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모든 게 처음이라 얼떨떨하고 낯설다, 시리즈를 잘 이어 나가야 한다는 데 부담이 크지만 기쁘다, 3년 동안 고생한 배우는 물론 참여한 스태프 모두에게 관심을 부탁한다.’ 팬데믹 이후 최초로 천만 관객 돌파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운 <범죄도시2>를 연출한 이상용 감독을 화상으로 만났다. 입봉작이 바로 천만 영화라니! ‘천만러’ 대열에 합류한 이상용 감독의 솔직한 이야기를 전한다.
<범죄도시2>가 5월 18일 개봉을 확정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본격적으로 개봉 준비를 하던 5월 초반, 공개 석상에 선 이상용 감독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전편의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불과 한 달여가 지나, 개봉 25일 만에 천만을 돌파한 기념으로 진행한 화상 간담회에서 감독은 역시 부담감을 얘기하지만, 그 결이 바뀌었다. 단순한 부담감이 아닌 책임감으로. 천만 관객이라는 후광 덕분일까. 부담감을 동력삼아 더 큰 규모와 액션으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이 감지된다.
토요일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날 무슨 일을 하며 보냈나! 또 소감 한 말씀 부탁한다.
“요즘 계속 3편 오디션을 보고 있고 토요일도 마찬가지였다. 참여한 배우들과 스태프, 제작진과 만나지는 못했지만, 문자로 축하 인사를 주고받았다. 너무 비현실적인 일이라 아직 실감나지 않고 얼떨떨하다. 솔직히 다음엔 얼마나 더 잘해야 할지 걱정되고 겁이 나는 마음도 크지만, 시리즈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준비하려고 한다.”
“우리 영화가 잘돼서 당연히 기쁘지만, 관객의 발걸음이 극장으로 향했다는 부분이 또 다른 기쁨이다. 코로나 기간에 극장이 심각하게 침체됐고 나아가 예전만큼 영화에 대한 투자가 잘 되지 않은 거로 알고 있다. 이번을 계기로 아직 개봉하지 못한 영화도 빨리 개봉했으면 싶고, 또 영화에 대한 투자도 다시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영화의 흥행 비결을 꼽는다면.
“무엇보다 시기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개봉 날짜를 받고 많이 걱정했지만, 다행히 코로나가 진정되면서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범죄도시 2>가 가볍게 웃긴 부분도 있고 액션이 통쾌하다 보니 관객이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영화 보며 해소한 부분이 큰 것 같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팝콘을 먹으면서 지인들과 함께 보는 경험을 되살리지 않았나 싶다. 마동석, 손석구, 박지환, 최귀화 등 참여한 배우의 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손석구 배우의 구씨 열풍, 박지환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 등 여러 면에서 도움받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간 마동석 선배가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그 위상이 높아진 덕분에 100여개 국에 선판매할 수 있었고 덕분에 BP(손익분기점)도 낮출 수 있었다.”
준비 중인 3편은 어떻게 달라지나.
“일단 배경이 금천서에서 광역수사대로 이전한다. 그러면서 마석도 형사(마동석)와 새로운 동료들로 새로운 팀이 꾸려질 거다. 메인 빌런은 야쿠자가 맡는다. 일본 야쿠자 일당이 한국에 넘어와서 범죄를 저지르고 그 수사를 마석도 형사가 맡게 된다.”
“2편은 촬영상 좁은 공간에서 펼치는 액션이 많다. 3편은 한국에서 촬영하니 제약이 덜하다. 인천이라는 배경을 통해서 카체이싱 등 좀 더 크고 넓은 액션, 보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만들고 싶다.”
8편까지 예고(?)했는데 시리즈가 지속해서 관객을 모을 중요한 요소는 뭐라고 생각하나.
