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영화제에는 처음 참석하는 걸로 아는데,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됐나?
김한민(이하 ‘김’) 친구들 영화제는 이제 5회째가 됐다. 감독과 관객이 격 없이 만나서 같이 영화를 보고 얘기도 나누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된 영화제다. 원래 김성욱 프로그래머나 시네마테크하고는 예전부터 계속 작품에 대한 교감이나 공감이 있었는데, 어느 날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전화를 받게 됐다. 만나서 얘기를 하다가 나보다 훌륭한(웃음) 윤종빈 감독이라고 있는데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둘이 함께 하게 됐다.
두 사람은 어떤 경위로 친분이 생겼나? 영화 스타일도 다르고 나이대도 다른데.
윤종빈(이하 ‘윤’) 미장센 단편 영화제 심사하다가 처음 알게 됐다.
김 그때 친분이 생겨서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친구들 영화제까지 왔다.
감독의 추천작을 상영하는 방식인데, 원래 이런 거 고를 때가 제일 재미있지 않나? 어떻게 <엄마와 창녀>를 추천하게 됐나?
김 추천을 많이 하는 게 아니니까 어떤 영화를 추천해야 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개인적인 기준은 있었다. 영화사적으로 너무 의미심장하고 어려운 영화보다는 쉬우면서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완전 고전영화보다는 어느 정도의 범주 안에 있는 영화로 생각을 하다가 마침 윤종빈 감독이 <엄마와 창녀> 얘기를 꺼냈고, 해보자고 했다. 1973년도 작품이니 완전한 고전도 아니고,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작품으로 내가 생각했던 범주에도 속하는 작품이다.
윤 개인적으로는 2003년도에 서울아트시네마가 선재아트센터에 있던 시절에 봤는데, 그때 재미있게 봤다. 그 뒤로 다시 보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기회가 와서 추천하게 됐다. DVD도 출시가 안 된 영화라 이런 기회가 아니면 보기 힘든 영화다.
러닝타임도 3시간 40분이니 쉽게 보기도 어렵겠다.(웃음)
윤 그래서 이런 기회가 좋다. 보고 싶어서 말했는데 동의해줘서 잘 됐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보니, <엄마와 창녀>를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 같다. 각자 이 영화를 어떻게 보는지, 나름의 방법으로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한다면?
윤 이 영화를 뭐라고 설명하기에는 상당히 포괄적이다. 개인의 해석은 있지만 역시나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테니까. 내가 본 <엄마와 창녀>는, 추천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한국과 많이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1973년도 68혁명 이후 프랑스나 당시 파리라는 곳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공기와 많이 비슷한 것 같다 싶었다. 이걸 다 같이 보고 얘기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 젊은이들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사랑, 연애, 섹스라는 지점에 작품의 소재가 맞춰져 있다. 윤종빈 감독의 경우는 그것들을 68혁명 이후의 사회적인 분위기의 알레고리로 보는 것이고, 나 같은 경우는 세 사람의 관계 속에 숨어있는 사랑의 순간들에 대한 노스탤지어, 뭐 그런 관점으로 바라보고 싶은 거다. 영화가 자연스럽게 다중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니까 그런 지점들이 이 영화를 선택함에 있어서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하고 생각한다. 장 으스타슈 감독도 모로코에서 이 영화를 상영할 때, 관계자들과 마니아들과 함께 영화 상영 후 밤새서 열심히 토론했다고 하니까,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성향이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보여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참 잘한 일인 것 같다. (웃음) 나 역시도 관객과의 대화 이후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필름으로 본 것은 처음인가?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더 좋았겠다.
김 필름으로 본 것은 처음이다. 한글 자막으로 본 것도 처음이다.(웃음) DVD로 보는 것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훨씬 좋았다. 영화가 4시간에 가깝다보니 DVD로 볼 때는 화장실도 가고, 뭘 먹기도 하고, 전화도 받고 그런 일들이 생기는데, 극장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바로 이런 게 시네마테크에서 하는 친구들 영화제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요소나,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윤 어떤 해석의 차원이 아니라 그냥 극장에서 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다른 일반적인 영화들에 비해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니까. 나는 끊지 않고, 온전하게 극장에서 보면서 새로운 것들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엔딩 전에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가 길게 나오는 장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꼭 필름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봐야 한다. 2003년에 봤을 때는 1,2부로 나눠서 상영을 했는데, 하필 중요한 장면에서 1부가 끝나는 바람에 안 좋았다. 이렇게 한 번에 쭉 보니까 느낌이 훨씬 좋다.
친구들 영화제 기간 중에 꼭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윤 사샤 기트리 감독의 <어느 사기꾼의 이야기>도 보고 싶고, 조셉 로지 감독의 <트로츠키 암살>도 보고 싶다. 개막작이기도 했던 <사냥꾼의 밤> 역시 꼭 필름으로 보고 싶은 작품이다.
김 거기에 플러스 모두 다.(웃음) 다른 감독님들의 추천작을 필름으로 다시 볼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열혈남아>도 마찬가지. 물론 예전에, 고등학교 때였나? 보긴 다 봤지만, 다시 필름으로 본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도 그렇다. 이명세 감독님이 추천한 <동경 이야기> 같은 경우도 필름으로 본 적은 없으니까. 이런 작품을 필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두 감독 모두 서울아트시네마에 자주 오는 편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시네마테크 전용관 문제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다.
김 자주는 아니고 종종 오는 편이다. 전용관에 대한 필요성은 누구나 다 공감할 것 같아서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거다. 다만 이 장소인가, 아니면 이 장소의 임대를 끝내고 다른 새로운 시설과 새로운 장소에서 시네마테크라는 본연의 취지를 조금 더 심화시킬 것인가의 문제인 것 같다. 더 심화할 것인가? 여기서 임대가 끝나면 그냥 없어질 것인가의 문제. 물론 심화되기를 바란다. 이런 기회들이 없다. 예전 고전 영화들을 필름으로 접하고, 또 그것을 지금 현재 현장에서 뛰고 있는 감독들과 관객들이 함께 만나는 영화제로 진행한다는 것이. 다 같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윤 학교 다닐 때 대학로에서 주로 생활했는데, 그 때는 아트선재센터에 서울아트시네마가 있을 때였다. 거의 일주일에 2~3번은 갔었던 것 같다. 자주 가서 영화를 봤고, 평소에 잘 못 보던 영화들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근데 지금은 약간 힘든 시기다. 당연히 시네마테크 전용관은 있어야 마땅한 시설이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영화산업이 큰 나라인데,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나라인데, 그 중심 도시인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요즘 작업 진행은 어떤가? 세 번째 작품은 언제 볼 수 있나?
김 모든 감독들의 업보처럼,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이번에는 스릴러가 아니고 사극 쪽이다. 액션이 펼치지는 사극이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지점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시나리오 초고 단계다.
윤 83년부터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무법자>라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갱스터 장르의 영화다. 갱스터 장르인데 갱스터가 주인공은 아니다.(웃음) 시나리오는 나온 상태이고 지금은 캐스팅 단계다. 9월이나 10월쯤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2010년 1월 19일 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2010년 1월 19일 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