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꽃 기자]
<국제시장>(2014) 이후 3년 만의 한국영화 출연이다. 상당히 반가운 느낌이다.
인터뷰 방식이 많이 변했다. <국제시장> 때만해도 일대일 인터뷰였다. 기자 한 명과 인터뷰하고, 사진 찍고, 그런 방식으로 세 시간 정도 진행하면 옷 한 번 갈아입고 말이다. 난 아직도 그런 방식이 익숙한데 <시간위의 집> 인터뷰는 한 시간에 기자가 10명씩 앉아있다. 아아, 정말 많이 변했다. 상대방과 교감이 덜 되는 것 같아서 좀 아쉽다. 옛날에는 배우든, 기자든 영화계 사람들끼리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매체 변화의 실상이기도 하다.(웃음)
아무래도 많은 사람과 대화를 하면 의식을 하게 된다. 헛소리도 좀 해야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웃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날 쳐다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 인터뷰가 아니라 마치 언론시사회 같다.
당신의 데뷔작인 <쉬리>(1999)를 촬영할 때에는 기자들이 촬영 현장을 방문하는 취재도 잦았다. 최근 들어 거의 없어졌지만 말이다.
맞다. 그런 것도 다 없어졌다. 그 이야기를 하니 <쉬리>(1999)가 개봉했을 당시가 생각난다. <타이타닉>(1997)이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휩쓸고 있을 때였다. 그런 와중에도 한국 극장가만큼은 <쉬리>가 1등이었다.(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 아닌 제작비였는데 그때는 참 어마어마하게 느껴졌다. 블록버스터라는 개념도 그때부터 생긴 거다.
그것도 사실 좀 부풀린 거다.(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제작비 규모보다 더 놀라운 건 촬영 여건이다. 그때만 해도 48시간씩 촬영하는 게 일상이었다. 선배들은 테이블 위에 요 하나 깔아놓고 주무셨다. 조명 설치하는 데 두 시간씩 걸리곤 했다. 그런 데다가 나는 에너지를 비축해 두는 방법을 모르던 신인 시절이라, 현장에서는 내내 긴장하고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 하는 상황이었다. 피곤해서 눈은 빨갛고, 총은 무거워서 손은 떨리고.(웃음) <쉬리> 이야기가 나오니까 갑자기 이런저런 기억이 나네. 자꾸 이런 말을 하니 너무 옛날 사람인 것 같다.(웃음)
옛날 사람이라니. 서운한 말이다. (웃음) 롱런이라고 해두자.
여기저기서 나를 두고 농담으로 ‘잊을 만 하면 나오는 배우’라고 하는데, 그게 맞다. 2004년부터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 출연하기 시작한 탓에 한국 영화에는 자주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예능이나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2~3년에 한 번씩 개봉하는 영화로 한 번씩 대중을 만났다. 그러다 보니 질리질 않는 거다.
롱런의 비결이 가끔씩 나오기 때문이란 말인가?(웃음)
맞다. 미국 활동을 시작할 때는 그게 이런 장점으로 작용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웃음) 지금도 내가 마트를 돌아다니면 몰라 보신다. 모자도 안 쓰고 다니는데 정말 섭섭할 정도로 못 알아 보더라.(웃음) 목소리를 내면 그제야 ‘오?’ 하고 바라본다.
<시간위의 집>을 선택하게 된 이야기를 좀 해보자.
일단, <검은 사제들>(2015)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 영화관에 가서 두 번이나 본 영화는 흔치 않다. 그 작품의 오컬트 분위기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시간위의 집> 대본을 받고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각본을 보니 장재현이라고 쓰여있더라. 어? 내가 아는 <검은 사제들>의 그 장재현 감독이야? 인터넷으로 검색까지 해봤다. 맞더라. 오! 깜짝 놀랐지.(웃음)
진짜 마음에 들었다. 신선했다. 최근 들어서 한국에서도 비슷한 장르 영화가 많이 나왔지만 <시간위의 집>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중에서도 신선하다. 그것만큼은 자신 있다.
또 다른 강점을 꼽아본다면.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게다가 가족드라마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가 섞여있는 데도 불구하고 배합이 적절한 것 같다. 물론 한계도, 아쉬운 점도 있지만 말이다. 게다가 러닝타임이 100분 아닌가. 요즘 영화들은 너무 길다.(웃음)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과감하게 드러낸 감독님의 선택이 참 마음에 든다. 보는 관객도 지겹거나, 지치지 않을 것이다.
<세븐데이즈>(2007) <이웃사람>(2012) 등 비슷한 장르를 여러 번 시도했다.
