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카터>가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 비영어 부문 1위,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90여개 국가 톱10 리스트에 오르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1인칭 FPS 게임 같은 연출에 호불호도 크게 나뉘고 있는데.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호불호가 갈릴 거라는 건 예상했다. 감독님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래서 지금 들리는 평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렇지만 새로운 작품, 해외에서 관심받을 만한 이런 작품을 누군가는 시도해야 하지 않겠나.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이 만족스럽고 제작진과 나 스스로에게 박수 쳐주고 싶다.
워낙 하드한 액션을 추구하는 정병길 감독의 작품인 데다 원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되는 만큼 출연을 결정하기 전 고민이 컸을 거 같다.
쉽지 않을 걸 알았지만 새로운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었고 배우 주원의 모습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새로운 기법으로 촬영한 영화에 출연하면 자부심도 클 것 같았다. 무엇보다 <카터>가 한국의 액션 영화를 알리는데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았다.
드라마 <각시탈>을 통해 액션에도 능한 배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번 작품에서 ‘카터’의 액션은 상상 이상이더라.
나 역시도 대본을 보자마자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헬기와 오토바이가 폭파되는 장면을 실제로 어떻게 찍을까 궁금했다. (웃음) 촬영 전에 감독님이 (콘티를) 애니메이션처럼 만들어서 ‘이런 스타일로 촬영하겠다’고는 했지만 만화와 실제는 다르지 않나. 촬영 직전까지 ‘과연 이게 가능할까,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촬영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영화가 원테이크 스타일이다 보니까 카메라가 ‘카터’의 동선을 뒤따라오는 장면이 많은데 그 시간이 길수록 관객 입장에선 지루할 수 있을 거 같더라. 그래서 ‘카터’의 외형과 목소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좀 더 ‘카터’처럼 보이기 위해 헤어스타일, 문신 등에 신경을 썼다. 체중도 7kg 가량 증량했는데 몸 만드는 게 쉽지 않더라. (웃음)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몸을 키우려고 운동의 강도를 많이 높였다. 먹는 것도 최대한 건강한 걸로 먹고, 지방과 근육량을 같이 증량했다. 그렇게 완성된 ‘카터’의 외형에 원래 내 목소리로 대사를 하면 조금 덜 남성스럽지 않을까 싶어서 일부러 목소리도 허스키하게 냈다. 그래서 촬영하면서 목에 무리가 많이 갔다. (웃음)
액션 연기는 어떻게 준비했나.
오토바이를 타본 적이 없어서 오토바이 면허증을 따는 것부터 시작했다. 연습하는 것 자체는 다른 작품과 똑같은데 강도가 훨씬 강했다. 이번 작품은 액션의 비중이 굉장히 높고 합이 길다. 한 장면을 촬영할 때 30초짜리 합을 계속 반복해서 찍는데 그것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더라. (웃음) 그래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전체적인 합을 미리 완벽하게 암기해야 했다. 절대 촬영장에서 즉석으로 외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세 달이 넘도록 합을 외웠다. 여기에 기초 체력을 기르고 ‘카터’의 위압적인 몸을 만드는 과정을 촬영 전에 모두 끝마쳤다.
액션 신이 정말 많은데 아마 대부분 극 초반부 목욕탕 신을 가장 강렬한 장면으로 꼽지 않을까 싶다. (웃음)
감독님이 생각하는 그림이 무엇이든 간에 굉장한 임팩트가 있을 거 같더라. ‘카터’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하나의 장치가 아니었을까 싶다. (웃음) 영화를 보면 '카터'는 기억 없이 맨몸인 상태로 깨어난다. 군대에 가면 남자들이 다 같이 발가벗고 샤워할 때 '내가 군대에 왔구나, 여기에 복종하고 말을 잘 따라야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카터’도 그런 기분이었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목소리 하나에 의지해서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정병길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정병길 감독님은 액션의 큰 그림을 갖고 있고, 난 섬세한 면이 있어 서로 합이 정말 좋았다. 촬영 당시 계속해서 더 화려하고 어려운 앵글을 주문하시더라. (웃음) 순간적으로 멘붕이 오긴 했지만 감독님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된다고 말씀하셨고, 또 그게 실제로 되게 만들었다. (웃음) 그걸 보고 감독 머릿속은 정말 범상치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런 분이라면, 이런 분이 만든 작품이라면 할리우드에도 100% 먹힐 거 같았다. 그래서 나도 한국의 톰 크루즈가 되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나.
<카터>는 액션으로 시작해 액션으로 끝나는 영화이고 색이 확실한 작품이다. 전 세계 시청자가 보고 있는 만큼 그들에게 한국 영화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고, 또 우리가 이렇게까지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관객에게 신선하고 획기적인 것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 영화가 박수받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에게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거 같나.
주원의 또 다른 모습으로 남지 않을까. 전에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렸지만 ‘카터’ 같은 모습은 처음인 것 같다. 나한테도 이런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릴 수 있어서 좋고 새로운 캐릭터를 하나 창조해낸 느낌이다. 내 안에 있는 새로운 것을 꺼낸 느낌이다.
올해로 데뷔한 지 16년이 됐는데, 지난 시간을 어떻게 평가하나.
돌이켜보면 지난 16년간 나는 항상 적극적이고 도전적이었다. 그래서인지 매번 쉬운 역할이 없었다. 악역으로 데뷔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굿닥터>, <각시탈> 등 평범한 역할은 별로 안 했던 것 같다. (웃음) 그 이후에도 도전의 연속이었다. 다만 전에 비해 지금은 여유가 좀 더 생긴 거 같다. 연기자로서 불안감 같은 것들이 사라졌다. 스스로 잘 하고 있다는 믿음이 조금 생겼다. (웃음)
사진제공_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