“일단은 콘셉트다. <범죄도시>는 ‘마석도’라는 확실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빌런과 그 주변인 다시 말해 범죄자 일당이 어떤 범죄를 저지르면 이를 어떻게 잡는가 즉 어떤 식으로 해결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캐릭터가 확보된 상태라 시리즈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차별성과 확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빌런과 스토리에서 재미와 쾌감을 일궈야 할 거다. 편마다 변별점을 어떻게 줄지는 무엇보다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범죄도시>의 세계관에 언제까지 함께하는 건가. (웃음)
“앞날은 잘 몰라서…(웃음) 얘기가 된 건 3편까지다. 2편 후반 작업을 끝내고 바로 3편 준비에 들어가서 제대로 쉬지도 못해 정신이 없다. 3편까지 끝낸 후 차분히 생각해 보려 한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한국에서 해외(베트남)로 무대를 확장한 것이 2편의 특징이라고 했는데 의외로 베트남 분량이 적다. 코로나가 극심한 시기에 극소수 인원만이 베트남에서 촬영했다고. 다시 말해, 우리가 동남아라고 생각한 대부분은 세트에 의한 재현이라는 것. 지금은 웃으며 그때의 상황을 회상하지만, 심적으로는 꽤 힘들었다는 이상용 감독의 사연을 들어본다.
전편에 대한 부담감은 어떻게 이겨냈나.
“부담이 크긴 했지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려고 했다. 1편을 넘어선다, 더 잘돼야 한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시리즈를 만들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최소한 ‘못 만든 영화’라는 말은 듣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1편의 강윤성 감독, 마동석 선배, 제작자와 투자자 그리고 1편 때 함께한 스태프들 모두에게 한없이 고맙다.”
코로나 국면의 한가운데를 뚫고 <범죄도시 2>를 완성했다는 게 대단하다. 어려운 점도 많았을 거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영화가 모두 스톱된 상황이었다. 그때는 섭외부터 촬영 자체가 아예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원래 베트남에서 크랭크인을 하려고 준비하다가 어렵게 되면서 부랴부랴 나오게 됐었다. 당시 한 달 동안 모든 게 홀드 된 상태에서 ‘이렇게 데뷔하기가 힘든 건가’라는 생각에 심적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주연배우이자 제작자, 시리즈를 처음부터 기획한 사람 중 한 명인 마동석 배우와의 호흡은.
“말할 것도 없다. 시나리오 기획부터 캐스팅, 액션 콘셉트 등 영화 전반에 걸쳐 상의했고 그때마다 잘 받아주셨다. 원체 아이디어가 풍부한 데다 주변 모든 스태프를 아우르는 분이다. 무엇보다 굉장히 긍정적인 분이라 그런 면에서 많이 배웠다.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안 되는 부분을 고집하기보다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 등. 원체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뿜한 분이라 덕분에 즐거운 현장이었다.
캐릭터에 있어 무엇보다도 빌런 ‘강해상’을 어떻게 메이드하냐가 관건이었겠다.
“1편은 장첸(윤계상), 위성락(진선규)과 양태(김성규)가 한 덩어리로 빌런이었다면, 2편은 ‘강해상’(손석구) 홀로 독고다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주한 범죄자의 특성상 해외에서 언어를 비롯해 여러 정황으로 고립될 거로 생각했다. 덩어리 혹은 무리를 짓는다고 해도 결국 각자도생할 거로 봤다. 그래서 끝까지 돈에 집착하는, 직선적이고 무시무시한 악당으로 가져갔다.”
유일하게 베트남을 다녀온 출연진이 손석구 배우라고.
“손석구 배우를 처음 본 게 2019년 가을이었다. 잘 몰랐는데 그가 출연한 넷플릭스 <센스 8>과 드라마 <지정생존자>를 보고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했고, 직접 보니 정말 여러 가지 눈빛을 지녔더라. 거기다 매우 열정적인 분이었다. 당시 (나는) 못 만들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심한 상태였고, 손석구 배우 역시 장첸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을텐데 강박감에 위축되기보다 해보겠다는 도전 정신이 뛰어났다. 이런 면에 끌렸고 뭘 해도 나오겠다 싶었다. 그래서 의기투합해 초반에 함께 베트남 현지를 둘러보며 강해상 캐릭터를 구축했다. 그런 준비 과정이 있었기에 이번에 차별화된 빌런 ‘강해상’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베트남 촬영은 CG, 촬영, 미술 감독 등 나를 포함해 단 여섯 명만 들어가서 배경을 먼저 찍어왔다. 미리 촬영한 배경 안에서 배우가 연기해야 해서 그들을 너무 가둔 나머지 제대로 그 에너지가 발산될 수 있을까 우려했으나 배우들이 이해를 많이 해줬고 의외로 좋은 컷을 많이 건질 수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극 초반에 마석도와 전일만 반장이 베트남 식당 앞에 앉아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배경은 베트남, 식당 자체는 용산에 있는 모 식당으로 정말 베트남처럼 느껴지기를 바랐는데 미술팀과 CG 팀 덕분에 의도한 그림이 나온 것 같다.”
