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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서다 <검사외전> 강동원
2016년 2월 3일 수요일 | 최정인 기자 이메일

<검사외전>에서 엄청난 코믹 연기를 펼쳤다. 정말 모든 걸 내려 놨더라.
캐릭터가 웃겨서 시작부터 재미난 도전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코미디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코미디를 가장 좋아한다. 연기할 때도 스트레스를 가장 덜 받고 재밌다. 웃는 걸 참는 게 조금 힘들긴 하지만(웃음).

코미디는 웃음 포인트를 잘 포착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 연기와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지 않나.
물론 그렇다. 톤 조절도 잘 해야 한다. 자칫 잘못해서 코미디가 너무 강해져 버리면 전체적으로 영화가 이상해질 수 있다. 그래서 대사 톤이나 단어 하나 하나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 ‘펜실베니아’라는 대사 톤도 조절했고 ‘후아유’라는 대사도 일부러 더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애드리브도 많았나.
조금 있었다. 황정민에게 ‘러브유’ 라고 하는 건 사전에 없던 장면이다. 지문에는 ‘계란을 준다’ 라고만 쓰여 있었는데 바구니 속에 하트가 그려진 계란이 있길래 현장에서 내가 만든 동작이다.

한치원을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한마디도 진실을 이야기 하지 않는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조금 귀여워 보였으면 했다. 자신의 연기에 스스로 너무 몰입해 버려서 잘 빠져 나오지 못하는, 조금 만화적인 설정을 가미했다.

그래서 말인데 한치원의 아버지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모르겠다(웃음). 우리도 촬영하면서 치원 아버지의 생존여부를 많이 이야기 했다. 감독님도 모르겠다고 하더라.

한치원은 코믹 요소를 많이 가진 캐릭터지만 변재욱과 함께 극을 이끌며 극의 무게 중심을 잡는 역할이다.
맞다. 그래서 톤 조절이 어려웠다. 이야기만 보면 <검사외전>은 정치판의 비리와 정경유착에 관한 범죄영화다. 하지만 <검사외전>은 오락영화이기도 하기 때문에 치원이 담당하는 코미디 수위가 너무 낮아져 버리면 차별화 지점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치원을 연기할 때 코미디 톤을 너무 가볍거나 무겁지 않게 잘 조절해야 했다.

한치원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대부분 심각한 분위기인데 연기할 때 상대방의 기운에 휘말리는 일은 없었나.
이미 캐릭터 설정을 분명히 하고 난 뒤 쭉 밀어붙인 거라 그런 부분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재미난 건 극중 다른 인물이 한치원과 함께 있으면 영화의 톤이 코미디가 되지만 그들끼리만 있으면 톤이 달라졌다는 거다. 촬영할 때는 한치원의 코믹함과 다른 캐릭터들의 현실성을 잘 조율해서 관객들이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다른 캐릭터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성격과 한치원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성격의 차이가 크다. 그런 부분이 <검사외전>이 다른 영화와 차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시사회때 영화를 보고 만족할 수 있었나.
<검사외전>은 캐릭터를 보는 재미로 보는 영화다. 어찌 보면 이야기 구조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그런데 한치원을 내가 직접 연기했으니 영화를 볼 때는 웃음 포인트를 이미 알고 있어 재밌지는 않았다. 대신 황정민 선배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이성민 선배, 박성웅 선배의 연기를 보며 감탄했다. 캐릭터들이 모두 재밌고 웃기더라.

시나리오의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
우선 한치원의 캐릭터가 웃겼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이 있었다.
새로운 역할을 선호하나.
언제나 새로운 걸 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검사외전>도 그런 도전의 연장선이다. 그런데 <검사외전> 같은 경우는 이미 알고 있는 제작진이어서 더 믿음이 간 부분도 있다. 황정민 선배도 이미 캐스팅 되어 있었고 시나리오가 재밌고 웃겼기 때문에 그냥 믿고 갔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큰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검사외전>은 <군도: 민란의 시대>에 조감독으로 참여한 이일형 감독의 데뷔작이다. 작품 선택에 있어 이일형 감독과의 의리도 작용했나.
난 의리로 일하지 않는다. 진행하던 것도 도저히 발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곧바로 찾아가서 거절한다. 물론 친한 분들의 작품을 거절해야 할 때는 나도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의리로 작품 하다가는 둘 다 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절한다.

