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99.9% 김은희 작가의 대본에 살짝 코믹 양념 쳤을 뿐이라고 ‘김은희 짱!’을 외치는 김성훈 감독. 좀비 소재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서사가 아니라 권력에 대한 암투와 대결 양상 등 다양한 인간사를 다룬 탄탄한 서사를 극대화하기 위해 좀비 소재를 채택했다고 <킹덤>을 소개한다. 영화처럼 정확한 관객수는 알 수 없지만, 국내와 국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는 반응에 울고 웃는 요즘이란다.
넷플릭스와 첫 협업인데 제작 환경에 있어 차이점이 있다면.
넷플릭스가 프로덕션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기에 그 점에 있어서는 기존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 다만 드라마와 영화의 제작 환경이 다를 수 있는데 대부분 영화 스태프가 참여한지라… 분량 면에선 확실히 많았다. 또, 포스트 프로덕션 즉 후반 작업에 있어 피드백을 주는 지점이 새로웠다.
예컨대.
모니터링 방식이 달랐다. 가령 어떤 장면의 경우 아시아 문화권이 아닌 곳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든지 혹은 제대로 의미가 전달 안 돼도 다음 장면 보는 데 문제가 없는지 등 물어보고 거기에 우리가 답하면 대체로 수긍했다. 예를 들자면 잔인하게 보일 수 있는데, 그게 의도가 맞냐고 물어 의도라고 답하면 오케이 하는 식이었다.
또, 사운드까지 덧입힌 완성본을 보내자 오타나 맞춤법, 와이어 등이 안 지워진 부분 등 기술적 하자 부분을 아주 꼼꼼하게 체크해줬다. 기존에 없던 반응이라 처음에는 까다롭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좋더라. 이 같은 품질관리는 앞으로 우리 작업 환경에도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
각본을 쓴 김은희 작가가 촘촘한 서사로 원체 유명한데, 혹시 당신이 제안 혹은 수정한 부분이 있나.
김은희 (작가) 짱! 이 말을 꼭 써 달라. (웃음) 99.9%는 김 작가의 글이고 내가 아주 조금, 코믹함을 보강한 정도로 양념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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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와 차별점이 있다면. 특히 사극 좀비물이라는 점에서 최근작 <창궐> (2018)과 유사성이 높은 편이다.
보는 입장에서 아니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킹덤>의 경우 좀비 소재를 위해 존재하는 서사가 아니다. 권력에 대한 암투와 대결 양상 등 다양한 인간사를 다룬 탄탄한 서사를 극대화하기 위해 좀비 소재를 채택한 거다. 즉, 좀비 소재에 함몰되지 않는 다양한 이야기와 넓은 스펙트럼을 지녔다. 좀비를 기능적· 편의적으로 활용해 소비하기보다 서사 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게 했다. 그 결과 개연성 있는 스릴과 서스펜스를 구축했다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고 영상미가 뛰어나 극장에서 큰 스크린으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후 극장판 계획은?
작업 초반에 극장판을 만들고 싶기는 했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너무 힘들더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보니 큰 스크린이 아쉽긴 하다. 빵빵한 음향과 영상으로 즐기면 더 흥미로울 건데 말이다. 바라건대 본인이 가진 가장 큰 화면에서 웬만하면 이어폰을 꽂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사운드에 공을 들였거든. 체코에 가서 오케스트라 연주로 녹음해 왔는데, 바로 <터널> (2016)의 OST를 담당했던 곳이다.
공개 후 반응에 대한 넷플릭스 측의 피드백은.
얼마나 봤는지 그들은 알겠지만, 확실히 전달하지 않더라. 단지 좋게 생각해도 될 거라고 긍정적으로 피드백해줬다. 충분히 자신 가져도 좋다고 말이다.
수치화된 반응을 모른다는 게 좋을까 나쁠까. (웃음)
김은희 작가 입장에서는 시청률, 감독인 나로선 관객수 카운팅이 없다고 하니 처음에는 ‘와우! 신난다’ 했었다. 그런데 영화 개봉하고 무대 인사 돌아다니는 동안 올라가는 관객수에 울고 웃고 했는데, 그런 맛이 없어서 한편으론 서운하기도 하다. 또 궁금함에 답답한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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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의 반응 혹은 댓글을 좀 찾아봤는지.
그게 참, 보고 안 본 척하려고 했는데! (웃음) 반응을 찾아보면서 조증과 울증을 넘나들 듯 일희일비의 극치를 달리는 중이다. 꼭 <킹덤>이라서가 아니라 매번 그렇다. 영화평이 뜨고 댓글이 주르르 달리면 거기에 응원받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한다. 다만 영화의 경우 바로 관객수가 산출되고 영화가 잘 될 경우 해외 수출 등 프로모션에 있어 일괄적인 반응을 얻는 데 반해 넷플릭스 스트리밍은 국내와 국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반응이 쏟아지니 체감이 다르긴 하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 등 다양한 언어로 달린 댓글이 있어 구글 번역기를 돌리며 파악하는 중이다. 해외에서는 일단 신기하다는 평이 많은 것 같은데, 뿌듯한 마음도 들고 여하튼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인상적인 댓글이나 반응을 꼽는다면. ‘콜리우드’ 좀비가 할리우드 좀비보다 무섭다는 댓글도 있던데. (웃음)
음, ‘아시아에서 새로이 창조된 좀비물로 기존 서구 좀비물은 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기억난다. 외국인의 눈으로 볼 때 ‘K- 좀비’는 왜 그렇게 빨리 달려가는지 무섭다고 하더라. 좀비들이 멀리서 달려올 때 쓰나미가 밀려오듯 공포가 몰려왔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디자인했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 같다.
