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요. 고맙습니다.
이미지도 그렇지만 참 반듯해 보여요.
저요? 별로 반듯하지는 않은데요.
지금까지 침침하고 어두운 영화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좀 밝은 영화예요. 이번 작품에서 참 욕도 많이 하고 무례한 짓도 많이 하는데 반듯해 보인단 말이죠.(웃음)
보통 영화 출연은 누가 결정하세요?
제가 끌리는 거로 정해요.
설경구씨랑 나이 차이가 많은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그런 거 전혀 없었어요. 초반에 설경구 선배님이랑 (작품) 한다고 했을 때 좀 막막했어요. 시나리오 읽었을 때 제가 재미를 느꼈던 부분이 막 욕하고 그런 면인데 상대가 설경구 선배님 이라서요. 그런데 처음 만났을 때 선배님이 그 얘기 먼저 하셨어요. 적으로 생각하고 편하게 욕하고 때리고 그러라고요. 선배님이라 부르지 말고 형님이라 부르라고 되게 편하게 대해 주셨어요.
실제 아버님이랑 나이가 비슷하지 않나요?
큰아버지요.(웃음)
그런데 둘이 굉장히 잘 어울렸어요. 케미가 좋다고 하잖아요. 원래 형이 없지 않나요?
네 형은 없어요. 그래도 실제로 촬영할 때 진짜 선배님 이렇게 생각 안하고 큰 형님이라 생각하면서 편하게 촬영했어요.
그 장면 참 재밌었어요. 설경구씨가 ‘형님이라 불러!’ 하니까 큰 형님은 어떻고, 둘째 형님은 저렇고. 일곱 번째 아들이라고 하는 장면이요.
그 점이 되게 의외였어요. 전 그게 가슴 아픈 가족사라고 생각해서 보시면서 측은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까 했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다들 웃으시더라고요.(웃음) 저뿐만 아니라 감독님도 그렇고 스텝 분들도 그 장면이 웃기리라고 예상 했던 장면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영화를 보니까 왜 그런지 알았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코믹한 면이 보이더군요.
전 좀 걱정이 됐어요. 우선, 관객들에게 처음 보여드리는 모습이고 저도 처음 하는 연기이다 보니까 감이 좀 안 잡혀서요. 모니터링을 하면서도 이 정도 표현해서 되는 지도 잘 모르겠고, 더 과장해야 하나 이런 부분도 있었어요. 상대적으로 밝은 역할이 욕심났던 이유 중 하나는 정말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거든요. 그리고 그 점에 대해서 그나마 부담이 좀 덜했던 거는 실제 나랑 닮은 캐릭터라는 점이에요. 설경구 선배님이랑은 선배님이 너무 잘 해주셔서 호흡 같은 문제는 없었는데 과연 관객 분들이 어떻게 보실까 하는 걱정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편집을 한 것을 보니 다행히 제 걱정보다 튄다거나 이런 부분이 심각하지는 않은 거 같아요.
<화이>에서도 그렇고 원체 대 선배님들이랑 연기를 많이 했는데 워낙 나이 차이가 많다보니까 영화가 끝난 후 친분을 이어가기는 좀 힘들지 않나요? 친하게 지내는 또래 배우들은 누군가요?
희한하게도 나보다 형이나 누나들이 많고 배우들 중에는 또래 친구가 없는 편이에요.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전에 <오렌지 마말레이드>에 같이 출연한 분들이랑 계속 연락하고 있고, 선배님들이랑은 간간이 연락드리고 영화 시사회나 이런 데서 뵈면 인사 드리고 해요.