내가 스릴러를 진짜 좋아한다. 영화를 보면서 해나가는 내 추리가 맞아 떨어지면 그 쾌감이 왜 그렇게 좋은지! 그거 맞췄다고 누가 칭찬해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맞췄어!” 하면서 소리 지르고 말이다.(웃음) 영화의 한정된 러닝타임 안에 꼭 들어맞는 구도는 역시 스릴러인 것 같다. 문제가 제기되는 시작 부분도 정확하고, 반전으로 끝맺는 마지막 단계까지 아주 깔끔하다. 게다가 <유주얼 서스펙트>(1995) <세븐>(1995) 을 비롯해서 스릴러 하면 언급되는 대표적인 작품을 보며 자라온 세대니까. 특히 <식스 센스>(1999) 같은 건 정말, 워후!
(웃음) 좋아해서 자주 선택하게 되는 모양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당연히 내 취향이 반영된다. 나라면 영화관에 가서 이 영화를 돈 내고 볼까?하고 생각해 본다. 그래서 <세븐데이즈>나 <이웃사람>, <시간위의 집> 같은 작품을 고르게 되는 것 같다.
(미소를 지으며) 그래? 잘 어울리나?
진심이다. 그래서 <하모니>(2009)나 <국제시장> 같은 드라마에 출연할 때 다소 의의의 선택이라고 느꼈을 정도다.
<하모니>는 의외의 선택이라는 말을 진짜 많이 들었다. 코믹한 요소가 많은 작품이라 그랬던 것 같다. 찍을 때 정말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여자 배우들만 많이 나오는 작품이다 보니 현장 분위기가 엄청 즐거웠다. <국제시장>은 나 혼자 이야기를 끌고 갈 필요가 없는 작품이라 선택한 점도 없지 않아 있다. 그 무게를 황정민 선수께 다 짊어 드렸지.(웃음) 나는 그렇게 예산이 큰 작품은 정말 오랜만이라 아주 신났던 기억만 난다.(웃음)
예산 문제, 당연히 중요하다.
특히 해외촬영! 숙소를 비롯한 모든 여건이 너~무 좋았다.(웃음) 여자 배우가 주연하는 영화는 예산이 부족한 경향이 있는데, <국제시장>을 찍을 때는 무려 테스트촬영을 할 정도로 많은 예산이 책정돼 있었다. 한국에서 테스트촬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얘길 들은 황정민이 자기도 처음이라고 하더라. 진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하고 되물었더니 여태 자기가 찍은 영화 중에 흥행한 게 한 번도 없다고.(하하하) 그러더니 그 이후로 계속 홈런을 날리더라.(웃음)
<시간위의 집>에서 ‘만신’ 역으로 출연한 박준면 배우는 <하모니> 때 알게 된 인연으로 안다.
맞다. 대본을 읽자마자 ‘만신’역은 준면이밖에 없구나 싶었다. 사실 <시간위의 집>을 촬영할 때 준면이는 TV 프로그램 <힙합의 민족>에 출연 중이었다. 가사 외우는 게 너무 힘들어 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 하더라. 그런데도 ‘만신’역을 연기해 달라는 내 부탁을 들어줬다. 영화를 본 관객들도 다들 준면이가 출연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말해서, 역시 좋은 선택이었구나 싶다. 내가 준면이에게 잘 해야 된다.(웃음)
아주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국제시장> 때도 20대, 40대, 60대를 차례로 소화하긴 했지만 그때는 작품 내에서 나이를 먹어가는 흐름이 분명하게 존재했다. 분장도 부분적으로 실리콘을 부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훅하고 25년이 지나버리는 설정이었다. 급격한 변화인 만큼 훨씬 더 나이가 들어 보이고 싶었다. 얼굴에 풀을 칠하고, 있는 주름 없는 주름을 끌어모아서 다시 한번 풀을 덧칠했다. 그 상태로 건조 작업에 들어가 얼굴을 굳게 만든 거다. 입가에 팔자주름이 생기게 하려고 턱을 쭉 내밀기도 했다. 아주 원시적인 방법이다.(웃음)
촬영하면서 분장만큼이나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후두암 말기라는 설정 때문에 목소리 연기가 까다로웠다. 현실적으로 본다면 거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일 텐데, 영화 내에서 그렇게 표현할 수는 없지 않나. 실제 후두암 환자들의 목소리를 지침 삼아 내 목소리를 여러 번 녹음했다. 기계음을 넣어보면 어떨지 테스트도 해봤다. 거친 숨소리를 더 잘 포착하기 위해 마이크를 여러 개 찼다. 목소리에 굉장히 신경 쓴 작업이었다.
