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꽃 기자]
대선을 앞두고 개표 부정 가능성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 <더 플랜>을 선보였다.
본래는 세월호의 진실을 추적하는 영화 <인텐션>을 먼저 제작해 올해 4월 16일에 맞춰 개봉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데 최순실의 대단한 활약 덕분에 개봉 순서가 바뀌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더 플랜>은 대선 이전에 개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연출을 결심한 계기는.
선관위로부터 받은 2012년 대선 개표 관련 데이터에서 여러 이상징후를 발견했다. 다만 정황이나 추정일 뿐, 이상징후 전체를 관통하는 확실한 규칙성은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 데이터가 너무 방대했다. 그러다가 2016년 4월, 처음으로 캐나다의 통계학자에 의해 어떤 규칙성이 발견됐다. 그리고 꼭 1년만인 올해 4월, 관련 내용이 담긴 논문이 미국 정치학회에서 발표됐다. 내부적으로 다양한 가설 검증을 거친 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
제작 기간이 꽤 짧은 편인데.
작년 11월만 해도 탄핵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계획은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개봉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5월 9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제작 기간이 4개월 남짓으로 엄청나게 짧아졌다. 그 기간을 맞춰줬다는 것만으로도 최진성 감독에게 상당히 고맙다. 4개월 동안 거의 사람 몰골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고 많은 플랫폼 중에 왜 영화를 택했나.
TBS 라디오 ‘뉴스공장’이라는 데일리 프로그램, 인터넷 방송 ‘파파이스’라는 위클리 프로그램에서 매번 한 가지 주제만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나. 개표 부정은 밀도 있게, 그리고 한 번에 다뤄야 할 주제이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가 베스트 옵션이었다. 혹시 영화보다 더 좋은 방식이 있으면 제안해달라. 그럼 내가 ‘아 시바, 그렇게 할걸!’ 하면서 후회하게.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에게 개표 부정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준다면.
우리나라에 지역선거관리위원회가 모두 251개다. <더 플랜> 제작팀은 그들 하나하나에 정보공개 요청을 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발표한 문서를 전부 입수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그걸 전수 조사하는 데 또 2년이 걸렸다. 이후 국내외 통계학자에게 해당 데이터에서 규칙성을 발견해달라는 의뢰를 보냈다. 내가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파파이스’로도 공개 제안을 했다.
경과는.
작업을 시작한 지 4년째 되던 해에 유일하게 캐나다에 있는 통계학자로부터 응답이 왔다. 의뢰를 받은 나머지 학자들은 관심이 없었는지, 규칙성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응답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파파이스 방송을 본 미국의 교수에게도 연락이 왔다. 선관위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인터넷에 공개했는데, 그걸 자체적으로 다운받아 자기 주변 사람들과 함께 분석했다고 했다. 이들이 1.5라는 규칙성을 발견했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1.5? 너무 간단하지 않은가.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전체 투표 중 기계가 ‘나 분류 못 하겠어’ 하고 토해낸 미분류표가 3.6%, 즉 100만 장이 조금 넘는다. 그 미분류표에서 박근혜 표가 문재인 표보다 1.5배 많다는 뜻이다. 비율로 보면 1.5 : 1이다.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인터넷에서 1.5라는 수치에 대한 여러 반론 가설이 제시됐다.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제기되는 게 ‘노인 가설’이다. 1.5 : 1이라는 현상이 도출된 이유가 박근혜 지지층의 연령대가 높기 때문이라는 거다. 아무래도 젊은 유권자보다 늙은 유권자의 손이 더 떨릴 것이고, 때문에 박근혜에 투표한 이들의 도장이 선에 걸쳤다든가 표기가 약하게 됐을 할 가능성이 높아 미분류표로 더 많이 분류됐을 거라는 의미다.
반박할 수 있는가.
그렇다. 연령은 변수가 되지 않는다. 우리 팀은 전체 선거구 중에 유권자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100개와 가장 낮은 100개를 뽑았다. 사실 10개 선거구만 비교해도 경향성은 나오지만, 확실하게 하려고 100개를 비교했다. 미분류표에서 문재인 표보다 박근혜 표가 더 많이 나온 선거구는 오히려 유권자 평균 연령이 낮은 선거구였다. 이 결과대로 보면, 젊은 사람일수록 손이 더 떨렸다는 뜻이다. 그것도 전국적으로 말이다.
