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한마디로 극단으로 치닫는 영화다. 결국 배우 스스로 자신의 영화에, 캐릭터에 동화하지 않는다면 관객을 설득하는 것을 떠나서, 연기 자체가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 시나리오도 완성된 영화하고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초고 때에는 더더욱 공감이 안 가는 부분이 많더라. 그런데다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허구를 가미한 거라 연기하기가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다. 촬영 진행하면서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님도 3~4 씬 찍고 스톱하고 다시 정리하고 1~2씬 찍고 다시 정리하고 그러면서 만들어가는 영화가 됐다. 작업 중간에 계속적으로 수정한 영화가 <한반도>다.
단지, 촬영장에서 수정하면서 만들어가는 영화라고 해서 캐릭터에 몰입이 되던가? 다른 요인은 없었나?
그러던 와중에 공군과 해군을 방문했다. 지금 독도문제, 미사일 문제로 사람들이 약간 긴장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그래도 별일 없을 거야?’ 나를 비롯하여 이런 불감증이 팽배해 있다. 근대 막상 동해상에서 우리나라를 지키는 해군들을 만나고 장군들과 만나 대화를 해보니 그게 아니더라. 내가 이 나라에서 배우로 살았지, 이 나라의 국민으로 산 적이 없음을 느꼈을 정도로 그들에게 심각한 얘기를 들었다. 기본적인 얘기로는 일본 자위대에 비해 우리나리 해군병력이 10분 1밖에 안 된다는 것, 영화에서는 30%로 나왔는데 실상은 더 차이난다. 이런 실질적인 얘기를 들으니깐 배우로 살다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던 나라는 사람한테도 가슴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생기더라. 거창하게 국가관, 애국심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젠 우리나라 정세를 전하는 시사뉴스만 들어도 예전과 다르게 귀가 솔깃해져 듣고 있다. 이번 영화로 인해 나한테 이런 변화가 생겼다.
그렇다.
요즘 들어, 다양한 방송매체를 통해 가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더라. 아들, 딸 얘기도 방송에서 자주하고.
딸, 아들 얘기는 자주 했던 편이다. 그때는 나한테 관심이 없었던 게지? (하하~) 나에게 2년 전부터 몸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몸에 변화? 혹시 노화?
(하하) 오히려 젊어졌어. 북한산에 가면은 버들치라는 물고기가 있다. 그 물고기가 물이 고여 있는데 살고 있다. 그럼 등산객들이 구경을 한다. 그런데 그 자리가 가을만 되도 물이 없는 자리거든. 겨울에는 물이 말라버려. 몸에 변화라는 게 그 얘기인데. 그 고기들은 물이 있을 때 물이 없을 때를 미리 아는 거다. 그래서 물이 있을 때, 물의 흐름을 따라 어디론가 이동을 한다는 거야. 그리고 산에 물이 다시 고일 때 다시 돌아오는 거지. 물고기들은 몸으로 먼저 그런 변화를 느낀다. 그렇듯이, 내가 2년 전부터 나도 모르게 몸으로 느끼는 것들이 생겼다. 가족에 대해 얘기하는 건 그런 변화가 아닌 것 같고, 조금 여러 가지 쪽에 관심이 많아졌어. 오히려
연기 이외의 관심사가 생겼다는 말인가?
연기와 다 같은 얘기다. 예를 들어서 10년 만에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됐다. 그런 것도 나는 연기랑 다 같다고 본다. 가끔 재미삼아 글 쓰는 것도 연기랑 같다고 보고. 왜? 연기는 우리가 시나리오에 있는 어떤 인물을 내 머릿속에 담고 그걸 내 몸으로 표현하는 거잖아. 그죠? 그림은 어떤 사물을 보고 내 손으로, 그림으로 표현하는 거고. 연기도 다를 게 없다는 말이지. 몸으로 표현하느냐? 글로 표현하느냐? 등의 차이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난 든다.
결국, 당신이 조금 달라졌다고 사람들이 느낀다면 그건 조재현이 변한 게 아니라 연기 이외에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은 조재현을 느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 나는 생각하는 걸 행동으로 빨리 표현하는 편이다. 나는 연극연출, 영화연출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 작품만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 하나 있다. 그런 생각이 하루아침에 든 건 아니고, 1989년에 연극 <에쿠스>를 했다가 2004년에는 17살짜리 에쿠스를 연기했다. 그러고 나서 2004년 이후에 지금까지 생각하다가 ‘이 작품 연출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담날 바로 찾아갔다. 그리고 스케줄 보고, 극장 있나 없나 알아보고 판권에 대해도 알아봤다. 이래저래 맞춰보니 내년 하반기쯤에는 잘하면 연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점이 나한테 일어난 몸에 변화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연출, 그림, 글쓰기 등등 이 모든 것이 당신에겐 연기의 또 다른 표현으로 이해된다.
