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 CBS 라디오 '최강희의 영화음악' DJ를 맡고 있는 배우 최강희가 16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가진 인터뷰 당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컷뉴스 제공
진솔한 사연과 귀에 착 감기는 음악, 친근하고도 새로운 영화 소개로 11시면 어김없이 청취자를 찾았던 CBS 라디오 영화 음악. 25년간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신지혜 아나운서가 떠난 자리의 후임으로 최강희 배우가 낙점됐다. 애청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IQ 높은 전교 우등생에서 EQ 좋은 옆 짝꿍’ 같은 변모다. 부지불식간에 스며들어 온기를 전한다는 ‘최영음’(최강희의 영화음악)은 어쩌면 운명 같은 인연일지도 모르겠다는 최강희 배우를 만났다. 훌륭한 영화음악 DJ로 무럭무럭 성장하게끔 모쪼록 잘 키워주십사 청취자들께 응원과 격려를 당부한다.
25년 전통의 영화 음악 프로 ‘신영음’(신지혜의 영화음악)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해 11월 1일부터 ‘최영음’(최강희의 영화음악)의 시대를 열었다. 설렘도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신지혜 님이 너무 오랫동안 잘 가꾸어 온 터라 오히려 걱정이 안 됐었다. 원한다고 그 업력을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영화음악에 관한 공부는 이제부터 하면 되지’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다만 영화배우인 만큼 이전과는 다른 색깔로 감성적으로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래서 1일1영화 챌린지도 하고 그랬다. (웃음) 또 이지 청취를 위한 영어 발음 레슨도 받고 있다. 나름 노력 중이다.
1일 1영화 챌린지하면서 기억에 남은 영화가 있다면.
제일 처음 본 영화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였는데 너무 좋더라. 작심삼일이라고, 매일 새롭게 작심하며 이어가는 중이다. 일본 로맨스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도 기억에 남고, 시사회도 많이 참석했다. <나폴레옹> <괴물> <서울의 봄> 등 정말 좋은 영화가 많다.
포근하고 따뜻하다는 평이 많더라. 어느새 시간이 순삭이라고. (웃음) 평소의 모습이 목소리와 어투에 묻어나는 걸까.
원래 상냥한 편이다. (웃음) 목소리가 따뜻하다는 말을 좀 들었었는데, 생각해 보면 오롯이 목소리를 통하면 표정과 행동보다 마음이 더욱 잘 전달되는 것 같다. 카톡 같은 문자는 표정을 볼 수 없어 오해의 여지가 많은데 목소리는 그 반대다. 떨림이나 다정함이 잘 전달된다.
사실은 다정빠다. (웃음) 다정한 사람을 좋아하고 다정하고자 하는 편이다. 내가 다른 무기(장점)는 없는 것 같아서, 지성을 내세울 만큼 지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막 치밀하고 신중한 편도 아니거든.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온기가 좋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유명한 대사도 있지 않나. ‘내가 아는 거라곤 다정해야 한다는 거예요. 제발…다정함을 보여줘. 특히 뭐가 뭔지 혼란스러울 땐…’ 너무 마음에 와닿더라.
어느 덧 석달 차인데, 해보니 어떤가.
활력이 생겼다! 사실 일(연기)을 안한 지 3년 차였는데, MC 제안을 받을 무렵 마침 팬 한 분이 CBS 라디오 DJ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해 주셨었다. 절묘한 타이밍, 혹은 운명 같은 느낌이다. (웃음) 그래서 영화 음악에 관한 지식이 부족함에도 선뜻 수락했던 것 같다. 제안 연락 받고 한 시간 만에 오케이하고 며칠 있다 바로 출근했다. (웃음)
그러잖아도 궁금했다! 연기는 왜 쉬었던 건가. 무언가 심경의 큰 변화가 있었던 걸까. 또 연기는 언제 재개하는 건가.
