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이 인터뷰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첫 인상이나 사람을 대하는 제스처가 참 유쾌하다. 예상 밖이다.
그런가. 인상 쓰고 앉아있을 줄 알았나(웃음).
그런 건 아닌데, 평소 이미지가 진중하다보니 좀 진지한 모습을 기대했는데 아주 밝은 모습이다.
내가 그런 이미지를 좀 갖고 있다. 그 덕을 많이 보는 거 같다.
덕을 본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평소 내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말을 못 놓고 접근을 못하는 편이다. 말하자면 사람들이 날 좀 무섭고 어려워한다. 근데 그런 거 있지 않나. 쉽게 접근했는데 알고 봤더니 되게 진지하고 무게 잡더라. 이러면 오히려 그 사람이 점점 어려워진다. 반대로 아주 딱딱하고 엄격할 거 같았는데 막상 만나보니 유쾌하고 재밌으면 ‘어! 나 반했어’ 이런 말이 나온다. 그런 면에서 덕을 본다고 얘기한 거다.
어떤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는 건 배우가 연기함에 있어 플러스 요인만은 아닌 듯 한데?
그런데 그게 남들은 쌓고 싶어도 힘든, 난 어떻게 쌓여졌는지 모르겠으나, 신뢰감을 주는 좋은 이미지라서 괜찮은 거 같다. 드라마와 영화는 좀 다른데 영화의 경우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을 마음껏 다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반면 드라마에서는 내가 가진 이미지 때문에 시청자들이 김명민에 대해 기대하는 모습이 있다. 그래서 내가 함부로 포지션, 이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사회적 지위라고 할까. 극 중 그걸 낮게 떨어뜨릴 수 없다. 이번 영화에서 맡은 사건 브로커 역은 어떻게 보면 내가 했던 포지션 중 가장 낮은 포지션이다. 그런 역할이 드라마에서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나같은 얼굴이 어렸을 때 크게 동안이라는 소리는 못 들어도 별로 변화가 없는 얼굴이다.
2주전에 모임을 가졌는데 깜짝 놀랐다. 나랑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 같이 나온 친구들인데 꼭 형들 같고, 말을 못 놓겠더라(웃음).
그럼 어릴 때부터 좀 노안이었나?
아니, 어릴 때는 완전 귀여웠다. 근데 내가 고등학교, 대학교 때 진로와 부모와의 갈등 등 마음고생을 많이 하다 보니 그때 좀 삭았다. 다른 친구들보다 정신적으로 조숙했던 거 같다.
이번 <특별수사>의 주요 소재도 아버지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땠는지?
예전에 우리 아버진 참 엄격한 분이셨다. 또 호텔업에 종사를 하시다보니 매너나 격식,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여기셨다. 밖에서는 마냥 좋은 사람인데 집에서는 엄격한 분. 아들이 딴따라인 것에 속상해 하시고 반대도 많이 하셨다.
대학교 때 VJ한 이력이 있다. 아버님이 그 시기에 반대하신 건가?
그런 기록은 꼭 따라다니더라. 근데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과거의 모습 중 하나다. 부모님께서는 그때도 그랬지만 SBS 공채 합격한 후에도 그리 좋아하지 않으셨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이전까지 탐탁지 않게 생각하신 거 같다. 근데 그 이후에는 인정하고 좋아하셨다. 드라마 후, 사람들이 ‘장군님 부모님’ 이렇게 불러주니 나름 흐뭇하신 거 같더라.
그렇다면 당신은 자녀에게 어떤 아버진가?
난 도 아니면 모다. 중간이 없다. 혼낼 때는 정말 피눈물 나게 혼내고, 같이 놀 때는 씨름하고 진짜 친구처럼 논다. 며칠 전에도 씨름하다가 등에 상처가 생겼다. 애가 이제 힘이 세져서, 요새 위기감을 좀 느끼고 있다(웃음).
오랜 전 일이지만 <스턴트 맨> 같은 경우, 영화가 중간에 엎어진 걸로 알고 있다. 그런 경험이 있으니 크랭크업 할 때 감회가 남다를 거 같다.
