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개봉이네. (이 인터뷰는 <좋지 아니한가>의 개봉 전날인 2월 28일에 이뤄졌다.) 보라와 아인이 이름이 내걸린 첫 영화인데 긴장되지 않아? 언론 시사 때도 긴장한 눈치던데?
황보라(이하 '황'): 지금도 역시 긴장되긴 해! 그런데 최근 인터뷰를 자주 하니까 긴장이 좀 풀리는 것 같던데? 언론 시사 때보다는 훨씬 나아졌지. 일단 개봉한다 생각하면 기분 좋은 것 같아.
유아인 (이하 '유'): 긴장이 안 되기보단 실감이 안 나나봐. 당장 내일 개봉이라니..
황: 오늘 개봉하는 곳도 있다던데!
하루 정도 일찍 개봉하는 극장도 있더라고. 근데 어쩌다 연기를 하게 된 거야? 어려서부터 연기가 꿈이었어? 아님 우연찮은 입문?
황: 배우가 되겠다고 어렸을 때부터 생각한 건 아닌데..종종 가슴 찡한 소설책보면 이런 감정을 내가 잘 표현할 수 있겠다 느꼈던 것 같아. 그러다 내가 살던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는데 덕분에 막연하던 꿈이 이뤄졌지.
유: 애초에 연기를 염두에 둔 적은 사실 없었어. 원래 고등학교 시절엔 미술을 하기도 했고. 그러다 흔히 말하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픽업되고, <반올림> 오디션을 통해 시작하게 됐지.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건 연기를 하면서부터인 것 같아. 연기를 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 일단 대구에서 살았으니까 실감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고..
아인이는 노동석 감독님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도 출연했지? 근데 <반올림> 이후라 생각하니 좀 의외인데?
유: 사실 <반올림>이후, 공백 기간동안 많이 고민했어. 그러다 좋은 감독님만나서 좋은 영화를 하게 된 셈이지. 물론 <반올림>도 큰 공부였지만, 그것보단 내가 염두에 둔 연기의 방향은 그게 아니었지. 나름대로 좋은 계기였고 잘 했다고 생각해. 일단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내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은데? (웃음)
어떻게 찍게 된 거야?
유: 일단 감독님을 만났지. 특별히 오디션이나 리딩 과정은 없었어. 그냥 감독님과 30분 정도 대화 나누고 그러다 영화 찍게 되었어. 생각보다 특별한 것은 없었지? 그런데 말이야. 솔직히 만약 지금도 어떤 작품을 위해 오디션을 보게 된다면 꽤나 떨게 분명해. 남한테 민망할 정도로. 난 아직도 그런 건 쉽지 않나봐. 어쩌면 특별한 오디션이 없었던 게 내가 그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던 특별한 배경이었을지도 몰라. (웃음)
보라는 연기자이기 전에 CF로 유명해졌잖아. 일단 연예인이니까 유명해지는 건 중요한 일이야. 하지만 그것 때문에 속상한 일도 있을 것 같은데?
황: <좋지 아니한가>를 찍으며 많은 걸 느꼈어. 과거 모 라면 CF로 사람들이 나를 알게 되었고 그 이미지를 통해 ‘그것이 황보라야!’라고 쉽게 말해버려. ‘황보라는 엉뚱한 이미지!' 이런 식으로. 그건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불만이야. 예를 들면 김혜수 선배님이 <타짜> 정마담의 섹시한 이미지를 쉽게 연기했을 것이라 사람들은 생각하지. 하지만 알고 보면 김혜수 선배님도 그 연기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해. 그런데 관객은 원래 김혜수 씨가 원래 섹시해서 정마담이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잖아. <좋지 아니한가>의 용선이도 사실 내가 아닌데..
맞어. 당연하다는 듯이 말야.
황: 당연하다는 듯! 맞아! 그렇게! <좋지 아니한가>의 용선이를 보고 ‘딱 황보라네!‘라고 말하는 것이 말야! 그래서 좀 답답해. 물론 이런 마음을 일일이 관객에게 설명을 통해 설득시킬 수는 없을테니 다음 작품을 통해 다른 면을 보여주는 것이 내 몫이자 욕심이야. <좋지 아니한가>는 나름대로 노력을 했고, 많이 깨지기도 해서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 내가 쉽게 연기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속상해. 과거 CF 이미지가 너무 강한 탓도 있나봐.
그러게. 아직 보라는 보여줄 게 많을텐데.