이번에도 진한 모성애를 보여준다. 한국 관객에게 여전히 유효한 코드지만, 일각에서는 스릴러 장르의 쾌감을 감소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는 스릴러를 스릴러로만 끝내면 흥행은 안 될 것 같다. 너무 현실적인 대답인가?(하하하)
어떤 의미인가.
할리우드는 작품 하나를 촬영할 때 거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엄청난 CG 작업이 가능한 것도 그래서다. 우리나라 작품이 그런 할리우드 작품과 예산으로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작품과 동시에 극장에서 경쟁하고 관객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운명이다. 티켓 값은 똑같이 9천 원, 1만 원인 상황에서 관객을 사로잡으려면, 결국 관객에게 더 많은 것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100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동안 많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소 매끄럽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스릴러의 경우, 그런 부분을 모성애라는 코드를 활용해 이해시킬 수 있다고 본다. 엄마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니까. 그런 면에서 모성애는, 아직은 좋은 도구이자 무기다.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모성애가 그렇게 활용되는 상황에도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배우 개인으로도 그런 코드를 선호하는지.
물론, 앵글을 눈까지 확대해서 눈물 콧물 다 보여주는 정도의 신파 모성애는 나도 별로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웃음) 그리고 설령 그런 연기하는 배우라도 속으로는 다 알 거다. 굳이 감정선을 그렇게까지 표현 해야 하나? 하고 말이다. 요즘 젊고 어린 관객들은 그래서 과도한 신파를 싫어한다. 대한민국 배우들의 고민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웃음) 그런 면에서 <시간위의 집>은 참 다행이었다. 감독님이 늙은 아들 ‘효제’와 대면하는 ‘미희’를 극단적인 클로즈업이 아니라 상반신 정도만 나오는 앵글로 잡아주셨다.
할리우드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국 영화계의 촬영 환경이 과거보다 개선된 점을 체감하나.
물론이다. 당연히 좋아졌다. <시간위의 집>의 현장 스탭들은 전부 4대보험을 보장받았다. 하루 촬영 시간인 12시간을 지키느라 최대한 빠르게 촬영했다. 이동시간도 노동시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전체 촬영도 25회차 만에 끝났다.
25회차? 그 정도면 무지하게 짧은 편이다.
그동안의 영화 촬영은 보통 45회차 정도 진행된 걸로 안다. 그보다도 훨씬 더 줄어든 거다. <단적비연수>(2000)를 찍을 때는 9개월 동안 촬영하고 75회차까지 진행됐었는데 말이다.(웃음) 그때는 제주도 촬영 세트가 바람에 날아가는 탓에 중간에 다른 영화까지 찍고 왔었다.
그럼에도 영화촬영 현장은 여전히 열악한 편이다.
많이 좋아진 편이지만, 지금보다 더 좋아져야 한다. 우리나라 영화계는 아직도 열정페이가 남아있지 않나. 개선돼야 한다. 한국과 할리우드 촬영 현장에서 가장 다른 점이 스탭들의 연령대다. 한국 촬영현장에서는 내가 당연히 선배인데, 미국에서는 내 메이크업을 해주는 스탭이 나보다 더 선배다. 돋보기를 쓰고 아이라인을 그린다. 그 말인 즉, 영화 스탭을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걸 보면 정말 부럽다.
당연하다. 촬영 현장에서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스탭은 대부분 경험이 많은 분들이다. 그래서 조감독이 감독보다 개런티가 더 많은 경우도 상당히 많다. 경험 많은 조감독을 두면 1분 1초를 제대로 관리하고, 촬영 전체 예산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에는 감독이 조감독에게 화장실을 다녀와도 되냐고 묻기도 한다. 물론 우리 현장도 어느 정도 그런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본다.
단적인 예로는.
일단 <국제시장>을 제작한 JK필름이 영화 출연 스탭들에게 표준계약서를 작성했다. 그게 아주 의미 있는 변화였다고 본다. <시간위의 집>도 할리우드 영화보다 더 짧은 촬영 기간 내에 모든 걸 소화한 경우다. 또 마련된 법과 제도를 지키며 촬영했다. 하루 노동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니 최대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고, 그 덕분에 프리 프러덕션 기간이 훨씬 중요해졌다. 앞으로는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스탭의 개런티가 훨씬 더 높아질 거다. 노하우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기 때문에, 한국 시스템에 적합한 노하우를 쌓은 스탭을 선호하게 될 수밖에 없다.