그 영화의 경우, 80% 촬영하고 중단 됐다. 그 전에 제작됐던 블록버스터 영화가 다 망하다 보니, 더 이상 투자가 이어지지 않더라. 80억 정도 투자 됐던 영화다. 또 그 이후 연달아 <선수 가라사대>라는 영화도 거의 6회 차 남겨두고 중단됐었다. 그때, 배우가 변변치 않아서인가 . 이런 고민을 좀 했었다. 그때가 모든 걸 다 접고 이민을 생각할 때다. 그렇기에 매 작품이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 작품이 없으면 그 다음 작품도 없다고 생각하고 작품에 임한다.
삭을만 했다(웃음). 등산을 매우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다. 북한산에 자주 간다고 들었다.
조용히 즐기는 걸 좋아하다보니 주말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주로 평일에 간다. 북한산을 자주 다니는 분이라면 나를 심심치 않게 많이 보셨을 거다.
전직 형사의 모습이 많이 나오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그렇다.
<특별수사>가 수사극이긴 하지만 본인이 어떤 정확한 계산에 의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게 아니다. 관계성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처음에는 개인의 복수심으로 사건을 접하게 되고, 나중엔 자신이 누명을 써서 그것을 벗으려고 동현(김향기 분)에게 접근한다. 그 후 동병상련과 동지의식으로 사건에 연루되는 거라서 전직 형사의 모습이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극 중 필재(김명민 분)의 변화도 흥미롭다.
필재는 속물근성 브로커의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 사실 영화의 터닝 포인트는 속물근성을 가진 필재가 변화되는 시점이다. 필재가 할아버지(신구 분)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그건 ‘사랑하는 아들 필재에게’ 라고 아버지가 쓴 편지인데, 그 편지를 받은 후 전과자 아버지를 가진 점에서 동현과 동질감을 많이 느끼게 된다. 그게 아마 필재라는 인물이 직접적으로 사건에 뛰어들게 되는 계기일 거다. 편집에서는 삭제돼서 영화에서는 볼 수 없지만.
삭제돼서 아쉽진 않았나?
필재를 연기한 배우 입장에선 좀 아쉽다. 근데 만약 그 장면이 있었다면 전체적인 흐름상 방해됐을 거 같다. 부성애는 순태(김상호 분)와 동현 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지는거니까 그 장면이 있었다면 분산이 됐을 거다. 하지만 그 장면이 있다면 필재의 행동 변화에 대한 명분이 명확해지긴 한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너무나 끈끈한 유기관계로 잘 버무려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어떤 한 인물을 빼고는 이야기 진행이 안 된다. 그러다보니 따로 노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어떻게 이렇게 잘 썼지?’ 이런 생각을 했다. 자극적이고 웃어라, 울어라 하는 장면은 없지만 드라마가 굉장히 탄탄한 시나리오라고 느꼈다. 하지만 약간 좀 무거운 감은 없지 않았다.
코믹 요소가 강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뭉클하더라.
시나리오보다는 굉장히 경쾌하게 빠진 영화다. 사실 시나리오 자체는 많이 무거웠다. 시나리오의 가제가 <감옥에서 온 편지> 였다. 제목부터가 뭔가 서사적이고 서정적이면서 굉장히 눈물을 펑펑 쏟아야 할 것 같지 않은가! 근데 영화를 처음부터 같이했던 스탭들과 배우들이 기술시사회를 보고 난 후 이구동성 한 말이 ‘어, 이 영화가 이렇게 경쾌한 영화였어?’다. 그런 포인트들을 잘 살려 편집한 거 같다.
배우들의 연기 어우러짐이 좋더라. 성동일과의 호흡도 좋고, 김영애, 김뢰하 선배 배우들의 카리스마도 보통이 아니더라.
배우들이 잘 어우러진 것도 영화의 강점이다. 김영애 선배님의 목소리가 내리누르는 중압감은 장난 아니다. 김뢰하 선배도 마찬가지다. 감히 말하자면 적재적소에서, 각각이 누구하나 구멍 없이 훌륭하게 연기했다.
작품 선택의 기준은?
