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오케이 마담>이 관객의 호응이 중요한 영화라 더 긴장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재미있다는 평이 많네요.(웃음) 사실 촬영할 때 우리끼리 아주 재밌어서 ‘우리만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했었거든요. 그러니 애착도 커지고 또 오랜만에 하는 작품이라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죠”
영화가 작년 5월 촬영 종료한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 국면이라고 해도 개봉이 상당히 지체된 셈이다. 주연배우로서 당연히 조바심이 났을 터.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이나 구정 시즌을 예정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늦춰졌죠. 사실 영화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해서 몰래 가서 봤는데, (촬영 당사자로서) 요소요소 다 보이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오케이 마담>은 서로 끔찍이 챙기는 ‘미영’(엄정화)과 ‘석환’(박성웅) 부부가 딸과 함께 생애 첫 해외여행으로 하와이 행 비행기에 탑승하나 그만 비행기가 납치되고 만다는 설정의 코미디. 동네 꽈배기 맛집 사장 ‘미영’이 납치범을 소탕하고 가족과 비행기를 구하는 액션물이다. 몸 액션 담당 엄정화, 구강&손가락 액션 담당 박성웅의 케미가 돋보인다.
“성웅씨가 ‘누나, 나에게 다 맡겨’ 이러면서 편하게만 하라고 하는 거예요. 뿐만 아니라 이상윤, 배정남, 이선빈까지 모두 똘똘 뭉쳐 선배를 챙겨주는 느낌이었어요. 또 장르 특성상 애드립을 자유롭게 넣다 뺏다 할 수 있어, 대사 중 즉흥으로 이뤄진 게 많았어요.” 좀 황당한 애드립도 있었고, 박성웅이 썰렁 개그를 좋아한다며 그의 ‘바밤바’ 시리즈를 소개해 큰 웃음 선사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익숙한 얼굴에 놀랍고 반갑다. 그만큼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카메오로 등장해 의외의 웃음을 선사하며 코믹 무드를 한껏 끌어 올린다.
“고백하자면, 누구누구 데려올 수 있다고 우리끼리 카메오 섭외에 욕심냈다니까요! 심지어 다 섭외해서 엔딩에 모두 등장하게 하자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긴장남’을 **씨가 해줘서 그런 욕구가 한 방에 충족됐죠” 일명 긴장남이란 비행하는 동안 계속 잠만 자는 인물, 배우들이 모두 환호했다는 그의 정체는 영화를 볼 관객을 위해 비밀에 부친다.
반전 있는 서사와 캐릭터, 카메오 모두 그 역할 톡톡히 해내지만, <오케이 마담>의 정수는 몸 사리지 않은 엄정화의 액션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선도적인 퍼포먼스로 무대를 꽉 채우곤 했던, 몸 쓰는 것에 능숙한 그이지만 액션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돌려차기가 제일 어려웠어요. 미리 합을 맞췄지만, 긴장한 데다 부상 걱정도 돼 첫 촬영에서 눈물 찔끔한 것은 비밀! 영화 제작이 확정되기도 전부터 연습을 시작한 건 액션이 몸에 밴 느낌을 주고 싶어서예요. 대놓고 액션한다가 아니라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거든요. 매일 하고 싶었지만, 액션스쿨 측도 일정이 있으니 일주일에 세 번 배우러 다녔죠”
연습하며 흘린 땀과 첫 촬영에서 찔끔한 눈물까지 (과장 좀 보태) ‘피, 땀, 눈물’로 빚어낸 <오케이 마담>, 엄정화가 가장 좋아하는 신은 무얼까.
“뻔한 대답일지 몰라도 노력의 결과물이라 다 좋아해요. 총 잡아 빼는 신은 다칠까 봐 걱정했고, 밧줄로 꽈배기 꼬는 신은 잘 안돼서 특히 기억에 남아요.” 연습한 게 액션뿐일까. 영화 시작부터 꽈배기를 맛깔스럽게 만들어 내 군침을 자극한다. 반죽을 자르고, 늘리고, 도르~륵 꼬아 꽈배기 모양 잡은 후 깨끗한 기름에 튀기면 완성이다. 영화 본 후 어쩌면 꽈배기 사 들고 귀가할지도. “당연히 직접 한 거죠! 반죽까지는 못했지만, 컷팅부터 튀기는 것까지는 모두 제 솜씨예요. 다만 물수건을 꼬는 장면은 이게 두꺼워서 그런지 안 꼬이더라고요. 살짝 스태프의 도움을 받았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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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퀸>(2012), <미쓰 와이프>(2015) 등과 이번 <오케이 마담>까지 엄정화는 열심히 사는 평범한 이웃의 얼굴을 억척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럽게 보여왔다. 세월을 넘어 여전히 귀여운 그의 비결이 무엇인지 물으니… “정말로요?”라고 반문하며 “미영이 나보다 어리고 남편한테 사랑을 듬뿍 받는 아내라, 그렇게 사랑받다 보면 (알게 모르게)생기는 자신감과 애교가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보는 입장에서 과하거나 오바한다고 느끼지 않도록 신경 썼죠. 초반엔 찍을 때마다 감독님께 적당하냐고 물어봤고, 감독님이 어떻게 해도 OK 해주니 어느 순간부터는 확인 없이 편하게 갔어요.”