신인 감독이 주관하는 현장은 어땠나. 신선한 느낌도 들었을 것 같은데.
이일형 감독이 신선한가? 나에겐 이제 익숙한 사람이라(웃음). 그런데 한치원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신선한 것 같다. 촬영 현장은 제작진끼리 모두 친해서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제작에 참여한 윤종빈 감독은 이일형 감독과 중앙대 선후배 관계이기도 해서 현장에도 자주 왔다. 함께 게임도 하고 재밌었다(웃음).

신인 감독과 작업을 많이 했다. 감독의 어떤 면을 보고 출연을 결정하나.
느껴진다(웃음).

느낌만으로 선택하는 건가.
이야기를 나눠보면 영화를 잘 찍을 수 있을지, 영민한지가 느껴진다.

작품에 대한 비전이 엿보인다는 건가.
그런 것도 있지만 이야기를 해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 조금 파악이 되지 않나.

어떤 성격의 사람이 함께 일하기 편하다고 느끼나.
결정을 빨리 하거나, 비주얼이나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있거나, 둘 중 한 가지 측면은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일할 때 보람차다.

이일형 감독은 어떤 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
일단 결정이 정말 빠르다. 조감독 시절부터 일을 잘 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영화를 잘 찍을 거라고는 예상했다. 판단을 빨리 하고 배포가 커서 시원시원하게 일한다.
데뷔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데뷔할 때와 비교해 배우로서 변화가 있었나.
정말 많이 유연해지고 편해졌다. 그리고 일 하는 게 원래도 재밌었는데 더 재밌어졌다. 하지만 목표점은 데뷔했을 때와 달라진 게 없다.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고 더 나아가 아시아 시장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그것이 배우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유명해지면 내가 출연한 영화가 다른 나라에서도 개봉할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나. 사실 감독님들은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어도 인지도가 높은 경우가 많이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까지 담당하기는 힘들다. 아시아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아 합작 영화나 한국영화를 해외에서 개봉시키는 데 일조하는 게 내가 할 역할이다.

그런데 중국에 진출하는 많은 배우들이 드라마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대부분 그렇다.

드라마를 하지 않은 걸로 안다.
안 한 지가 10년이 넘었다.

중국으로 빨리 진출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드라마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드라마를 일부러 피한 건 아니라는 말인가.
드라마는 제작환경이 워낙 척박해서 일부러 기피한 면이 있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 해서 조금 열린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작품이든 하고 싶은 걸 해야지 전략적으로 출연을 결정하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 그러다 기회가 생기면 좋은 거다.

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했다고 생각하나.
이제는 정말 제대로 시작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예전보다 일하는 게 많이 편해져서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편하다는 건 심적인 상태를 말하는 건가.
연기적인 부분도 있고 심적인 부분도 있다. 현장에 있을 때 즐겁고 편하다.

그렇게 느끼기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경험이 쌓여 그런 것 같다. 원래부터 연기는 재밌었지만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그리고 연기 외적인 스트레스도 많았다. 단순하게는 홍보할 때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런데 이제는 스트레스를 안 받으니 편하더라.

혹시 새로운 소속사로 옮긴 것도 매니지먼트와의 스트레스 때문인가.
모델 시절부터 지금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내가 만든 회사에서 혼자 일했다. 예전에 있던 회사도 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 만든 회사다. 그렇게 16년 정도를 혼자 활동하다 보니 할 일이 너무 많고 힘이 부치더라. 이제는 연기에만 집중하고 조금 더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하고 싶었다.

YG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웃음).
영화를 보면 예전보다 즐기면서 연기한다는 인상이 든다. 자신감이 생긴 건가?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연기가 더 재밌어 졌다. 자신감은 예전부터 없지 않았다. 그리고 연기는 없는 자신감도 만들어야 되는 일이기도 하다. 백 명씩 되는 사람들 앞에서 쭈뼛쭈뼛하면 연기를 할 수가 없다.