황: <좋지 아니한가>의 용선이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많이 고민하고 내 자신을 부수기도 하고..별 짓을 다했는데..쉽게 이야기되어 버리는 건 싫어.
노력을 안 해도 자연스럽게 나온 것처럼?
황: 응!
그렇다면 보라와 아인이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라 생각해?
황 : 난 나를 모르겠는데?
유 : 역시 나도 잘 모르겠어. 음..그냥 영화 속 모습인 것 같아.
황 : 맞어! 영화 속 모습! 솔직히 자기 성격을 어떻게 알겠어?
유 : 왜 따지고 그래? (웃음) 싸우겠어! (웃음)
앗! 미안. 그냥 물어본 건데. (웃음)
황 : 아니, 따진 거 아냐~~. (웃음) 나도 나를 모르는 게 많아. <좋지 아니한가>에서 달의 이면을 볼 수 없듯이. 그래서 전면적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나를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 납득이 안 갈 때가 많은가봐. 나도 살아가며 알게 되는 내 자신이 신기할 때도 많아. 내 인생이 말 그대로 라이브지! (웃음) 가끔은 스릴있다고 생각도 해. 어쨌든 쉽게 단정 지어 말하긴 힘들어.
내 질문이 막연했나 보다. (웃음) 그런데 <좋지 아니한가>로 둘은 처음 만났지?
유 : 사실 촬영 중에 우리 별로 안 친했어. (웃음)
지금도? 그래도 가까워진 것 같은데.
유 : 지금은 친하지. 하지만 촬영 전부터 끝나기까지는 별로 안 친했어. 영화 속 용태와 용선도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니고.
황 : 우리가 캐릭터에 상당히 열심히 집중을 했지! (웃음)
유 : 캐릭터에 너~무 빠져들었지. 우리가.
황 : 그랬지. 너~무 빠져들었지.
유 : 응. 그런데 생각해보니 썩 그렇다기 보다도~~(웃음)
황 : 뭐~야~!(웃음)
그랬구나. 그런데 <좋지 아니한가>는 영화를 보기 전엔 코믹영화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단순한 영화는 아니지 않아? 인물간의 관계도 그렇고. 처음 시나리오를 받을 때 쉽게 이해가 됐어?
유 : 일단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게 봤어. 다시 한 번 보니 극 속의 인물들의 상황이 좀 와 닿는 것 같던데?
황 : 나도 보면 볼수록. 나는 솔직히 촬영하며 몰랐던 부분을 인터뷰나 시사회를 통해 되게 많이 느꼈어. 진짜 솔직히 한때는 내 캐릭터 이외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
유 : 그건 보라가 몰라도 상관없었을걸! (웃음)
황 : 아. 그래?
유 : 용선이가 용태의 비밀을 알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다 개인적인 이야기니까.
황 : 아. 그런 건가? (웃음) 아무튼 뒤늦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는 솔직히 진짜 몰랐는데. 일단 나는 내 캐릭터 이해하기도 벅차서 크게 신경을 못 썼던 것 같아. 그런데 인터뷰하거나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 조금 알게 되었지. 소품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있더라구. 내가 좀 어리석어서 그래. (웃음)
자학하진 말고. (웃음) 이야기만큼이나 캐릭터들도 범상치 않아. 특별히 감독님께 지도를 받았겠지?
황: 난, 늘~ 지도받고! 늘~ 혼나고! 늘~ 고민하고! 되게 많이 깨졌어! (웃음) 아마 모든 배우들 중에 제가 제일! 아인이는 뭐 잘 하니까. 사실 내가 시트콤이나 광고 같은 이미지가 강해서 감독님도 우려가 많았데. 배우들도 많다보니 내가 오버해서 튀려하지 않을까 걱정했대. 그래서 좀 힘들었지.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 나를 누른다는 게. 나를 튀어보여서는 안되니까. 처음에는 답답하고 속이 꽉 막히는 기분이었다. 이걸 내가 지금 하는 건지, 하지 않는 건지. 사실 마지막 촬영에 되어서야 용선이를 알 것 같더라구. 그래서 아쉬웠어. 아무래도 그래서 감독님이 나를 많이 혼내고 가르쳐 주셨겠지?
