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감독이 되어서도 배우의 삶을 걱정한다. 고수희는 자신의 감독 데뷔작 <옥빛 슬픔>에 여배우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옥빛 제주 바다를 바라보며, 옥빛의 슬픔을 느끼며.
연극 첫 무대 설 때와 영화 개봉할 때, 느끼는 바가 다른가?
떨리는 건 똑같다. 다른 건 있지. 연극은 다른 배우들과 같이 하면서 모니터링이 가능하지만, 영화는 다 만들어 놓고 관객들에게 오픈하는 거잖나. 어떤 반응이 올지 정말 모르겠는 게 영화다.
처음 구상한 것과 비교해 영화는 만족스럽게 나왔나?
시나리오대로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봉만대 감독님이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그렇더라. 내가 생각했던 그림이랑 막상 가서 눈으로 본 그림이 달랐고, 또 카메라에 담기는 그림도 달랐다. 시간적인 제약도 있었고.
감독이 돼 보니까, 자신 안의 숨겨진 또 다른 본성이 안 나오던가?
내가 배우이기에 배우가 어떤 말에 상처받고, 어떤 걸 원하는지 다른 감독들보다 잘 알잖나. 그래서 조심스러워지더라. 어떤 말에 상처 받냐고? “되는대로 해”, “알아서 해” 이런 말들. 그런 말을 들으면 알아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고민되거든. 그런데 막상 짧게 감독을 해보니 그 마음이 이해가 가더라. 나도 모르는 게 많더라고. 감독이라고 다 아는 건 아니구나를 새삼 알았다. 본인 스스로도 잘 모르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고 한 게 아닐까 싶다.
참여 스태프 수는 어떻게 되나? 제작비도 궁금하다.
10명이 참여했다. 200만원을 지원받았고. 그런데 200만원이면 10명 비행기 값도 안 돼서.(웃음) 그래서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꼭 제주도여야 하느냐”, “비행기를 안타는 법은 없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왜 꼭 제주도여야 했나?
일단 바다를 꼭 찍고 싶었다. 또 제주도가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터라 홍보차원에서도 좋지 않을까 했다.(웃음) 다행히 많은 분들이 도와줘서 별 탈 없이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동의 간편함. 특별한 세팅 없이 주머니에서 바로 꺼내 찍을 수 있는 게 스마트폰 영화다. 그게 가장 큰 장점이다.
박찬욱 감독님의 경우 스마트폰 영화 <파란만장>을 찍기 위해 흔들림 방지 장비들을 제작해서 사용했다고 들었다. 당신도 추가로 사용한 장비가 있나?
예산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여러 제약이 있었다. 또 내가 기계에 전문적이지 못한 관계로 스마트 폰만 가지고 찍었다.
평소 스마트폰의 어떤 기능을 자주 사용했나?
알람 정도지~(일동 웃음) 메일 체크도 가끔 하고. 기능 활용을 잘 안 하는 편이다.
기계와 친하지 않나보다.
기계를 좋아하는데 활용을 잘 못한다.
그렇다면 멘토스쿨 제안이 들어왔을 때, 걱정이 있었겠다.
걱정 많았지. 그런데 봉만대 감독님이 자기만 믿으라고, 자기가 멘토로서 다 알아서 해 주겠다고 해서 살짝 얹혀 간 거다. 내가 한 건 사실 별로 없다.
심사위원, 관객, 지인들 중에 누가 가장 신경 쓰이나?
일반 관객이 가장 신경 쓰인다. 내 영화를 이해해 줄까, 걱정된다. 시나리오 쓸 때 주위에서 “너는 네가 썼으니까 이해하는 거야. 조금 더 친절해야해.” 그런 얘기를했다. 시나리오도 아무나 쓰는 게 아니구나, 싶었지.
이야기를 조금 관념적으로 풀어낸 건가?
내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 이런 거라는 걸 얘기하려 했다. 제목처럼 옥빛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그런데 그 얘기를 하니까, 봉만대 감독님이 그러더라. “옥빛이 뭔대? 옥빛 같은 색깔이 도대체 뭔대”(웃음) 결코 거창한 이야기가 아닌데, 정서를 이해해 줄까가 관건인 것 같다.
옥빛은 뭔가 여러 색들이 퍼져 있는 느낌이 들긴 한다. 그래서 애매모호하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들이 나를 어떤 색깔로 바라보는지 모르겠다. 그냥 잘 섞이고 도드라지지 않는 색깔로 봐 주면 좋겠다.
모니터링이 바로바로 안되는 게 힘들었다. 내가 뭘 잘못 찍고 있는지, 배우들이 어떤 걸 잘못 연기 하고 있는지 확인이 바로 안 되는 건 단점이다. 그리고 용량 자체에 한계가 있어서 계속 업로드를 해 줘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기획-제작-촬영-편집 등 일련의 과정 중에서 어디가 가장 어렵던가.
편집. 굉장히 많은 분량을 찍어 놨는데, 많이 덜어내야 했다.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았는데, 그런 것들을 덜어내려니 아쉬웠다.
스마트폰으로 장편 영화를 찍을 수 있는 날이 올까?
글쎄. 기능을 보충하면… 솔직하게 말하면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너무 솔직한 대답인가? 하지만 내가 느낀 건, 정말 그렇다. 녹음도 그렇고 편집도 그렇고, 핸드폰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특정 앵글을 잠깐 잠깐 쓸 수는 있겠지. 실제로 봉만대 감독님은 장편 영화 촬영하면서 자동차 밑으로 지나가는 것들을 스마트 폰으로 찍었다. 봉만대 감독님은 스마트폰 박사다.
영화제 모토와 약간 다른 걸?
맞다. 이 영화제가 말하고 싶은 게, ‘누구나 영화감독이 될 수 있다’인데, 나는 반대로 쉽지 않다는 걸 얘기 하고 싶다.(웃음) 물론 좋은 영화를 만들려다보니 쉽지 않은 거지만.
멘토스쿨 참여는 당신이 걷고 있는 길에서 어떤 의미인가?
내가 내 얘기를 쓰고 내가 감독하고 내가 배우를 하는 이런 작업이 처음이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그런데 편집을 끝내놓고 나니까 굉장히 허하더라고. 이래서 감독들이 다음 영화를 찍으려고 하나 봐. 봉만대 감독님이 다음에 장편 하나 찍어 보라고 하시는데, 예산이 허락하면 도전해 보고 싶다.
그나저나 굉장히 소녀 같다.
그 얘기, 인터뷰할 때마다 듣는다. 사람들은 평소의 나를 잘 모르니까.(순간, 옥빛이라는 색이 그녀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3월 21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2년 3월 21일 수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