연기가 더 재밌어졌다는 건 어떤 면에서 그런가.
어떤 표정을 지으려 하면 그게 얼굴로 표현이 되니 재미가 있고 스트레스가 없다. 물론 더 디테일한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겠지만 말이다. 예전에는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도 여러 번 시도해야 겨우 한 번 나오거나 아니면 그런 표정이 잘 지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노력하면 되니까 신기하고 재밌다.

그런 변화는 스스로 노력했기에 가능한 일일 거다.
조금씩 한 땀 한 땀 노력해 왔다. 그리고 경험에 의한 것도 있다. 경험과 노력, 두 가지 모두 작용했다.

언제쯤부터 그런 변화를 감지했나.
<의형제> 찍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열 작품쯤 찍고 나니 조금 자유로워지더라. 그래서 <초능력자>는 비교적 편하게 찍었다. 그런데 군대를 갔다 오고 호흡이 이상해져서 <군도: 민란의 시대>를 스트레스 받으며 힘들게 찍었다. 그런데 그때도 호흡은 안 됐지만 몸은 잘 움직이더라(웃음).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캐릭터 선택 기준이 뭔가.
똑같은 캐릭터는 흥미가 안 생긴다. 비슷한 캐릭터는 재미도 없고 흥미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금 부정적으로 바라보다 보니 결국 선택하지 않게 되더라. 일부러 새로운 캐릭터만 찾는 건 아니다. 재밌는 영화, 그리고 그 속에서 조금 새로운 느낌을 주는 캐릭터를 찾다 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것 같다. 원래가 무엇이든 재밌어야 할 수 있는 성격이다. 싫증도 잘 내는 편이다.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다시 돌아보지 않는 편이다.

그럼 현장에서 모니터링도 잘 하지 않는 편인가.
아니다. 모니터링은 감독님이 충분하다고 해도 내가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한다.

인기가 정말 많은데 본인만의 매력이 뭐라 생각하나.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인기가 많다는 걸 전제로 한 거라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웃음). 일단 내가 한 말은 아니라는 걸 감안하고 대답한다면 허튼 짓 안하고 연기만 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난 그게 굉장히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크게 미움 받을 만큼 나쁜 짓을 한 적이 없다. 술 마시고 취해서 남 욕하는 정도가 전부다(웃음).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큰 문제 일으키지 않고 꾸준히 연기를 하니 인정해 주는 것 같다. 요즘 그런 걸 많이 느낀다.

예전에는 강동원을 이야기 할 때 외모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뤘다면 요즘은 연기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본인도 그런 변화를 느끼나.
그런가? <검은 사제들> 때 사제복 이야기를 많이 해서 잘 못 느꼈다(웃음). 연기를 중간에 안 쉬었으면 지금 더 잘하고 있을 것 같은데 3~4년 연기를 쉬어 버려 아깝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제대 후 복귀작 선택 때문에 활동이 늦어진 건가.
아니다. 복귀작은 이미 고른 상태였다. 그런데 <초능력자>를 촬영하고 개봉할 때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그 이후 군대에서 2년을 보냈다. 제대하고 나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데 대략 1년 정도 걸린 거다. 그렇게 3~4년을 쉬니 너무 답답하더라. 그때 나는 쉬면 안 되겠구나, 쉬면 호흡이 흐트러지니 앞으로도 쉴 생각은 하지 말자, 결심했다. 원래도 휴식기간을 길게 갖는 편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어떻게 보면 연기를 하지 않았던 시간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그런가? 잘 모르겠다(웃음).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기 싫은 모양이다(웃음).
아니다(웃음). 좋은 시간이었다. 내가 내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쉰다고 해도 오래 쉬지 않을 거다.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1년에 한 작품은 꼭 하고 싶다.
왜 배우가 되었나.
연기가 재밌다. 재미를 느끼지 않았다면 내 성격에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어렸을 때부터 재미있는 것만 골라 하는 스타일이어서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연기도 반대가 심했다. 어머니는 항상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해 보라는 스타일이었지만 아버지는 나를 본인 생각에 맞추려는 편이었다. 그래서 빨리 연기 그만두고 공부하라고, 취직하라고, 계속 말씀하셨다. 그런데 내가 싫다고, 내 인생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씀 드렸다(웃음). 부모님에게 간섭 받는 걸 굉장히 싫어했다.

