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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기심 많은 하고재비” <0.0MHz> 정은지
2019년 6월 12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복고 드라마 열풍을 선도했던 걸그룹 출신 배우 정은지. 벌써 7년 전의 일이다. 그후 솔로 자작곡을 꾸준히 선보이며 음악성을 인정받는 가운데 연기자로서 역시 안정적으로 필모를 쌓아가던 정은지가 드디어 공포 영화 <0.0MHz>로 스크린에 출사표를 던졌다. 귀신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희’로 분한 그는 그간 보여줬던 씩씩하고 활달한 모습과 다른 과묵한 연기를 펼친다. 걸그룹 특유의 예쁜 웃음이 아니라 맘껏 무서운 표정을 지을 수 있어 좋았다는 정은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도 호기심도 많다며 ‘하고재비’를 자청한다.

스크린 첫 도전인데 공포물이다. 어떤 점에 끌렸나.
그동안은 씩씩하고 캔디같이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이었는데 이번엔 과묵한 캐릭터라 좋았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다 공포 영화는 마니아층이 있으니 도전해보고자 했다.

실제 공포 연기를 한 소감은.
걸그룹 출신 아이돌로 주로 예쁘고 귀여운 표정을 지었었는데 이번엔 눈 뒤집고 쏘아보고 째려보는 등 무서운 표정을 하니 나름 쾌감이 있더라. 나중에 감독님께서 좀 덜어낼 정도였다. 평소 친구들에게 무서운 이야기해줄 때 흉내 내지 말고 그냥 이야기만 하라고 말릴 정도로 정말 무섭게 잘하는 편이긴 하다.(웃음)

평소 공포 장르를 즐기나 보다.(웃음)
비교적 잘 보는 편이다. 그런데 잔인한 건 잘 못 본다. 그런 걸 보면 마치 내 몸이 아픈 느낌이다. 또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 같은 초자연적이고 심리적 공포는 별로고, <곤지암>(2017) 같은 한국적 공포를 좋아한다.

귀신 보는 능력을 지닌 ‘소희’(정은지)를 연기했는데 과묵함을 너머 초반에는 거의 대사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빛과 분위기로 승부한다!
그게 더 매력적이었다. 사실 내 평소 모습대로 하자면 ‘윤정’(최윤영) 캐릭터를 맡아야 했다. ‘소희’라 좋았다.

장작 작가의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워낙 유명한 작품인데 원작을 봤나. 또 영화 속 ‘소희’(정은지)와 원작과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
원작도 영화와 같은 모습인데 다만 앞머리가 좀 더 길다. ‘소희’의 외양은 웹툰 속 모습을 그대로 따랐기에 그 점에 대해선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웹툰 연재 당시 재미있게 봤었는데 내가 연기한다는 게 신기했다. 당시 웹툰 보고 친구와 너무 무섭다고 수다 떨고 밤잠 설치고 했었거든. 이번에 영화 촬영을 위해 다시 찾아보니 감회가 새롭고 새삼 ‘소희’캐릭터가 눈에 들어와 표정과 생각을 가늠해 보곤 했었다.

원작의 팬으로서 원작에서 꼭 살렸으면 했던 장면을 꼽는다면.
웹툰에서 보면 폐가에 도착 후 ‘소희’가 제일 먼저 귀신의 존재를 감지하고 찾다가 할머니의 보호를 받게 된다. 또 ‘소희’가 빙의 되는 모습도 색다르게 느껴져 그 두 장면을 임팩트 있게 표현하고 싶었다.

극 중 ‘소희’가 직접 귀신을 쫓아내는 의식을 하기도 한다. 평범치 않은 모습인데 참고한 자료가 있다면.
‘신엑소시스트’라는 유사 리얼리티 프로 등을 찾아보고 굿하는 장면을 많이 봤다. 무당마다 제각각 굿하는 스타일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유사한 행동이 있다고 하길래 집에서 혼자 따라 해 보곤 했었다. 그 순간은 웃겼는데 새벽에는 현타(현실 자각 시간) 오더라. 무서웠다.(웃음) 그렇게 연습하고 가니 현장에서 도움이 많이 됐다.