어떻게 보면 이번 작품이 10대 마지막 작품인데 특별히,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일부러 어떤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이 영화에 많이 끌렸어요. 전쟁 영화라고 하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르가 아니잖아요. 감성도 그렇고. <웰컴투 동막골> 같은 영화도 있었지만 보통은 어둡고 진지한 영화들이 많이 떠오르는데 <서부전선>은 시나리오를 읽는데 분명히 전쟁 영화인데 그 안에 있는 에너지가 밝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좀 따뜻하고 휴머니즘이 강한 거 같아서요. 그런 면에 많이 끌렸어요. ‘아, 이런 전쟁 영화가 있을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한 거죠. 그게 억지로 느껴지지 않았고요.. 그래서 선택 했어요.
사실 전쟁 영화가 체력적으로 힘들잖아요. 그래서 한번 하면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하고요.(웃음) 그런데 너무 어린 나이에 전쟁 영화를 경험한 거 아니에요?
좀 가벼운 전쟁 영화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어요. 초반에 전투 씬이나 추격 씬이 있긴 하지만 거의 탱크 안에서 촬영이 이루어졌거든요. 정말 <태극기 휘날리며>나 <고지전> 같은 정통 전쟁 영화는 솔직히 아직 엄두가 안 나는 게 사실이에요. 저희 영화는 막 힘든 액션보다는 거의 투닥투닥 거리는 몸싸움이 많아서 생각보다 체력적으로는 많이 힘들진 않았어요.
나중에 탱크를 직접 운전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하던데.
네, 군대에서 탱크 부대를 들어가도 직접 운전해 보기는 힘들 텐데. 실제 탱크와 똑같지는 않지만 어찌됐건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탱크 제작에 심혈을 많이 기울였다고 들었어요.
네, 탱크가 또 다른 주인공이라 보셔도 되요.
10대 남학생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차나 이런 것에 관심 많죠?
그렇죠. 차, 기계에도 관심 있고 또 밀리터리에 대한 로망도 있고요. 탱크 운전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스텝 분들도 운전해보고 싶어 했어요. 어차피 외부에서 보면 탱크를 누가 운전하는지 안 보이니까요. 다들 해보겠다고 했는데 제가 쉽게 그 자리를 내주진 않았죠! (웃음)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캐릭터 상 이번에는 관객들한테 새롭게 보여드리는 면도 많았고 저에게도 새로운 게 많았거든요. 연기 스타일도 처음 시도해보는 거였고. 전에는 뭐 캐릭터 감정들이 워낙 복잡하고 미묘하다 보니까 제가 불안해서 선배님들이나 감독님들한테 많이 여쭤보고 감정을 차근차근 정리를 했어요. 그래서 뭔가 캐릭터를 제 옆에 만들어 놓은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리를 하긴 했지만 큰 틀만 잡아놨을 뿐이지 세세히 정해 놓진 않았어요. 현장에서 드는 감정 그대로를 살려가면서 캐릭터를 입어 본 거죠. 그런 점이 신기하기도 했고 재미도 있었어요.
그럼 즉흥적인 연기나 행동이 많았겠네요?
네, 애드립도 많았고 즉흥적인 행동도 많았죠. 그런 것들을 예전 같았으면 ‘다시 해 볼께요’하고 다시 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어요. 끊지 않고 롱테이크로 가보기도 하고, 실제 동선이 달라졌는데도 그냥 해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본거죠. 실제로 영화 속에서도 그런 장면들이 나와요. 처음 만났을 때 수류탄 던졌는데 나무에 튕겨져 나온 장면들이 그런 경우예요. 또 만취연기 할 때도 원래는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고 그냥 앉아있는 설정이었는데 연기하다보니까 비틀비틀 거리며 촬영한 거죠. 이런 식으로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진행된 부분도 많았어요. 초반에는 이렇게 해도 되나 좀 확신이 부족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확신이 들었어요. 감독님뿐 아니라 여러 선배님도 믿어주시고 즐기면서 하라고 말씀해 주셔서 잊지 못할 촬영이었어요.
실제 성격이 진지한 편인가요, 아니면 영광이랑 비슷한가요?