지금은 아버지가 뭐라고 하시나.
할 말이 없으시겠지(웃음). 안 될 거라고 하셨는데 해 냈으니 말이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성공여부를 알 수 없는 배우가 된다는 게 큰 걱정이었을 텐데.
안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 자신감은 어떻게 생겼나.
그냥 그렇게 판단이 됐다. 계산에 그냥 될 것 같더라.

그래도 계산의 근거가 있을 것 아닌가.
연기 수업을 했을 때 연기가 적성에 맞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내가 길 가다가 캐스팅 돼서 쉽게 연기를 시작한 줄 아는데 데뷔 전부터 연기 수업을 3년 동안 받았다. 수업하면서 연기가 적성에 맞다는 것, 그래서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니 계속 그만두라고 말씀하셨지만(웃음).

모델로 데뷔한 걸로 알고 있는데 처음부터 배우를 꿈꿨던 건가.
모델을 평생 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데뷔하자마자 연기 수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연기가 너무 재밌더라. 정말 머릿속이 하얘졌다.

생애 처음 읽은 시나리오를 기억하는가.
독백 수업이었는데 시나리오는 기억이 안 난다. 외우기 쉽게 짧은 독백을 골랐다(웃음). 각자 스스로 준비해 온 독백을 하면 선생님이 수정해주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첫 수업부터 그렇게 몰입이 잘 되더라. 그때 처음 연기가 적성에 맞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모델로 데뷔한 뒤 연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후배들에게 조언을 준다면.
나보다 더 잘 했으면 좋겠다. 차세대 배우들이 우리 세대보다 더 잘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우리 세대가 선배들이 일궈놓은 것보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로만 가지는 않겠다는 마음이 있다.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무엇인가.
항상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웃음). 과거는 이미 지나간 거지 않나. 그런데 오히려 잘 안 된 작품의 캐릭터, 생각보다 사랑 받고 인정 받지 못한 캐릭터가 더 짠한 건 있다. <두근두근 내 인생> 같은 경우도 굉장히 몰입해서 만든 캐릭터였는데 생각보다 사랑을 못 받아서 조금 아쉽다. 찍으면서 캐릭터의 상황 때문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나중에 재조명 받을 때가 있지 않을까 한다.
자신의 현재 위치에 외모가 끼친 영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외모 덕분에 일을 빨리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사실이다. 말 그대로 길 가다가 캐스팅되면서 시작한 일이니까. 1999년도에 모델로서 첫 촬영한 게 기억난다. 다른 아이들은 학교를 다닐 때 나는 휴학하고 일을 시작했다. 외모 덕분에 일을 빨리 시작한 건 분명하지만 그 이후에는 결코 외모만으로 연기할 수 없다. 어느 정도 기본은 해 줘야 하지 않겠나(웃음). 그리고 더 오랫동안 활동하려면 기본보다도 훨씬 잘 해야 한다. 물론 지금도 외모의 덕을 보는 면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관객들이 결코 외모만 가지고 영화를 보러 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노력하는 거다.

연기보다 외모가 주목 받아 서운한 적은 없나.
없다. 가진 것에 만족하고 그걸 더 발전시키는 스타일이지 가지지 않은 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가진 것은 잘 활용하고 가지지 않은 것은 노력해서 발전시키면 된다. 본인이 가진 장점을 없애면서까지 가지지 않은 걸 성취하려고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는 편인가.
그렇다. 어떤 영화를 찍을 때도 단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면 다음 영화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본인이 생각할 때 배우로서의 가장 큰 장단점은 무엇인가.
단점은 주변에서도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어쨌든 친숙한 외모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관객들이 나에게 더 많은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중이다. 지금은 2년 정도 연습해서 발성 시스템 자체를 바꿔 놨지만 예전에는 발성이 많이 모자랐다. 하나 하나 고쳐 나가는 중이다.

