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부터 화제인 영화였다. ‘유괴 미결사건’이란 무거운 소재임에도 배우본능을 지닌 설경구가 한 줄짜리 시놉시스만 보고 흔쾌히 출연을 결정하고, 6년 동안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던 김남주를 스크린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거기다 강동원까지 합세해 목소리만 따는 간단한 장면인데도 매일같이 현장에 들려 촬영에 열중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현상수배극’이라는 장르를 새로 만들고, 30초안에 영화를 보게끔 만들어야 하는 예고편에도 범인의 실제 목소리를 담기에 이토록 여념이 없는 걸까.

게다가 감독은 박진표였다. 그의 전작 <너는 내 운명>은 뻔한 신파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툭 터지는 감정’이 뭔지를 간만에 느끼게 해주며 한국 멜로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터였다. 인터뷰를 하러 감독의 개인 사무실에 들어서자 ‘그놈’의 몽타주가 다트판 정 중앙에 꽂혀있었다. 그 위에 박혀 있는 수많은 ‘핀’ 자국들이야말로 <그 놈 목소리>를 만든 박진표 감독의 분노가 얼마만큼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였다. 그는 영화를 준비하고 촬영을 하는 동안에도 주문을 걸듯이 화살을 던졌다고 했다.

“아무도 잊지 않았어.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게.”라는 주문은 개봉 첫 주 140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제대로 ‘걸린’ 상태다. 세 번 연속 실화에 근거한 영화를 만든 박진표 감독과의 대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약간 우울해 보이세요. 만들 때는 열정 넘치게 했는데 막상 만들고 나니깐 허탈해지신 건가요?
우울이란 단어랑은 좀 안 어울리는 것 같고. 다 똑같죠. 뭐.

아무래도 첫 번째 질문은 영화사 집의 창립작품 이라는 점에서 출발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 작업한 ‘봄’하고는 죽어도 배신 못할 관계라고 하셨는데 ‘집’하고의 작업은 어땠나요?
그 회사가 그 회사예요. 저한테는. ‘봄’의 오이사님이나 지금의 이대표나 알잖아요. 그 둘의 관계를. 몰라요? 그럼 밝히면 안되겠구나. 엄청나게 돈독한 비밀이 있죠. 직접 물어보세요. (웃음)어쨌든 혈연에 가까운 관계니까. 다들 제 동지들이고.

아무래도 창립작품이란 타이틀이 무시 못할 부담감이었을 것 같은데……
제작자한테는 창립작품이니까 부담이 되고 저도 이제 3편째니까 신인에 속하는 입장에서 마찬가지로 똑같이 부담을 가지고 있고. 그런데 영화를 만드는데 ‘창립작품이니까 더 잘 만들어야겠다.’ 그런 건 없는 거잖아요. 특별한 부담은 없었지만 잘돼야겠죠.

감독님이 예전에 방송국에 있을 때 인터뷰 하기 싫다는 사람 억지로 설득하는 게 싫어서 그 곳을 떠났다는 말씀을 하신적이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만들어지기 꺼려하는걸 설득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영화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거든요. <그 놈 목소리>는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고 들었지만.
그래요. 왜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안 그래도 지난날을 되돌아 보면 70살도 아닌데 말이죠. 그렇게 생각해 보면 그런데 이게 좀 그때와 다른 것이 마찬가지 스트레스가 있긴 하지만 조금 더 가려주고 보호해주고 내 주관을 섞어서 덮어주고 만들어주고 해줄 수 있잖아요. 영화에서는. 극화를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좀 덜하긴 해요. 스트레스가.그러고 설득의 차원이 아니고 여태까지도 그랬지만 막상 말씀을 드렸을 때 싫으시다 안 하시겠다 하면 안 하면 되잖아요.방송이 아니니까. 그래서 뭐 설득을 한다거나 막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여태껏 찍었던 영화들의 소재가 조금씩 논란이 되어왔던건 아시잖아요. 그렇다면 그분들이 흔쾌히 허락을 하신거네요?
그럼요. 여태껏 연락도 잘 하고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너는 내 운명>같은 경우 결국 그 두 사람은 이혼을 했고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너무 덮고 가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 부분은 말을 안하고 있다 뿐이지. 사실 그 분들 모두 잘 살고 있구요. 다리절단은 무슨 절단. 이혼했다는 것은 이미 밝힌 사실인데. 따로따로 잘살고 있다라고. 여자분은 아기도 낳고 잘 살아요. 남자분은 빚도 많았는데 다 갚고 잘 살고 있고. 연말에도 통화했는데. 근데 그것을 보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라고 보는 사람들이 바본 거지. 제가 언젠가는 그런 작업들을 할거예요.

