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괴물화된 혼종이 인류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운 좋게 살아남은 자들은 낡은 아파트에 모여 생존을 도모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이야기다. 주인공은 괴물화가 진행 중인 ‘차현수’(송강)지만, 이야기를 ‘다음 단계’로 끌고 나가는 핵심 인물 중 하나는 ‘서이경’(이시영)이다. 원작 웹툰에는 없던 새로운 캐릭터 ‘서이경’은 전체 인물 중 유일하게 <스위트홈>을 벗어나 바깥으로 향하고, 그로 인해 작품의 세계관은 한층 확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이다. 소방차를 몰며 근육괴물과 싸우고, 잔뜩 키운 맨몸을 드러내며 거미 괴물과 맞붙는 액션으로 스펙터클을 전담한 ‘서이경’은 극 말미, 괴물의 정체를 밝히려는 당국 군 조직으로 들어간다. 이제 <스위트홈>은, 그곳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는 어디로 향할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더하며 궁금증을 한층 끌어올리는, ‘서이경’역의 이시영과 나눈 대화를 전한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네마틱 드라마 <SF8> ‘블링크’편에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에 출연했다. 극장 영화, TV 드라마가 아닌 새로운 플랫폼과 연이어 작업한 소감은.
너무 감사하다. 이런 기회가 나에게 왔다는 게. <SF8> ‘블링크’편을 연출한 한가람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었다. 굉장히 섬세하신 편인데 나로서는 여자 감독님과 함께하는 작업이라는 점도 재미있었다. <스위트홈>의 이응복 감독님은 정말 열정적이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에게도 자주 의견을 물으셨는데 잘했다, 못했다는 표현보다는 “네가 맞다고 느끼면 맞는 것”이라고 하셨다. 많이 배운 기회였다. 앞으로도 신선한 플랫폼에서 새로운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전 세계 190개국으로 동시 공개되는 만큼 <스위트홈>을 향한 해외 시청자의 반응도 즉시 알 수 있을 텐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처음이라 190여개국에서 ‘온에어’된 것도 처음이다. SNS를 통해서 정말 많은 의견을 남겨주고 응원도 해 주시더라.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다. 직접 멘션을 찾아보고 해석도 해보는 행복감이 있는 것 같다.
<스위트홈>은 이유를 알 수 없이 괴물로 변화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은 아파트 주민들이 생존을 도모하는 이야기다. 당신이 맡은 역할 ‘서이경’은 전직 특수부대원이자 현직 소방관인데, 원작 웹툰에는 없었던, 창조된 캐릭터다.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인 만큼 감독님, 작가님이 설명하는 인물의 전사를 재미있게 참고했다. 덕분에 자유롭게 파생될 수 있는 대화가 많았던 것 같다. ‘서이경’이 이 시리즈에 왜 필요한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서이경’은 <스위트홈>의 바깥으로 나가는 유일한 인물이고, 그래서 <스위트홈>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계기를 만든다. 그로 인해 흘러가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기대만큼 액션 시퀀스도 눈에 띄었다. 평소보다 몸을 더 키웠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화, 드라마에서 액션을 여러 차례 보여드렸지만 노출이 있는 신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 신에 대한 콘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이 없지는 않았다. 내 몸의 어떤 부분이 보일지 모르는 입장이라 더 벌크업에 집중했던 것 같다. 직업도 전직 특전사 출신 소방관인 만큼 어디 한 군데 놓치는 곳 없이 몸을 잘 만들어놓아야 했다.
거미줄에 엉켜 거꾸로 매달려있는 신, 소방차를 몰며 근육괴물과 싸우는 신 등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다. 다른 액션 작품에서 경험하지 못한 인상적이었던 지점이 있다면.
기존의 그린스크린은 나도 많이 경험해봤다. 그런데 CG화면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술은 처음 접했다. 소방차를 직접 운전하면서 근육괴물과 싸우는 신이었는데, 외국 배우의 온몸에 그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장치를 붙였다. 준비 시간이 좀 걸렸지만 다 하고 나서 카메라를 보니 외국 배우의 움직임에 따라 근육괴물이 나타나더라.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소방차와 그걸 운전하는 나만 실제로 존재하고 괴물은 (후반 작업을 통해) CG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모니터 내에서 괴물의 모습이 바로바로 보였다.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기술이라고 들었는데 나도, 감독님도, 현장 스태프도 모두 처음 겪어보는 촬영이라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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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잃은 채 괴물과 싸우던 ‘서이경’은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데.
‘서이경’은 사랑했던 사람을 잃음으로써 세상의 종말조차 크게 와 닿지 않을 정도로 슬픈 인물이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절박했던 사람이다. 그런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아기가 생기는데, 그게 전환점이 된다. 아기를 지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와 집착이 생기는 것이다. ‘여전사’같은 느낌을 주거나 ‘주체적인 여성캐릭터’를 강조하기보다는, 재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그런 상황에서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르신이든, 어린아이든, 여성이든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태아괴물의 등장 이후, 인간의 괴물화는 살아생전의 강렬한 욕망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만약 당신이 그런 상황에 놓여있다면 어떤 욕망이 극대화될 것 같은가.
나도 많이 생각해봤는데… 정말 솔직하게 말하는 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웃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재미있게 이야기해 보자면 평소에 음식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무언가가 발현되지 않을까 싶다. 운동하는 캐릭터를 많이 맡다 보니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식단을 조절해야 하는데, 극단적으로 임해야 할 때는 한 두 번씩 큰 고비가 오더라. 특히 물을 못 마실 때. <스위트홈>은 6개월 정도 몸을 만들 시간이 있었는데 촬영 1~2주 전까지는 많이, 자주 먹는 게 힘들었고 촬영 직전에는 극단적으로 탄수화물을 빼내느라 못 먹어서 힘들었다. 그런 게 기억에 남아있다.(웃음)
극 중에는 예상과 달리 사람을 해치지 않는 괴물도 등장한다.
태아괴물이 그렇다. 어찌 보면 괴물이 인간보다 더 나은 측면도 있고, 인간이 괴물보다 더한 측면도 있다. 결국 <스위트홈>은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작품인 것 같다.
‘서이경’의 남편과 관련된 실마리가 <스위트홈> 시즌2 전개에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남편의 블로그에 쓰여 있던 ‘크루크루’와 관련된 이야기가 무척 궁금한데.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전해 들었지만(웃음) <스위트홈> 시즌2가 제작된다면 그때 그에 관한 굉장히 자세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 편에서 ‘서이경’은 남편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군으로 들어간다. 만약 남편이 살아 있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개인적으로도 궁금한 게 많다. ‘서이경’의 뱃속에 있던 아이는 어떻게 됐을지, 괴물화가 됐을지 아니면 인간일지, 만약 괴물화가 됐다는 걸 알았다면 그 아이를 낳는 게 맞을지, 또 그게 내 의지와는 상관있는 일일지 같은 것들이 정말 알고 싶다. 시즌2가 진행될지 아닐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만약 촬영을 하게 된다면 아마 그런 점에 가장 집중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 작품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한 건 없다.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스스로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렇게 해야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다. ‘액션’이라는 캐릭터를 얻은 것도 내게는 행운이다. 예전에는 좀 고민스럽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작품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감사한 마음이다. 그런 마음으로 뭔가를 준비하다 보면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은.
등산을 좋아하게 됐다. 솔직히 첫 등산 시작은 <스위트홈> 때문이다. 러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살이 잘 안 빠져서 어쩔 수 없이 산을 뛰게 됐는데, 나중에는 산에서 보내는 시간이 좋아지더라. 의도한 시작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게 ‘힐링’이다.
사진 제공_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