전 영광이 쪽이에요. 인터뷰 할 때만 좀 진지해져요.(웃음) 친구들이 드라마나 인터뷰하는 거 보면 낯간지러워 못 보겠다고 그래요.
영화 촬영 안 할 때는 주로 뭐 하나요?
친구들 자주 만나고요. 음악도 듣고. 극장가서 영화도 보고요.
영화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어떤 장르 좋아하세요?
장르를 가리진 않아요. 그렇다고 남들보다 뛰어나게 영화를 많이 봤다거나, 옛날 영화들까지 세세히 알고, 감독님 이름이나 조연 배우 이름까지 막 외우고 그런 편은 아니에요. 그냥 영화 보는 자체를 좋아하고 드라마 보는 거 좋아해요.
아직 못 보는 영화 많죠? 미성년자니까!(웃음)
보면 안 되는 영화들이 많은 셈이죠.
그래도 다 보지 않나요? 비공식적으로.(웃음)
음...( 웃음)
노래요?
나중에 혹시 뮤지컬도 하지 않을까 해서요.
뮤지컬이나 연극에 관심은 있는데 제가 목소리가 낮아서 그런지 자신 없어요. 일단 노래들이 너무 높아요.
주로 어떤 노래 좋아해요?
제가 음악적 감성이 좀 올드한 편이에요. 옛날 노래들을 좋아하는데 그런 노래들 노래방에서 불러보고 싶은데 이게 음역 대 자체가 너무 높은 거예요.
노래방 애창곡이 있다면요?
그때그때 바뀌어요. 한 곡만 정해놓고 부르는 게 아니라. 그런데 (좋아하는) 가수들은 좀 정해져 있어요.
누구 좋아하세요?
항상 예전부터 얘기하는데 박효신 선배님. 약간 그런 노래들을 좋아해요, 슬픈 노래들! 이문세 선배님, 김동률 선배님. 뭐랄까, 노래 속에 감정 들어가 있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그 분들의 경험이 노래를 통해서 전달되는 거 같고요. 듣고 있으면 가슴도 아프고.
다른 인터뷰 보니까 아직 첫사랑을 안 해 봤다고 하는데 그런 노래 들으며 가슴이 아프나요?
그런 노래가 거의 이별 얘기잖아요. 이별의 고통은 알겠는데(웃음) 사실 그 감정 아직 어색한 거 같아요.
아니, 대한민국 여고생들이 여진구씨를 가만히 내버려 둔 단 말이에요?
내버려 두더라고요.(웃음) 제가 중학교 때는 여자 친구보다는 운동이나 친구들이랑 노는 거에 빠져있었고, 고등학교는 이성 친구들과는 동떨어진 곳에 진학을 한데다가 또 산속에 학교가 있어서요. 지금은 사실 제 또래 여자 친구들이 어려워요. 어렵더라고요. 눈도 못 쳐다보겠고.
<서부전선>에서 많이 웃었던 장면 중에 하나가 고추장 바르는 장면이에요. 정말 리얼하던데요. 얼굴에다 붙인 거예요?
네, 실제로 본을 떠서 붙인 거예요.
고추장은 진짜 고추장?
음, 진짜 고추장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요. 100% 고추장은 아니었고요, 좀 순하게 만들고 색깔은 더 진하게 만들었어요.
그렇게 심하게 망가졌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그래도 망가진 연기 한 느낌이 어때요?
제가 생각해도 여태까지 보여준 모습과 굉장히 다른 모습인 것 같기는 해요. 모니터링해서 봐도 그런 생각 많이 들었어요. 이렇게 제 모습 보면서 많이 웃어본 적이 없거든요.
정말요? 코미디 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일단 되게 재밌어요. 현실에서 보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고 코미디도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예요.
그럼 예능 욕심도 있나요?
예능이랑은 또 다른 거 같아요. 예능은 좀 힘들어요. 이번에 마리텔 촬영을 했는데 이건 좀 편하게 했어요. 여하간 예능을 보는 건 좋아하는데 막상 나가서 하려고 하면 어려운 거 같아요.
