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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법을 아는 배우 <스물> 김우빈
2015년 4월 3일 금요일 | 최정인 기자 이메일

김우빈은 어딜 가든 두드러진다. 서울패션위크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김우빈은 데뷔 한 지 1년 만에 맥심, W, 보그걸 등 전문 패션지를 휩쓸며 훤칠한 키와 개성강한 마스크를 지닌 모델로 두각을 드러냈다. 단숨에 드라마까지 접수한 김우빈은 ‘학교 2013’에서 그 매력을 과시했고, ‘상속자들’에서는 주연배우 이민호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우빈은 2013년 <친구 2>로 스크린에 데뷔, 두 번째 영화 <기술자들>에서 스크린 주역까지 꿰찼다. 출연한 영화들은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평이한 평가를 받은 두 작품이 그만큼 선전할 수 있었던 데는 김우빈의 공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렇게 김우빈은 단숨에 충무로 최고의 블루칩으로 등극했다.

김우빈이 방송가와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그간의 흥행 성적표 때문만은 아니었다.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매력만큼이나 충무로 관계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건 작품을 거듭할수록 배우로서의 확신을 심어주는 연기력 때문이었다. 드라마 데뷔작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 화이트크리스마스’의 강미르부터 줄곧 반항아 역할을 맡아온 그는 배운 것을 끊임없이 활용하려 노력했다. 따뜻하면서도 거친 반항아 이미지를 자신만의 매력으로 구축했고, 작품을 거듭할수록 연기에 안정감을 더해갔다.
김우빈은 <스물>에서 기존의 시크한 이미지에 스무 살 청년의 어리숙한 모습을 더한 새로운 모습의 반항아 치호를 연기했다. <스물>은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코미디였다. 반항아 이미지에서 강렬한 눈빛을 덜어낸 뒤 찌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유치함을 더해 색다른 아웃사이더를 그려냈다. 그가 연기한 개성 넘치는 치호는 <스물>의 세 친구 가운데서 단연 돋보였다.

김우빈이 그토록 짧은 기간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어린 시절부터 꿈을 명확히 세우고 그에 부합하는 노력을 경주했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모델이 되고 싶었고 그 이후로 쭉 이 길을 걸어왔어요. 꿈을 일찍 발견하고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게 고마워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남들보다 빨리 파악하는 그는 <스물>의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치호를 선택했다. 치호처럼 목표를 정하지 못해 방황했던 경험은 없었지만 왠지 치호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치호가 아무 생각 없이 숨만 쉬고 있는 것 같아 보여도 나름대로 생각이 많은 친구에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치호가 ‘미친 말’처럼 느껴졌어요. 나와는 다른 식으로 살아왔지만 그 친구를 평가하고 싶진 않았어요. 치호는 그저 나와 다른 형태의 삶을 산 것 뿐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선택할 때 이야기의 공감 여부를 가장 우선시했고, 자신의 감정이 사랑인지 갈팡질팡하는 치호에게 공감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그 역시 그랬다. “이건지 저건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스물> 속 김우빈은 굴레를 벗어던진 말처럼 신이 났다. 전작에서는 대본에 충실히 연기했다면 <스물>에서는 현장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 <기술자들>에서는 카메라에 적합한 얼굴을 각도까지 신경 써서 연기했지만 <스물>에서는 현장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어린 아이처럼 바닥에 털썩 드러누워 허우적대는 치호의 코믹한 모습은 그가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이었다.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경험을 했어요. 애드립이 안 들어가는 장면이 없었어요 소소반점에서 술을 마시다 웨이브하는 장면도 쉬는 시간에 준호가 가르쳐 준 웨이브를 즉흥적으로 해 본 거예요.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그렇게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웃음을 참는 것이 가장 힘들었을 정도로 즐거웠다는 <스물>의 현장에서 김우빈이 얻은 또 다른 선물은 강하늘, 이준호다. “정말 오래가고 싶은 친구들이에요. 인터넷에서 ‘좋은 친구’를 검색하면 나오는 문장들에 꼭 들어맞는 친구를 얻었어요.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호흡이었어요.” <스물>의 촬영이 모두 끝난 후에도 여전히 단체 대화방을 통해 촬영 현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공유하고, 밤샘 촬영한 친구가 있으면 응원하기도 한다. 또래 친구들이 많은 것은 김우빈의 복이다.

김우빈에게는 소중한 친구가 또 있다. 힘들었던 모델 지망생 시절, 함께 걸어가는 친구가 있었기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친구에게 너무 고마워요. 들어오는 일이 없어 금전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 포기하고 싶은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 때문에 함께 모델을 준비하던 친구가 마음 약해질까 봐 그런 이야기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친구도 저와 똑같은 마음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많은 의지가 됐어요.”
김우빈은 처음 모델 일을 할 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처음 일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모델이라는 직업에 고마움을 느낀다. “무대 뒤에서 사람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추억이 생각나서 자극돼요. 디자이너 선생님들의 생각도 전보다 더 이해할 수 있을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배우와 모델을 병행하는 차승원을 롤모델로 꼽는다. 그래서 가능한 모델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싶다.

김우빈은 본인의 성과보다 함께 한 사람들을 기억하는 배우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많이 생각했어요. 어느 정도의 선을 지키는 것이 좋을지, 무엇이 상대를 배려하는 건지 고민했죠.” 자신과 함께 했던 사람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그는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배우다. <스물>의 치호처럼 스무 살이던 시절, 모델이 되는 것 다음으로 많이 생각한 것 역시 인간관계였다. 배우가 된 지금, 그와 또 다른 관계를 형성하게 된 건 다름 아닌 관객이다. 그래서 요즘 그는 어떻게 하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지를 가장 많이 고민한다. 자신에게 찾아온 모든 작품을 운명처럼 느끼고, 자신을 믿고 큰일을 맡겨준 사람들과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기 때문이다. 김우빈은 함께 걷는 법을 아는 배우다.
2015년 4월 3일 금요일 | 글_최정인 기자(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studio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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