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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얼굴, 고민이었다” <유체이탈자> 배우 박용우
2021년 12월 1일 수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기억을 잃은 채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한 남자가 모두의 표적이 된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스릴러 <유체이탈자>. 극중 ‘강이안’(윤계상)을 추적하는 국가정보요원 ‘박실장’으로 분한 배우 박용우는 26년간 배우생활을 하며 “부드럽고 착한 얼굴이 고민인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1995년 데뷔한 박용우는 영화 <올가미>(1997), <쉬리>(1999),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2007), <파파>(2012), <카센타>(2019)와 드라마 <제중원>, <프리스트> 등에 출연하며 부드럽고 젠틀한 이미지로 사랑 받아왔다.

이번 작품에선 익히 봐왔던 박용우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그는 <유체이탈자>에서 빌런 ‘박실장’ 역을 맡아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선보인다. 첫 악역은 아니다. 앞서 <혈의 누>(2005)에서 서늘한 눈빛의 살인마를 연기하며 호평을 받았으나 다음해 로맨스코미디 <달콤, 살벌한 연인>이 크게 흥행하며 지금의 이미지가 굳어져버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부드럽고 착하게 생긴 얼굴에 대한 불만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배우는 영화든 드라마든 특정 배역으로 큰 사랑을 받게 되면 그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달콤, 살벌한 연인>이 성공하고 난 후 비슷한 배역만 들어오더라고요. 다양한 역할을 진심으로 표현하는 게 배우의 역할인데 고민이 많았죠.”

박용우는 최근 들어 그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어느 순간 제가 선하고 착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매몰돼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은 모든 사람에게 선과 악이 있고, 어떻게 표현되느냐의 차이가 있을뿐이라고 생각해요.”

박용우가 연기한 ‘박실장’은 겉으로는 이성적이고 사람 좋아 보이지만, 사실 모종의 이유로 ‘강이안’을 제거하려 하는 빌런이다. "빌런은 어둠, 즉 인간의 연약함과 두려움을 표현하는 특화된 캐릭터예요.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이죠. 그래서 다른 때보다 더 역할과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박실장’이라는 인물의 주축은 피해의식이라고 봤어요. 애써 숨기려 했지만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감정이 터지는 데서 출발했어요. 대사나 액션 등 디테일은 현장에서 많이 만들었고요. 큰 틀은 감독님의 뜻을 따르되 나머지 부분들은 배우들끼리 서로 상의하고 모니터링하면서 쌓아갔죠."

박용우는 <악마를 보았다>(2010) 속 살인마 ‘장경철’(최민식)의 대사인 "왜 나만 가지고 그래"를 오마주했다고 밝혔다. "복잡한 감정이 들게 하는 대사인 거 같아요. 가끔 사람들이 자기만 피해자인 것 같고 자기만 고생하는 것 같다며 억울해할 때가 있는데 저는 모든 사람이 각자 힘든 일을 겪는다고 생각해요.”

"아픔과 갈등이 해소되고 또 그로 인해 성장할 수 있다면 결국엔 행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 갈등이나 아픔이 없다면 스스로 완벽하고 부족함이 없다고 착각하며 살 것 같거든요. 아픔이 있으니 스스로에 대해 제대로 깨닫고, 반성하고 질문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선 인간이 성장하는 존재라는 게 감사해요."

‘강이안’의 영혼이 빙의된 ‘박실장’, 두 사람이 한 몸인 것처럼 움직이는 일명 '미러(거울) 연기'는 영화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윤계상과) 100% 완전히 같을 필요는 없다고 봤어요. ’강이안’과 ‘박실장’이 거울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선악 구도를 미리 암시하는 중요하고 임팩트 있는 장면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이안’의 액션을 따라하되 얼굴의 눈빛, 표정 등 감정은 다르게 표현했어요."

그는 이번 작품에서 윤계상과 더불어 극중 고난도의 액션을 소화해냈다. "현란한 액션을 많이 걷어내서 아쉽지만, ‘박실장’의 정서와 감정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선택이라고 봤어요. 액션만을 위한 액션이 아닌 감정을 보태기 위한 액션을 했다고 생각해요. 감정의 기승전결이 있는 액션이라고 할까요.”

박용우는 동료들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특히 ‘강이안’ 역의 배우 윤계상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계상 배우는 제가 생각해왔던 배우라는 이미지에 잘 맞는 사람 같았어요. 너무나 뜨겁게 연기하는 모습에 감동하기도 했고요. 또 윤 배우는 현장 분위기를 치열하면서도 따뜻하고, 또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로 만들어요. 배우라면 누구나 그런 현장을 꿈꾸는데 윤계상은 그걸 직접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이에요. 인간적으로 많이 배웠죠.”

또 극중 ‘강이안’의 아내이자 국정원 요원 ‘문진아’를 연기한 임지연 배우를 보고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게 됐다고 전했다. “부끄럽지만 사실 임지연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제가 본 작품에서의 임 배우는 마냥 곱고 선이 부드러운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현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 숏컷을 하고 나타난 임 배우는 전혀 다른 배우라고 생각될 정도로 달라 보였어요. 같이 작업하다보니 정말 순수하고, 또 성실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더라고요. 그 전까진 어느 누구에게든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어쩔 수 없이 저도 선입견에서 자유롭지는 않구나, 반성하게 됐어요.”

최근 박용우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 촬영을 마치고 OTT 플랫폼 웨이브의 새 오리지널 드라마 <트레이서>를 촬영하고 있다.

"즐기면서 연기하고 싶어요. 지난 26년동안 연기하면서 한때는 저를 가둔 적도 있고, 포기하고 싶은 적도 분명히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정말 연기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아픔과 고통을 통해 연기자로서 한 발짝 성장했고 드디어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연기할 때 행복하고 설레는 한 평생 연기할 생각이에요."

사진제공_(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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