관련 데이터를 일반인도 볼 수 있나.
물론이다. 파파이스에서 이미 다 공개했다.
이외에도 여러 가설이 있다.
아직 인터넷에 제기되지 않은 가설들까지도 영화 제작 전, 이미 먼저 검토해봤다. 기계가 투표용지를 두 번 접었을 때 생기는 자국을 인식하면서 생긴 오류라는 ‘자국설’, 투표용지의 1번 후보 구역과 2번 후보 구역의 면적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 ‘용지 한계설’, 기계 자체에 고유한 결함이 있었을 것이라는 ‘결함설’ 까지 별의 별 웃긴 가설이 많다. 그 모든 게 기각됐다.
한데 영화에는 가설을 반박하는 내용을 거의 담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반박 가설이 빗발칠 걸 알면서도 일부러 편집한 건가.
<더 플랜>은 지난 대선 개표 절차에 하자가 있을 수 있으니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화다. 그 메시지를 집중도 있게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자 했다. 통계 문제를 세세하게 따지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통계 영화’가 돼 버린다. 전문가 사이에서 통계를 두고 견해 차이가 있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너무 미세한 검증 영역에 들어서기 때문에 일반인은 관심을 잃게 된다. 게다가 그동안 파파이스를 통해 관련 내용과 수치를 수없이 공개한 마당에 영화에 또다시 그런 내용을 담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딴지일보 특성상 필진은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다. 다만 그들은 실제 데이터를 일일이 검증해보지 않은 이들이다. 물론 그들에게는 그렇게까지 해볼 이유도 없다. 그래서 탓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더 플랜>을 만든 나를 비롯한 제작진은 그렇게까지 해볼 이유가 있었다. 확신이 들 때까지,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반론이 불가능할 때까지 검증해보지 않으면 금세 음모론이라는 프레임으로 반박 당할만한 위험한 주장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음모론이라는 비판이 많다.
이제는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증거를 내놓아야 할 때다. 선관위 디도스 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살인사건도 처음에는 대부분 음모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중 사실이 아닌 게 있었나? <더 플랜>도 마찬가지다. 데이터를 일일이 검증해본 내가 음모론을 주장한다고 말하려면 이제는 그쪽에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쪽이 음모론자다.
지난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 때문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여드는 듯하다.
사실은 문재인이 앞섰는데 개표 부정으로 박근혜가 이긴 결과처럼 뒤집혔는가? 아니면 본래 박근혜가 이기는 게임이었지만 더욱 확실하게 만들기 위해 개표 부정이 일어났는가? 그런 말은 할 필요가 없는 거다. <더 플랜>은 지난 대선의 결과를 바꾸자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상황이 어땠든, 개표 과정에 누군가의 개입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선관위 디도스 사건을 세상에 처음 주장할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압도적인 결과로 당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 디도스 사건을 주장했다. 왜. 선거에 누군가의 개입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항간의 비판이 좀 억울하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다 이해받고 사는 사람이 있겠나. 숙명처럼 안고 간다. 나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를 통해 <더 플랜>을 바라보는 걸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1.5라는 수치는 내 주장이 아니라 통계학자의 주장이다. 그러니 메시지를 보지 않고 메신저를 공격하는 전형적인 방식은 먹히지 않는다. 일단 영화를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영화는 표를 분류할 때 기계와 사람의 순서를 바꾸자고 제안한다.
투표소에서 바로 개표작업을 시작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게 사실은 가장 간단명료한 대안이다. 그런데 4월 국회가 열리지 않게 되면서 송영길 의원이 발의한 수개표 관련 법안이 이미 폐지됐다. 그럼 남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기계가 먼저 표를 분류하고, 그 다음 사람이 세는 기존의 순서를 바꾸는 거다. 실제 개표 현장에서는 사람이 세는 과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요식 행위처럼 진행되기 때문이다. 기계가 100장씩 분류하는 속도는 균일하게 빠른데 사람의 집중력은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기계의 정확도를 신뢰하기도 한다. 선관위 교육에서도 기계가 정확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사람이 먼저 표를 한 장씩 세고, 그 다음에 기계에 집어넣어서 맞는지 점검하면 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있다.
