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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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는 자의 운명을 타고난 스님 ‘진수’는 베테랑 배우 이성민이 맡았다. 스스로의 지옥에 갇혀 사는 그의 얼굴에는 고뇌와 번뇌의 흔적이 역력한데, 해맑은 표정의 한 동자승이 그의 곁을 지킨다. 바로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이 깨어났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진수’를 찾아온 ‘청석’이다. 묵언수행 중 세상에 나와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한 순수한 인물이다. ‘청석’으로 분한 남다름 배우를 화상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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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색 짙은 한국적 오컬트
“촬영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은 것들이 CG와 특수효과를 거쳐 어떻게 표현됐을지 궁금했는데 잘 나온 것 같아요. 흥미롭게 봤어요. 영화를 관통하는 금강경의 철학이 잘 녹여진 것 같고요, 또 평소에 이런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기도 해요.”
코로나19로 개봉이 지연된 후 넷플릭스 행을 택한 <제8일의 밤>을 본 남다름의 감상평이다. 영화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는 ‘청석’으로 묵언수행 중 모시던 스승이 입적하자, 그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수행하던 암자를 떠나 ‘진수’(이성민)를 찾는다. 진수와 함께 요괴가 건널 징검다리를 없애는 과정에서 미스터리한 ‘애란’(김유정)을 만난다.
“청석은 이름처럼 푸르고 순수한, 아이 같은 인물이에요. 영화에서 보면 캐릭터에 따라 사건과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 달라요. ‘청석’은 관객에게 순수한 아이의 시각을 제시한다고 생각해요.”라고 캐릭터를 소개하며 “묵언 수행의 비중이 크지 않아 크게 힘들진 않았어요. 다만 말이 아닌 눈빛과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해야 해서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썼어요.”라고 중점 둔 바를 짚었다.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와 ‘청석’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지금까진 주로 아역을 해왔는데 공교롭게도 사연이 있고, 어두운 분위기에 깊고 진지한 역할이 많았어요. 청석은 그런 모습과는 반대죠. 순수하고 밝거든요. 그래서 잘 할 수 있을지 걱정과 부담도 됐고요, 눈을 동그랗게 뜨는 등 아이 같은 면을 부각하려 했어요. 동시에 영화의 어둡고 깊은 분위기와 거리가 먼 캐릭터라 혼자 붕 뜨지 않도록 신경썼죠.”라고 전한다.
영화에 대한 반응을 좀 살펴보는지 묻자, 출연한 자신보다 영화를 더 깊게 파악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분이 있어 놀랐고, 또 작품이 전하는 의미 있는 메시지에 대한 리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그가 생각하는 영화의 메시지는 뭘까.
“보는 분에 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영화는 스스로 만든 지옥 즉 번뇌와 고뇌, 반복되는 삶 등 불교 철학과 맞닿는 지점이 있어요. 저는 그중에서도 ‘되풀이된다’, ‘무한히 반복된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윤회사상과도 연관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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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父子)는 아니지만, 찐 부자 같은 케미!
‘진수’ 이성민과 ‘청석’ 남다름은 이번이 함께하는 첫 작업이 아니다. 드라마 <기억>(2016)에서 두 배우는 아버지와 아들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 이후 사석에서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살갑게 지냈다고. 또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이성민은 남다름 배우의 성장을 지켜봐 달라고 아빠 미소를 지으며 그를 격려하고 홍보(?)하기 바빴다.
이번 <제8일의 밤>에도 부자 관계는 아니지만, 두 사람의 케미가 돋보인다. 갈비탕을 앞에 두고 청석이 숟가락만 빨고 있자 고기 건더기를 건진 후, 숟가락으로 탕을 한 번 휘둘러 고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가 하면, 청석이 낡은 신발을 신고 있는 걸 캐치한 후 새 신발을 턱하고 안기는 식이다. 아빠가 아들에게 하듯 무심한 척 살뜰히 챙기고, 이에 반짝반짝 눈을 밝히며 무한 신뢰와 애정을 보내는 청석. 오컬트적인 무거운 분위기에 남다른 활력을 붙어 넣는다.
“이성민 선배님과 다시 작업한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컸고요. 또 ‘청석’은 이전에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캐릭터라 도전하고 싶었어요.”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좀 더 아버지와 아들 같았던 것 같아요. 정말 잘 챙겨 주셨거든요. 지방에서 촬영하면서 쉬는 날 스탭 형들과 미니 풋살 대회를 종종 했는데요, 그때 (이) 성민 선배님은 직접 뛰지는 않았지만, 음료와 각종 간식 그리고 상금을 걸어 끝나면 맛있는 것을 먹도록 해 주셨죠.”