장점은?
운동을 잘하는 것도 배우로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순발력도 배우로서 내가 가진 장점이다.

발성은 휴식기에 정기적으로 연습한 건가.
그렇다. 일주일에 1~2회, 많게는 3번씩 연습했다. 주형진이라고 팝 재즈 뮤지션에게 수업을 받았는데 고등학교 동창이다. 그래서 이번에 주형진의 뮤직비디오에도 참여했다. 사실 주형진은 내가 예전에 뮤직비디오 두 편을 한 고마움에 나에게 수업을 해 준 건데 나는 반대로 수업을 1년 넘게 공짜로 받다 보니 주형진에게 미안해지더라. 돈을 준다고 해도 받을 사이가 아니어서 해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가 이번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게 된 거다.

배우로서 가장 듣고 싶지 않은 평가가 있다면?
연기가 엉망이라는 말이 최악일 거다. 졸작을 만들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아마 죽고 싶겠지(웃음).

반대로 가장 듣고 싶은 평가가 있다면?
최고 작품을 만들었다는 말. 그리고 그 안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말! 더 나아가서는 한국 영화나 아시아 영화 사업에 굉장히 이바지 했다는 말이 듣고 싶다. 그러면 먼 훗날 재밌었구나, 돌이켜 볼 수 있을 것 같다.
큰 그림을 그리는 걸 보니 아주 오랫동안 연기를 할 계획인가 보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 은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배우는 은퇴라는 게 사실 없지 않나. 말을 못해도 말 못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면 휠체어를 탄 채로도 연기할 수 있다. <두근두근 내 인생> 때도 장씨 할아버지의 아버지 역으로 출연한 김인태 선생님이 걷기도 힘든 상태에서 연기하셨는데 너무 감동적이고 멋있었다.

배우는 일을 그만두지 않아도 된다는 게 좋은 것 같다.
정년퇴직이 없으니까.

그런데 보다 다양한 인물을 다룬 시나리오가 개발되지 않는 게 아쉽다.
그건 배우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내가 잘 해서 인지도를 만들면 투자가 들어올 테고 그런 영화가 만들어 질 수 있는 길이 생기지 않나.

자신의 스타파워를 활용해 중국으로 시장을 넓히는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내 돈으로 영화를 찍을 수는 없는 거니까.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지 않나.

배우의 역할을 단순히 연기에만 한정하지 않고 시장을 발전시키는 것까지 생각하는 모양이다.
난 그것도 배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과 작업하고 싶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마다 우리 세대 사람들과 일해 더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선배들이 닦아 놓은 길을 가는 것도 좋지만 우리 세대는 또 우리 세대만의 문화와 생각이 있지 않나. 거장 감독님들과 작업하게 된다면 물론 영광일 테지만 선배들보다 더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약간의 도전정신도 있고.

제작에는 관심이 없나.
이제는 업무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 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배우의 출연여부에 따라 제작이 결정되거나 투자가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만일 내가 좋은 아이템을 하나 발견해서 친한 감독님에게 함께 만들자고 하면 공동제작이 된다. 언젠가 제작을 하는 것도 큰 문제는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제작을 하려고 스트레스 받고 싶지는 않다. 재밌게 일하고 싶다.

데뷔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그간 한국 영화 산업이 바뀌는 것도 체감했겠다.
많이 바뀌었다. 우선 필름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왔지 않나. 현장에서도 필름 롤을 체인지 하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쉴 시간이 줄었다(웃음). 연기를 시작한 게 13년 전이었으니 그 당시만 해도 멀티플렉스가 자리 잡기 전이었다. 그때만 해도 단관 극장이 많았다.