일단 시나리오가 재밌고 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물론 캐릭터도 보지만 캐릭터가 기준은 아니다. 내가 해도 되고 남이 해도 되는 역할은 별로 매력이 없다.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음, 재료가 많은 것들? 예를 들어 요리사라 한다면 재료가 많으면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많지 않나. 근데 재료가 몇 가지밖에 없다면 누가 봐도 뻔 한 요리를 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재료가 뻔한 캐릭터는 내가 뭔가를 한다 해도 거기서 창조할 수 있는 건 한정 될 수밖에 없다. 난 개인적으로 결론이 보이는 것보다 복잡하고 여러 가지 다중적인 면이 있는 역할이 좋다. 필재만 해도 일직선상에 있는 거 같지만 알게 모르게 감정이 변한다. 과거의 다혈질 형사부터, 화면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왜 필재가 속물 브로커가 됐는지, 그 과정들을 표현하는 게 흥미로웠다. 물론 내가 영화 상 표현할 순 없었지만. 난 영화에 나온 부분을 뺀 나머지 인생의 전과 후를, 그러니까 전사와 후사를 상상하면서 나 혼자 써 본다. 그런 게 아주 재밌다.
필재의 서사가 많이 다뤄지지 않아서 아쉽진 않은가?
전혀. 이건 필재만의 영화가 아니다. 필재의 일대기를 다루는 영화도 아니고. 인물들 간의 유기적 호흡이 중요한, 관계성에 의한 영화다보니 적절히 필재 분량이 잘 편집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필재의 변화에 대한 명분이 좀 뒷받침됐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처음엔 없었는데 그런 분위기가 있는 듯도 하다. 근데 감독님이 처음 만들 때부터 그 점을 염두에 두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허나 1편만한 2편 없다고 시리즈화는 신중히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조선 명탐정>도 시리즈로 성공하고 있지 않나?
그런 시리즈 두 편 정도 하면 안전 빵으로 편하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웃음). 지금 한 말은 진짜 웃자고 하는 말이다!
<조선 명탐정> 3편도 나온다던데?
듣기로는 아마도 내년 쯤 제작되는 걸로 알고 있다. 지금 원작을 사서 열심히 준비 중이다.
시리즈를 계속하면 관객수 측면에서 부담스럽진 않은지?
그런 부담가지면 일 못한다. 어떤 영화든, 어떤 작품이든, 남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만들고, 그 후 나오는 결과에 대해 크게 좌지우지 되지 않는 편이다. 미리 걱정이 앞서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하기 싫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특별히 가리는 건 없다. 노출을 예로 든다면 뭘 위한 노출이냐가 중요하다. 드라마에 녹아있는 노출, 그러니까 꼭 필요한 노출이면 가능하다. 하지만 단지 보여주기 위한 노출은 싫다. 요새 액션 연기 제안을 많이 받고 있다. 액션 연기도 좋지만 일단 드라마가 우선이다. 그러니까 탄탄한 스토리 속에 꼭 필요한 액션이라면 좋다. 많이 필요해도 OK. 하지만 처음부터 주구장창 액션을 위한 영화라고 한다면 그건 싫다. 그건 굳이 내가 안 해도 나보다 몸 좋고 신체 훌륭한 배우가 많지 않나. 더 젊고 생생한 친구들이 할 수 있는 거니까.
영화 속에서 필재 캐랙터가 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가 편집 과정에서 빠졌는데, (빠진 걸 보완하고자)관객들을 설득하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동현의 사건에 개입하기 전과 후를 명확히 구분 짓기 위해 필재의 속물근성을 정확히 보여주려 했다. 어중간하게 복선을 미리 깔지 말고. 예를 들면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음악을 들으면서 중국요리를 먹는 장면이 있다. 그때 필재의 개인 복수는 다 끝난 상황이다. 양형사(박혁권 분) 옷 벗기고 신나서 자축하는 장면. 그때 동현이가 와서 자기 아빠 알리바이 증언해줄 증인 찾았으니 도와 달라한다. 하디만 필재는 ‘죄 없으면 지가 알아서 나오겠지, 내가 네 아빠 잡아 넣었냐?’며 매몰차게 행동한다. 거기서 감독님과 내가 고민한 점이 있다. 감독님은 마지막에 동현이가 나가는 걸 (필재가) 한 번 봐줄지 모른 척 할지에 대해 물어봤다. 사실 별거 아닌 걸 수도 있지만 필재가 봐준다면 그건 필재답지 않을 거 같더라. 그리고 그 다음에 자신이 누명을 써서 동현이를 다시 찾아가는데 그 때 변화된 느낌을 확 보이려면 끝까지 외면하는 게 좋겠다 싶었다. 그게 바로 필재니까. 아무 거리낌 없는 거다. 연민이든 뭐든 어떤 눈 빛으로 (동현을) 보던 간에 관객들은 뭔가 필재 마음이 움직이나 보다 하고 미리 알아채게 된다. 그런 걸 최대한 없애고 싶었다, 확실하게 변화되는 감정이 극과 극으로 갈 수 있게끔.
