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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의 ‘뭣이 중헌디!’에서 어엿한 주인공으로 <여중생A> 김환희
2018년 6월 27일 수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나홍진 감독의 <곡성>(2016)이 남긴 가장 유명한 대사를 꼽으라면 대다수 관객은 망설임 없이 ‘뭣이 중헌디!’를 떠올릴 것이다. 이 대사를 너무나도 맛깔스럽게 잘 소화한 배우가 바로 김환희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그는 고등학교 1학년에 접어든 올해, 한 작품을 이끌고 나가는 어엿한 주인공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외로움 가득한 10대 여자 중학생의 심리를 다룬 성장드라마 <여중생A>다.

매체와 본격적인 인터뷰를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험해보니 어떤가.
<곡성> 때 몇몇 매체와 인터뷰를 하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기자와 동시에 만나 인터뷰하는 건 거의 처음이다. 말을 조리 있게 하는 편이 아니라 걱정이 정말 많았다. 긴장해서 염소 목소리를 내는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웃음) 다행히 지금까지는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곡성>의 ‘뭣이 중헌디!’라는 대사를 기억하는 관객에게 <여중생A>는 배우 김환희의 성장을 체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최초 주연작이다.
첫 주연작이라니, 대박…(웃음) 정말 좋고 설렜다. 관객이 어떻게 봐줄지 기대도 되고 무척 떨린다. 촬영 당시에는 나도 극 중 ‘미래’처럼 중학생이어서 공감한 부분이 많았다. 학기 초 친구를 사귀기 위해 애쓰다가 실패하는 장면이나, 집에 오면 컴퓨터부터 켜는 일상 같은 것들 말이다. 사실 나는 컴퓨터보다는 유튜브 영상이나 드라마를 짧게 편집한 영상들을 주로 보긴 하지만.(웃음)

이미 팬덤을 형성한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에 따른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웹툰 주인공 ‘미래’는 굉장히 복잡한 감수성을 지닌 친구다. 그런데 감독님은 영화 속 ‘미래’를 표현할 때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눈물을 절제하고, 눈빛이나 표정 혹은 말투로 모든 감정을 나타내야 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도 여러모로 뿌듯했겠지!(웃음)
아무래도 새로운 연기를 많이 했으니까…(웃음) 완전한 액션까진 아닌 것 같지만 활도 쏴 봤고, 옥상에서 떨어지는 신도 소화했다. 가상의 게임 세계를 구현한 대목이 많이 편집됐지만 촬영 당시에는 훨씬 많은 분량을 찍었고 고생도 많이 했다. 물론 영화의 품질을 위해 잘려나간 부분이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다.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이른 시점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내 돌 사진이 어떤 콘테스트에 제출됐는데 그 사진을 보고 연기 학원에서 연락이 왔다. 그때가 여섯 살 혹은 일곱 살쯤인 것 같다. 이러 저러한 프로젝트가 있다고 해서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그게 드라마 <불한당>(2008)이었다. 촬영장에서 장혁 선배님을 붙잡고 ‘오준 씨, 오준 씨!’(기자 주: 극 중 장혁의 이름)하면서 울었던 연기가 지금까지 기억난다. 감독님의 ‘레디, 액션!’ 소리도 기억에 남아 있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주로 누구와 상의하는 편인가.
부모님이다. 연기를 시작한 것도 부모님의 도움이었다. 지금까지 나를 지켜봐 주신 분들이다. 내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주신다. 나 역시 이해되지 않는 감정을 마주할 땐 엄마와 아빠에게 묻고 상의한다.

그런 면에서 <곡성> 촬영 당시에는 부모님의 걱정이 상당했을 것 같다. 귀신에 들린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강도 높은 육체적 연기를 선보여야 했다. 정신적으로도 고된 경험이었을 것이다.
정말 걱정이 많으셨다. 1, 2차 오디션 때까지만 해도 내가 연기해야 할 역할이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초등학생 역할인 줄만 알았다. 3, 4차 오디션에서 나홍진 감독님을 만났고 그제야 진짜 대본을 받아볼 수 있었다. (강렬한) 장르 연기를 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너무 놀랐다. 엄마가 나에게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는데 솔직히 확신이 없었다. 신 자체가 너무 무섭게 느껴졌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성공적으로 소화해냈다. 당시 상황이 궁금하다.
두 번의 굿 장면을 찍어야 했다. 내 앞에는 여섯 대의 카메라가 있었고, 내 모든 움직임을 하나하나 다 촬영했다. 강렬한 연기라고 해서 그저 정신을 놓은 것처럼 연기하면 되는 게 아니더라. 오히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여기에서 손을 떨고, 저기에서 발악을 해야 한다는 걸 전부 생각하면서 연기해야 한다. 한 번 연기를 하고 나면 움직일 힘이 남지 않아서 대자로 뻗을 수밖에 없었다. 분장팀, 의상팀 언니들이 와서 일으켜 세줘 주길 반복했다. 특히 몸을 뒤로 꺾는 장면에서는 12개의 동작을 연이어 소화해야 했는데 그걸 찍고 나서는 완전히 녹초가 됐다. (오케이 사인은 나지 않고) 감독님이 다음날 다시 찍어도 된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 고통을 다음날에 또 겪는 게 싫어서 오늘 안에 다 끝내겠다고 했다.(웃음)