초반에 등장하는, 인질로 분한 차우진 배우가 시선을 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는 모두 오디션을 봤고, 이때 연기도 연기지만 상대 배우와의 합이나 에너지, 성향이 맞는지를 주로 봤다. 차우진 배우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2019)에 살짝 나왔는데 그때 인상적인 부분이 있어, 마동석 선배와 같은 소속사이기도 해서 일단 만나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오디션을 보는데 너무 능청맞게 잘하더라. 부잣집 아들이 자기보다 나이 많은 형들을 상대로 능글맞게 이야기하는 데다 피부가 뽀얗고 하얘서 베트남의 그을린 사람들과 차별화가 되어 적역이었다.”
마석도와 강해상이 맞대결하는 엔딩의 버스 액션신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매우 근접해서 촬영했다고.
“버스라는 공간은 마동석 배우의 아이디어였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여러 장소를 거론했다가 악당(강해상)이 도망가기 직전이니 그를 잡는 장소로 버스가 좋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액션을 어떤 식으로 구체화할지 무술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촬영감독은 두 인물 사이를 오가며 일일이 카메라를 들고 찍어야 해서 많이 고생했다. 주먹 대 칼의 액션에서 (강해상이) 칼을 떨어뜨린 후에는 범죄자를 처절하게 응징하는 콘셉트로 주먹 대 주먹으로 가져갔다. 사실 버스 안에서는 동작을 크게 하거나 다른 어떤 걸 시도할 여지가 별로 없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이 맞닥뜨릴 때의 밀도는 훨씬 클 거로 생각했다. 유리창이 깨지고, 강해상이 차창 밖으로 튕겨 나가는 등 피날레 액션으로 마음에 든다.”
“마석도의 주먹과 강해상의 칼(마체테)의 대비를 사운드를 통해 드러내고자 믹싱에 신경 썼다. 맨주먹에서 오는 통쾌함과 칼을 휘두르는 소리에서 오는 위압감, 그리고 범죄자에 대한 철저한 응집이 콘셉트인 액션이라 이를 좀 더 확실하게 사운드로 분위기를 전하고자 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위해 혹시 덜어내거나 따로 편집한 지점이 있나.
“처음부터 청소년 관람불가를 각오하고 만들었다. 그래서 등급을 낮추기 위해 일부러 편집하거나 삭제한 부분은 없다. 피가 튀기거나 신체가 쪼개지는 등의 징그러운 모습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아서 원래 그런 부분이 별로 없었다. 다만 사운드는 걷어낸 부분이 꽤 있다. 칼이 (몸에) 들어가거나 신체를 자르는 소리 등을 약하게 했고, CG로 표현된 피 관련 수위를 좀 낮췄을 뿐 그 외 본 영상은 따로 편집하지 않았다.”
연출하면서 중요시하는 점이나 지키고자 하는 연출 철학이 있다면.
“두 가지다. 배우와 스태프가 제안하는 여러 아이디어에 대해 그 생각이 왜 나왔는지 최대한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최대로 녹일 수 있을지 고려한다. 예전 이준익 감독님의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이다. 그들이 내는 아이디어나 조언 등은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귀담아들으려 한다. 또 어떻게 하면 현장에서 배우가 더욱 집중할지에 대해 고민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감독으로 한 개인으로 ‘이상용’은 어떤 사람인가.
“감독으로는… 아직 한 편밖에 안 만들어서 앞으로 작품이 쌓이면서 스타일이나 어떤 개성,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개인으로서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생각이 많고 걱정도 많은 편이다. (웃음) 얼마 전에 재미 삼아 MBTI를 했는데 INFP가 나오더라. 비슷한 면이 있다.”
사진제공. ABO엔터테인먼트
2022년 6월 15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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