영화에서 심각한 장면은 많았지만 가장 실소를 금치 못했던 장면이 아들이 유괴된 의뢰인에게 경찰들이 사인을 요구하는 장면인 것 같아요. 그 범인을 잡아야 할 상황에서 스타 앵커인 한경배에게 그런 행동을 보이는 장면을 굳이 넣으신 이유가 있나요? 솔직히 공인을 대하는 일반인들의 심리를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일종의 비웃음도 느껴졌고.
그럴 수도 있겠네요. 보는 사람이 백인백색이니까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겠죠. 그 장면은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다’ 라는걸 말하고 싶었어요.

아버님이 모 방송국 초대 앵커셨는데 극중 직업에 뭐라고 하시던가요?(웃음)
아직 못 보셨어요. 기자 시사 때인데 어떻게 보시겠어요. VIP때 보실지 돈 주고 보실지 모르겠어요.

논란이 많았던 사건을 영화화한다는 건 아셨을 텐데.
모르셨을 거예요. 말씀 안 드렸으니까.(웃음)

극중 어머니로 나오는 김남주씨를 기독교인을 설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반복적으로 십자가를 보여주지만 결국에는 '신'을 거부하잖아요.
(핸드폰에 붙어있는 십자가를 보여주면서) 전 기독교인이고요. 신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아요. 신이 우리는 감싸준다고 생각해요. 근데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원망하기도 하고 매달리기도 하고 한다는 거죠. 일반적으로 하나님은 지켜봐 주시고 계시고. 그런 뜻으로 쓴 거예요.

사실 무비스트는 최초평가라는 방식으로 올리는데, 영화란 게 보고 난 직후의 느낌이 틀리고 시간이 얼만큼 지나서의 느낌이 틀리잖아요. 그때 바로 올렸던 리뷰에서 ‘휴먼 드라마를 표방한다고 했지만 결국엔 잘 만들어진 재연드라마 같은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라고 썼거든요?
이희승씨는 뭐라고 썼는지 궁금하네. 한번 보자. (컴퓨터를 바로 켜는 감독) 잠깐 기다리세요. 읽고 나서 시작합시다. 근데 만점이 별 열 개예요? 흥행성이 별 다섯인 거는 사람들이 볼지 안 볼지 감이 안 잡힌다는 건가?

관객들의 판단에 맡긴다는 거죠. 작품성이 7개인 거면 잘 만들었단 얘긴가요?

숫자에 민감하시군요.(웃음) 안 민감한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기자님도 내 영화를 보고 왔으니까 나도 기자님이 쓴 글을 읽고 얘기하는 게 훨씬 잘 진행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 놈 목소리> 같은 경우에는 리뷰를 바로 빼기엔 좀 난해한 영화에 속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많이들 당황 하셔서. 기자 분들이. (웃음) 원래 이런 거는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냐 아니냐에 따라서 리뷰나 평이 달라지잖아요. 저도 남의 영화를 보고 내 식대로 해석하고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니면 기대했던 영화들이 아니면 아니다라고 해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범인을 잡기 위한 확률을 정말 많이 높였다고 생각하는데.
네. 고맙습니다. 잡는 게 최선이겠지만 또 많은 다른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는 거니까. 잡는다는 의미가. 공소시효 문제도 걸려있고 나와 그 아버지와 몇몇 형사들만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영화로 보여짐으로 해서 우리사회가 기억하는 걸로 되잖아요? 이 목소리를. 어떤 의미로는 발전하는 건데 ‘그 사람’한테 많은 사람들이 ‘널 기억한다’ 라고 하는 거니까. 그게 더 큰 의미일수 있어요.

사실 <그 놈 목소리>를 보고 느꼈던 공포감은 <살인의 추억>의 범인은 이미 죽었을 거라고 느껴졌던 것과는 틀리게 내 옆에서 영화를 보거나 내 뒤에서 표를 끊었을 것 같은 데서 오는 사실적 공포였어요. 유괴한 범인이 영화를 볼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살인의 추억>도 마찬가지 아닌가? 왜 죽었다고 생각하지? <그 놈 목소리>의 범인은 음…..살아계시다면, 또는 한국에서 살고 계시다면 보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떻게 안 보겠어요. 궁금해서. 무서워서 못 볼 정도의 사람이라면 이런 일을 만들어내지 않았을 것 같고. 보긴 볼 것 같아요. 비디오라도 빌려보지 않을까요? 근데 보는 순간, 아니 보는 순간이 아니고 그 전까지 이미 이렇게 많이 알려지니까 사실 보지 않아도 보는 거나 진배없다고 생각해요.

많이 극화돼서 보여지긴 했는데 실질적으로 조연출 시절에 이 사건을 처음 접하셨을 때의 그 느낌이 궁금해요.
정말 아무 생각 없는 조감독이었고요. 그 당시에. 원래 조감독이나 조연출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잘 아시잖아요. 이것저것 모든 뒤치다꺼리와 심부름을 하는 게 그 역할인데 그런 생각할 틈이 별로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다룬 건 1년 후였거든요? 같이 돌아다니고 얘기 듣고 하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생각을 했죠. 많이 분노했고.