최근까지 미국에서 드라마 <미스트리스> 시리즈에 출연했다. 한국 촬영 여건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법도 하다.
그쪽과 이쪽 시스템을 비교할 수는 없다. 기본적인 차이가 크다. 미국은 땅이 넓다. 그래서 트레일러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 배우들이 그 안에서 분장하고, 쉬고, 대본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서울에선 그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배우가 자기 밴을 타고 다니고, 자기 스탭을 따로 데리고 다니는 거다. 예산이 된다고 해도 공간이 안 된다. 그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 미국과 비교하면, 내가 바보 취급 받는다. 그런 부분에 대해 비교하는 듯한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 않는다.
촬영 여건은 할리우드와 비교될 수 없지만, 한국 영화 전반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시도도 많아졌다.
미국에서도 정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국, 일본 등등 다양한 나라의 작품을 찾아본다. 제작사들은 나보다 훨씬 더 한국 영화를 많이 접한다. 하지만 아직은 한국 영화가 미국 대중들에게 익숙한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인들은 자막 읽는 걸 싫어한다. 영어로 제작되지 않은 콘텐츠는 더빙 버전을 본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 관객보다 게으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눈동자를 위아래로 굴리며 영화를 봤으니, 자막을 읽는 기술이 발달할 수밖에 없지 않나.(웃음) 드라마 <로스트>가 획기적이었던 것도 그래서다. 영화도 아니고 드라마에 자막을 깐다고? 다행히도 인기가 있었다.(웃음)
한국 영화계가 조금 더 분발해야겠다.(웃음)
내가 엉뚱한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라, 자고 일어나면 한국이 할리우드처럼 넓은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럼 난 산드라 블록처럼 되나? 내가 제작하고 내가 주인공하고?(웃음)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드라마 대본 좀 많이 보내주시길 바란다.(웃음) 대본이 들어오지 않으면 다시 미국에 가서 맨땅에 헤딩을 해야지.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작품을 빨리 찍고 싶으니 열심히 오디션을 보러 돌아다닐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스타급 배우들도 늘 오디션을 본다고 들었다.
늘 그렇다. 오디션 현장에서 그런 배우들을 만나면 깜짝 놀란다. 저 분들도 오디션을 보면 대체 난 언제까지 오디션을 봐야 된다는 거지? 싶어서.(웃음) 오디션만 본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콜백, 또 콜백, 스크린 테스트까지… 아휴. 길어요 정말.(웃음) <로스트> 끝나고 <미스트리스>에 합류 할 때도 비슷했다. 같은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인데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듯이 오디션을 보라고 하더라고.(웃음)
요즘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은.
<시간위의 집> VIP 시사회 때 <세븐데이즈>를 함께 만든 원신연 감독님과 배우 박희순이 찾아와 주셨다. 셋이 모여서 “우리가 같이 일 했던 게 벌써 10년이 지났어, 어떡해!”하고 말했다. 원신연 감독님은 조명 때문인지는 몰라도 순간 눈물이 핑 도는 것 같더라.(하하하)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살고 있다.
영화 촬영으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이 큰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좋아 보인다.
영화를 찍을 때는 에너지를 잔뜩 모아서 그 작품에만 몰아넣는 느낌이다. 배우뿐만 아니라 스탭들도 그렇다. 회식을 해도 계속 영화 얘기만 한다. 한국의 TV 드라마는 워낙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작품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여유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영화는 그렇지 않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현장에만 몰두할 수 있다. 영화 촬영의 큰 매력이다. 게다가 지방 촬영을 가면 대가족이 모여 일하는 느낌이다. 그런 분위기가 정말 좋다.
<시간위의 집>도 당신에게 그런 기억을 남겼을 것 같다.
물론이다. 무척 재미있었다. 영화는 무거워 보이지만 촬영 현장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택연은 인기 많은 이유를 알겠더라. 싫어할 수가 없다.(웃음) 여자 스탭에게 특히 인기짱이다. 조재윤은 완전히 분위기 메이커다. 너무 웃겨서 가끔 방해가 됐다.(하하하) 리허설할 때 너무 많이 웃어서,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갈 때는 서로 웃지 말자고 약속하고 연기를 시작한 적도 많다.
슛 들어간 후 카메라 뒤에서 웃긴 적은 없나.(웃음)
에이. 그렇게까지 하면 안 되지. 그럼 나한테 한 대 맞지.(웃음)
2017년 4월 11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pgot@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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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페퍼민트 앤 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