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꽃 기자]
드라마 출연작과 영화 필모그래피를 뜯어보면 배우 김영광의 압도적 입지는 로맨스와 코믹 사이 어딘가다. 그가 패션모델로 공식 데뷔한 지 3년 만에 동양인 최초로 디올 옴므 무대에 선 우월한 경력의 보유자라는 걸 떠올리면, 배우로서 보여준 지난 10년간의 얼굴이 조금 의외처럼 느껴지는 감도 있다. <너의 결혼식>으로 다시 한번 코믹한 로맨스를 선보이는 김영광을 만나 보니, 전반적으로 훤칠한 이미지 속에서도 표정과 말투에서는 숨길 수 없는 귀여움이 드러난다. 누나만 둔 막내에 중학교 때까지는 키도 작아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니 어쩐지 고개가 끄덕여진달까. 주야장천 짝사랑만 하는 역할을 맡아 배우로서는 한동안 고민스럽기도 했다지만 아마도 앞으로 한동안은, 로맨스와 코믹 사이 어딘가의 흐뭇한 얼굴로 뭇 관객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2012)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2016)에 이어 영화 <피끓는 청춘>(2013) <너의 결혼식>까지 수년간 꾸준히 로맨스를 선보이고 있다.
생각해보니 로맨스 장르를 좀 좋아하는 것 같다.(웃음) 맡은 배역을 즐겁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떤 즐거움인가.
<너의 결혼식>에서는 (박)보영씨와 알콩달콩한 신을 찍기 전 그 설렘이 너무 행복했다. 상대 배우가 보영씨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정말 사랑스럽더라. 두 달간 50회차 정도를 촬영했는데 이렇게 즐거운 촬영장은 처음이었다. 그런 내 감정이 잘 표현된 것 같아서 영화를 볼 때도 기분이 좋았다.
드라마 출연작에 비하면 영화 필모그래피가 많은 편은 아니다.
<차형사>(2012)와 <피끓는 청춘>에 출연하긴 했지만 <너의 결혼식>처럼 단독 주연인 작품은 처음이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내 연기 스타일과 장점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으니까.
으음.(웃음) 집에 가니까 외롭더라. TV도 재미없고…
이석근 감독이 말하길, 김영광이라면 <너의 결혼식>의 ‘황우연’역을 호감으로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더라. 너무 오랫동안 한 여자를 짝사랑하는 역할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여지도 있었다고 본 것 같다.
‘한승희’(박보영) 입장에서만 보면 내가 연기한 ‘황우연’이 좀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감독님은 ‘황우연’이 20여 년 동안 지켜온 사랑의 순수함을 시나리오에 잘 적어 주셨고, 촬영 현장에서도 그런 감정을 디렉션으로 잘 짚어 주셨다.
누군가를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하는 마음이 이해되던가.
음. 그것보다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진짜 좋아한다고 느껴본 감정이 또렷이 생각나더라. 초등학교 때 당시 반장이었던 애를 좋아해서 짝 바꾸는 시기도 아닌데 선생님께 쪽지를 보냈다. 내가 수학을 못 하는데 그 애랑 짝을 한다면 수학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웃음) 그랬더니 진짜 자리를 바꿔주셨다. 때마침 시험 때가 다가와서 수학을 열심히 배웠는데, 그 애가 시험에서 몇 점 이상 맞으면 무언가를 선물해주겠다고 했다.
은근히 흥미진진한데…(웃음) 그래서 어떻게 됐는가.
시험을 정말 열심히 봤다. 그런데, 분명 공부한 내용인데도 모르겠는 거다. 시간은 다 돼가고… 종이 울리고 시험지를 걷어가는데 눈물이 났다. 그래서 막 울었다.
주변 친구들은 너 왜 우느냐고 물어보고.(웃음) 그래도 결국 선물은 받았다. 빼빼로였다.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미지와 달리(?) 말투가 상당히 수줍고 귀엽다.
이미지가 어땠길래!(웃음) 막내라서 그런 것 같다. 누나밖에 없다. 게다가 중학교때까지도 키가 작았다. 선생님들이 너무나 예뻐해 주셨다. 고등학교 들어서 뒤늦게 키는 확 컸지만 원래 성격은 잘 안 바뀌는 것 같다.(웃음)
그러면서도 꽤 적극적인 면모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작품이 끝난 뒤 잠깐씩 쉬는 때가 생기면 사장님께 가서 뭐 할 일 없는지 물어본다.(웃음) 한 달 정도 노는 건 괜찮은데 그 이상 시간이 지나면 어서 다시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불안하다. 조금씩 뒤쳐지고 있는 건 아닌가 싶고…
워낙 일찍 데뷔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맞물려 모델로 데뷔했으니 정말 그럴 수도 있다.
역할을 봤을 때 이렇게 저렇게 연기해보면 어떨까 싶은 상상이 되면서 구미가 확 당기는 작품이 있더라. 그런 건 꼭 하고 싶은데, 내 맘처럼 다 되는 건 아니었다. 정말 원하고 바라는데도 안 되는 게 있구나… 하는 감정이 마음속에 가득할 때도 있었다. 지금은 원하는 역할을 쟁취하기 위해 더 많은 걸 보여주려고 한다. 그래서 그 역할이 나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웃음)
예컨대 정말 하고 싶었던 역할들은 어떤 건가.
시시때때로 바뀌긴 했지만, 잘 만들어진 남성성 짙은 누아르 영화를 보면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어느 순간부터 짝사랑만 하는 캐릭터를 반복하는 게 너무 힘들기도 했다. 전 드라마에서도 짝사랑, 그 전 드라마에서도 짝사랑.(웃음) 그러다 보니 서로 사랑하는 역할도 해보고 싶었고.
<너의 결혼식>에서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인가. 여전히 짝사랑이지만, 박보영이라는 상대와 꿈을 이룬다.(웃음)
김영광이라는 배우의 장점이 <너의 결혼식>으로 재발견 됐달까.(웃음) 이제는 로맨스에 어울리는 내 이미지를 좀 더 성장시켜보고 싶기도 하다. 이 장르를 좀 더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지금의 얼굴을 완성하고 싶다는 의미일까.
그런 것 같다.
어떤 역할을 깊게 보는 건 물론 작품 전체를 넓게 볼 줄도 알아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풍부한 시각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 욕심이 많은 편이다. 구체적인 표현을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 때는 패닉을 경험하기도 한다. 아쉬운 게 많지만, 시간이 흘러 완숙미 있는 배우가 되기 전까지는 시행착오를 겪을 것 같다. 물론 계속 연습하면서 좋아질 거다.(웃음)
관객에게 이번 영화를 추천한다면, 어떤 말이 좋을까.
개봉 전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사를 진행했다. 그때 정말 마음에 든 반응이 있었다. 어디서 본 것처럼 뻔하지만 그래서 공감도 되고 현실성도 있다는 평이었다. <너의 결혼식>의 강점이 바로 그런 것 아닐까.
요즘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일을 끝내고 좀 여유가 있는 날 집에서 영화를 틀어 두고 맥주 한잔할 때. 제일 기분 좋다. 하루를 보람 있게 보내고 잘 털어내는 기분이 들어서.(웃음)
최근에 어떤 작품을 재미있게 봤는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웃음) 히어로물을 좋아한다. 처음엔 토르를 좋아했는데 이번에 아이언맨이 변신하는 걸 보니… 아아, 나도 저런 수트 하나 있었으면 싶더라.(웃음)
2018년 8월 13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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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이종훈 실장(Ultra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