제작과정의 변화로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물어본 질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영화시장 구조가 지금과 같이 된 게 얼마 되지 않아 독과점 문제, 극장과 투자 배급사의 수직계열화 등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도 다양한 영화는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더 건강한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훨씬 좋아지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맞는 말이다. 시장 경제는 정말 냉철하다. 사실 그런 문제는 자본에 따라 흘러가는 부분이라 정부가 해결해야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물론 무관심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영화 찍는 사람들이 좋은 건 그런 부분을 절대 간과하지 않는다는 거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돈만 벌겠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영화 찍는 사람들은 작은 회사로 옮길지언정 대기업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스타일이 아닌 경우가 많다.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좋은 영화를 만드는 거다. 새롭고 다양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 효과가 큰 일이다. 그래서 <검은 사제들>처럼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이런 영화도 흥행할 수 있네? 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면 시장이 보다 다양해지는 거다.

<검은 사제들>은 한국에서 흥행하기 힘든 소재인데 흥행해 놀랐다.
그렇게 잘 될 줄이야(웃음).

흥행도 자신 있던 거 아니었나.
500만을 넘길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300만은 넘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목표를 그렇게 잡고 만들었다. 돈 벌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이런 영화도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잘 됐다.
연극이나 다른 매체를 시도할 생각은 없나.
전혀 없다.

왜 그런가.
영화와 연극은 전혀 다른 장르라고 생각한다.

배우의 입장에서 연기하는 게 다르다는 건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두 매체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연극은 클로즈업이 없지 않나. 연기도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스피커나 사운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앞에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크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연극은 저 멀리 앉아 있는 사람도 들을 수 있게 이야기 해야 한다. 연극이 영화보다 더 고난이도 연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따지면 영화판으로 온 연극배우들이 모두 성공해야 하지 않겠나. 동종업종이지만 전혀 다른 분야라고 생각한다.

최근 가장 행복한 일이 있었다면.
시사회가 끝나고 기분이 좋았다. 영화에 대한 만족도를 떠나서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더 잘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게 아주 중요하다. 영화는 산업적으로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돈으로 영화를 만들어 이익을 창출해 돌려주는 구조이지 않나. 그래서 흥행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 없다. 개런티 받은 것 이상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사회가 끝나고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행복까지는 아니었는데… 아! 게임을 한참 동안 안 했는데 최근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과 경쟁이 붙었다. 내가 이긴 줄 알고 이겼다! 소리 질렀는데 점수를 보니 졌더라. 나는 3일 차고 감독은 한 지가 조금 됐다.

댓글은 챙겨 보는 편인가?
모두 챙겨 본다. 자기 반성의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은 부족했다고 하면 생각해 보고 수정하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예전에는 기자들에게서 냉소적인 시선을 많이 느꼈다고 인터뷰한 기사를 읽었다.
지금은 굉장히 좋아졌다. 예전에는 권위적인 분들도 있어서 '네가 길 가다가 데뷔해서 여기 있는 거지, 연기를 알기나 하냐'는 눈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나도 그런 분들 앞에서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연기를 3년 동안 열심히 준비해 왔다고 이야기해도 그런 시선을 가진 분들에게 내 이야기가 들어가겠나. 그래서 예전에는 조금 불편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편하게 이야기 한다.

오래 걸렸지만 자신의 가치를 말 대신 행동으로 직접 보여준 셈이다.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나이 드신 분도 너는 생각이 좀 있는 애구나, 이런 눈빛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이 든다. 기자회견장에서도 그 기운이 느껴진다. 옛날에는 차가운 분위기 때문에 말 실수나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앉아 있었다.

본인이 실제로 성장했기에 여유가 생긴 게 아닐까.
그럴 수도 있다. 상호작용이 있겠지. 내가 성장했으니 인정해주는 눈빛이 보이고, 그러니 나도 더 편해지는 거다. 벌써 19번째 작품이거든.

언젠가 가장 다작한 배우로 기억되는 날이 올 것 같다.
일단 (하)정우 형을 이겨야 한다(웃음).

2016년 2월 3일 수요일 | 글_최정인 기자(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_영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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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i01
생각도 참 아무지고.. 말도 참 조리있게 잘 하고,, 정말 현문현답을 보는 것 같네요.   
2016-02-0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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