유 : 용태는 엉뚱하기도 하고 진지할 때도 있지. 일단 연기하며 고민한 부분은 오버하거나 과장하지 않는 것이었어. 영화의 목적이 웃기는 건 아니었으니까 본인은 진지할 필요가 있었던 거지. 하지만 장치적으로 웃기거나 과장해야 되는 연기가 필요한 부분이 있더라. 캐릭터의 그런 모습까지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이해되게 설득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어. 예를 들면 내가 김혜수 선배님에게 "내가 왕이었소"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스무 번도 넘게 테이크를 갔었지. 대선배를 앞에 두고! 물론 그때 감독님이 "더 (진심으로 이야기)해"라고 요구하셨는데 난 그게 너무 힘들었나봐. 내가 거기까지밖에 못해서.
황: 난 '눌러! 눌러!' 아인이는 '더해! 더해!' (웃음) 그래도 아인이는 잘 했어.
유: 잘하긴 뭘! 창피해죽겠어. (웃음)
천호진씨, 김혜수씨, 박해일씨 등. 대선배들이지? 일단 영광이었겠지만 부담되진 않았어? 둘 다 신인이고 어리니까.
유 : 일단 영광이었고 좋았지. 사실 팬의 입장으로서 볼 수 있다는 마음에 설레기도 했어. 처음 볼 때는 떨리기도 했지.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을까.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있었지. 하지만 너무 좋으신 분들이고 편안하게 대해주시더군. 배려가 깊으신 분들이었어. 그러면서도 그리 티내시는 것도 아니고. 일단 질문처럼 둘 다 어리고 신인이니까 기죽고 주눅 들기 쉬웠을 텐데 선배님들께서 배려를 잘 해주셨어. 그냥 크게 울타리를 쳐 놓고 ‘마음껏 뛰어놀아라’ 하신 것 같아. 물론 제대로 뛰어논 건지는 잘 모르겠어.
나름대로 잘 뛰어논 것 같은데? (웃음) 혹시 그럼 특별히 친해진 분은 없어?
유: 사실 특별하게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게 다 가족이었잖아! (웃음) 보라누난 사실 나보다 연상인데 동생 같아. 내가 예의 없는 건가?(웃음)
일단 <좋지 아니한가>에서도 그랬고. 왠지 보라가 아인이보다 동생같아 보여!
황 : 다~! 다~들 그래! 물론 내가 어려 보여서겠지? (웃음)
유 : 그래도 나보다 어려 보이진 않잖아! (웃음)
일단 뭐 보라는 흔히 말해 동안이고 아인이가 진지해보여서 아닐까? 기존 이미지도 그랬고.
황 : 사람의 이미지라는 게 참 쉽게 굳어버린다니까. 하긴 어쩌면 그래서 알아갈수록 재미있고 신비한 일인 것 같아!
유 : 감독님도 아마 그런 부분을 보고 캐스팅 했을 거야.
둘 다 현장에서 막내였잖아. 나름대로 선배님들에게 재롱도 떨고 분위기 좀 띄우지 않았어?
유: 보라 누나가 많이 했지. 난 솔직히 재롱같은 건 잘 못해서.
황: 내가 그냥 애교 있게..
유: 워낙 밝고 명랑하니까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지.
황: 그런데 분위기 메이커하다가 연기들어가면 주눅 들고, 혼나고. (웃음) 혼자 막 신나서 ‘제가요~저번에요~.’ 이렇게 아양떨다가 '큐!’들어가면 완전 입 다물고 굳어버리고. (웃음)
<좋지 아니한가>에서 각각 누군가를 좋아하잖아? 아인이는 원조교제를 하는, 용태말에 따르면 ‘우주에서 제일 나쁜 년’을 사랑하지. 혹시 그런 여자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해?
유 : 그럼!
황 : 진짜? 원조교제를?
유: 좋아질 수 있지! 원조교제했다 해서 그 사람이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건 아니잖아. 사랑하면 그런 것도 감싸줘야 돼.
황:그건 아직 네가 어려서 그래. 그게 솔직히 쉽니?
유 : 그래도 그거 하나 때문에 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할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내가 사랑하니까 그 사람이 그런 일을 못하게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
워~워~. 둘 다 싸우지는 말고. (웃음)
황 : 난 경호 선생님같은 사람은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박해일 씨가 연기한 캐릭터? 용선이가 경호 선생님을 은근히 연모했잖아. 그래서 아마 양동이도 뒤집어썼겠지? (웃음) 혹시 실제로 학창시절에 선생님 좋아해본 적 있어?
황: 음..없었어. 학창시절에 누구 좋아해 본적이 없어. 그게 내 인생의 한이랄까. 10대에 사랑 못해본 것. 그 때의 감정이랑 지금 20대의 감정은 분명 틀릴텐데.
