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김형주 감독의 <미션 파서블>이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주연으로서 부담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웃음) 하지만 부담만 가지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부담을 떨쳐내고 용기로 바꿔 자신 있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도움 하에 즐거운 부담감을 안고 작업에 임했고 그 과정에서 연기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작전 성공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중국 최정예 비밀요원 ‘유다희’로 변신했다. 역할이 역할이니 만큼 파워풀한 액션이 돋보이더라.
아무래도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 액션이었다. 촬영 당시 다른 드라마를 찍고 있어서 액션 스쿨에 자주 가지 못했는데 이전에 여러 역할을 통해 액션 경험을 쌓았던 게 도움이 됐던 거 같다.
<미션 파서블>의 경우엔 처음부터 액션 시퀀스를 정교하게 짜지 않고 그때 그때 상황과 지형에 맞는 액션을 현장에서 배워야 해서 어려움이 좀 있었다. 가뜩이나 액션 자체도 쉽지 않은데 거기에 표정 연기 같은 디테일을 고려하느라 여러모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작업이었다.
돈만 되면 무슨 일이든 해내는 흥신소 사장 ‘우수한’과의 케미가 돋보이더라. 김영광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김영광 배우가 딱 보기에도 멋있고 유쾌하지 않나. 그래서 그를 대입해서 시나리오를 읽으면 마치 웹툰을 보는 것처럼 술술 넘어갔다. 또 ‘우수한’이라는 캐릭터의 말투나 상황이 훨씬 더 잘 그려지더라. 그리고 (김)영광 오빠를 떠올리면 첫만남에서부터 내게 굉장히 편하게 대해줬던 게 기억에 남는다. 카메라가 있으나 없으나 장난기가 많고 다정해서 자연스럽게 극중 ‘다희’와 ‘수한’의 찰떡호흡으로 이어졌다.
언론시사회 당시 드레스와 하이힐을 걸치고 액션 연기를 하는 데 대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일단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기 전 시나리오에서부터 격정적인 액션이 많아서 저런 착장으로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고,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겁도 났다. 게다가 평소에 힐을 잘 안 신어서 불안했는데 여러모로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 의상에 제약이 있다보니 부상 위험이 있는 만큼 강도 높은 동작은 하지 않았고 구두는 굽을 자르거나 테이프로 굽을 고정시킨 적도 있다.
이런 노력들이 더해져 결과적으로 내가 (액션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게 나온 것 같다. (웃음) 특히 무술 감독님의 공이 컸다. 사전에 내가 전작에서 어떤 액션을 했는지 일일이 다 확인하고 액션을 할 때 어떤 태가 나오는지 연구해서 액션 합을 짜시더라.
의상 외에 다른 어려운 점은?
족발이나 페트병 등을 활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불안함이 있었다. 소품이라 안전하다고 해도 그런 단단한 물체로 상대방을 타격한다는 게 굉장히 무서웠고 상대가 다칠까 굉장히 겁이 났다. 제일 어려웠던 만큼 액션신에서의 만족도가 가장 컸다. 그리고 개인적인 고충으로는 나도 모르게 재밌는 애드립이나 오버 액션 나오려는 걸 자제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웃음) 또 영화에선 잠깐만 등장하지만 탱고를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아이돌 연습생 출신이라 춤은 좀 배웠는데도 탱고는 일반적인 안무와 다르더라.
방금 언급한 것처럼 걸그룹으로 데뷔를 준비하다 연기로 전향했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뮤지컬 무대에 서면서 연기와 노래를 같이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안됐다. 잘 안된 일에는 다 뜻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웃음) 요즘 걸그룹을 보면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걸 실감한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고 어쩌다보니 자연스럽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는데 배우도 아이돌 못지않게 어렵다는 걸 항상 깨닫는다. (웃음)
2014년 드라마 <서성 왕희지>로 데뷔해 지금까지 15편이 넘는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본인 연기를 어떻게 생각하나.
작품이 끝날 때마다 매번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서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연기자로서 어떻게 하면 더 연기를 잘할지, 더 멋지고 더 당당하게 보일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지만 정답은 없는 거 같다. (웃음) 다만 올해의 목표가 있다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배우로 거듭나는 것이다.
영화 <창궐>(2018)과 드라마 <마담 앙트완>, <스케치>, <38사기동대> 등 몸을 쓰는 역할을 자주 맡았다.
지금까지 장르물이나 범상치 않은 직업 혹은 사연을 가지고 있는 배역을 많이 했던 거 같다. 덩달아 액션 연기할 기회가 제법 많았는데, <미션 파서블>을 통해 다시 한번 액션의 매력을 깨닫게 됐다. 최근 넷플릭스 영화 <올드가드>를 재밌게 봤는데 정말 멋있고 보는 것만으로도 쾌감이 있더라. 그런 짜릿함을 느낄 때마다 점점 더 액션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한편으론 이제는 좀 더 평범한 캐릭터를 맡고 싶은 마음도 있다. 서정적이거나 사람 냄새가 나는 휴먼 드라마도 좋고, 망가지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 성격이라 코미디 연기도 더 뻔뻔하게 제대로 해보고 싶다. 내숭 없이 마구 망가지고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자신이 있다. (웃음)
예능 방송에 출연해 최근 슬럼프가 왔다고 밝힌 적 있는데.
데뷔 이래 쉬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면서 스트레스는 계속 받는데 그걸 해소하는 방법을 잘 몰랐던 거 같다. 원래 성격도 밝고 사람들과 만나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는데 <균>이 끝난 뒤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한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균>이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무거운 주제의 영화인데다 주요한 배역을 맡아서인지 부담이 크고 심적으로도 힘들었다. 연기 스타일도 좀 달라졌고.
구체적으로?
원래 캐릭터에 완전히 몰두해서 일상으로까지 이어지는 타입은 아니다. 어떤 배역을 맡으면 촬영하는 순간에만 몰입하고 카메라가 꺼지는 순간 나로 돌아온다. 그런데 <균>에서는 그게 잘 안 되더라. 캐릭터에 감정적으로 너무 깊게 이입한 나머지, 그게 현실에 여파를 주고 슬럼프로 발현된 거 같다.
그래서 슬럼프는 극복됐을까?
현재 열심히 이겨나가고 있고, 거의 극복한 거 같다. <균>에서 함께 작업한 김상경 선배님이 내가 ‘건강한 슬럼프’를 겪고 있다고 조언하신 게 사고전환의 계기가 됐다. 선배님은 이 시기가 내가 점점 더 작품에 빠져들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하셨다. 내가 배우로서 당연히 겪어 나가야 할 슬럼프라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점차 기운이 돌아오더라. (웃음)
또 당시의 경험을 발판삼아 지금은 스트레스를 푸는 나만의 방법을 찾았다. 주로 노래방을 가거나 공예를 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일하고 있는 이 순간!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행복하다.
사진제공_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