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영역 동물로 알려진 고양이와 함께 여행을 간다고? 그것도 한두 마리도 아닌 열두 마리! <오늘도 위위>는 ‘썬엄마’와 함께 ‘썬하우스’에 사는 열두 냥이의 즐거운 소풍기를 동화처럼 그린 감성적인 동물드라마. 배우 선우선이 자신이 키우는 ‘건강이’를 비롯한 고양이들과 동반 출연해 ‘썬엄마’로 짧지만, 추억에 남을 여행을 떠났다.

영화의 시작은 2016년으로 거슬러 간다. TV를 통해 ‘건강이’와 집사 선우선의 모습이 방송을 탄 직후 탄생한 프로젝트이건만 완성까지는 무려 3년이나 걸렸다. 서사가 있는 픽션이지만, 최대한 고양이 울음소리와 표정과 행동에 근접해 상황과 대사를 다듬어 나간 까닭이다. 그렇게 목소리,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하나하나 꼼꼼하게 짚어 열두 냥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단단하고 견고하게 완성했다.

인기 TV 프로 ‘동물농장’에서 반려묘 ‘건강이’을 비롯한 고양이들과의 생활이 방송된 후 크게 화제가 됐었다. 영화 제안을 받고 여러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방송을 통해 이슈가 됐었고 애묘인이 이전보다 많이 증가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처음 제안받고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집사들이 겁이 많아 생리적 현상 해결 등을 비롯해 키우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떠난다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없다. 방광, 신장 등 건강상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데 박 감독님이 지속해서 설득하셨고 꾸준히 방문해 챙겨주니 아이들 역시 잘 따르더라. 그렇게 설득당했다.

그렇지 않아도 처음 든 생각이 영역 동물인 고양이가 여행을 간다는 게 놀라웠고, 결정하는 데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았다. 영화를 보니 동반 출연한 이유를 알겠더라.
시나리오를 보고 아이들에게 아름답고 남다른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또 영화를 통해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애묘인 역시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영화를 보며 픽션과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극영화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극 중 등장한 ‘남집사’가 실제 매니저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
실명으로 우리 아이들과 출연했지만, 그 외에는 픽션이다. 시나리오에 따라 극 중 ‘썬엄마’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거다. 물론 나와 아이들의 사연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썼고 반영했지만, 극 중 표현된 아이들 모습 역시 실제와 똑같진 않다. 캐릭터를 부여했다고 보면 된다. 다만 어느 때보다 역할에 공감했기에 풍성한 감정이 진정성 있게 전달되지 않았을까 한다. 남집사 역시 캐릭터 중 한 명이었다.

열두 냥과 떠난 소풍 혹은 여행이 영화의 주요 테마인데, 실제 촬영지는. 또 제작 기간은.
강원도 양양 근처로 영화 속 등장한 펜션 주인이 실제 주인이셨다. 아주 편하고 세상 자유로운 분으로 우릴 넉넉하게 맞아 주셨었다. 떠나기 전 낯선 곳에서 혹시 아이들이 적응 못 하거나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어 케어 관련 사항을 요청 드렸고 감독님이 다행히 세심하게 준비해 주셨다. 실제 여행 가 촬영한 기간은 3일 정도인데 이후 사이사이 추가 촬영하고, 후시 녹음 하는 등 완성까지는 3년이 걸렸다. 촬영하면서 ‘건강이’가 열다섯 살 되면 개봉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하곤 했는데 정말 현실이 됐다.

그렇게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줄 몰랐다. 과정을 좀 더 상세히 들려준다면. 또 포근하고 감성적인 일러스트가 더해져 마치 한편의 동화 같은 느낌이다.
촬영 후 박 감독님이 애니메이션과 일러스트 등을 보강해 좀더 단단하고 견고해졌다. ‘행운이’ 목소리를 연기한 심형탁 배우를 비롯해 성우 목소리도 여러 번 테스트를 거쳤다. 아이들이 저마다 울음소리가 다르고 또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 처음엔 관객이 냥이의 소리를 듣고 각자 나름대로 해석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냥이들이 직접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고양이들의 속마음 등을 대사로 표현한 이유인가 보다.
맞다. 상황과 대사를 고양이 울음소리와 표정에 맞추기 위해 계속 대화했고, 그 결과 그들의 표정과 소리가 의미하는 바와 매우 근접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작업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빨리 끝내고 싶은 순간도 있었는데 그런 수고를 들였기에 충실하게 잘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 가령 배고파서 우는 아이에게 기분이 좋다든지 하는 대사를 줄 수 없는 것 아닌가! 모 영화에서 철장 안에 갇혀 두려움에 떨며 방어하는 고양이를 보고 사탄 같아 보인다고 욕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속상하더라.

<오늘도 위위> 스틸컷

<오늘도 위위> 스틸컷

만족한 부분과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또 당신도 냥이들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언제나 있다. 배우들이 보통 폭풍 다이어트와 함께 작품에 들어가는데 당시 아예 내려놓고 촬영해 아주 후덕하게 나왔더라. 그래도 아이들이 아주 예쁘고 사랑스럽게 나와 기쁘다. (웃음) ‘건강이’는 TV 방송한 후 더 활달해지고 어른스러워졌고 동생들도 많이 챙겨준다. 산책냥으로 불릴 정도로 사람들과 친밀도 높은 페르시아 묘종인 ‘행운이’는 ‘건강이’를 따라해 요즘 아주 시크해졌다. (웃음) 개인적으론 그동안 결혼한 것이 아무래도 큰 변화겠지!

