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꽃 기자]
<역모: 반란의 시대>는 당신의 첫 영화 주연 작품이다. ‘이인좌의 난’에 맞서 영조의 편에 선 무술 고수 ‘김호’를 연기했다.
지금도 데뷔 4년 차밖에 되지 않는 신인배우지만, 촬영 당시는 데뷔 1년 차 신인배우였다. 가장 미숙한 시기였지만 패기가 더 컸다. 겁 없이 덤볐고 과감한 연기 시도를 했던 작품이다. 물론 지금 와서 보니 아쉬움도 크다. 영화를 세 번 봤는데 왜 저렇게 투박하게 연기했을까, 왜 저렇게 세련되지 못하게 표현했을까 싶더라.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도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사극 특유의 무술 액션 시퀀스가 상당히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검, 활, 포졸 방망이까지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고 말도 탄다.
인생을 통틀어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한 달 반이었다.(웃음) 한 달 정도 체력 훈련 후 촬영을 시작했다. ‘내금위사정’이라는 직책을 가진 무술의 고수이기 때문에 밥 먹을 때도 무기를 달고 살았다. 요즘으로 치면 대통령 경호원인 셈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좌천되기도 하고 신분도 바뀐다. 그에 따라서 검 잡는 법도 변화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는 검도 더욱 처절하게 휘두른다.
대역 없이 액션 시퀀스를 소화했다고 들었다. 체력적으로 고되었을 것이다.
액션 합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맞췄다. 몇십 합이 되는 걸 그 자리에서 바로 외우고 소화해야 하는 게 가장 어렵고 힘들었다. 많이 다치기도 했다. 무릎과 팔꿈치, 발목이 찢기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칼을 휘두르다 부딪혀서 손등의 살이 들릴 정도였다. 정말 힘들었다.
영화를 보면 피가 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내 피가 보인다. 관객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딱 알겠더라.(웃음)
촬영 여건이 녹록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른 사극 작품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촬영했다. 촬영도 35회차 만에 끝냈다. 한 번 세트에 들어가면 최소 12시간을 촬영했다. 아무튼 개봉 자체가 기적이다.(웃음)
마냥 웃기엔 서글픈 이야기다. 요즘에는 ‘아파도 참고 쉬지 않으며 일했다’는 게 꼭 미덕은 아니잖은가.(웃음) 속상했겠다.
그 마음을 다 표현하기는 힘든 것 같다. 영화를 보다가도 그때 생각이 나서 스스로 울컥할 때가 있더라. 어쨌든 정말 고군분투했다.
그럼에도 작품에 큰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선택했을 것이다.
남자라면 뜨거운 액션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욕망이 누구나 있지 않을까.(웃음) 그게 가장 컸다. 무엇보다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그 행운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대학에 입학하고 군대까지 다녀오다 보니 배우로서는 다소 늦은 나이에 데뷔했다. 하지만 사회초년생 남자로 보면 그리 늦은 편은 아니다. 요즘에는 내 나이 취준생도 많다. 10년째 배우를 준비하고 있는 친한 친구도 있다. 그들이 얼만큼 고생하고 있는지도 잘 안다. 그래서 늦었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지금의 조건에 감사하다.
평범한 삶을 살다가 배우의 길을 선택한 계기가 있을 텐데...
원래는 군것질 좋아하고 운동 안 하는 통통한 아이였다. 워낙 먹는 걸 좋아하다 보니…(웃음) 게다가 연기 아닌 다른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수능이 끝난 뒤 길거리에서 어떤 에이전시를 통해 연기 제안을 받았다. 스트레스도 풀 겸 호기심에 참여해봤는데 상당히 재미있고 신선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에이전시에 상당히 고맙다.(웃음)
부모님도 선뜻 찬성하셨나 보다.
당연히, 반대하셨다. 무슨 헛소리냐고. 농담하는 거냐고.(웃음) 다행히 대학에서 준비한 뮤지컬 ‘그리스’라는 공연을 보시고 난 후로는 쭉 응원해주시더라.