다 연기 안에서 출발했다고 본다. 내가 만약 연출가로서 욕심이 있었다면 직업을 바꿔 볼까? 라고 생각했을 거다. 근대 그게 아니다. 연출을 하더라도 연기 안에서 연출을 할 것이다.
강우석 감독 영화는 정교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한반도>를 관객입장에서 볼 때, 조재현 연기에서 만큼은 일종의 신뢰를 갖고 보게 되더라. 연기적인 측면에선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일 수도 있다.
경지라고 하는 것은 너무 숭고하고 깨달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후배들에게 내가 항상 하는 얘기가 “기본적인 것을 배울 필요는 물론 있지만, 연기에 교과서가 어디 있겠느냐? 그리고 연기선생이 어디 있겠느냐?”다. 존경하는 배우가 연기의 선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의 선생은 우리 주변에 다 있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연출가하고 대화를 한 적이 있는데 그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더라. 다들 연기연습을 한다. 그런데 연기라는 건 느끼는 거고 깨닫는 거다. 이런 얘기를 그 연출가가 술자리에서 했다. 그의 생각이 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배우 조재현은 김기덕 영화의 단골배우였다. 그런 이미지가 아직도 남아서 그런지 강우석과 조재현의 조합은 영화를 본 지금도 무척 낯설다.
맞다. 나도 그랬으니깐. 거기다 차인표까지 가세하지 않았나.(하하) 처음엔 나나 차인표나 되게 의아해 했다. 그게 어떻게 보면 강우석 감독님의 독단이고 용기라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만큼은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사실 대부분의 감독들, 제작자들은 전작의 어떤 차인표적인 느낌을 안고 가고 싶지 않을 게다. 왜냐면 자기 영화이니깐. 아무리 저예산 영화라도 <목포는 항구다>가 자꾸 연상이 돼서 안 했을 텐데, 이 큰 영화를 준비하면서 차인표하고 하겠다는 그 사람의 독단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에너지에서 나온 판단이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누구에게 맞춰 연기하는 걸 별로 재미없다고 생각해 왔다. 어차피 연기자라는 직업은 자유로운 직업인데, 그 직업을 선택해 놓고 그 안에 경계를 그어 놓는 건 우습지 않나? 나는 코미디에 출연할 수도 있고 큰 영화에도 출연할 수 있다. 그렇게 가는 컨셉이 나한테 맞는 것 같다. 강우석 감독님과의 만남은 나에겐 아주 신선한 만남이었다.
조재현, 차인표가 동시 캐스팅됐다는 말을 듣고 스스로들 서로에게 우스갯소리처럼 했던 말이 있을 것 같은데...
많이 있지. 차인표가 나한테 “형. 형하고 나하고 또 하는데 괜찮아?” 이런 얘길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지. “넌 셰끼야. 요번이 기회야. 너 요번에 기회 제대로 온 거야. 너한테 언제 강우석 감독님이 또 다시 작업하자고 그러겠냐. 자슥아. 요번에 무조건 해! 시나리오가 어떻고, 그런 쓸데없는 개뿔 떨지 말고 무조건 해!”
글쎄. (연기)호흡이라는 게, 연기 연습을 같이 한다던지 그러진 않는다. 별로 안 친한 역할이면 나는 실제로도 얘기 안하고 지낸다. 친하면 연기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얘기 안 하는 경우도 있고, 굳이 친하게 지내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근대 이번 차인표와의 연기는 어쨌든 끈끈한 선후배 관계를 갖고 있었던 거라, 특별히 연기를 맞추진 않았다. 그 동안 친했던 친분인데다 영화에서도 형, 동생 이미지를 갖고 스타트를 하니깐.
그런데 <한반도>에서의 차인표 연기에 대해 아직도 회의적인 평가가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차인표라는 배우의 연기는 아주 성실하게 좋게 보고 있다.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잘한다고 생각한다. 빈말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연기의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잘해봤자 거기서 거기고 못해도 거기서 거기다.
객관적인 평가인가? 아니면 주관적인 평가인가? 물론, 기자인 나도 객관적으로 볼 때 이번 영화에서 차인표의 연기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가 있죠? 외모가 돋보여서 연기가 안 보이는 케이스가 있고, 외모가 떨어져서 연기가 보이는 배우가 있다. 외모가 돋보여서 연기가 죽어 보이는 배우 중 대표적인 케이스가 차인표일 거다. 외모가 떨어져서 볼게 없어서 연기가 돋보이는 배우 어~ 누구, 누구 몇 명 있죠.
쩝..... 본인이라는 말은 안 하는군.(하하)
아니! 이제 내 얘기 하려던 참이다.(하하) 나 같은 경우는 외모가 좋은데 연기가 너무 출중하다 보니 외모를 미처 못 본 케이스다. 그래서 요즘 나를 보고 너무 젊어 보인다, 잘생겼다하면서 환장한다, 애들이. 아주 미쳐버려~ 이렇게 미쳐버린 3번 케이스가 바로 나다. 환장의 뜻은 장이 돌아버린다는 뜻이거든 그만큼 나한테 빠졌다는 말이지.(크크~)
인정! 사실 영화 <나쁜 남자>를 무려 10번 넘게 봤을 정도다.
