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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해석으로 재현한 ‘전상두’” <행복의 나라> 유재명 배우
2024년 8월 20일 화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1979년 10월 26일 저녁, 대통령 시해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던 합수단장 ‘전상두’(유재명)는?더 큰 권력에 대한 야망을 품은 채 피의자들의 재판을 졸속으로 끝내려 한다. 넓은 이마와 합수단장이라는 위치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전상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창작된 캐릭터다. 앞서?<남산의 부장들>(2019) 속 서현우, <서울의 봄>(2023) 속 황정민이 같은 인물을 연기해 큰 호평을 받았던 바. 극중 ‘전상두’로 분한 유재명은 “실존 인물을 따라하기 보다 나만의 해석으로 풀었다”고 전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합수단장 ‘전상두’ 역을 맡았다. 캐스팅이 단번에 확정된 건 아니라고.
사실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는 정중하게 거절했었다. 모티브가 되는 인물이 워낙 강렬한 이미지라 연기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작품을 고사했던 게 그 부담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미 <킹메이커>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연기한 적이 있었고, 당시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내가 중요하게 여겼던 건 ‘전상두’ 역의 모티브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이 영화 안에서 어떤 역할인지였다.

<행복의 나라>에선 ‘전상두’가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그려진다. 대본을 읽고 ‘전상두’의 이야기를 빌드업하기엔 분량적으로 적었고,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느꼈다. 눈빛은 어떻고 또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그 캐릭터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더라. 그리고 이야기의 핵심 인물들 사이에서 기능적인 역할만 하고 빠질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서 거절한 건데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떠오르더라. <이태원 클라쓰>도 비슷한 사례인데 그때도 다른 스케줄과 겹쳐서 거절했는데 자꾸 이미지의 잔상이 떠올라서 결국 출연을 결심한 거다. (웃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동일 인물을 모티브로 한 <남산의 부장들> 서현우, <서울의 봄> 황정민의 연기와 비교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비교될 거라고 생각했다. 비교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그보다 <남산의 부장>, <서울의 봄>, 그리고 <행복의 나라>까지 시대를 다룬 이야기가 나오는 게 좋은 현상인 거 같다. 이런 예민하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뜻 아니겠나. 관객 입장에서도 세 편을 함께 보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대신 각 작품마다 매력과 장점이 다 다르니 그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좋을 거 같다. 내가 표현한 ‘전상두’는 밀실에서 술수와 편법으로 상대를 가지고 노는 듯한 뉘앙스로 야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행복의 나라>를 촬영할 때는 <서울의 봄>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영화에 더 집중해서 나만의 해석으로 풀어갈 수 있었다.

‘전상두’를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하려 했나.
‘전상두’는 욕망의 화신이지만, 그 욕심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고 싶지 않았다. <행복의 나라>에서는 ‘박태주’(이선균)와 ‘정인후’(조정석)가 이야기의 주가 되고 ‘전상두’는 그 둘을 잇는 가교다. 모든 배우는 자기 역할이 더 강력하길 원하지만, 나는 욕망을 절제하는 방향성을 잡았다. 실존 인물은 악인이라고 낙인 찍혀있지만 ‘전상두’는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자신만이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자기 신념에 빠져서, 그것이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으로 표현하려 했다. 실존 인물을 흉내내는 방식의 연기도 하지 않으려 했다. 참고 영상도 많이 봤지만, 인물보단 흐름에 집중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 결국 자료 참고를 포기했는데 주변에서 닮았다고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웃음)

분장은 어떤 식으로 이뤄졌을까.
특별히 한 건 없고 머리만 밀었다. 내가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닮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다들 너무 닮았다고 하더라. (웃음) 연극을 하다 보니 이미지를 바꾸는 것에 대해 부담감은 없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테스트 삼아 머리를 밀어 봤는데 이미지가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어차피 머리를 밀어도 평소엔 모자를 쓰고 다니면 되니까 그런 부분에서 부담감은 없었다. 이를 뽑는 것은 아니지 않나. (웃음)

극중 조정석 배우가 연기한 변호사 ‘정인후’와 대립 관계를 이룬다.
시사회 끝나고 나와서 조정석 배우에게 ‘고생 많았다’고 전했다.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을 캐릭터다. 내게도 그간 조정석 배우는 밝고 유쾌한 캐릭터로 각인됐었다. 그런 그가 ‘정인후’라는 묵직한 인물을 맡는다고 들었을 때 고생이 만만치 않겠다 싶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기대 이상으로 멋있더라.

‘박태주’ 역을 맡은 이선균 배우의 유작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이선균 배우와 관련된 여러 마음은 충분히 잘 말씀드린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이선균이 어땠는지 봐주십사 한다. 이선균 배우의 유작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지만 이선균이라는 배우의 연기 그 자체, 그 결들을 소개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박태주’가 참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이선균 배우의 연기가 참 좋다. 자신의 신념과 조국, 동료, 가족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인간이, 스스로의 의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변호하겠다는 사람을 대할 때 보이는 디테일이 너무 좋았다. 이선균 배우와 동시대의 배우로서 나라면 저만큼 해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공교롭게도 <행복의 나라>와 같은 시기 공개된 디즈니+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에서도 악역을 연기했다. 극중 희대의 흉악범 ‘김국호’ 역을 맡았는데.
나는 괜찮은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내 이미지를 걱정하더라. (웃음) <이태원 클라쓰>나 <비밀의 숲>에서도 악역을 연기했는데 의외로 좋은 반응이 많았다. 심지어 <비밀의 숲>에선 ‘창크나이트’라는 별명까지 얻지 않았나. (웃음) 배우라는 직업이 그렇다. 인권변호사를 하다가 범죄자를 하기도 한다. 그게 이 직업의 숙명이다. 나는 망가질 이미지도 없고, 쌓을 이미지도 없다. 주어진 것에서 존재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난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별로 없다. 직감적으로 선택한다.

차기작 계획은?
우선 차기작으로 <소방관>이라는 영화가 준비돼 있다. <소방관>은 소방관들의 처우 문제, 고생하시는 우리의 생명을 다루는 분들의 이야기인데 얼른 관객과 만나고 싶다. 수능 출제 이야기를 다룬 작품도 있는데 많은 이들이 수능을 직간접적으로 겪지 않았나. 많이들 공감할 거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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