특별히 출연하고 싶은 예능이 있다면요?
음, 오래전부터 봐온 무한도전이나 또 운동을 원체 좋아하니까 우리 동네 예체능 정도.
남자들은 군대에 대해서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할 것 같아요. 군대 가기도 전에 대충 경험을 해보네요.
뭐 전쟁에 대한 경험이 더 큰 거 같긴 하지만 어쨌든 군복은 입어봤으니까요.
군대에 대한 로망이 있다고 하던데요.
네! 저는 희한하게 계급에 따른 권력행사라고 해야 하나? 그 ‘짬’ 이라고 하는 거에 대한 호기심이 예전부터 있었어요. 그게 뭐 제가 계급이 높아져서 밑에 있는 친구들을 괴롭히고 싶다 이런 게 아니고, 그게 왜 당연시 여겨질까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있었어요. 나는 안 그럴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막상 닥치면 어떨지 장담은 못하지만요. 저는 밑에 부하들한테 잘 해줘야지 생각했거든요. 어릴 때부터 저는 건강했으니까 군대가는 건 당연한 거구요.
참 인복이 많은 배우예요. 이번 만해도 설경구씨도 그렇지만 충무로에서 진짜 연기 잘하는 분들이 대거 출연했던데.
김원해 선배님, 진짜 감사드려요. 영화 중에서도 영광을 아끼는 역할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진심 예뻐해 주셨어요.
영화에서도 귀여워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네, 특히 탱크 병 모자 쓰고 있는 걸 제일 귀여워하셔서, 계속 헬멧 쓰고 있으라고 할 정도였어요.
지금까지 많은 선배 분들과 연기를 해보셨는데 좀 무섭다 하는 분 없었나요?
아직까지는 없었던 거 같아요. 다들 너무 잘 대해 주셔서.
<화이>에서 보면 다른 아빠들은 다 잘해 주잖아요. 그런데 김윤석 아빠는 좀 강하게 나가는데 좀 무섭지 않았나요?
아니요, 평상시 선배님이 굉장히 음악 좋아하세요. 의외였던 게 성시경&아이유‘그대네요’ 이 노래를 계속 들으시는 거예요. 가사를 보면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은 드는데 그래도 계속 들으시는 게 저한테는 좀 의외였어요. 선배님이시지만 약간 좀 귀여운 부분도 있고요. 거기다 또 딸 바보세요. 자녀분들 얘기하실 때 표정 보면 선배님도 아빠구나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현장에서는 정말 분위기가 달라지세요. 그 역할에 완전 심취하셔서 무서울 정도예요. 특히 지하실 씬은 진짜 무서웠어요.
뭐, 호흡을 나눌 수 있으면 어떤 분이든지 저한테는 영광이고요. 그 분들이랑 작품을 같이하게 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좀 빨리 저의 롤 모델 분들이랑 연기 해보고 싶어요.
롤 모델이 어떤 분들인지 궁금해요.
진짜 많아요. 그런데 운이 좋게도 영화에서는 많이 만났어요. 김윤석 선배님도 그렇고,
이번에 설경구 선배님도 만났고요. 최민식 선배님, 하정우 선배님, 송강호 선배님. 진짜 많죠.
여배우는 없나요? 뭐 엄마나 누나였으면 좋겠다.(웃음) 아니면 이 분은 정말 예쁘더라 하는 분요.
여배우분들은 뭐랄까 그냥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이에요. 예쁘다 그런 느낌이 아니라…다시 말해, 반하는 아름다움이 아니고 사람을 놀라게 하는 아름다움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이상형을 물어보면 연예인 중에서 꼽을 수가 없더라고요.
차기작은 결정 됐나요?
아니요, 아직 차기작은 결정된 게 없어요.
영화, 드라마, 시트콤 다 장르별로 특성이 있을 거 같아요. 어떤가요.