두 번째 방법은 뭔가.
선관위가 첫 번째 방법을 받아주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플랜 B가 있다. 더 많은 개표 참관인을 모으는 것이다. 기계가 틀릴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면밀하게 개표 과정을 지켜보게 하는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서는 10만 명 가량의 참관인을 모아서 다음 대선의 개표과정을 모니터링 하는 게 목표다.
장르가 다큐멘터리인 데다가 사이즈가 작은 영화이니, 애초에 개봉관은 10개밖에 안 될 거라고 예상했다. 이정도 영화는 보통 예술관 정도에서 열리고 만다고 하더라. 멀티플렉스에 상영을 요청 중인데 스크린이 잘 열리지는 않는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의도적으로 상영을 회피한다고 느끼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영화계는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이다. 상업성이 낮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정치적인 작용 때문에 꺼릴 수도 있지만 논평하지는 못하겠다.
급한 대로 온라인을 통해 먼저 공개했다.
CGV가 전국 몇천 개 관에 걸어줄 일도 없지 않겠나.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인터넷에 먼저 공개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대선 전에 문제 제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저녁 처음으로 파파이스에 공개한 후 지금까지 100만 명 정도 봤다.
영화에 대한 반응은 주로 어떤지.
나에 대한 특별한 편견이 없는 이들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우리나라 개표 시스템에 하자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품게 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인터넷 반응을 보면 비판여론만큼이나 지지자의 성원도 대단하다.
난 잘 모르겠다.
‘어준아 고생했다’는 댓글이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는다.
내가 만만하니까 그러겠지.(웃음)
그런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분도 있겠지만, 내 성격이 좋은 일이 있다고 엄청 기뻐하거나 슬픈 일이 있다고 엄청 슬퍼하는 편이 아니다. 누가 좋아해 줘도, 또 욕을 해도 그렇구나 하면서 동요가 별로 없는 편이다. 어쩌면 그래서 이런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
의심하는 삶을 지속적으로 견인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걸 이상하다고 말 하고 싶은 욕구다. 누군가가 거짓말하는 게 명백하게 보이면 ‘넌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 말이다. 시대를 사는 한 사람으로 이 정도는 문제 제기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 실행에 옮기는 것뿐이다. 누구나 있는 마음 아닌가. 나라를 구하고 싶다거나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라거나 하는 거대한 목적과는 상관없다. 그냥 쪽팔리는 게 싫다. 그리고, 성격상 궁금한 건 꼭 확인해보고 싶어 한다.
어릴 때부터 궁금증이 많았을 것 같다.
남들이 어느 정도 궁금증이 있는지는 모르니까, 누구보다 더 많다 아니다 하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궁금증 때문에 어떤 짓을 했는지는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중학교 때 조선일보에서 ‘아라파트’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팔레스타인 난민의 지도자로 테러 단체의 리더 역할까지 맡았던 사람의 이름이었다. 남자 중학생이라 그랬을 수도 있는데, 테러 집단의 대빵이라니까 호기심이 생겼다.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어디 사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대학에 가고,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 하기 직전인 90년대 초반에 다시 한번 언론에서 아라파트 소식을 들었다. 이스라엘 라빈 총리와 함께 중동 평화협정을 맺고 그 덕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 다음 달에 그를 찾아갔다.
이스라엘로?
그렇다. 그때는 지금처럼 팔레스타인 자치 지구가 이스라엘 내에서 엄격하게 분리 돼 있지 않았다. 격리는 돼 있었지만 유태인 지역으로 통근버스, 통학버스가 오갔다. 나 역시 이스라엘로 입국해서 버스를 타고 팔레스타인 자치 지구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만났나.
