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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은 스크린에 그리는 그림! 넷플릭스 <카터> 정병길 감독
2022년 8월 23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오프닝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카터>는 액션에 진심인 두 남자, 정병길 감독과 주원 배우가 뭉쳐 탄생시킨 원테이크 액션 영화다. 빈약한 서사와 과도한 CG로 인해 박한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배우진과 제작진이 했을 온갖 ‘고생’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액션이란 스크린에 그리는 그림이고, <카터>는 거친 먹으로 그린 수묵화로 접근했다’는 정병길 감독을 화상으로 만났다. 스카이다이빙 등 색다른 액션 씬이 탄생하기까지 그 비하인드를 전한다.

제목 ‘카터’는 주인공 이름이기도 한데, 담긴 의미는.
시나리오를 영어로 번역해서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여주면서 걸맞은 영어 이름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대략 10개 남짓한 이름과 그 의미를 받았는데, 운반자라는 뜻이 있는 ‘카터’가 적합하겠더라. ‘정하나’(김보민)라는 소녀를 구출해 데려가야 하는 인물의 상황과 비슷해서다. 또 발음에서 오는 날렵하고 빠른 느낌도 잘 어울리겠더라.

카터로 분한 주원 배우가 그야말로 열일하는 영화다. 그만큼 캐스팅에 고심했을 텐데 (배우의) 어떤 면에 끌렸나.
카터는 기억을 잃은 채 낯선 장소에서 깨어난다. 처음 눈을 떴을 때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인데 이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주원 배우의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마스크와 우수 어린 눈동자에 주목했다. 혼란과 두려움, 긴장감, 믿음과 배신 등의 복잡한 감정이 그의 눈을 통해 드러난다면 시청자도 기꺼이 카터를 응원하게 될 거로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원테이크 촬영으로 눈을 비롯해 클로즈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눈에 임팩트가 있는 배우를 캐스팅한 것도 있다.

원테이크 액션과 기존 액션과의 차별점을 짚는다면.
서울부터 부산 혹은 중국까지 쫓기는 과정을 한 번에, 리얼타임으로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시나리오다. 리얼타임 원테이크 촬영은 카메라가 끊기지 않기 때문에 현장감과 사실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자칫하면 루즈해질 수도 있어서 카메라 워킹을 빠르게 가져갔다.

원테이크 액션이 가장 잘 표현된 장면으로 오프닝의 목욕탕 시퀀스를 꼽았다. 액션은 훌륭하지만, 극 전체로 보면 홀로 튀는 면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초반부터 힘을 많이 줘서 좋아하는 분도 있고 반면 과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 것 같다. 원래 목욕탕 오프닝 씬은 처음에는 좀 더 가벼웠다. 장소를 헌팅하는 과정에서 폐찜질방을 방문했고, 구상 중인 아끼는 시나리오(한국적인 SF물)의 오프닝 씬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돼서 가져와 사용했다. 액션의 장점을 극대화해 초반에 주의를 집중시킨 점도 있지만, (지적했듯이) 돌출된 효과도 있어서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퀀스는 여러 배우가 참여한 대규모 액션씬이다. 대부분이 거의 누드에 가깝기도 하고, 촬영하면서 고생이 많았겠더라.
(말했듯이) 카터가 몸을 날려 떨어진 장소가 처음에는 목욕탕이 아니었다. 그냥 누군가가 고문당하고 있고, 이를 (카터가) 스쳐가는 가벼운 장면이었다. 그런데 배경이 목욕탕으로 변경되면서 시나리오가 수정될 것 같다고 하니, 주원 배우가 마침 몸을 만들고 있는 데다 신선하게 다가갈 것 같다고 흔쾌히 수락했다. 무술 감독에게는 맨몸으로 싸우기 때문에 보호대를 착용할 수 없어 위험한 부분도 있고 또 노출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수 있어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스턴트들 역시 예상외로 바로 오케이 해줬다. 티는 안 나지만, 목욕탕의 그 넓은 바닥 전체에 쿠션을 깔았다. 그래서 낙상 등에는 안전했는데 촬영하다 보니 습기가 차서 쿠션이 떨어지는 바람에 오히려 미끄럽더라. 촬영을 중단하고 쿠션을 다시 깔았는데 이때 배우진과 스텝 모두 달라붙어 함께해줘서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고맙고, 뭉클하다.