배우들이 많이 욕심을 낼 수 있는 장르는 영화인 같아요. 당연히 환경 자체도 다르고요. 우선 영화는 기간이 좀 충분하고 시작과 결말이 나와 있다 보니까 그것에 대해서 철저히 연구를 할 수 있어요. 드라마는 대본이 촬영하면서 나오다 보니까 순발력이 많이 필요하고요. 그만큼 재미도 있고 현장 속도도 빠르고요. 드라마를 찍으면 뭔가 막 휩쓸린다고 할까 정신이 없기도 하는데 그 사이 사이 되게 재밌어요. 찍을 때는 힘들더라도 찍고 나서 얘기할 것도 많고요.
지금 고 3인데, 수시 원서 썼나요?
네, 썼고 지금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데 생각보다 떨리더라고요.
어디 썼어요? 공개해도 되요?
아직은 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서요.
네 알겠습니다. (웃음) 대학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요?
CC에 대한 로망이 커요(웃음)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 전 어릴 때부터 대학에 가고 싶었어요. 대학 생활은 놓치기에 아쉬운 경험인 거 같아요. 생각지도 못한 긴장감과 설렘을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요. 사실 원서 접수하는 게 이렇게 손 떨리고 긴장 될 줄 몰랐어요.한 열 번 정도 잘못된 거, 틀린 거 없나 확인하고 접수했어요. 원서 사진 찍는데 그렇게 카메라 앞에 많이 서 봤는데도 표정이 계속 굳어 있고요.
만약에 연기를 안했으면 어떤 길을 갔을 것 같나요?
연기가 아니더라도 일찌감치 하고 싶은 일을 찾았을 거 같아요.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거든요. 연기도 그중에 하나였어요. 그런데 제가 타고난 성향이 수리 쪽보다는 언어 쪽이나 문학 쪽인 거 같아요. 제가 문과거든요. 그래서 번지르르한 ‘사 ’붙는 직업을 가졌으면 하겠지만 그건 힘들었을 것 같고 몸을 좀 많이 움직이는 운동선수나 요리사 아니면 악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의사, 변호사, 검사 이런 건 절대 못했을 거예요.
영화에서 하시죠.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요! 왕도 하는데요 뭐.(웃음)
그게 정말 영화의 매력이에요!(웃음)
<서부전선>, <화이> 놓고 다시 찍으라고 한다면, 어떤 거 선택할 거 같아요?
<서부전선>요. 진짜 재밌었어요. 어렵고 힘들기도 했지만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요. 사실 <화이>는 다시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오히려 많은 경험이 없어서 캐릭터에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작년에 <화이> 시나리오를 심심해서 한번 읽어 봤는데 느낌이 사뭇 다르더라고요.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었던 면도 있었겠네요.
그렇죠. 그땐 오히려 단순하게 다가갈 수 있었거든요.
매력적인 악역에 대한 욕심도 많다고 들었어요.
정말 많아요.
<배트맨>의 조커, <베테랑>의 조태오를 언급했는데 이유 불문 악역을 원하세요? 아님 이유 있는 악역을 원하세요?
저는 좀 이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조커가 그런 경우예요. 뭐랄까 <베테랑>의 조태오와 <배트맨>의 조커는 좀 다른 이미지의 악역인 거 같아요. 조커에 비해서 조태오 같은 경우는 좀 감정적인 인물 같고 조커는 감정적으로 보이는데 알고 보면 엄청난 논리와 악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 영화를 보면서 인간의 본성은 ‘악’인가 이런 생각도 들었거든요. 물론 ‘선’으로 끝나긴 하지만요. 그래서 제가 악역을 한다면 제대로 된 논리를 갖춘 그 안에서 악을 행하는 역할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10년 안에 가능하겠죠?
저야 좋죠. (웃음)
기대됩니다!
저도요!(웃음)
2015년 9월 30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사진_박광희 실장(studio Ut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