오프닝 시퀀스가 인상적이었다.
완전히 이미지 위주로 갈지 서사 위주로 갈지 고민한 끝에 오프닝만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1화는 서사의 기능으로 그래서 감정적인 음악으로 서사를 북돋았다. 2화부터는 전적으로 오프닝에 맞는 음악을 시도했다.
기존 영화와 드라마보다 수위가 높더라. 눈치 안 보고 마음껏 표현했다는 인상이다.
폭력이나 잔혹함을 전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나는 데 대중적인 동시에 마니아층을 서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지나치게 대중적으로 간다면 ‘굳이 넷플릭스에서 봐야 해?’ 이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기에 수위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그 끝에 정한 게 이 정도라고 보면 된다. 밥 먹으며 마냥 편하게 볼 수 있는 밀도와 수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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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대립 관계에 있는 류승룡과 주지훈 배우 외에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를 꼽는다면 아마도 ‘영신’(김성규)일 것이다. 베일에 가려진 과거와 출중한 무술과 달리기(?) 실력이 신비함을 더한다. 정말 잘 달리더라.
실제로도 엄청 날렵하고 잘 뛴다. <범죄도시>(2016) (기자 주 ‘장첸’(윤계상)의 부하인 ‘양태’(김성규)를 연기)를 보고 몸을 매우 잘 쓴다고 생각해 캐스팅을 제안했다. 그 후 만나 대본을 줬는데 소화력이 어마어마해서 바로 낙점하고 액션 연습에 들어갔다. 극 중 ‘영신’이 말을 끌면서 달리는 시퀀스가 있다. 물론 말보다 빠를 수는 없겠지만, 거의 그 속도로 뛰더라. 기대 이상으로 매우 잘 해줬다.
한편에선 일부 배우를 향한 연기력 지적도 있다. 사극 톤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주요 포인트인데, 연출자 입장은.
의녀 ‘서비’(배두나)를 연기하면서 기존의 사극 톤을 답습하지 않고 새롭게 시도한 점을 높이 사고, 연기면에서 전혀 불만 없다. 사실 우리가 옛사람들의 말투를 실제로 들어본 적이 없지 않나. 양반이나 왕족도 아닌 일반 서민들이 드라마 속에서 흔히 보는 것처럼 ‘~ 했사옵니다’ 이런 식으로 점잖게 얘기했을까.
극 중 중전(김혜준)은 아버지 ‘조학주’처럼 권력을 행사하려 하지만 아직은 영글지 않은 인물이다. ‘조학주’를 연기한 류승룡 선배가 굉장한 저음 카리스마가 있기에 상대적으로 하이톤의 목소리가 낯설게 들리지 않았나 싶다.
만족하는 장면 혹은 추천 장면을 꼽는다면.
내 입으로 말하면 자뻑인 것 같은데…(웃음) 완전히 만족하는 감독은 아마 없을 거다. 찍는 동안은 잘 모르겠고 찍고 난 후 보면 괴롭고 부끄럽다. 나름 뿌듯한 장면을 꼽는다면 <킹덤>의 시그니처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의녀탑’이다. 배우가 다치면 안 되기에 아주 세심하게 공들여 힘들게 찍었거든. CG로 처리했다면 훨씬 수월했겠지만,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온몸에 보호 장치를 감고 촬영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또 좀비들의 특성이 장애물이 있어도 무조건 전진해 돌파하는데 그때 역동감과 타격감이 잘 드러난 것 같다. 안전 소품을 일일이 다 넣어 부딪쳐도 부상당하지 않도록 신경 쓴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좀비 가족들이 전력 질주해준 덕분이다.
개인적으로 극 중 인물들이 쓴 모자와 가채 등 머리 장식에 눈길이 갔다. 해외 역시 모자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반응이 있더라.
고증에 충실한 결과다. 자료 조사하다 보니 한국 사람으로 대한민국에 살면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모르는 게 많더라. 모자와 가채 등은 시대의 품격과 생활상을 반영하기에 그를 통해 시대의 멋을 담아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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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말이 아니라 정말 시간이 순식간이 지나가더라. 여섯 편을 내리 봤을 정도였다. 너무 결정적인 순간에 시즌을 마무리한 것 아닌가. (웃음) 시즌 2는 언제 볼 수 있는 건가. 또 시즌 2는 연출자가 바뀐다고 알고 있다.
시즌 1이 끝나는 지점이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았나? (웃음) “다음 편이 없다고? 이 xx “이런 반응이 나오는 시점이 바로 아쉽지만 적절한 엔딩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했다.
2월에 일단 촬영에 들어갔고, 넷플릭스 공개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시즌 2의 경우 1화는 내가, 2화부터는 <모비딕>(2011), <특별시민>(2016)을 연출했던 박인제 감독이 연출한다. 영화와 달리 한 명의 감독이 다 책임지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기에 나눠서 연출하는데 앞으로 기대된다. 물론 기본적인 톤과 분위기는 일정하게 유지해야겠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시도가 아닌가 한다.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킹덤> 시즌 2의 1화, 그리고 하정우, 주지훈 배우와 함께 <피랍>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최근 기쁜 일 혹은 행복한 순간은.
아무래도 <킹덤>이다. 미국에 사는 조카가 있는데 <킹덤>을 본 주변 친구들의 반응 혹은 댓글 등을 알려 준다. 대체로 ‘굿’, ‘엑설런트’ 등등이라며 한국이 이렇게 예쁜 곳인 줄 몰랐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 들으니, 마치 애국자인 양 뿌듯했다.
2019년 2월 12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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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