실제 촬영한 원테이크 액션과 CG를 연결하면서 편집점을 잡는 데 고심했겠다. 또 생각보다 CG 분량이 많더라.
CG와 실사를 붙여도, 또 CG와 CG를 붙여도 어색한 면도 있고 자연스러운 면도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원테이크로 찍다 보면 원하는 포인트에 도달하지 못해도 중단해야 하는,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그림과 생각하는 편집점을 고집하기는 힘들다. 어쩔 수 없이 1안이 아닌 2안이나 3안으로 가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지점이 연출자로서 가장 마음이 아픈 부분이다. NG가 나도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고. (웃음)

주원 배우가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고 알고 있다. 대단하더라. 카터와 하나가 함께하는 장면이 여럿인데 특히, 스카이다이빙이나 열차에서 매달리는 장면 등은 어떻게 촬영한 건가. 김보민 배우가 직접 액션하지는 않았을 테고, 보면서 궁금했다.
하나는 당연히 대역을 쓸 수밖에 없었다. 스카이다이빙 시퀀스의 경우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여자 스카이다이버가 있어서 운이 좋았다. 사실 성인이 어린아이의 대역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인데 말이다. 또 스턴트팀에도 체격이 아담한 분이 있어 그분이 실사로 찍은 후 하나의 얼굴로 교체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 외 정지 장면 등은 본인이 직접 했다.

스카이다이빙 장면만 10회차에 걸쳐 촬영했다고. 과연 눈에 띄는 장면인데 어떻게 촬영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스카이다이빙 액션을 찍으려고 외국 영화를 참고로 많이 조사했고, 실제로 <아이언맨>에서 소화한 팀과 잘한다고 알려진 러시아 쪽 곡예사 등 쇼를 하는 분들과 미팅을 진행했다. 문제는 일단 비용이 너무 비싸고, 우리가 하려는 액션은 그들도 아직 해보지 않은 액션이라는 점이었다. 프리비주얼을 만들어 보내니 불가능하다는 답변, 혹은 20회차 촬영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비용이 수십억 원이라 감당할 수가 없다. (기자 주: <카터>의 제작비는 190억 원 내외) 고민한 끝에 한국 스카이다이빙팀을 접촉해 시나리오와 프리비주얼을 보여줬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적인 답을 받았다! (웃음) 다만 연습할 수 있게 윈드터널(실내 스카이다이빙 )을 통으로 대여해 주면 좋겠다고 해서, 선비용을 드려 진행했다. 잘 몰랐는데 터널 안에서 구현하는 편이 실제로 하늘에서 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더라.

워낙 큰 신이고 예산도 많이 들어서 테스트를 거쳤는데 처음에는 정말 절망이었다. (웃음) 테스트에서는 카메라에 익숙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본 촬영에서는 잘 할 수 있다고 그분들이 자신하더라! 나 역시 터널 안에서 몇 달 동안 연습한 걸 잘 알고 있어서 왠지 믿음이 갔다. 1회 자유 낙하로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30~40초이고, 1회 낙하하는 데 준비 시간이 약 1시간 정도가 걸린다. 하루에 많이 찍어도 10회인 거지. 반대하는 스텝도 있었지만, 하루에 4~5분이라도 총 10회차 촬영을 하면 40~50분이 확보되니, 잘 편집하면 10여 분의 장면을 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밀고 갔다. 횟차가 늘수록 편안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촬영했고, 마지막 점프는 펀다이빙 등 실컷 즐기면서 뛰어내렸다. 그분들도 처음으로 비용 받고 한 작업이라 재미있었다고 하더라. 나도 앞으로 정식으로 배워서 자격증을 취득해 보려고 한다.

