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청춘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요.
“요즘 젊은 세대는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때보다 훨씬 더 바쁘고 힘들어 보여요. 그래서 그런지 사랑을 시작하기도, 사랑을 유지하고 그 결실을 맺기도 어려운 시대가 아닌가 해요. 고생하고 있는 청춘들에게 힘내라는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 싶었어요.”
현실연애의 씁쓸한 모습이 잘 담긴 것 같아요.
“취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른스럽게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잖아요. 그런데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쉽지 않죠. 그런 결정 상황을 마주할 때 겪는 어려움 등을 현실적으로 담으려 노력했어요.”
제목이 ‘새콤달콤’인 이유가 무엇보다 궁금합니다. (웃음)
“시나리오 작업할 때 앞에 있는 간식 중 하나가 새콤달콤이었어요. 이게 처음에는 새콤하다가 달콤해지고 금방 그 맛이 사라지잖아요. 그래서 또 찾게 되는 마력의 카라멜인데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이런 정서를 갖고 있지 않나 싶었죠. 뜨거웠지만 어느샌가 식고, 또 새로운 사랑을 찾고, 이런 유사한 느낌 때문에 제목으로 정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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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은 일본영화 <이니시에이션 러브>(2015)를 리메이크한 작품. 원작은 막바지의 반전으로 뒤통수 제대로 치면서, 엔딩 직전에 빠른 속도로 되감기하듯 숨겨진 전모를 드러내며 그간의 사연과 사정을 끄덕끄덕 납득시킨다.
원작을 각색하면서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요?
“영화를 리메이크할 때, 원작을 의식하면서 각색하지는 않아요.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쓸 때나 각색할 때나 중요한 것은 내가 느낀 감정과 그 감정을 캐치해 이야기로 꾸리는 거죠.
원작은 반전이 큰 역할하는 작품이에요.
“사실 반전은 그리 신경쓰지 않았어요. 반전 부분은 어차피 공개(개봉)되면 금방 스포일러로 알려질 거로 생각했고요. 원작이 흥미로운 구조로 되어 있어 이를 차용했어요. 그 안에 내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내 식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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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새콤달콤>은 22일 현재 한국,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6월 넷플릭스 영화 1위에 오르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 공개는 처음인데, 소감은요.
“지금 아주 새로운 경험을 하는 중이에요. 우리 영화를 본 전 세계인들의 실시간 반응이 올라오는 걸 보면) 아주 새로워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내 이야기가 보여지고 공감받을 거라고 생각해 본적도 없는데, 이렇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억에 남는 반응(리뷰)을 꼽는다면요.
“내 옆에 있는 사람, 내가 선택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는 댓글이 있더라고요. <새콤달콤> 안에 우리 주변의 사랑 이야기를 그대로 담으려 했는데 그 점이 관객에게 전달된 것 같아요.”
극장 패싱에 아쉬움은 없으세요?
“아쉽다기보다는 미치도록 그립죠. 코미디 장르를 하는 감독이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특히 그리워요. 많은 분과 호흡할 수 있는 그 공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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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다은’(채수빈)은 3교대 근무로 낮과 밤이 바뀌는 근무환경에 고단하고, 대기업에 파견된 애인 ‘장혁’(장기용)은 인천-서울을 오가며 장거리 연애를 하느라 점차 지쳐간다. ‘장혁’과 같은 파견직인 ‘보영’(정수정), 동병상련 두 사람은 정규직 전환을 위해 밤샘 작업도 마다 않고 맡은 프로젝트에 총력을 기울인다. 녹록하지 않은 현실을 사는 그들에게 회사 ‘경비’(이경영)같이 때때로 응원을 보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비정규직의 현실을 수시로 상기시키는 ‘팀장’(박철민) 같은 이도 있다.
주인공들의 직업이나 일하는 분야를 간호사와 건축업으로 한 이유는요.