영화에선 주변인물이 범인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있거든요.실제 사건은 안 그랬나 봐요?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죠. 경찰이 아니니까 수많은 용의자가 있었고. 420명이 조사를 받았으니까. 그 중에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주변인물인지 아닌지도 모르죠 사실. 근데 그 당시에 중요용의자가 몇 명이었었는데 기자시니까 실제 사건은 기자님께서 취재하시고요. 제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민감한 부분도 있고 말을 안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를 한번 찾아보세요. 이 영화가 어떻게 각색되었는지. 어떻게 보호했는지. 질문지에 경찰을 희화시킨 부분에 대한 게 분명 있을텐데 제가 경찰의 모습을 어떻게 그렸는지 그걸 보시면 의문이 풀리실 거구요.

실제 사건이 일어났던 아파트를 섭외하느라 힘들었던 점은 많이 알려졌는데 되려 목소리를 집어 넣는 거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없으셨나요?
왜 어려움이 있죠? 저는 그것 때문에 이 영화를 만들었어요. 그게 없었으면 이 영화를 만들 이유가 없어요. 그 한 장면, 2시간 동안 그 엔딩을 위해 달려가는 영화잖아요. 그 장면이 없으면 존재가치가 없어요. 이 영화는.

흔쾌히 삽입해도 된다 라고 하셨나요? 누가요?

그 자료 자체가 경찰청에 있는 자료일거란 생각을 했거든요.
글쎄요. 그걸 경찰에 허락을 받아야 되는지는 모르겠고. 만약에 법에 저촉된다면 제가 벌을 받아야죠. 아무 거리낌없이 썼고,뭐 별로 무섭지도 않았고, 고민도 하지 않았어요.

영화와 관련된 인터뷰를 많이 하신 걸로 아는데 정작 영화에 관해서 끝까지 나오지 않은 질문이 있나요?
잘 모르겠어요. 다 상상을 못했던 질문들이라서. 근데 자꾸 논란, 논란하시거든요? 기자 분들이. 그 ‘논란’이란 부분이 무슨 논란인지 잘 모르겠어요. 무슨 논란이라고 생각하세요?

소재도 그렇고’ 현상수배극’을 표방하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 생소한 장르잖아요. 영화에서 범인을 찾는다는 상황자체가.
그렇게 만들면 안되기 때문에? 여태껏 없었기 때문에?

목소리까지 집어넣어서 캠페인을 벌이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이 목소리를 기억하고 범인을 꼭 잡자” 라는 식.
‘처음이라서 충격적이고 당황스럽다.’는 이해하겠는데’ 논란이 일 것이다.’, ‘일고 있다.’ 에는 동의할 수 없어요. 왜냐면 아직 보여지지도 않았고, 그 캠페인….

‘캠페인’이라는 표현이 불편하신가요?
그게 어느새 그쪽으로 흘러가지고.(잠시 침묵) 캠페인이라도 좋아요. 봐주시기만 하시면.

그렇다면 감독으로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영화가 잘 완성됐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사실 같이 작업하신 배우 분들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 게 아까 제 리뷰를 읽으셔서 알겠지만 강저는 동원씨의 목소리 연기가 정말 기대 이상으로 소름 끼치고 적절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거든요. 김남주씨의 가슴 상처가 분장이 아닌 실제 멍이라는건 유명한 사실이고. 설경구씨가 연기한 마지막 4분간의 독백은 특히나 욕심 냈다고 들었어요.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 100%만족하시나요?
날로 먹었죠. 저는. 제가 한 게 없으니까 연기는 그 분들이 한 거고.” 연기 잘했다” 라는 말을 못하겠어요. 이분들에게는. 만족 못해서가 아니고 너무나 만족스럽고 고맙고 존경스러워서. 그 “연기 잘했다.”라는 표현은 너무 테크닉적인 느낌인 것 같아서 폄하하는 발언 같아요.정말 다들 너무나 훌륭했어요.