<역모: 반란의 시대> 촬영 후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2016)에도 출연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웃음) 작가의 드라마에 합류한 계기도 궁금하다.
(연출을 맡았던) 손정현 PD님이 날 궁금해하셨다. 어떤 사람인지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기에 만났는데, 아마 그때 나를 좋게 보신 모양이다. 핸드폰 카메라로 내 사진을 찍어 누군가에게 바로 보내셨는데 알고 보니 김수현 작가님께 보낸 거였다.(웃음)
나도 정말 궁금했다. 여쭤보고 싶기도 했지만 ‘저를 왜 캐스팅하셨나요?’ 하고 묻는 게 조금 그렇더라.(웃음) 내가 질문을 받는 입장이라도 에둘러서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 말이다.
이후 최근 종영한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2017)로 큰 인기를 얻었고 영화 <흥부>(개봉 예정) 촬영까지 마쳤다.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버거운 마음이 들 때도 있을 것 같다.
다들 잘 모르겠지만 소수정예로 돌아가는 내 팬카페가 있다. 최근 회원 수가 많이 늘어났는데, 진심으로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의 글을 보며 힘을 얻는다.
앞으로 다양한 영화에 더 출연해봄직 한데.
당연하다. (수줍게 웃으며) 시나리오가 좀 들어왔으면 좋겠다. 배우로서 다른 역할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과 갈증도 있다. 사극이지만 액션이 아닌 작품도 좋고, 다른 장르도 도전해보고 싶다.
제작자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해보자.(웃음)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가 있나.
(망설임 없이) 스릴러를 좋아한다. 최근 <해피 데스데이>(2017)를 봤는데 정말 재밌더라. 처음에는 B급 공포물 정도를 예상했는데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겟 아웃>(2017)도 충격적일 정도로 재밌었다. <나를 찾아줘>(2014)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면 꼭 다시 나를 인터뷰하러 와달라.(웃음) 정말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최근 실학자 정약용의 후손이라는 기사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어쩌다가 나온 이야기인가.
어디에선가 스피드 퀴즈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집안에 위인이 있다? 없다?’라는 질문에 대답하며 나왔던 내용이다. 어느 순간 다시 이야기되기 시작한 것 같은데 영화 시사회장에서 그 질문이 나와 놀랐다. 사실… 상당히 부담스럽다.
충분히 그럴 것 같다.
정약용 선생과 나를 엮은 제목으로 기사가 나오는 건 물론 상당히 감사한 일이고 자부심도 크다. 하지만 그 프레임이 날 자꾸 가두는 기분도 든다. 지금까지 묵묵히 해왔던 배우 활동이 묻히는 것 같다. 어떤 작품을 해도 그 이야기가 수식어로 붙을 것 같아 두렵다. 그저 열심히 노력하는 신인 배우가 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자리 잡고 싶은가.
천천히, 자연스럽게 시청자와 관객에 젖어 들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연기는 내가 행복해서 하는 일이지만, 날 보는 분들이 행복해하면 내 기쁨도 배가된다. 배우는 작품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 아닌가. 좋은 서비스를 전하고 싶다.
짊어져야 할 연기 부담감과 책임감이 엄청났지만, 그래도 스스로 잘해냈다고 생각하고 싶다.
또 액션 작품이 들어온다고 해도 임할 건가?(웃음)
당연히 해야지! 물론 액션에 소질이 없어서 더 노력해야 하지만 작품을 가릴 때는 아니다.(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요즘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동네 치킨집에서 생맥주 한 잔 마시면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게 나에겐 가장 큰 행복이다. 사실 치킨은 못 먹고 맥주만 마신다. 먹는 대로 찌는 체질이다 보니… 그럴 때 좀 짜증(?)난다.(웃음)
2017년 11월 24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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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이종훈 실장(Ultra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