“조사해보니 대기업으로 파견근무 나가는 분야가 디자인, 설계 쪽이 많더군요. 그분들의 가장 큰 불만이 자신의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발표된다는 점이었어요. 자리잡기까지 억울한 일을 많이 겪는 직군이라 생각해 영화에 반영했어요. 또 간호사는 자체로도 격무지만, 그 중에도 3교대 근무 때문에 굉장히 힘들다고 해요.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니 연애도 힘들고요.”
이경영 배우가 신스틸러로 역할하는데요.
“선배님이 지닌 무게감이 있죠. 선배님이 나오면 좋은 영화라는 인식이 있고 많은 감독이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하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어요. 그간 무게감 있는 역을 해오셔서 맡아주실지 고민했는데 흔쾌히 허락하셨어요.”
“극 중 선배님이 ‘택시는 떠나면 잡을 수 있지만, 사랑은 잡을 수 없어’라는 말을 ‘장혁’에게 하는데요, 이 대사는 현장에서 만든 애드립이에요. 우리 영화 전체의 맥락을 관통하는 대사라고 생각해요. 가장 인상에 남고 좋아하는 대사예요.”
‘다은’의 간호사에 걸맞지 않은 행동이나 ‘보영’의 지저분한 행색, 또 팀장이 남발하는 영어는 한편으론 ‘과하다’는 인상이에요.
“영어는 코미디 장르라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의 하나로 사용했는데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은의 행동에 대한 이유는 나중에 밝혀지고요. 또 보영은… 여자들은 먹다 보면 머리가 (기니) 빠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나요?” (웃음)
옆에서 지켜본 젊은 배우들은 어땠나요.
“장기용 배우는 스펀지 같은 친구예요. 감정이나 느낌을 금방 캐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테이크 갈 때마다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요. 놀라운 순발력과 이해력을 지녔죠. 채수빈 배우는 한 신 한 신이 놀라웠어요. 감정과 표정의 묘사가 너무 섬세해서 매번 감탄했습니다. 천재적인 연기력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었죠.”(웃음)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는다면요.
“당연히 맨 마지막의 ‘장혁’의 표정이에요. 장기용 배우는 참 어떻게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었는지. 엔딩을 여러 버전으로 생각했고 실제로 촬영도 했는데요, 그 표정이 압도적이라 엔딩으로 삼을 수밖에요.”(웃음)
이계벽 감독은 제작보고회 당시 아내에 대한 사랑을 언급해서 장내 분위기를 훈훈하게 했던 적이 있다.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즉 유일한 사랑이라고. 연애를 단 한 번밖에 안 해봤다는 일편단심 사랑꾼이다.
연애는 어떤 맛이라고 생각하세요?
“한 번밖에 안 해서…. 연애의 맛은 한가지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매콤한 맛?”
유일한 사랑인 아내분의 <새콤달콤> 감상평이 궁금합니다. (웃음)
“단 한마디였어요. ‘다음 작품 할 수 있겠는데?’였죠. 이젠 반전문가이자 내게는 가장 냉정한 제작자이기도 해서요. 그 말을 듣고 가장 기분이 좋았어요. 이번 <새콤달콤> 공개 후에는 학부모들한테 술도 한잔 샀다고 하더라고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때는 술을 얻어먹었거든요. (위로주)”
매 작품 따뜻함이라는 정서를 공유하는데요, 코미디 외에 작업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요. 또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려요.
“꼭 따뜻하진 않더라도 인간미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사람과 공감하고 말이죠. 코미디 장르 외에도 기회만 온다면 <승리호> 같은 SF나 <곡성> 같은 무서운 영화도 가능합니다!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네요, 하하. 준비 중인 작품이 있는데 아직 밝히긴 힘들고요. 좀 더 구체화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최근 소소하게 즐거운 일이 있다면요.
“인스타그램을 전혀 안 하다가 해외에서 올라오는 반응이 많아 (보기 위해) 새로 시작했어요. 번역도 해주더라고요. 요즘 그것 보느라 다른 일을 못 하고 있어요.”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1년 6월 23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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