흐흐흐. 그거야말로 허망한 이야기인데... 아라파트의 동네에 찾아가서 그 사람 집이 어디냐고 물었다. 동네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묻길래 대충 ‘리스펙트’ 하는 식으로 이유를 대고 결국 집 앞을 찾아갔는데, 그때 깨달았다. 내가 띵동 하고 벨을 누른다고 해도 그가 왜 나를 만나겠나. 만날 이유가 없는 거지. 나 역시 물어볼 말도 딱히 없었다. 그냥 궁금하니까 찾아갔던 거다. 잠시 그런 생각 끝에 아라파트 집 벽에 기대서 사진 몇 방 찍고 돌아왔다.
벨도 눌러보지 않고 돌아왔다. 해본 사람들은 안다. 끝까지 밀어붙이다 보면 궁금증이 해소되는 순간이 있다. 어릴 때 리더스 다이제스트라는 잡지를 읽으면서 사하라 사막을 횡단한 커플 이야기를 읽고 ‘나도 애인이 생기면 꼭 이걸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20대 때 실제로 사하라사막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는데,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너무 지겹더라. 계속 모래야! 내 상상과 너무 달랐던 거지. 하루 만에 관뒀다. 유럽 대륙의 제일 끝이라는 나르빅이라는 도시도 그랬다. 이유 없이 가보고 싶었다. 3박 4일 동안 차를 타고 달렸는데 도착하니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더라. 그냥 허망해. 여기가 끝인가? 졸라 춥구나? 하면서 도착하자마자 다시 돌아왔다. 궁금증이 어느 순간 확 사라진다.
궁금증이 사라질 때까지는 어쨌든 계속 시도해본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렇다. 지금까지 해온 많은 일은 그런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더 플랜>도 마찬가지다. 의혹이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나가다 보니 1.5라는 수치를 발견한 거다.
이번 대선에서도 개표 부정의 여지가 특별히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계획은.
결국 또 모든 문서를 공개 요청하겠지. 2년간 모으고, 다시 체크해보겠지. 문제를 이미 발견했고, 선관위가 절차만 다소 바꾸면 해결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거부해서 또 그 짓을 해야 한다면 미치고 팔짝 뛰는 거지 뭐.
두 달 안에 연이어 <인텐션>과 <저수지 게임>이 개봉한다고 들었다. 간략한 작품 소개를 부탁한다.
두 작품은 모두 5월 대선이 끝난 후 개봉할 예정이다. <인텐션>은 정부가 공개한 5~6개의 세월호 항적도 중에 무엇이 맞는 건지를 따져보는 내용이 될 것이다. <더 플랜> 만큼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검증할 것이다. <저수지 게임>은 주진우 기자가 MB의 비자금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를 추적해 나가는 일종의 로드 무비다.(웃음) 물론 거기서 실제 비자금을 찾아내지는 않는다. 그랬으면 벌써 기사를 쓰고 고발했겠지. 다만 그 문제를 잊지 않고 계속 찾고 있다는 게 메시지다.
그 영화를 제작하라고 1만 6천여 명의 시민들이 무려 20억을 후원해줬다. 영화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으로는 초유의 금액이다.
이명박, 박근혜 시절을 거치면서 납득 가지 않는 의혹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인 듯하다. 우리가 돈과 힘을 빌려줄 테니 대신 나더러 파헤쳐보라는 것 아니겠나. ‘너, 성격 좀 더럽잖아’ 하면서. 난 일종의 조사 의뢰를 받은 셈이다. 그래서 모인 돈으로 영화 제작을 위한 별도의 법인 ‘프로젝트 부’를 만들었다. 펀딩 금액은 오직 영화 제작에만 쓰인다. 앞으로 영화 수익이 나면 ‘프로젝트 부’의 네 번째 영화도 만들어질 것이다.
의뢰를 받았으니 앞으로도 성실히 역할에 임하겠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펀딩을 시작할 당시 약속한 리워드는 모두 지킬 생각이다.
마지막 질문. 요즘 행복한 순간.
회로에 문제가 있는지는 몰라도 난 불행한 적이 없다. 늘 비슷하다.
2017년 4월 25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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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프로젝트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