그렇지. 그럼 말야. 어차피 사랑이라는 건 나이에 구애되는 게 아니잖아. 혹시 누구 진~짜 많이 좋아해본 적 있어?
황 : 그럼. 있지. 물론. 없다면 거짓말이지.
유 : 당연히 있어야지.
황 : 난 사랑할 때는 굉장히 진지하고 확 빠져버려.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헌신하는 스타일이야. 그래서 사실은 겁이 나곤 해. 내가 날 잘 아니까. 하지만 난 사랑 없이 살지 못하는 아이야.
첫 사랑은 언제였어?
유 : 나는..열일곱? 한 5년 전쯤?
황 : 나는 늘 만나는 사람에게 첫사랑이라고 하는데..아! 있다!! (웃음) 우리 아버지! 나는 우리 아버지가 내 이상형이야! 얼마 전에 <1번가의 기적>을 봤는데 하지원씨가 아버지의 영혼을 보는 장면 있잖아.
거의 마지막 즈음에?
황: 응! 거기서 하지원씨가 ‘난 아빠가 내 첫사랑이고..’ 하면서 우는 장면. 암튼 그 장면 보면서 통곡을 하듯이 울었다니까!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사실 상영 전까지만 해도 극장에서 모자 푹 눌러쓰고 안경까지 낀 채 나 아닌척했지. 그리고 ‘내가 어제 <좋지 아니한가>를 봤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다며!’라고 일부로 크게 떠들고. (웃음) 근데 그 장면 보면서 완전 ‘엉~엉~’ 울어버린 거야. 그래서 아마 사람들 다 알았을걸. 완전 깼지. (웃음) 암튼 내 첫사랑은 아버지야. 난 항상 그렇게 생각했어.
<좋지 아니한가>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야. 혹시 둘 다 각각 자신의 가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황 : <좋지 아니한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솔직히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VIP시사회 때 어머니가 영화를 보시곤 ‘딱 우리 가족이네’라고 하더라구! 진짜 비슷한 부분이 많아. 사실 나도 태어나서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거든. 부끄럽기도 하고 무뚝뚝해. 난. 그런데 무관심한 척할 뿐,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잖아. 비슷해. 우리 가족이랑. 감독님께서 ‘이해하려 하지 말고 인정해라’라고 하셨어. 만약 영화처럼 아버지가 원조교제 의혹을 받게 되면 가장 열 받는 건 딸이라 생각해. 그래서 용선이가 쪽팔리고 죽고 싶다을 것 같단 생각을 했어. 그런데 나 지금 질문에 맞는 대답하는 건가? (웃음)
유 : 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그냥 가족 중에 특별히 나만 그런 것 같아. 나만 동떨어져 있는 것 같고. 나만 관심에 벽을 치고 있는 것 같고.
대화를 자주 나누지 못하는 건가?
유: 어려서부터 떨어져 살기도 했고..어쩌면 내가 가족을 방관자의 입장으로 보는 것 같아. 부모님이 아니라 내가 말야.
황 : 왕따 들은 늘~ 그래.(웃음) 자신이 남들을 왕따 시킨다고 생각하지. (웃음)
혹시 가족의 은밀한 비밀을 알았던 적 없어?
유: 그건 그야말로 비밀인데 어떻게 말해!
황: 맞아. 비밀인데!
아하! 그렇겠구나. (웃음) 내가 너무 생각없이 질문한 건가? (웃음)
황: 힝~. 우린 지금 이례적으로 최대한의 집중을 하는 건데. 원래 우리 집중 잘 못한단 말야~. (웃음)
그럼 나도 정신 차려야지. (웃음) <좋지 아니한가>는 아마 보라와 아인이한테 큰 계기가 될 지도 몰라. 영화배우로서 본격적으로 처음 이름을 알리는 거잖아. 기대되진 않아?
황: 난 첫 작품이기도 하지만 왠지 지금 모든 걸 처음 시작한다는 기분이 들어. 내가 은근히 방송생활은 오래되었거든. 이래 뵈도 2003년 공채 탤런트 출신이잖아. 활동을 하고, 쉬고, 다시 하고, 쉬고, 이런 식의 반복이었지. <좋지 아니한가>를 하면서 느낀 건 내가 세상에 많이 물들었고, 때가 많이 묻었구나라는 것이랄까? 모르면 모른다 말하고 잘 하는 척 안해도 되는데 연기를 잘 하지도 못하면서 잘 하는 척을 했던 것 같아. 이번 영화를 하고 나서 솔직히 내가 연기를 알았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 아직도 모르는 것투성이지.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다시 백지가 된 것 같다는 것. 그거 하나로도 굉장히 큰 것을 얻었다고 생각해! 난 <좋지 아니한가>가 황보라라는 배우로서의 첫 스타트라고 생각해!
