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배우로서 <범죄도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아무도 몰랐던 제 이름을 이렇게 세상에 알려준 작품이니까요.”
2017년 추석 극장가의 다크호스로 687만 명을 동원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범죄도시>. 하얼빈의 ‘장첸’(윤계상)을 비롯해 그의 왼팔(진선규)과 오른팔(김성규) 그리고 독사파(허성태), 이수파(장이수), 춘식이파(조재윤)까지 나름 의리있는 깡패부터 찐 나쁜 놈까지 다양한 조폭들이 등장한다. 그중 이번 <범죄도시 2>에 유일하게 컴백한 인물은 바로 박지환이 연기한 ‘장이수’다. 그는 <범죄도시> 스탭들 사이에서는 영화에 관한 오피셜이 뜨기까지 아무도, 아무것도 모르는 게 전통 아닌 전통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2편에 합류했지만, 다음 편의 향방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것. 다만 즐겁게 놀았고, 컴백에 반가워하는 분이 많아 그저 감사할 뿐이라는 박지환을 화상으로 만났다.
장이수 is BACK!
장이수가 변했다. 어두운 과거를 뒤로 하고 이제는 ‘합법적인’ 일만 하겠단다. 이뿐만이 아니다. 반질반질한 민머리에서 모 디자이너를 연상시키는 긴 단발로, 즉 삭발에서 장발로 헤어스타일까지 확 바뀌었다. 파격적인 변화에 관객이 거리감을 느끼거나 삭발을 그리워하지 않을지 우려했다는 박지환, ‘모발이 풍성한 자였네, 탈모가 아니었어!’라는 댓글을 보고 빵 터지며 이토록 유쾌한 유머로 반갑게 맞아줘서 정말이지 감탄했다고 한다. 우리 국민은 센스와 감각의 민족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장이수와 관객의 커넥션”이 형성되는 지점이란다.
그가 등장하는 신마다 웃음이 터진다. ‘마석도’(마동석)&’장이수’ 콤비는 극 중 확실한 웃음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마석도가 손바닥을 흔들며 하나, 둘, 하고 숫자를 세기 시작하면 웅얼웅얼 욕하면서도 그 손바닥 앞으로 걸어가 그곳을 대령(?)하는 일명 ‘들어와’ 씬부터 ‘니 네 누군지 아니?’라는 대사, 그리고 역대급 빌런 ‘강해상’(손석구)을 앞에 두고 벌벌 떨면서 ‘하얼빈의 장첸’을 사칭하는 후반부의 긴장감 있는 장면 등 장이수만의 리듬으로 웃음과 텐션을 높인다.
“’나, 하얼빈의 장첸이야!’, 이 대사를 하나 치는 데 너무 힘들었어요.”라고 털어놓는 박지환,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려운 대사였고, 오죽하면 자신이 없어 이상용 감독에게 빼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같이 고민해 보자는 이 감독의 말에 1편에서 장첸이 어땠는지 찬찬히 복기하다가 어떤 느낌이 확 스치고 지나갔다.
“어설프게 영감이 왔다고 할까요. 몸에 들어온 기분이라 감독님께 좀 알 것 같다고 했죠. 정말 원씬 원테이크로 촬영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포커스가 나가는 바람에 그 촬영분은 사용하지 못해 재촬영해야 했다. “다행히 비슷한 수준으로 연기할 수 있었어요. 지금 다시 하라면 자신이 없네요.” 부지불식간에 터진 감정이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한다.
1편에서 장이수는 나쁜 일은 하지만 악한 느낌은 없는 조폭이다. “1편부터 중요하게 생각한 감정이에요. 페이소스라고 할지, 배우가 입체적인 면을 지니고 있으면 유머의 질이 달라지고, 이런 유머와 캐릭터를 관객이 사랑해 줄 거로 믿었죠.”라면서도 감독과 동료 배우가 만들어 준 덕분이라고 그 공을 돌린다.
“떳떳하지 못한 인물일 수 있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이에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건강한 것까진 아니라도 순수한 마음도 있고요. 그렇게 열심히 하니 어느 정도는 짠해 보이지 않을까 해요.” 박지환이 꼽는 장이수의 매력이다.
“1편에서 그는 나름 조직을 이끄는 우두머리로 가진 자의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면 2편은 다 내려놓은 상황이에요. 돈이든 뭐든 간절하고 절실하죠.” 박지환은 이번 편의 장이수를 매우 ‘간절한’ 캐릭터로 설정하고 들어갔다. “택시 안에서 돈이 든 캐리어를 보고 딴마음 먹는 장면”, 박지환이 스스로 꼽은 제일 웃긴 장면이다. “정말 절실하구나 싶더군요. 모니터로 보면서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인다.
아직 마흔 세 살
“5만원짜리 그릇에 담긴 3500원짜리 짜장면” <범죄도시>팀의 세심한 배려를 칭찬하며 박지환이 한 말이다. 저렴한 짜장면 같은 자신을 한층 돋보이게 해준 팀이라는 의미인데 어떤 점이 그런지 구체적으로 묻자 그들 앞에서는 창피하지 않고 어떤 것도 해볼 수 있다고. 비단 박지환만이 아니라 다른 배우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전한다. 새롭게 온 배우라도 초반에 한 3초간 어색하고, 이후엔 즐겁게 (연기로) 놀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거다. 또 전편에서 함께했던 동료들이 이번에 출연하지 않아도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며 “범죄도시 팀은 최고!”라고 한다.
“<범죄도시>의 매력은 ‘낯선 투박함’이라고 생각해요. 시대를 역행하는 흐름과 특유의 호흡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또, “<범죄도시> 특유의 템포와 스텝을 따라가되 공허한 캐릭터로 남지 않기 위해 감독님과 정성을 들여 건반 하나하나를 쳤죠.” 찰진 비유와 다채로운 은유, 박지환은 말 재간이 뛰어나다. 시적이기까지 한데 어렸을 때부터 문학을 좋아한 영향 덕분이라고 답한다.
그에게 물었다. 박지환은 ‘어떤 배우’이고 ‘어떤 사람’이냐고. “제 안에는 토네이도도 있고 따뜻한 바람도 있어요.”라고 답한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자신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또 그런 상태가 좋다고도 했다고 어머니를 추억한다.
“배우로서 제가 하나의 여관이라면 101호부터 5백몇 호까지 여러 룸을 가졌고, 그 안에 수많은 ‘지환’이 살고 있어요. 역할에 맞게 이런저런 지환을 꺼내 들죠.” 역시 멋진 답변! “이제 마흔 셋 밖에 안 된 걸요. 배우로서 갈 길이 구만리예요.”라는 박지환, 배우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아직은 여정 중”이란다.
마지막으로 “정말 신나고 쾌감 있고 실컷 웃을 수 있는 영화”라면서 묵었던 체증을 날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영화라고 조심스럽게(?) <범죄도시2>를 추천한다. 마음속이 아닌 오피셜로 “400만 정도의 스코어라면 완벽한 성공이 될 것 같다”고 전한다.
사진제공. ABO엔터테인먼트
2022년 5월 19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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