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Q1. 제작발표회에서 눈물을 보여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만큼 캐릭터와 영화에 몰입했다는 얘긴데 ‘영석’(남주혁)의 어떤 감정에 깊이 공감했나. 또 극 중 영석이 ‘조제’(한지민) 외에 다른 여성과 사귐 혹은 썸을 타기도 하는 등 비호감으로 비칠 여지도 있는데 그를 표현하면서 신경 쓴 지점은.
영석에 가장 공감한 부분은 그가 아주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감정을 지닌 인물이라는 거였다. 조제와 영석이 특별한 경우일 수 있겠으나, 누구나 처음 만나 사랑을 하면서 자신들의 사랑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래서 그의 생각이나 감정이 일반적으로 느껴졌고, 말과 행동에 공감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영석은 선한 사람이라고 파악했다. 아주 평범하게 주어진 시간을 사는 친구다. 졸업을 앞둔 취준생으로 불확실한 미래와 취업을 고민하는, 인생에 있어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누군가 손을 내밀면 덥석 잡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본심은 매우 선한 인물이다. 선한 마음을 베이스로 평범하게 보이는 데 중점을 뒀다. 가벼운 예를 들자면, 보통의 대학생 즉 평범한 20대라면 보통 메이크업을 안 하지 않나. 그래서 외적인 면에서 어떤 터치도 하지 않았다. 말투나 행동엔 특별히 신경 쓰지는 않았고 대사를 읽고 느껴지는 그대로 표현했다. 대학가에 사는 청년 느낌을 내고 싶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다.(웃음)
Q2. 최근 보기 드문 정통 멜로 영화다. 멜로 영화를 경험해 보니 어떤가. 매력적인 지점을 짚는다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감정에 집중한 이야기다 보니 좀 더 깊이 감정을 나누는 게 가능한 것 같다. 대사와 눈빛, 행동 하나하나가 한층 깊고 섬세하게 다뤄진다. 멜로 장르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Q3. 영석이 조제의 어떤 면에 끌렸다고 생각하나. 또 가볍게 묻자면, 본인이라면 어땠을까. (웃음)
영석에게 조제는 매우 신선한 인물이다. 그의 세계에 호기심이 컸고,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을 지켜보고 또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제’라는 친구에 대해 점점 알게 된다. 그간 자신이 교류해온 사람들과 크게 다른 데서 영감을 많이 받았을 것이고, 또 조제를 만나면서 사랑에 대한 책임감과 존중감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또 내가 영석이라면…언뜻 드는 생각으론 주변에서 만나기 드문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에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길게 친분을 이어 나갈 것 같다.
|
몇 년 전에 원작을 봤지만, 영화가 결정된 후 다시 찾아보지는 않았다. 원작과 달리 <조제>는 조제와 영석이 이별하는 순간보다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는 과정을 좀 더 섬세히 그린다. 이별하는 장면 혹은 그 과정을 생략한 것은 관객이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고 해석하도록 열어 둔 것이라 생각한다.
Q5. 말했듯이 조제와 영석이 헤어지는 이유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인물의 심정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또 대사와 설명이 많이 절제된 영화라 감정을 표현하는 데 힘들었을 것 같더라.
영석은 면접을 여러 번 보지만, 취업하지 못하는 데다 곧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게 된다. 사랑만으로는 현실을 살 수 없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불안정한 상황이 심화될수록 ‘조제’를 온전히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고 그에 따른 두려움도 커졌을 거다. 그러면서도 먼저 이별을 고하지 못하다가 조제가 먼저 말하자 ‘왜 그런 이야기를 하냐’고 회피한다. 그 순간에도 자신의 속내를 시원하게 꺼내 놓지 못한다. 답답하고 한편으로는 비겁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영석의 태도가 이해됐다. 연기하면서 그의 감정에 이해하기 어렵거나 납득하기 힘든 부분은 없었다.
생각처럼 힘들지는 않았다. 지민 선배를 비롯해 함께한 배우들께 정말 감사한 게 상대가 감정을 100% 끌어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하고 차분히 기다려 주셨다. 덕분에 온전히 극 중 인물이 돼 그가 느끼는 감정에 몸을 맡길 수 있었다. 여럿의 힘이 모여 캐릭터를 차츰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어 즐겁게 촬영했다.
Q6. 드라마 <눈이 부시게> 이후 한지민 배우와 다시 호흡 맞췄다. 배우로, 상대역으로, 선배로 어떻든가. 칭찬 타임! (웃음)
<눈이 부시게>에서 호흡 맞춘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참 감사하다. 이번 <조제>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다 보니 (선배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 한마디로 그는 닮고 싶은 선배다. 자신이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도 상대 배우를 위해 100% 이상의 연기를 해준다. 모든 힘을 쏟아부어 상대를 위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후배를 위해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적으로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간직한 사람이다. 현장에서 여러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에너지를 나눠준다. 배우로도 선배로도 버릴 게 하나 없는 멋진 분이다.
Q7. 나만의 컷을 꼽는다면. 특히 좋아하거나 기억에 남는, 혹은 화면에 비춰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있으면 풀어놔 달라. (웃음)
5년 후 영석이 차 안에서 조제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화면상 드러나지는 않으나 영석이 느끼는 각기 다른 감정에 따라 여섯 테이크로 촬영했다.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영석은 조제와의 추억이 여전히 애틋하다. 울고 싶지만, 현재의 연인에게 미안해 차마 눈물을 흘리지는 못한다.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창밖을 응시하며 혼자 감정을 삭이는데 그런 심정을 표현하려 여러 버전으로 찍었었다.
세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공개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매체에 따른 반응의 차별성은 사실 실감되지 않는다. 현장 역시 마찬가지다. 작품마다 다른 스탭들과 작업하다 보니 시스템적인 차이라기보다 사람에 따른 차이가 더 큰 것 같다.아무래도 사람과의 관계 속에 작업하는 것이다 보니 더 그렇다.
Q9. 요 몇 년 쉴 틈 없이 달려왔다. 번아웃 혹은 지친 순간 재충전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또 앞으로 확장하고픈 연기적인 부분이나 캐릭터가 있다면
힘들고 지친 순간은 있었지만 번아웃은 없었다. 작품 하나가 끝나면 긴장감이 풀리고 피곤함이 몰려오나 번아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재충전은 조금 쉬다 보면 금방 회복되곤 한다. 푹 자고, 맛있는 것 먹고 또 그 순간을 즐기다 보면 다시 돌아와 있더라.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과 맡은 캐릭터 모두 훌륭한 작품이고 좋은 역할이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기에 어느 한 부분을 확장 혹은 성장하기보다 나 자신 자체를 확장하고 싶다. 일적으로도 평범한 한 남자 ‘남주혁’으로도 그렇다. 못해본 장르와 역할이 너무 많아 기회가 된다면 다 해보고 싶은 바람이다.
Q10.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배우(연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요즘 소소하게 행복한 일은.
지금 이 상태, <조제>를 홍보하고 인터뷰하는 이 순간이 편하고 소소하게 행복하다.
학창 시절 농구선수를 꿈꾸다 모델을, 또 어떻게 하다 배우를 하게 됐다.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은 다양한 감정과 사연을 지닌 인물을 만들고 연기한다는 점이다. 직접 살아보지 않은 삶을 간접적이나마 접근하고 고민할 수 있어 좋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라 너무 행복하다. 때때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그 역시 작업하는 데서 비롯하는 것이기에 행복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사진제공_워너브라더스 코리아㈜
2020년 12월 15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