연출을 맡은 이철하 감독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지니고 있는 편견을 내려놓는 데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하고, (있다면) 깨고 싶어요. 고정된 이미지에 갇히는 것이 싫어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몸 사리지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 내게도 선입견이 있더라고요. 사실 상대역에 박성웅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 좀 무섭고 막연히 어렵지 않을지 생각했거든요.(웃음) 근데 막상 만나니 정말 아이 같은 천진함을 지닌 어른이에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아주 순수하게 좋아하고 그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요.”
코믹이면 코믹 스릴러면 스릴러, 이번 액션까지 장르 구분 없이 섭렵해온 그의 작품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욕심이 많은 건지 다하고 싶네요. 그런데 시나리오 읽었을 때 유독 도전하고 싶은 게 있어요. 힘들 것 같으면 사실 더 끌려요. 힘든 만큼 성취감이 큰 것을 아니까요. 이번에는 제목부터 ‘내 건데?’ 이런 느낌이었죠. 앞으론 지금까지 걸크러시 롤이 없었던 것 같으니 한번 해보면 좋을 것 같고, 또 여성의 우정이나 인생을 진지하게 다룬 드라마나 여러 배우가 등장하는 범죄오락물도 해보고 싶어요”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엄정화는 MBC 합창단으로 활동하다 1993년 유하 감독의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로 데뷔했다. 이후 연기로, 가수로 트렌드를 주도해왔다. 지금도 레트로 열풍과 함께 그의 히트곡을 커버하는 후배들이 많고, 인터넷에선 그가 노래하는 동영상 클립이 인기다. 오랫동안 스타로 산다는 것, 대중에 받은 환호가 큰 만큼 어깨도 무거웠을 것이다. 지금, 한결같은 그 모습은 내·외적으로 혹독하게 자신을 연마하고 단단하게 다져온 치열한 시간의 방증일 것이다.
“솔직히 다시 태어나도 지금 같이 연기도 노래도 하고 싶어요. 기다리고 연습하고 이런 시간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재미있거든요. 다만 좀 더 어릴 때부터 전문적으로 훈련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정식으로 배운 게 아니라 작품 하나하나 직접 부딪쳐야 했어요. 그 인물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더 몰아붙이기도 했죠. 그럴 때 연기 수업에 대해 아쉬움이 살짝 들더군요.”
인터뷰 당일 엄정화는 아주 특별한 친구와 동행했다. 바로 아직 채 한 살이 안 된 진돗개 ‘슈퍼’다. 진돗개라고 강아지 유치원에서도 안 받아주고, 대신 돌봐 줄 사람이 없어 혼자 두기 싫은 마음에 동행한다며 양해를 구한다. <미쓰 와이프> 이후 서서히 슬로우 라이프를 즐기게 됐고 서핑을 시작하면서부터 확실하게 현재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는 엄정화, 최근엔 슈퍼 덕분에 더 그렇단다. 슈퍼의 모습을 찍다 보니 영상 촬영에 취미가 생겼다는데 언젠가 공개할지도 모르겠단다.
“공인으로서 산다는 것은 어느 정도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죠. 마음을 편하게 갖는다곤 하지만 100% 내려놓을 수는 없어요. 이전에는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정말 못 견뎠는데 서핑을 배운 후 달라졌어요. 바다에 떠 있으면서 인생과 일에 대해 생각하는데 어느 순간 천천히 그 시간을 즐기게 되더군요. 기다린다는 게 지치는 일이기도 하지만, 채워가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하루하루를 즐기게 됐어요. 개봉에 앞서 영화가 재미있다는 반응에 행복한 요즘이에요”
2020년 8월 13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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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