봤다.

각본을 맡은 최유나 작가가 실제 이혼전문변호사라고.
작가님이 이혼전문변호사라는 건 4화까지 나온 초기 대본을 받은 뒤에 알았는데,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이 작품은 무조건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물론,?작가님이 변호사란 사실을 모른 채로 대본을 봤을 때도 너무 재밌었다. 꾸밈없고 솔직하고 어떻게 보면 투박해 보일 정도로 진심을 다해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업하면서도 좋았던 게 작가님께서 변호사 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 그 안에 얽힌 이해관계 같은 것들을 다 직접 녹음을 해서 배우들에게 전달해 주셨고, 현장에 들러 응원해 주시기도 했다. 평소 얼마나 바쁘신지 아니까 더 감사하더라.

작품이 호평을 받은 이유 중 장나라 배우와의 케미도 있는 거 같다. 장나라 배우가 당신을 ‘복덩이’라고 부르던데.
선배님이 내 덕에 편하게 연기했다고 칭찬하셨지만, 나도 선배님?덕분에 자신감과 확신을 얻고 연기할 수 있었다. 너무 고마운 존재이고 커다란 느티나무처럼 든든하고 위로가 되는 분이셨다. 그리고 극중 우리가 함께 찍은 장면이 압도적으로 많지 않나.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는데 정말 섬세하고 배려심 깊은 분이라는 걸 알게 됐다. 어딜 가면 꼭 내 선물을 사오시더라. (웃음)

‘은경’과 ‘유리’가 상당히 대조적인 입장으로 시작하지 않나.
‘은경’은 베테랑 변호사이고 ‘유리’는 이제 배워가는 입장이다. ‘유리’는 신념은 곧지만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 시야가 넓지 않다. 때문에 ‘유리’의 선한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방에게 부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똑똑한 친구라 부딪히면서 배우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은경’은 겉으로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보여도 내면은 상당히 무른 인물로 봤다. 감사하게도 나라 선배님께서 내가 ‘유리’를 바라보는 시선에 강한 확신을 주셨다. 사실 ‘유리’가 이렇게 대쪽같이 곧은 모습만 보여주면 시청자들에게 오히려 반발을 살 수도 있을 거라는 불안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나라 선배님은 그런 인물이 이 세상에 꼭 필요하다고, 내 생각을 밀고 나가라고 지지해주시더라.

‘유리’와 본인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 되는 거 같나.
몇 년 전부터 나와 배역의 싱크로율을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같이 찍으신 분들이 ‘유리’가 나와 많이 닮았다고들 하시더라. 내 생각엔 ‘유리’가 나보다 더 상대를 위하고, 공감을 잘하는 캐릭터인 거 같다. 또 나는 사회초년생인 ‘유리’와 달리 일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나. ‘유리’보다 사건이나 상황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유리’보다 주변 사람들과 부딪히는 경우도 적은 편이다. (웃음)

그러고 보니 당신이 연기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20년이다. ‘20년차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떻게 다가올까. (웃음)
요즘 유튜브에 내 예전 작품들이 ‘옛날 드라마’란 이름으로 올라올 땐 내가 이만큼 오래 활동했다는 게 체감돼 놀랍긴 하다. (웃음) 연차가 늘어가면서 책임감과 부담이 커지는 건 당연한 거 같다. 지금까진 그 감정이 내가 감당하고 이해할 수 있는 속도로 천천히 커지고 있어서, 크게 흔들리거나 압박감을 받지는 않는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어머니 덕분이라고.
아역으로 데뷔했을 때부터 스무살까지 내내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 내 인생에 ‘굿파트너’를 꼽으라면 단연 어머니다. (웃음) 힘든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학업과 연기를 병행하고 싶었고, 부모님은 이런 나의 의지를?지지해 주셨다. 연기도 좋지만 학창시절에만 남길 수 있는 추억이란 게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을 놓치면 안 된다는 게 부모님과 내 의견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의 지지가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굿파트너’란 무엇인가.
<굿파트너>엔 꼭 부부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관계가 나오는데 좋은 관계를 맺는 사람들에겐 공통적인 특징이 있더라. 상대를 내 소유물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별개의 사람으로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거다. 부모가 자식을 마음대로 휘두르려 하지 않는 것, 배우자를 의심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그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것, 동료의 선택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것, 그런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차기작 계획이 있나.
<굿파트너>가 끝난 지도 얼마 안 됐고 아직은 다음 작품을 고르는 중이다. 배우들에겐 항상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거 같다. 그런 의미에서 <굿파트너>에선 정의로운 사회초년생을 연기했으니, 기회가 된다면 ‘은경’처럼 냉철하고 똑부러지는 캐릭터를 맡고 싶다.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나. 너무 맞는 말만 해서 열받게 하는 사람. (웃음) 매력적인 악역도 좋을 거 같다.



사진제공_매니지먼트 숲

0 )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