액션을 담아낸 카메라의 움직임이 현란하다. 촬영 감독 입장에서도 고난도의 현장이었겠다.
문용군 촬영 감독을 비롯해 무술 감독도 직접 카메라를 들고 뛰며 촬영했다. 드론이나 핸드헬드가 아닌 부분은 직접 와이어를 매고 찍은 장면이 많다. 해보니 앵글의 정교함도 그렇고 드론이 사람의 손보다 빠르지 않더라. 특히 돼지 트럭에서 카터가 떨어지는 장면은 드론이 아니라 감독이 와이어를 감고 촬영했는데 이전에 보지 못한 모습이라고 좋아했다.

<카터>의 음악에 국악을 사용했다. 액션물에 이색적인 느낌을 가미하더라.
동양화를 전공했고, 한때는 화가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다. 당시 수묵화를 많이 그렸는데 <카터>는 거친 먹으로 그린 수묵화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이런 결에 어울리는 음악이 무엇일지 생각하다가 국악의 색깔이 <카터>의 비주얼과 어울리겠더라. <악녀>(2017) 때도 꽹과리를 썼는데 그때 꽹과리가 가진 힘이 엄청나다고 느꼈거든. 모든 소리를 뚫고 나가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국악 베이스로 가기로 했고, 여성의 목소리를 악기처럼 활용하고자 했다. ‘카터’에게 미션을 부여하는 목소리 그녀 ‘한정희’로 분한 정소리 배우가 OST ‘Who am I?’에 직접 참여했다. 이번 <카터>는 음악도 미술도 그간 내가 좋아한 그림들과 그 이미지를 많이 투영하려고 노력한 결과라 하겠다.

<존 윅> 시리즈의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카터>의 시나리오에 관해 피드백을 줬다고 하던데 어떤 내용인가.
채드 감독과는 <악녀>의 오토바이 씬을 오마주해도 되겠냐는 문의로 인연이 시작됐다. 사실 그냥 써도 되는데 사전에 허락을 구하고, 인터뷰를 통해서도 자신이 환장(?)하는 장면이라고 찬사를 보내줘서 감사하다. 미국에서 장기 체류하던 중 감독이 제작하고 내가 연출하는 할리우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하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그때 써 놓은 시나리오가 있으면 보여 달라고 했고, <카터>의 시나리오를 보내주니 바로 피드백이 왔다. <카터>를 먼저 찍고 할리우드 영화를 찍는 편이 좋겠다고 말이다. 원테이크 액션에 많은 지지를 보내며, 언제든 같이 작업할 수 있으니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더라.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바로 답해줘서 고마운 한편 자신감이 생기더라. 기분 좋게 한국에 돌아와서 넷플릭스와 협업했다.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 등 (해외에서) 당신이 연출한 액션의 어떤 면을 보고 호평한다고 생각하나. 자평한다면. (웃음)
<내가 살인범이다>(2012)와 <악녀>를 연속으로 찍으면서 비주얼적으로 다가갈 부분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악녀> 이후로 미국에서 한번 보자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는데 신기하더라. 아마도 키비주얼, 그러니까 오토바이 씬을 보고 연락한 것 같다. 에이전트가 나를 만나러 한국에 오고, 또 나를 미국에 초청하고 이런 과정에서 <존 윅>의 무술감독과 친해졌다. 그는 CG가 아닌 실사로 어떻게 찍었는지 궁금했다면서 오토바이 위에서 벌이는 칼싸움이 색다르게 느껴졌다고 하더라. 채드 감독은 그림을 접하면서 점차 (연출) 역량을 쌓아 50세가 거의 다 돼서 <존 윅>(2014)을 만들었다면서, 처음부터 내가 그림을 전공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하더라. 그림 같이 펼쳐지는 액션을 좋게 봐주는 것 같다.

당신에게 액션이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앵글로 비주얼을 뽑아내면 안정적이고 편한 부분도 있겠지만, 새롭지는 않을 거다. 아마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겠지. 창작자로서, 화가가 되고 싶은 감독으로서 무언가 새로운 동작을 만들고 싶다. 이 과정에서 물론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 상처받을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비난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도전한다는 설렘으로 다가가려고 한다. 영화를 만들며 소진되는 느낌이 들 때마다 그림을 그리며 채우려 한다. 액션은 한마디로 스크린에 그리는 그림이라 하겠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2년 8월 23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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