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어쩌다, 결혼>이 제작비가 4억 정도의 저예산 영화임에도 당신을 비롯해 정우성, 이정재 등 많은 배우가 참여했다.
신인 감독과 배우의 발굴 그리고 영화의 다양성 확보라는 취지에 많은 배우가 공감한 덕분인 것 같다. 나 역시 영화의 예산이 얼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받았고 매우 흥미로웠다. 넉넉하지 않았던 신인 시절, 작품을 한다는 기회 자체가 소중했던 때가 떠오르면서 꼭 같이하고 싶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 꼭 ‘돈’이 위주는 아니거든. (웃음)
어떤 면이 흥미로웠나.
굉장히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를 받은 거였는데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로코의 통상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않는 점이 좋았다. 남녀의 케미와 결말에 있어 전형적인 플롯이 아니었고, 장르 특성상 타협하지 않고 좀 더 용기 있는 결말을 취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두 남녀가 끝까지 쿨한 태도를 보인 것이 가장 좋았다.
박호찬, 박수진 남녀 감독이 시나리오부터 연출까지 처음부터 남녀 파트를 나눠서 작업했다고 들었다.
박호찬 감독님은 남자 주인공 ‘정성석’(김동욱)을, 박수진 감독은 여자 주인공 ‘박해주’(고성희)를 아예 도맡아 캐릭터를 구축했고 그에 따라 감독하셨다. 즉 ‘성석’을 연기한 내게는 박호찬 감독님이 연기 방향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처음부터 그렇게 작업했기에 혼란스럽거나 충돌하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원래 작년에 개봉 예정이었는데 여러 사정으로 개봉이 연기됐다.
개봉 일정은 배우 입장에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재미있게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이다.
대사를 비롯해 ‘계약 결혼’이라는 비현실적인 소재를 현실감 있게 잘 풀어냈더라. 연기하면서 얼마나 공감되던가.
극 중 인물들이 듣고 경험하는 이야기를 나와 내 또래들이 점차 주변에서 듣게 되는 것 같다. 결혼 재촉 혹은 결혼을 결정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문제 등등에 관해 말이다. 나 역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정성석’(김동욱)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계약 결혼을 시도하는 인물이다.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바는.
‘성석’은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그녀의 사랑을 얻으려 노력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가벼운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다소 복잡해 보이는 여자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그의 사랑에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그 지점을 가장 고민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소 철없고 가벼운 모습으로 최대한 비호감을 덜고 밉지 않게 보이도록 노력하는 거였다.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개인적으로 사람 간의 관계 속에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당신의 결혼관은 ‘정성석’과 아주 다르다고 밝혔었다.
일단 가짜 결혼이 아닌 진짜 결혼을 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대한의 것을 해주기 위해 부모의 재산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계약 결혼을 시도한 그 마음엔 공감하지만, 그래도…흠.
만약 현실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반대에 부딪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웃음)
그렇지 않아도 촬영하면서 또 완성된 영화를 보며 그 생각을 했었다. 어떤 선택을 할지 아직 답을 못 찾았지만, 주변의 축복을 받으며 사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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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성석’에 집착하는 김선영 배우의 모습이 상당히 코믹하다.
김선영 선배와의 장면은 거의 현장에서 다시 구성한 거였다. 처음엔 너무 과하고 세지 않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다행히 재미있게 잘 풀어낸 것 같다. 선배님이 대본에 쓰여 있는 것과 전혀 다른 해석을 해온 결과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로 재탄생할 수 있었는데 다 선배님의 노련함과 연륜 덕분이다. 이 자리를 빌려 선배님께 감사하고 싶다.
결혼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여성 ‘박해주’(고성희)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던가.
난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이고 극 중 ‘해주’는 결혼에서 도피하고 싶은 인물이라 추구하는 바가 아주 다르다. 다만 남녀에 상관없이 누군가에겐 결혼이 인생의 큰 목표가 아닐 수도 혹은 결혼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결혼이 목표인 건가. (웃음)
궁극적 목표는 결혼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거다. 이렇게 얘기하니 주변에서 아직도 환상을 지니고 있다는 등 철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웃음) 하지만,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본다. 어쩌다가 아직 못 했지만 말이다.
귀여운 ‘성석’(김동욱)과 씩씩한 ‘해주’(고성희) 그리고 주변인이 형성한 자연스러운 웃음이 <어쩌다, 결혼>의 매력인 것 같다. 고성희 배우와의 호흡은.
촬영 당시에도 잘 맞았고 당시의 친분이 이어져 지금도 가끔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개인적으로 다른 작품으로 또 만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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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에서 ‘수홍’을 맡아 감정 연기로 눈물 쏙 빼더니 이번엔 발랄하고 귀여운 연기로 극을 유쾌하게 견인했다. 우문이지만, 어느 쪽이 더 힘이 드는지.
<어쩌다, 결혼>이 30대 중반에 촬영한 거라 몇 년이 지난 지금 귀엽다는 소리가 좀 쑥스럽지만, 한편으론 영화에서 의도한 바가 잘 전달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웃음) 뭐, 뻔한 대답을 하자면 가벼운 연기이든 깊은 내면 연기이든 연기하는 것에 있어 모두 힘들고 쉬운 것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감정 소모가 적고 상대적으로 덜 지치긴 한다.
평소 작품 선택 기준은.
최종 결정을 하게 되는 계기는 다양하나 그 시작은 시나리오다. 얼마나 재미있게 읽히느냐가 관건이다. 평소 범죄 스릴러와 히어로물을 좋아해서 이런 장르의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일단 설레는 마음으로 읽곤 한다. 간혹 <어쩌다, 결혼>처럼 의외로 재미있게 읽히는 시나리오가 있는데 그럴 경우엔 더 끌린다.
배우 ‘김동욱’을 자평한다면. 또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글쎄, 무색무취? 내 외모가 개성이 강해 한번 보면 또렷하게 각인되는 외모는 아니지 않나. 덕분에 특정 장르와 캐릭터에 전형화되지 않는 게 장점이긴 한데, 한편으론 연기를 아주 잘 해내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기에….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떤 배우 혹은 어떤 연기를 펼치고 싶다기보다 항상 다시 만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제작자나 감독, 스태프 혹은 동료 배우는 물론 나아가 관객에게도 또 만나고 싶은 배우면 좋겠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 후반에 접어들었는데, 나이 듦이 체감되는지.
요즘 액션 촬영하면서 몸 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많이 느낀다. (마)동석 형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하는 중이다. 앞으로 어떤 캐릭터든 소화할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자 체력 관리에 매진하려 한다.
다음 작품이 액션물인가.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지금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을 촬영 중이고 4월에 방영된다. 전직 유도선수 출신을 맡았기에 액션을 많이 해야 한다. 영화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작품 활동하지 않는 경우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운동하고 친구들 만나고 너무 평범하고 다소 따분하게 산다. 호기심이 생기면 순간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데 그 호기심이 오래가진 않는다. 아니다 싶으면 포기가 빨라서 그런지 마니아적인 기질은 없는 것 같다.
최근 행복한 일 혹은 기쁜 일을 꼽는다면.
말했듯이 새로운 사건이 그다지 생기지 않다 보니…
2019년 3월 4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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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BA 엔터테인먼트/ CGV 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