살짝 스포이지만, 빙의 돼서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한다. 연습을 많이 했겠더라. 그런데 특별히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한 이유가 있는지.
그 시퀀스가 가장 어려웠다. 실제로 빙의 해 본적이 없으니.. 빙의가 됐다는 걸 알리기 위해 사투리를 사용했고 그간 내가 경상도 사투리를 많이 보여줬기에 반대로 전라도 사투리를 생각하신 게 아닌가 한다. 주변에 부탁해 녹음 파일을 받아서 계속 듣고 따라 하며 익혔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고 찰지게 잘한 것 같아 나름 만족한다.
 <0.0MHz> 스틸컷
<0.0MHz> 스틸컷

극 중 ‘윤정’(최윤영)과 ‘소희’가 몸싸움하는 장면을 촬영하며 고생했다고 들었다.
아주 더운 날에 촬영했는데 노이즈 때문에 에어컨을 틀 수 없으니 그냥 진행했었다. 밀폐된 공간에다 정말 무섭게? 싸우는 격정적인 신 아닌가. (최윤영) 언니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가 힘들어했던 촬영으로 그게 아마 72신인가 그랬는데, 우리끼리 이 신이 끝나긴 하는 거냐고 농담할 정도였다. 그 신으로 영화에 남다른 애착이 생기기도 했다. 언니가 잠시 기절했었는데 그 사실을 아무도 몰라서 순간 정말 무서웠다고 하더라. 그 정도로 정신없는 현장이었다.

보통 공포 영화를 촬영하다 보면 미스터리한 일이 발생한다든지 혹은 이상한 것을 본다든지 무서운 경험을 한다던데, 어땠나.
다른 게 무서운 게 아니라 좀 전에 말한 72신 촬영이 가장 무서웠다.(웃음) 도대체 언제 끝나는지, 끝나긴 하는지 아마 모든 스태프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거다. 거의 일주일 가까이 촬영했거든. 오죽하며 제목을 ‘72신’으로 바꿔야 한다고 할 정도였다. 촬영장에서 무서운 경험은커녕 사실 앞에 아무것도 없는데 보이는 것처럼 무서워하며 연기해야 하니 촬영 끝난 후에는 해당 장면이 어떻게 나올지 즐겁게 얘기하곤 했었다.

극 중 ‘소희’와 같은 신입 동아리 부원 ‘상엽’을 연기한 그룹 인피니티 멤버인 이성열을 비롯해 배우 간의 호흡은.
(성열) 오빠와는 같은 시기에 활동했고 소속사 대표님끼리도 친해서 그동안 친해질 거리가 많았음에도 친분이 없었다. 오빠가 말하길 처음엔 자길 매우 싫어하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내가 처음엔 좀 낯을 가리는 편이거든. 이후 금방 친해졌고, 이번에 같이 작업한 배우들이 하나같이 모두 매우 착하다. 누구 한 명이 모난 성격이면 촬영 기간 내내 예민해지고 불편하게 되는데 그런 신경전 없이 연기에 관해 서로 대화하면서 촬영해서 너무 좋았다. 마치 장기 엠티 간 느낌이었다.

도전도 중요하지만, 상업 영화의 주연으로서 흥행 부담감도 상당할 거다.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다. 하지만, 영화를 봐서 알겠지만, 나 혼자 주연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벼운 마음인 것도 있다. 다행히 예전 그러니까 <응답하라 1997> 직후에는 시청률에 민감했는데 이제는 내가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좀 더 천천히 나가자는 마음이다. 나는 잘 못 느끼지만, 주변에서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말해 주셔서 덕분에 편해지는 중이다.

<0.0MHz>만의 차별화된 매력은? 마음껏 자랑을 부탁한다.
음..한국적 클래식한 공포? 초반에 동아리 부원들이 폐가를 찾아가는 건 흔한 모습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 느낌이 강해진다. 아마도 <엑소시스트> 부류의 공포를 선호한다면 우리 영화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한다.
 <0.0MHz> 스틸컷
<0.0MHz> 스틸컷