유: 일단 촬영 중에 큰 공부를 했지. 그런데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나고 개봉을 앞두게 되니 그 때 느꼈던 것들이 다시 실감나지 않아. 그냥 작년에 촬영할 때, 많이 행복했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많은 것을 느꼈나봐. 현실적으론 개봉 후 얼굴이 많이 알려질지 모르고 그렇다면 연기 생활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겠지. 그냥 뭐..그것뿐야.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이제 어린 나이도 아냐. 성인 연기에 대한 고민도 해볼 만하지 않아?
황 : 난 일단 축복이라고 생각해. 임수정씨도 동안이라 어린 연기를 많이 하잖아. 이 나이에 어린 연기를 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그런 고민보단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근데 나 또 질문하고 벗어난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웃음)
유 : 아까도 헷갈리더니! (웃음)
내가 질문을 어렵게 하나? (웃음) 암튼 보라도 동안이잖아.
황 : 그래. 맞아! 동안이니까 동안연기 하는 거지! (웃음) 얼굴도 늙으면 나이 든 역할 하겠지. 뭐.
유 : 그니까 성인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거야! 안하는거야!
황 : 별.로? 쳇! 그럼 아인이 넌 하냐?
유: 나? 나도...없는 것 같은데.. (웃음)
황: 우린 그냥 어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현실에 감사하고 있지! (웃음)
유: 근데 걱정되는 건 일단 지금은 무리겠지만 혹시나 당장 멜로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
황: 왜? 뭐가 불가능해?
유: 그건 내가 그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아니고 외적으로, 내적으로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성숙하면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거든. 만약 준비가 되었는데 할 수 없다면 그땐 조바심이 나겠지? 지금은 그냥 이 나이에 고등학생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해.
어쨌든 보라나 아인이는 가능성이 많은 나이야. 많은 것을 어필하면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혹시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같은, 그딴 거 없어? 누굴 닮고 싶다던지.
유 : 사실 연기자가 다른 누군가를 목표로 삼고 좇아갈 수 있지만 그것은 단지 그 사람의 연기보다는 이미지가 아닐까? 연기에는 왕도가 없잖아. 그래서 목표라고 말하긴 애매한 것 같아. 만약 누군가가 되고 싶었는데 진짜 그렇게 돼 버리면 어떡해. 그건 그 사람도, 나도 당황스러운 일 아닐까? (웃음)
황 : 난~! 사람들이 보라를 생각하면 하트가 생각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
하트?
황 : 사랑말야. 난 김혜수 선배님을 존경하는데 함께 영화를 하며 느꼈지만 이미지가 다가 아니야. 정~말 사랑이 많아! 그래서 나도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연기자가 될 거야. 모든 감정은 사랑 안에서 나오고 사랑은 모든 연기의 기초라고 생각하니까 생각하거든. 그래서 난 하트가 생각나는 보라가 되고 싶어.
유 : 또 원하는 답변이 아닌 것 같은데~. (웃음)
황: 그런가? 죄송합니다~. (웃음)
아냐. 괜찮았어. 일단 보라나 아인이나 본격적으로 출발한다는 것만으로도 좋지 아니한가 싶은데.
황: 와아~
유 : (정윤철) 감독님 개그인데. (웃음)
황: 맞아! 시사회때 했던! (웃음)
이런~들켰군. (웃음) 어쨌든 <좋지 아니한가>가 필요하다 생각되는 관객있어?
유 : 일단 모두가 본다면 좋겠지.
황 : 진짜! 모두가!
유 :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어. 굳이 가족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사랑이 되어도 좋겠지. 감독님은 연예인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하시던데?
황: 진짜?
유: 응. 어쨌든 인간관계의 문제 속에 놓인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어. 만약 보고나면 그런 고민들이 담담해지거나 그로부터 쉬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해.
황 : 맞는 말씀이에요. 동의합니다. (웃음)
어쨌든 이번 영화가 보라와 아인이한테 정말 ‘좋지 아니한가’ 싶길 바래!
황 : 아하~~~또 감독님 개그!!! (웃음) 암튼 고마워!
유 : 감사!
글: 민용준 기자
사진: 권영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