기자 개인코멘트를 쓸 때 썼다가 지운걸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이 영화에 유일한 흠은 배우들의 스타성 때문에 그 진실성이 묻혀진다는 것이다.’였어요.
왜 지우셨어요.(웃음)스스로 검열을 하시는 편인가 봐요. 그 스타성이라는건요. 상업영화와 스타성은 같이 가는 거잖아요. 여러 영화에서 증명이 됐지만 그것이 합쳐지고 같이 갈 때 시너지 현상이 나는 건데, 제가 하는 이야기들이 평범하지 않기 때문에 접근이 용이 하지 않아요. 사실 스타를 필요로 하는 영화예요. 제 영화는. 그래서 ‘스타에 편승했다.’란 말씀들을 하셔도 전 부인하지 않아요. 왜냐면 필요해요. 제 얘기는. 절실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봐줘야 되는 영화, 이 얘기를 정말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이 얘기가 쉬운 얘기가 아니니까 그걸 어떻게 커버하겠어요. 상업 영화에서. 그러면 스타들이 출연해서 그 스타들의 입으로 몸으로 몸짓으로 이야기를 표현했을 때 좀더 가깝게 갈수 있는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항상 필요해요. 부인하진 않아요.

처음에 설경구씨는 흔쾌히 한다고 하셨고, 김남주씨 하셨고. 목소리는 의외의 인물이 맡았고.
왜 의외죠? 스타라서?

아니요, 목소리만 나오는 거니까. 보도자료에도 의외의 캐스팅 이란 표현을 썼던데.(웃음) 실제로 그렇게 세 명이 확정됐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요?
느낌 좋았죠. 왜냐면 원했던 배우들이 다 한방에 캐스팅 됐으니까. 그것이 영화적인 이야기 일수도 있고.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정의감을 시나리오가 건드렸을 수도 있고. 실화의 힘 또는 다행히도 한번 소통이 됐던 영화의 감독이니까, 한번 믿어보자 했을 수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잖아요. 원했던 배우들과 단 한번에. 세 분다 어쨌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시간을 끌지도 않고 해줬어요.

한번에 딱. 1순위였던 배우들이요?
그렇죠. 그래서 고맙죠. 너무나.

본인의 상상력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실화에만 집중하신다는 말을 자주 하셨는데 다음 영화도 실화에 기반한 영화를 준비하고 계신가요?
그건 말할 수 없어요.(웃음)다만 이번에는 예쁜 사랑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그랬으면 좋겠고. 될수록 빨리.

모 인터뷰에서는 그렇게 표현하셨던 데. “나를 '혹'하게 할만한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뜻은 아니고요, 일단 좋은 시나리오가 오면 할 수도 있겠죠. 기다리고 있어요. 실제로. 그런데 다만 '상상력이 빈곤해서'도 이유가 될 수 있고. 왜냐면 그렇게 훈련을 받았어요. 방송국에서. 상상하지 않도록. 현실을 직시하게 훈련을 받은 사람이고, 아직까지는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영화 같은 일들이 실생활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그것을 외면할 수가 없는 거죠.

감독님 예전에 방송국에서 일했던 동료 분들이 <그 놈 목소리>를 가장 박진표다운 영화가 나왔구나 하실 것 같아요.
그렇진 않고요, 같이 일했던 동료와 선배 분들에게 맨날 혼나요. 제가. “넌 영화에 가서도 방송처럼 만드니?”그러고. 특히나 교양국 다큐멘터리 PD들은 훨씬 저에 100배 이상 현실감각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와서 만들면 훨씬 더 잘 만들겠죠. 저는 떠난 지 오래된 사람이고 그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그 일들을 하고 있으니까 훨씬 더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겠죠. 그러니 맨날 혼나죠.(웃음)

신랄한 비판을 날리시는군요. 동료 분들이.(웃음)마지막으로 영화 속에 나온 ‘그 놈’에게 감독님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씀해주신다면?
영화에도 많이 나오는 대사들을 인용해서 할게요. 아직 우리가 잊지 않고 내가 너를 기억하고 있어. 근데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 우리들이 너를 기억하는 거야. 잘 알아둬. 밥은 처먹니? 넘어가니? 목구멍으로? 이런 말을 해주고 싶고. 영화 속에 그런 대사들이 나오잖아요? 리뷰 마지막에 써놓으셨듯이 이 영화는 나의 호소이기도 하고 우리 제작진의 호소이기도 하고 지금 아버지의 호소이기도 하고. 더한 짓이라도 할 수 있으면 하고 싶었는데. 영화에서. 생각이 안 나서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 여러 가지 표현방법이 있겠지만 목소리 삽입 이란 가장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한 거예요. 그래서 논란이라고들 말씀 하시는데, 그 목소리 사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져 있었고, 흔들림이 없었고 그것 때문에 영화를 만들 수 있었어요. 근데 영화 보면서 우셨나요?

울지는 않았어요.
분노가 어디서 느껴졌나요? 아니, 분노가 느껴지나요?

‘그 놈’이라는 호칭 자체도 굉장히 인간적인거죠.
그렇다면 주위에 혹시 비슷한 목소리가 있는지 잠시 되돌아봐지던가요?

네. '이거 어디선가 들어 봤던 목소리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된 거예요. 그럼. 잘 만든 거죠. 그렇게 생각해요. 저는.

글_이희승 기자
사진_권영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