그러니까 관객들이 미리 알아채지 못하게끔?
그렇다. 영화를 만드는 우리는 미리 나중 얘기를 다 알고 연기를 하기 때문에 미리 감정을 노출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내가 나중에 동현이한테 친근하게 마음을 열지만 그걸 미리 보여줄 필요는 없다. 그 정도로 선을 긋고 명확히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다.
아까 전사, 후사를 쓴다고 했는데 <특별수사> 후사를 어떻게 썼는지?
속물근성을 가진 필재가 순태의 억울한 사연이 담긴 편지를 받고 누명을 벗겨 주게 된다. 근데 과연 그는 그 후 변했을까. 영화 끝난 이후의 필재의 삶이 궁금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필재는 ‘아 똥 밞았었다’ 며 다시 명함을 뿌리고 다니는 사건 브로커, 사무장 필재로 돌아가는 거다.
사람이 쉽게 변하겠나(웃음). 마지막 필재가 모범 경찰상을 받는 에필로그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하철 밑에서 범인을 잡아서 거의 반 패 죽이지 않나. 이게 나를 엿 먹이려 한다고 열 받아서. 근데 어쩌다보니 필재가 용감하게 지하철에 떨어진 시민을 구출한 게 되고 마침 그 장면을 순태가 지켜보고 있었고. 그런 관계성이다. 내가 하고 싶어 한 게 아니라, 어찌어찌 하다 보니 하게 되는 거.
코를 찢은 게 인상적이다. 특별한 이유는?
특별한 의미는 모른다. 감독님이 뭐라고 하던가?
감독님은 코를 찢으면 흉터가 잘 보이지 않나,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하더라. 때리고 베고 하는 건 봤어도 옆으로 따는 건 처음 본 듯하다.
아마 그들의 잔인함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CG처리를 하긴 했지만 칼날이 들어오는 장면은 아주 심혈을 기울여 찍었다. 날도 약간 있는 칼로 코가 들리는 거까지 찍은 거니까. 그 연기를 한 친구가 신인이었는데 아주 예의가 바른 친구였다. 그래서 맞으면서도 아픈 척도 못하겠더라. 그냥 편하게 해라 했고, 실제로 그 친군 알반지 끼고 때렸고, 난 많이 아팠지만 참았고...(웃음)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지금 말한 코 따는 장면부터 그 후 골목에서 싸움하는 장면이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던 장면이다. 사실 감독님이 처음 얘기한 것과는 달리(웃음) 생각했던 거보다 액션을 힘줘서 길고 강하게 촬영하다보니 예상보다 고생했다. 근데 너무 잘 나와서 만족스럽다.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솔직히 가장 힘든 장면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등 다 통 털어서 목욕탕에서 목 졸리는 장면이다. 분명 행복하고 재밌고 즐거운 에피소드도 많았는데 기억에 남는 건 목욕탕에서 목 졸려 죽을 뻔 했던 신만 생각난다.
캐릭터에 몰입을 한다고해서 평상시에 사람을 만날 때 그렇게 행동하진 않는다. 그러면 정말 웃기고 재수 없지 않나!(웃음) 딱 연기 할때만 그렇게 행동한다. 그래서 심각한 캐릭터를 맡았을 때, 그러니까 좀 우울한 역할을 하면 웬만하면 사람을 잘 안만난다. 사람을 만나면 캐릭터의 분위기가 깨질까봐 그렇다. 그렇지 않은 역할은 별로 상관없다.
결론은 어느정도 나 자신을 담가야 되는 역할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까 얼굴까지 다 담가야 되는 역할인지, 아니면 종아리 정도까지만 담가도 되는 역할인지. 역할의 깊이라는 게 있지 않나. 어느정도 이 사람이 감정적으로 괴롭고 힘들고 상처를 받는 인물인가에 따라 다르다.
이번 최재필 역할은 어땠나?
감정적으로 아주 힘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미세한 감정의 변화를 잡아내야 했기에 내가 썼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항상 머릿 속에 담고 다녔다. 영화에 설명이 안돼있는 부분을 설득시키다는게 배우 입장에선 힘든 일 중에 하나다. 다 설명이 돼있으면 그대로 연기하면 되지만 생략돼있는 건 배우가 연기로 채워야 하니까.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아주 심한 날양아치, 다중인격자 혹은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이다.