얼마나 힘들었으면…(웃음)
오기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생겼던 것 같다. 오늘 무조건 이 신을 끝내고 숙소에 가서 확! 자 버릴 거라는 오기 말이다.(웃음) 그리고 그날 정말로 그 장면을 다 소화했다.

그에 비하면 <여중생A>의 연기는 강도 면에서는 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분량은 길어졌고.
<여중생A>에서는 소화해야 할 신이 훨씬 많아졌고 작품 특성상 분장도 여러 차례 해야 했다. 한 달 반 정도 촬영했는데 잠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수업도 엄청 빠졌다. 나중에 학교에 가보니 수업 프린트물이 잔뜩 쌓여있더라. 진도는 내가 배운 데에서부터 16페이지나 더 나가있고… 그걸 따라잡느라 좀 힘들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계속 그런 과정을 겪어야 할 텐데.
암기 과목은 필기 위주로 외울 수 있지만, 수학이나 영어는 수업을 듣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많은 것 같다. 영어를 배우고 싶어서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말이다.(웃음)

영어를 잘하고 싶은 모양이다.
내가 배우고 싶은 건 수능 영어가 아니라 대화를 할 수 있는 영어였다. 큰 꿈이긴 하지만, 앞으로 해외에 진출할 기회가 올 수도 있는데 영어라는 기본 자격을 갖추지 못하면 좋은 기회를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최대한 많은 준비를 해 두려고 한다.

대학 진학도 계획 중인가.
대학은 가려고 한다. 연극영화나 영상 연출, 심리학 등 다양한 학과를 고민 중이다. 그래야 앞으로 진로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 같다.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 감독, 조명 감독, 미술 감독 등 정말 많은 직업을 가진 분들을 만나다 보니 전문 용어를 쓰며 일하는 그들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인다. “베이비 가져와! 여기 애플 박스!” 하는 것들 말이다.(웃음) 물론 성적이 돼야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하든 말든 할 수 있을 테니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말을 잘 못 한다고 하더니… 굉장히 조리 있다.(웃음)
어릴 때부터 연예계에서 일하다 보니 또래보다는 선배나 어른과 대화할 일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배운 게 많다.

좋아하는 선배가 있나.
롤모델이 있다. 공효진 선배다. 드라마 <주군의 태양>(2013)과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2016)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셨다. 정말 자연스럽게, 마치 자기인 것처럼 연기하신다. 나도 어릴 때부터 그렇게 연기하고 싶었다. 언젠가 영화제에서 한 번 뵌 적 있는데 너무 멋있으시다. 카리스마가 넘친다.(웃음) 학교 갈 때 버스 광고판에 공효진 선배가 걸려있으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하고 생각한다.

주변 선배나 대중에게 많은 칭찬을 들었을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칭찬이 있다면.
‘믿보배’!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을 줄인 애칭이다. 기사 댓글을 잘 읽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최근 인터뷰에서 만난 기자님을 통해 어디에선가 그렇게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나 때문에 어떤 작품을 선택한다는 뜻 아닌가. 정말 극찬이다.

앞으로 많은 기회가 있겠지만, 특히 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은.
10대의 시간이 2년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많은 작품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대가 되기 전에 10대에만 소화할 수 있는 학교물을 해보고 싶다. 그동안 해보지 않은 통통 튀는 분위기의 역기도 해보고 싶다.

최근 재미있게 본 영화가 있나.
<그것만이 내 세상>(2017). 자폐증 증상이 있는 인물을 (박정민이) 어떻게 소화할지 너무 궁금했다.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봤다.

마지막 질문이다. 요즘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제일 친한 친구가 두 명 있다.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요즘에는 거의 만나지 못했다. 그 친구들과 수다 떨 때가 가장 좋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웃음)


2018년 6월 27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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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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