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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할 때 희열 느껴” 넷플릭스 <이두나!> 수지 배우
2023년 10월 31일 화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화려한 외모와 특출 난 실력으로 전 국민을 사로잡은 최정상 아이돌 ‘이두나’(배수지)는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잠적해버린다. 셰어하우스에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던 ‘두나’는 같은 셰어하우스에 사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양세종)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에서 웹툰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과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수지와 만나 나눈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두나!>가 공개 직후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1위에 올랐다.
우선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하다. 중간중간 편집본을 보긴 했는데 음악까지 들어간 완성본을 보니 촬영했던 순간도 많이 떠오르고 만감이 교차하더라.

<이두나!>의 어떤 면이 마음을 사로잡았나.
‘두나’의 묘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다. 그동안 내가 안 보여줬던 분위기의 작품과 캐릭터라 연기해보고 싶었다. 제목 자체가 ‘두나’의 이름에서 따온 만큼 큰 서사는 없지만 한 인물에 대해 깊이 있게 표현하는 시리즈라 생각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아이돌 그룹 ‘미스에이’로 시작해 어느덧 데뷔 13주년이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만큼 ‘두나’에게 더욱 공감했을 거 같다.
지금 떠올려보면 힘든 순간들이 많았지만 ‘두나’처럼 모든 순간을 인지하지는 않았던 거 같다. ‘두나’는 힘든 일이 닥쳤을 때 매 순간 처음 겪는 일인 것처럼 고통에 무뎌지지 않았지만, 나는 그걸 회피하려 했던 거 같다. 힘든 시기에는 나만의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다른 데 집중하는 편이다. 이번 작품이 더 좋았던 게 ‘두나’를 연기하는 것만으로 내가 갖고 있던 비슷한 상처들이 치유되고 채워지는 느낌을 받아서다. 내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아픔까지도 위로 받았다. 그래서 촬영이 끝난 지금까지도 계속 마음이 쓰이고 눈에 밟히는 캐릭터다.

대본을 읽으면서 ‘두나’의 아픔이나 상황이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묘하게 공감이 됐던 것 같다. 나라서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 같았다. 편의점에서 만난 어떤 남자가 휴대전화 화면을 캡처하는 신이 있는데 이때 ‘두나’가 자기를 찍는 것이라고 오해하며 불안에 떠는 모습이 나온다. ‘원준’이 ‘두나’에게 악플을 읽어줄 때는 쿨한 척 넘기기도 한다. 그런 모습들이 많이 공감되고 이해가 가더라. 스케줄이 취소됐을 때 뭘 해야할지 몰라 당황하는 ‘두나’의 모습에서 예전의 내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대본을 볼 때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부분인데 연기하면서 ‘나도 이랬던 적이 있었지’ 싶더라. 예전의 나 역시 쉴 틈 없이 일하다 보니 막상 자유시간이 생기면 어떻게 보내야할지 몰랐던 거 같다.

그 때문에 ‘두나’는 평범함을 갈망하는 인물로 그려지기도 한다.
내게도 평범이란 단어가 꽤나 큰 의미였다. 그래서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두나’에게 너무 공감한 나머지 한 대 얻어 맞은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두나’ 입장에선 평범이 곧 판타지다. 나도 막연히 평범한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 것 같나.
활동하면서 느낀 건데 나는 정해진 루틴을 지키는 데서 편안함을 느끼는 같다. (웃음) 그런 점에서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도 잘 맞을 것 같다. 쉴 때도 비슷하다. 정해진 시간에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강아지 유치원에 등원시킨다. 그 뒤에는 정해진 시간까지 대본을 보거나 그림을 그린 뒤에 강아지를 데려온다. 한마디로 주부 같은 일상이다. (웃음)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데, 웹툰을 많이 참고했을까.
웹툰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싶었고, ‘두나’의 분위기를 놓치기 싫어서 중간중간 웹툰을 보기도 했는데 끝까지 챙겨보지는 않았다. (웃음) 히메컷을 비롯해 스타일링 같은 부분은 원작과 다르게 내가 아이디어를 제안한 부분도 많다.