냥이들을 위해 특별한 파티를 해주고, 전용 팬케이크를 만들어 주는 등 일각에선 오버라는 시선도 분명 있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지극히 사랑하는 행동을 통해 고양이 나아가 반려동물을 향한 의식을 제고한다고 생각한다. 또 초보 집사를 위한 목욕과 음식 등 유용한 팁을 전달하는 동시에 유기와 학대 등 그릇된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기껏 강아지 혹은 고양인데.. 이런 이야기가 흔치 않게 들리는 게 현실이라 대놓고 이야기하면 거부감이 컸을 수 있다. 사회에서 고양이가 복수와 해코지의 아이콘처럼 취급되는 등 안 좋은 인식이 예로부터 팽배했었고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육과 관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소통하고자 귀 기울이면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말했다시피) 다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거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깊이 공감한다. 어느 순간 사람 같거든! (웃음)
그렇지? 고양이를 흔히 2세 아이 정도의 모습이라고 하는데 자세히 보면 그보다 더 자기 표현을 하는 편이다. 뭐가 하고 싶은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보면 행동으로 가리킨다. ‘건강이’의 경우 원하는 것을 해줄 때까지 우는데 각기 자기만의 표현법이 있다. 그들이라고 왜 의식과 생각이 없겠나. 아마도 사람들이 이 점을 인식한다면 쉽게 장난치고 해코지하고 유기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를 통해 그 점을 확실히 하고 싶었다. 혼내기보다 이해할 때까지 계속 설명하고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훈육한 아이가 커서 이해력과 설득력이 매우 뛰어난 것을 주변에서 목격한 경험이 있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참고 내려놓으면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웃음)

여행지에서 사용한 고양이 이동 수단인 리어카를 손수 디자인하고 만들었다. 꾸준히 목공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원하는 것을 뚝딱뚝딱 만드는 데 부럽더라.
여행 간다고 생각하니 아이들이 숨기도 하고 밖을 구경할 수도 있으면서 뛰쳐나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탈 것이 필요하겠더라. 아이들을 다 태우되 너무 크지 않은 것을 구상하다 미술 감독님과 상의해 지금 같은 모양으로 완성했다. 목공은 예전만큼 자주 못 한다. 요즘엔, 특히 결혼한 이후엔 집에서 사용할 간단한 소품을 필요할 때 만들곤 한다. 확실히 목공이나 가죽 공예가 집중력 향상에 도움 된다.

엔딩 크레딧을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의 인터뷰로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집사 ‘선우선’으로서 한마디 한다면.
예전에 반려묘 잡지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인 것 같다고 말이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사랑을 주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항상 옆에서 식사와 청소 등 이것저것 챙겨주신 엄마가 얼마나 감사하고 대단한 존재인지 결혼한 후 새삼 깨달았다. 반려동물에게 있어 그 주인은 엄마와 같은 존재다. 열두 냥이와 함께한 최초의 영화일 것이니 즐기시면 좋겠다. 영화 보고 잠시나마 힐링하고 치유하고 아이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지난 7월에 결혼했다. 늦었지만 축하드린다. 결혼 후 변화가 있다면. 여전히 열두 냥이들과 함께하는 중인가.
음.. 냥이들의 복잡한 가족사 덕분에 현재는 열 냥이들과 살고 있다. 결혼하고 가장 달라진 점은 게으를 수가 없다는 거다! 혼자 살 때보다 좀 더 상대를 배려해야 하니 말이다. 다행히 신랑이 깔끔한 성격이라 도움이 많이 된다. 또 몸을 많이 쓰는 직업이라 따로 챙겨 할 부분이 있다. 좋은 건 든든하고 의지가 된다는 거다.

든든한 남편 자랑 좀 해달라! (웃음)
그는 타고난 ‘밝음이’다. 운동(체조)선수 출신이라 고집이 센 편인데 아니다 싶으면 바로 고칠 정도로 자존감이 높다. 또 모든 게 다 빨라 일사천리 후다닥 처리하는 성향이다. 어느 정도 딥한 면이 있는 내게 밝음을 보충해준다고 할까. 참 결혼 잘했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 그의 장점을 닮으려 노력한다.

그간 활동이 뜸해서 이번 <오늘도 위위>를 반길 팬이 많을 것 같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당연히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은데 그것도 다 인연이 필요하더라. 최근 방영한 <호텔 델루나> 같은 판타지 드라마나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속 1인 2역 캐릭터가 매력 있더라. 악마나 신 혹은 천사 같은 비틀린 캐릭터를 깊은 감성으로 해보고 싶다.

마지막 질문! 차기작 계획과 최근 관심사는.
관심사는 일과 사랑이다. 차기작은 지금 검토 중인 게 있는데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배우들은 영화와 영화 사이 휴식기가 있는데 무술 감독인 남편에겐 그런 쉼의 개념이 없다. 촬영과 촬영의 연속이라 바빠 함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항시 즐겁고 따뜻하게 딥한 것을 즐기는 나를 밝게 방해해준다.(웃음)


2019년 10월 14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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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광희 실장(Ultra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