이유는?
남자의 3대 로망이라는 역할은 다했다. 앞으로 개봉하는 <판도라>의 대통령, 그리고 ‘베토벤 바이러스’의 마에스토로, ‘불멸의 이순신’의 장군역할까지. 그래서 지능적인 범죄자도 해보고 싶다.
<판도라>는 어떤 작품인가?
원전을 다룬 영환데 올 겨울 개봉예정이다.
사이코패스 역할의 어떤 면이 끌리는지?
사람들의 심리에 관심이 많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같은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많은 표현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보여지는 면만이 아니라 겉 모습 안에 숨겨진 모습, 또 그 밑의 밑에 뭐가 있는 지에 대해.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일단 겉모습만 보게 되고 그 사람의 내면은 모르지 않나. 그 사람 내면을 알게 되면 순간순간 충격을 받는다. 영화 2시간 내내 전혀 그럴 거 같지 않은 사람이 보여주는 행동이나 본인도 모르게 하는 행동이 쇼킹하지 않을까. 또 연기하는 것도 재밌을 거 같고.
연기 하고 싶은 구체적인 사이코패스의 모습이 있다면?
좀 하이포지션. 그러니까 변호사나 재벌 등인데, 상상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사람.
작품 끝난 후 캐릭터를 비우기 위해 어떤 일을 하나? 등산?
산에 가는 건 평상시다. 산은 나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치유해준다. 작품이 끝나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는 편이다.
성동일씨와 호흡도 좋았는데, 그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동일형은 정말 누구도 대체 할 수 없는 배우다. 펄펄 끓는 부성애도 되고, 정말 엉뚱하고 재기 발랄한 코믹의 끝이고 애드립의 황제다. 그렇게 다양성을 갖는게 힘든데 이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거 같다. 그래서 지금 매우 바쁘고(웃음).
친분이 있었는지?
우리 인연은 20년 정도 됐다. 동일 형이 SBS 공채1기, 내가 6기다 보니. 서로 선후배다.
<특별수사>가 <7번방의 선물>도 떠오르고 성동일씨랑 콤비로 나오다 보니 <탐정: 더 비기닝>도 연상된다. 또 결말은 <베테랑> 같기도. <특별수사>만의 차별점은?
당신이 말한 영화들도 배우들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또 누구는 <베테랑>이나 <검사외전>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런 영화에선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강자와 약자의 대립, 대결구도로 나온다. 그런데 <특별수사>는 그 대결 구도가 좀 다르다. 처음 말한 것처럼 인물과 인물간의 필연적 관계에서 나오는 사건들이고 그것들을 해결하는 과정도 인물들간의 관계성에 의한다. 대놓고 처음부터 악을 응징한다. 이렇게 출발하지 않는다. 부조리에 대항하는 약자의 모습이 아니라 어찌어찌 하다보니, 얽히고 설킨 관계에 의해서 필연적으로 사건이 전개된다는 게 차별점이다.
차후 예정인 작품은? 드라마 계획은?
일단 <원데이>. 6월 중순부터 촬영 들어간다. 드라마는 ‘육룡이 나르샤’가 끝난지 얼마 안됐지 않았나. 드라마를 너무 자주하면 식상해지는 거 같다. 체력 다지고 좀더 퀄리티 있는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다.
예상 관객수는?
(웃음) 이런 얘기를 또 하게 되는데 희망과 욕망은 다르다.
희망이란 건 숯덩이가 불덩이가 되는 거고, 욕망이란 건 숯덩이가 금덩이가 되는 건데, 난 희망을 갖고 있다. 우리 영화 <특별수사>가 보여줄 수 있는, 가능한 크기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기대한다. 많이 들면 좋은데 그 한계는 분명히 있다는 거다.
희망과 욕망이라, 명언이다. 나중에 인용해야 겠다. .
써라, 김명민이 한 얘기라 하지 말고 본인의 얘기처럼.
최근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지금 바로 생각나는 건 무대인사 할 때다. 개봉 전 무대인사를 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더라. 기업에서 제공하는 시사이벤트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참석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하는데 90%이상이 꽉 찼더라. 꽉찬 관객석을 바라보며 깜짝 놀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016년 6월 10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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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이종훈 실장(ULTRA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