이번 작품을 통해 오랜만에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봐서 반갑더라.
처음에는 속으로 ‘내 몸이 굳었으면 어쩌지’ 걱정되더라. (웃음) 연습을 하면서는 ‘스윗드림’ 멤버들과 합을 맞추는데 중점을 뒀다. 이런 기분이 오랜만이었다. 새롭고 묘하더라. 무대에 설 땐 연기도 연기지만 진짜 무대에 서는 것처럼 잘해야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사실 촬영 중간중간 연습하다 보니 우리끼리 합을 맞출 시간이 별로 없었다. 동선을 맞추다가 부딪히는 일도 잦았다. (웃음) 나는 무대에 많이 서 봤지만 오랜만이었고 고아성 언니를 비롯해 다른 멤버들은 무대 경험이 없다 보니 초반에는 어려움도 있었는데 다들 금방 적응하더라. (웃음) 몸을 부딪치면서 연습하다 보니 더 빨리 친해진 것도 있고, 다른 멤버들의 실력이 늘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전우애 같은 걸 느꼈다고 할까. (웃음)

일부 시청자들은 ‘두나’의 널뛰는 감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비치기도 했는데.
공개 이후 그런 피드백을 많이 들었는데 나는 거침없이 감정을 드러내는 ‘두나’의 모습에 더 공감됐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두나’를 오해를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연기하면서는 그런 ‘두나’의 감정 기복을 더 세게 표현하려고 했다. ‘두나’가 좋게 말하면 솔직하고 나쁘게 말하면 무례하고 이기적인 인물인데, 드라마상에서 캐릭터가 미워 보일까 봐 그런 성격을 소극적으로 표현하게 되면 나중에 ‘두나’를 이해할 만한 지점이 다가오지 않을까 봐 마음껏 세게 표현했다.

‘두나’처럼 본인도 은퇴에 대한 생각을 한 적 있나.
늘 이번 작품, 이번 활동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매 순간 눈 앞에 놓인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되고 한 작품 한 작품 할수록 소중함을 느낀다. “노래도 춤도 못하게 되면 어쩌지, 인생 재미 없을 텐데.”라는 ‘두나’의 대사처럼 어릴 땐 이 일이 전부일 거란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이 일이 전부가 되어버리는 게 싫은 거 같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은퇴에 대한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됐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그만두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웃음)

‘원준’ 역의 양세종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세종 오빠가 ‘원준’이로 보여서 연기할 때 든든하고 안정감이 있었다. 최대한 빨리 친해지려고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장난 쳤던 기억이 난다. (웃음) 현장에서 내가 여러 버전으로 대사를 치면, 세종 오빠가 유연하게 그걸 받아서 연기하더라.

원작과는 달리 열린 결말로 끝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감독님이 많이 열어 두셨다. 내가 말하는 게 정답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두나’와 ‘원준’이 각자의 세상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 다 아직 젊으니 본인에게 맞는 세상에서 지내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안나>에 이어 이번 <이두나!>까지 단독 주연으로 찍은 시리즈가 연달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배우로서 성공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촬영할 때가 가장 기쁘다. 감독님이 ‘방금 완벽했어’라고 넌지시 말씀해주시는 순간에 희열을 느낀다. (웃음) ‘이런 기분을 느끼려고 이 일을 하는구나’ 싶을 때가 많다. 작품이 세상에 나오고 나면 찍을 때만큼의 희열은 없는 거 같다. (웃음)

새로운 캐릭터나 장르에 대한 욕심은 없나.
따뜻한 것도, 복잡한 것도 좋아하지만 지금은 웃기고 재밌는 걸 해보고 싶다. 내가 웃긴 편은 아니지만 코미디 연기에 대한 욕심은 있다. (웃음)



사진제공_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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