영화 외적인 질문이다. <응답하라 1997>(2012)로 호평을 받으며 연기자로 출발했다. 이후 연기력 평가나 시청률에 대해 고민했을 것 같다.
<응답하라 1997> 이후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까지 잘 됐고 그 이후 크게 이슈가 된 역할이 별로 없었다. 부담감도 있었는데 이제는 좀 사라졌고 요즘에는 그냥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여러 역할을 하면 그만큼 배울 거리가 많아지니 말이다. 드라마 <언터처블>하면서 진경 선배와 박지환 선배께 정말 많이 배웠다. 최근에 함께 누룽지 백숙을 먹고 오기도 했다. (웃음)

선배들을 잘 챙기나보다.
잘 챙긴다기보다 좋아서 한다. 선배님들이 막상 가까이 다가가면 아주 잘 대해 주시고 연기 팁을 많이 주신다. 무섭다는 소문이 있는 선배도 막상 다가가면 전혀 그렇지 않더라. 특히 진경 선배가 그랬다. 하기 나름인 것 같다.

얼마 전 팀 멤버인 손나은이 <여곡성>으로 먼저 공포물을 선보였다. 에이핑크 멤버들이 모두 연기를 병행하고 있는데 서로 조언을 종종 하는지.
서로 연기한 것 가지고 놀리긴 한다. 만나면 서로 웃기기 정신없고 일 얘기하는 게 오히려 어색할 정도다. 같이 대본 연습하는 건 생각도 못 해봤다. 이번에 퇴마하는 장면이 있다고 하니 이젠 귀신도 잡냐고 놀리더라. 근데 며칠 전 예고편을 봤다고 연락이 왔더라. 멤버들이 워낙 무서운 것을 못 봐서 안 무섭다고 말해놨었는데, 실제 보니 무섭고 재밌다고 하더라. 웬일로 모니터링 해줘서 고마웠다.

에이핑크가 2011년 데뷔했으니 벌써 9년 차다. 장수의 비결은.
개인플레이가 확실하니 오래 같이하는 것 같다. 멤버 간 개인 활동을 서로 존중해서 보채고 닦달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편이다. 초반에 공개석상에서는 안 싸운다고 말했지만, 큰 말다툼은 없었어도 우리끼리 만나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았다. ‘잠깐 얘기 좀 하자’하고 모여 앉아서 얘기하고 눈물 뚝뚝 흘린 후 ‘위 아더 월드’ 무드로 끝나곤 했었다. (웃음) 지금도 얘기 좀 하자는 소리가 제일 무섭다. 그 소리 들으면 막 심장이 두근두근한다.

솔로 앨범을 꾸준히 내고, 영화로 영역을 확장하는 중인데 음악과 연기를 병행하는 것에 힘든 점이 있다면.
다 잘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안 되면 마음이 고되진다. 그런데 내가 하고재비라…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고 호기심도 많다. 피곤해서 좀 자제하려고 해도 잘 안된다. 곡을 쓰는 것도 처음엔 안 따라주니 너무 힘들었는데 하다 보니 뭔가 결과물이 나오더라. 계속한다면 나만의 것을 만들어 갈 수 있겠다 싶었다. 다른 사람의 곡을 받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내 감성을 온전히 다 담을 수 없으니 직접 쓰고 싶다.

음악과 연기에 있어 목표치가 있다면. 또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나.
무엇보다 쉬지 않고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 그 자체가 인정인 것 같고 어떤 역할이든 튀지 않고 그 극에 녹아 나는 연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 이미지가 고착되지 않았으면 한다. 시대극이든 현대극이든 구분 없이 주어진다면 새롭고 다양한 역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 가능할 것 같다. 음악적으로는 공연할 수 있는 가수로 꾸준히 자리매김하고 싶다. 이번에 해외 투어하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마음을 다스리는 노하우가 있다면. 즉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간단하다. (웃음)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거다. 간혹 나를 해발 300m까지 띄우는 분들이 있는데 그보단 진심을 말하는 사람을 곁에 두는 편이다. 이야기하다 보면 나랑 맞는지 안 맞는지 알게 되지 않나. 잘 맞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려 한다.

마지막 질문! 일 외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다. (웃음)
혼자 있을 때는 게임 오버워치를 많이 하고, 팬이 보내주신 웹툰 등 만화를 많이 보는 편이다. 또 그림 그려서 가끔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하는데, 그림이라기엔 거창하고 색깔 칠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거든. 실력에 대해선 노코멘트! (웃음)


2019년 6월 12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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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로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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