초중반 청석의 파트너가 ‘진수’라면 이후의 파트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인 ‘애란’ 김유정이다. “애란은 엄밀히 말하면 영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함께한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해당 신마다 누나가 편하게 연기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줬어요.”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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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의 그 아이가 어느새!
“일곱 살 겨울, <꽃보다 남자>의 ‘윤지후’(김현중) 아역으로 데뷔했어요. 연기를 시작한 이유는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나고요, 어렸을 때 유아 콘테스트 등에서 상을 자주 받았다고 들었어요. <꽃보다 남자>가 방영된 후 (저에 대해 귀엽다는) 반응이 많아지면서 분량이 늘어난 거로 알아요. 이후에도 예쁘게 봐주셔서 계속 연기할 수 있었어요.”
메가히트 친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데뷔한 남다름은 이후 영화 <허삼관>과 드라마 <피노키오>와 <육룡이 나르샤> 등에 연속 출연하며 대세 아역 배우로 떠오른다. 21편의 드라마와 6편의 영화, 연기대상 아역상, 청소년연기상 등 필모로는 여느 중견 배우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아역배우가 학업과 연기를 병행하는 것은 시간상으로 또 학업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라 검정고시를 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그는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검정고시를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에요. 그런데 학창 시절, 그 시기에만 가능한 경험과 추억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배우의 일도 중요하지만, 친구들과 나눈 우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만약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시간이 흐른 후에 굉장히 후회할 것 같았죠.”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이방원’(유아인)의 소년시절을 연기했어요. 순수한 소년부터 아버지와의 관계와 진실을 알고 각성하기까지 짧은 소년기를 연기하면서 배우로서, 또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 많았어요. 연기 욕심이 생겼고, 배우의 길에 확신이 들었죠.”
아역배우는 일찍 어른이 되기 마련이다. 현장에서 ‘아이’가 아닌 ‘배우’로 대접받고 이에 상응하는 프로의식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으로 격변하는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터. “포기하고 싶다기보다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과연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컸어요. 사춘기와 작품 활동이 겹치면서 감정소모와 이런 의구심이 더 크게 다가왔는데요, 그래도 현장에서 좋은 분들과 작업하는 데서 오는 행복감이 더 컸기에 마음을 다잡고 계속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시기상 <제8일의 밤>은 남다름이 성인의 문턱에서 작업한 첫 작품. “성인이 됐다고 마음가짐이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맡은 역할의 비중과 무게에 좀 더 책임감을 느껴요. 앞으로 더 깊게 작품과 캐릭터를 분석하고, 성실하게 작품에 임하려 합니다.”고 다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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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름 TMI(?) 대방출!
Q. 넷플릭스는 자주 이용하는지?
A.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이용한다. 특히 요즘엔 극장을 못 가서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많이 본다. 라디오 한 코너에서 OST를 소개하기 위해 얼마 전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봤다.
Q. 또래보다 차분하고 성숙한 인상인데 원래 성격은 어떤가?(기자 주: 남다름 배우는 2002년생)
A. 종종 듣는 말이다. 조심스럽고, 신중한 경향 때문에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편이었다는데 (feat. 엄마), 연기일을 하며 더 강화되지 않았나 싶다.
Q. 타고난 편이라고 하니 뜬금없지만, MBTI 유형은?
A. INFJ다. (기자 주: 일명, ‘선의의 옹호자’ 유형)
Q. 롤 모델이나 멘토를 꼽는다면.
A. 현장에서 만난 여러 선배님, 선생님 그리고 감독님이다. 그분들이 하신 좋은 말씀을 항상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
Q. 성인이 된 후 버킷리스트는.
A. 배낭여행 가서 사진 찍고 추억도 많이 쌓고 싶었는데 코로나로 가지 못해 아쉽다. 마음은 큰데 당장은 힘들지 않을지.
Q. 작품(일)하지 않을 땐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A. 음악 듣기, 특히 몽환적이고 잔잔한 팝송을 좋아한다. 또 축구와 농구 같은 땀 흘리는 운동, 소설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요즘엔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다.
Q. <제8일의 밤> 공개에 이어, 참여한 <싱크홀>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A. 넷플릭스와 극장, 공개 방식은 다르지만 둘 다 한국 관객이 좋아할 흥미로운 소재와 장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즐겁게 작업했고 그만큼 결과물도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무더위에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Q. 이름 앞에 붙이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A. 아! 음… 언젠가는 ‘믿고 보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감사하겠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려 한다.
Q.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일이나 즐거운 일을 꼽는다면.
A. 얼마전에 <우수무당 가두심> 촬영을 끝냈다. 까칠한 금수저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상대역인 김새론 배우 덕분에 즐겁게 촬영했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1년 7월 16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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