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토모 케이시(이하 ‘오’): 드라마 <료마전>을 끝으로 NHK를 그만두고 나서 연출 제안이 들어온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바람의 검심>이다. 고된 작업이 될 것을 알면서도 선택한 건, 이 작품을 멋지게 완성해 영화감독으로서의 실력을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옆에 있는 사토 타케루 때문이다. 그가 주인공 켄신 역을 맡았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하겠다고 했다.
사토 타케루(이하 ‘사’): 정말? 나는 감독님이 연출을 맡았다고 해서 수락한 건데(웃음).
캐스팅 제의를 받고 바로 ‘켄신’ 역을 수락 했나?
사:켄신 역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좋아했던 캐릭터였으니까. 하지만 초반에는 ‘이 만화가 제대로 영화로 옮겨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에 선뜻 수락하지 못했다.
<료마전>에서 감독과의 호흡이 좋았나 보다. 2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걸 보면.
사: <료마전>은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작품이다. 서툰 것도 많았지만 감독님이 잘 이끌어줬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라면 <바람의 검심>을 잘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출연을 결심했다.
오: <료마전>을 통해 많은 동료를 얻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사토 타케시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서도 좋은 호흡을 이어나갈 수 있어 좋았다.
<바람의 검심>에는 두 가지 장애물이 있다. 먼저 원작팬들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원작과 다른 영화만의 매력이 표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장애물을 뛰어 넘기 위해 어떤 방법을 강구했나?
오: 만화는 언제든지 읽을 수 있지만 영화는 2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봐야 하는 제약이 있다. 또한 상상하며 즐길 수 있는 만화와 달리 영화는 그 상상력을 영상으로 옮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원작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해결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야기를 나눈 결과 원작의 주제 의식은 그래도 가져가면서 액션의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합의점을 봤다.
사: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만화다.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서 중점적으로 힘을 쏟은 건 액션이다. 상대의 공격을 여유 있게 피하는 몸놀림과 빠른 검술 액션이야 말로 관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원작팬들이나 감독님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액션 연기에 임했다.
오: (웃음)나보다 배우들이 고생 많았지.
고생 강도를 0~10이라 놓고 봤을 때 배우로서 몇 점을 주고 싶나?
사:(웃으며 두 손 바닥을 활짝 피고)텐!
가장 힘들었던 액션 장면을 꼽으라면?
사: 마지막 우도(킷카와 코지)결전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장면에서 켄신의 숨겨진 액션 본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액션의 강도가 높았다. 아마 감독님도 그 장면을 촬영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다.
오: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초반과는 다른 참신하고 강렬한 액션을 구현하기 위해 무술, 촬영 감독과 함께 논의를 많이 했다. 액션만 화려하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켄신의 감정선도 같이 살아야 했기 때문에 고려할 사항이 많았다. 다행히 배우들이 잘 따라와 줘서 좋은 영상이 나왔던 것 같다.
다수의 액션 씬 중 켄신의 감정선이 돋보였던 부분은 킬러로서의 첫 임무를 수행할 때다. 남을 죽여야 살 수 있는 칼잡이의 슬픔 운명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사: 원작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켄신의 유약함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고. 사람을 죽여야 하는 상황 앞에서 망설이는 모습을 통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싶었다.
오: 켄신의 얼굴에 난 상처가 그 때 생긴다. 액션의 화려함을 보여주기 보단 켄신의 감정선에 중점을 둔 장면이다. 칼잡이로서 켄신의 운명을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의 중요한 소품 중 하나는 켄신이 지니고 다니는 역날검이다. 사람을 해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지키기 위한 칼인데, 이 검이 의미하는 건 무엇인가?
사: 켄신은 칼잡이로서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자신의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게 바로 역날검에 숨은 뜻이다.
오: NHK를 그만 둔 일이다. 방송을 그만두기 전에 큰 프로젝트를 제안 받을 정도로 윗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 당시 내 머릿속에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만약 방송사에서 계속 일을 했다면 이 영화를 연출할 수 없었을 거다. 그 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사: 감독님과는 달리 운명을 거스른 적이 없다. 앞으로도 하지 않을 거고. 그냥 물 흐르듯이 살고 싶다.(웃음)
2010년 국내에서 개봉한 <벡>에서 유약한 고등학생으로 나왔다. 드라마 <료마전>에서도 그렇고 이번 영화에서도 그렇고, 강한 남자의 모습이 아닌 소년의 이미지가 강하다. 변화를 꾀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사: 그동안 소년의 이미지가 강한 작품들을 해왔던 건 사실이다. 이제는 변화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시나리오가 좋다면 다시 학생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되도록 강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바람의 검심>은 오는 11월에 한국에서 개봉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 원작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만들었다. 순수한 오락 영화로 부담 없이 즐겼으면 좋겠다.
사: 일단 한국에서 선보일 수 있게 돼서 기분 좋다. 아무쪼록 일본 영화를 낯설어하는 한국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2012년 10월 19일 금요일 | 부산취재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2년 10월 19일 금요일 | 부산취재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