당시 연기를 시작한 지 25년 차였는데 좀 쉬고 싶은 생각이 강했었다. 어떤 책임감으로 연기하다 보니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더라. 배우야 작품이 공개되는 시기에 따라 2~3년 텀은 생길 수 있으니, 내가 연기를 쉬고 있는 걸 모르는 분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최영음’을 제안받기 얼마 전에 김혜자 선생님을 만났었다. 가끔 선생님을 뵙고 대화를 나누곤 한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우리) 엄마의 기쁨을 빼앗았다고, 내 연기를 보는 게 엄마의 유일한 기쁨인데 그걸 못 해주냐고 하시는데, 굉장히 띵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 ‘최영음’을 하면서 활력이 생긴 건 물론이고, 연기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 ‘연기’라는 것 역시 알게 됐다. 다른 일은 이만큼 못하니 천직 같다. (웃음) 나를 찾아주는 작품이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너무 하고 싶은 마음이다.
데뷔 25년 차에 잠시 휴식기를 갖던 중 25년의 역사를 지닌 프로그램을 맡다니! 좀 운명인 듯. (웃음) 주변 반응이 궁금하다.
우선 엄마가 너무 행복해하신다.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내 방송을 듣는 거라신다. 또 요즘에는 웬만한 방송에 출연해도 찾아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CBS 라디오를 청취하고 계시더라. 프로그램을 맡고 나서 인사를 정말 많이 받았다. 일을 쉬면서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는데 방송 후 집주인 아저씨가 애청자가 돼서 급 친해지기도 했다.
새로 도입한 코너나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이벤트가 있다면.
이미 새롭게 하고 있는 코너가 하나 있다. 영화음악을 진행한다고 하니 여러 지인이 게스트로 나오고 싶다고 연락을 주었는데 알다시피 1시간 방송이라 시간의 여유가 많지 않아서 고사했었다. 그래서 생각한 방식이 전화로 연결하는 거였다. 내가 상대에게 전화를 걸고 통화를 녹음해 신청곡을 틀어주는 코너다. 토요일 방송되는 ‘지극히 사적인 취향’이라고, 첫 게스트는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2005)의 손재곤 감독님이었다. 전화 받은 분들께 녹음하고 있다고 상황을 말씀드리니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그 와중에 생활 소음이 섞이는기도 하는 등 아주 리얼한 반응을 담고 있어서 청취자분도 좋아하신다.
매번 청취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애청자다. 새로운 로고송도 참 좋던데, 처음에는 당신이 직접 부르는 줄 알았다. 소개해달라.
예전에 라디오 ‘볼륨을 높여라’를 진행할 때 오지은 가수를 좋아했는데 이번에 진행을 맡게 되면서 문득 떠올라 로고송을 부탁드렸다. 노래 ‘울타리’의 가사를 개사해서 (당신을 떠올리면 슬퍼져 무력해져 -> 당신을 떠올리면 기뻐져 행복해져) 다시 불러 주셨다. 너무 힘이 되고 행복한데, 나도 청취자들께 울타리가 되고 싶은 바람이다.
고깃집 설거지 알바, 청소 도우미로 아르바이트한다는 유튜브 영상이 화제였다. 생활고를 겪는다는 루머도 있었는데 이참에 진실을 밝힌다면. (웃음)
패밀리(평소 친분이 두터운 송은이, 김숙 등) 집의 도우미 알바였다. (웃음) 이번에 MC를 맡으면서 CBS에 취직했다고 마지막 청소를 하기도! 찐친을 넘어 가족 같은 사이다. 가족이라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주로 본다. 이번에 언니(송은이)가 생활고 루머를 밝힐 겸 ‘전지적 참견 시점’ 출연을 주선해 줬다. 현재 소속사가 없어서 매니저 일까지 혼자 도맡아 하는 중이라 서툴고 정신이 없다.
마지막으로 청취자께 한마디!
음…저 좀 잘 키워 주세요! (웃음) 아직 미숙하지만, 훌륭한 영화 음악 DJ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사진제공. 노컷뉴스/ 최강희 인스타그램
2024년 1월 18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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