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고양이처럼
무엇을 질문할까 고민하는 순간, 그녀가 영화는 봤냐고 물었다. 수줍어하는 첫 인상과는 다르게 자신이 출연한 영화에 대해서는 당찬 모습을 보였다. “사실 어렸을 적에는 정말 소극적이었다. 학교 다닐 때 발표 시킬 까봐 선생님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무진장 노력했었다.” 하지만 이전 드라마에서 보여진 그녀의 연기는 소극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이하나는 점점 자신의 단점을 고쳐나갔다. “왜 난 소극적일까? 왜 무대 공포증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불만이 늘면서 성격을 바꾸려는 욕심이 생겼다.” 우연히 <페어러브>의 신연식 감독, 안성기와 함께 식사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었고, 어려운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잘 먹고 얘기도 잘해서 영화에 캐스팅 되었다는 일화는 그녀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일궈낸 성과이기도 하다.
사랑은 곰처럼
<페어 러브>는 50대 남자와 20대 여자의 사랑을 다룬 영화다. 멜로 영화이기에 극중 사랑의 감정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터뷰 내내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실제 형만 같은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실제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그녀. 하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영화처럼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영화 속 형만은 남은에게 아빠 친구인 동시에 사랑하는 남자다. 이하나는 정말 사랑한다면 나이차이보다는 상대방의 매력이 더 먼저 다가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어느날 안성기 선배님께서 반팔 티에 청바지 차림으로 오셨는데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멋있어 보였다. 연기자로서 앞으로 중년의 멋을 잘 표현하는 롤 모델로서도 손색이 없다”며 촬영 도중 안성기에게 남성적 매력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실제 이미지와는 다르지만, 영화 속에서는 남은의 사랑이 더 적극적이다. 왠지 형만의 뒤에서 자신을 사랑하라고 주술을 부리는 연애 고수처럼 보인다. “매번 생각하지만 남은이 부럽다. 연애를 하면 밀고 당기기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정말 못한다.” 그런 그녀가 안쓰러웠는지 어느날 친구들이 ‘사랑 받는 여자들을 위한 지침서’를 메일로 보내줬다. 그러나 자신의 연애방식이 텍스트와는 정반대라서 착잡했단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남은처럼 고양이 같은 여자는 타고나는 거다. 사랑은 게임이 아니니까 그냥 곰으로 살기로 결정했다.”
인생은 오노 요코처럼
이하나는 연기 이전에 가수를 꿈꿨었다. 드라마 <태양의 여자>에서 감춰둔 노래 실력을 보여준 뒤로 ‘2008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홍보대사와 ‘이하나의 페퍼민트’라는 음악프로그램의 사회까지 맡았다. <페어러브>에서도 O.S.T 작업에 참여해 ‘Fallen’이란 노래를 불렀다. “영영 가수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음악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정말 잃고 싶지 않은 친구다. 노래를 들으면 상처 받은 마음이 눈 녹듯이 해소가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라는 밴드의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노르웨이행 비행기에 올라탄 이하나는 우연히 그 비행기에서 밴드의 맴버를 만나게 되는 행운도 맛보았다.
목소리로 하는 건 뭐든지 잘하나 보다. 작년 송일곤 감독의 <시간의 춤>에선 내레이션을 맡았다. 쿠바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애달픈 사연들을 정직하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전달하며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재능을 발견했다. “개인적인 스케줄을 뒤로 하고 이 좋은 영화에 조금이나마 힘이 될까 제작보고회에 참여했는데, 빈 좌석이 많아서 속상했다. 정말 잊지 못할 제작보고회였다.”며 아쉬운 속내를 털어놓았다.
2010년 1월 15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0년 1월 15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