거봐. 저 사람은 외모가 섬뜩하고 밥맛없고 그럴 줄 알았는데 보니깐 미쳐버리는 것. 왜 이런 현상이 일어 나냐면 연기에 가려서 외모를 미처 캐치 못해서, 이제야 사람들이 외모를 알아보는 거지.
영화에선 개성 넘치고 강한 캐릭터를 많이 해 왔는데 드라마에선 부드러운 역할을 많이 한다. 드라마 캐릭터 고르는 게 영화와는 다른 기준으로 고르는 것 같다.
대중들이 볼 때 영화에선 아직 제대로 된 옷을 못 입었다, 그 표현이 맞겠죠. 그 말 아닌가?
그런 뜻은 아니다.
캐릭터를 고르는 게 아니고, 내가 강우석 감독님하고 작업하는 것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듯이 내 연기에 총 어떤... 이 말을 뭐라고 하지?
필모그래피?
맞다. 필모그래피. 내가 이 말 쓰는 것 싫어하는데. 매번 나한테 규격화 되고 잘 맞는 옷을 찾아 입기보단 때로는 안 입어본 옷도 입어본다. 그것이 나한테는 설렘, 즐거움이 되는데 그만큼 리스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이 나한테는 잘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 같은 경우는 감정의 호흡이 길다. 긴 호흡들이 관객한테는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부분으로 작용해 나랑 잘 맞았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사실 영화에서는 <나쁜 남자> 이후 딱히 나한테 맞는 역을 못 찾아 입었다. 보는 이도 만족해하고 연기하는 나도 만족해하는 역할을 말이다.
배우와 캐릭터의 궁합도 중요하지만 영화가 얼마나 배우에게 많은 것을 쥐어졌는가도 당신이 말하는 맞는 옷, 안 맞는 옷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한반도>는 분명 배우에게 많은 것을 쥐어주는 영화가 아니다.
맞다. 요번에는 특히 더 그랬다. 냉정히 얘기하면 큰 영화일수록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 큰 영화일수록 성공과 실패는 감독이 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쥐고 있는 감독의 영역이 훨씬 크다는 거다. 많은 자본을 책임지고 있는 건 감독이지 배우가 아니니깐. 반면 성공했을 때는 모든 사람들이 해피할 수 있는 작업도 블록버스터다.
보통 10개를 쥐고 연기를 시작한다면, <한반도>는 몇 개를 쥐고 연기했는가?
보통 10이라고 하면 이번 영화에서는 4정도. 그런데 <한반도>는 각각의 포지션이 확실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고 영화에서 중요한 인물임을 먼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권투처럼 두 배우들이 계속 치고 받는 영화가 있다. 혹은 야구의 투수와 포수처럼 한쪽은 죽어라 던지고 한쪽은 죽어라 받는 영화도 있다. 권상우, 김하늘의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야구 같은 영화라면 버디무디는 권투 같은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영화는 축구처럼 각각의 포지션이 있는 영화라고 보면 된다. 결국 그 포지션 내에서 최선을 다해야만 우리가 원하는 ‘한반도’라는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축구 같은 영화다. 아마 이런 영화가 한국에서 처음 나오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불만은 없다. 한반도를 운반하는 선장 강우석이 있다면, 나름대로 나는 일등항해사 역할을 맡았다. 별로 배우에게 주어진 게 없는 영화지만 목표는 같았기 때문에 배우들이 일심을 다한 거다. 아마 속으로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걸.
대통령, 국무총리. 사학자 등, 관객의 입장에 따라 동일시를 할 만한 캐릭터는 많았다. 하지만 영화는 사학자 최민재가 국새를 찾아나서는 그 과정이 중심이었고 관객 입장에서도 최민재에게 가장 집중했을 거라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도 친절하게 사학자를 팔로우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부담이 컸다. 커다란 한반도 시나리오를 앞에 놓고 봤을 때는 캐릭터에 대한 어떤 구체성이 친절하게 나와 있지 않더라도 연기자가 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효과적으로나 극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면 그 문제는 강우석 감독님이 생각해야 될 문제라고 본다. 초고 시나리오는 나하고 차인표가 주축이 된 스토리라인이었다. 국무총리, 대통령은 사이드였다. 그런데 현실에 빗대 이야기의 타당성을 얻으려고 하다보니깐 지금 상태로 바뀐 거다. 사학자가 갖고 있는 국새에 대한 믿음은 사실이지만 현실에 대입해 보면 허구이기 때문에 그것만 목매고 쫓아가기는 쉽지 않았다. 내 역할이 더 친절하게 팔로우를 안 해준 거에 대해서 불만이 앞서기 보다는 배우로서 수긍하는 부분이 있다. 이 영화 전체를 놓고 본다면 그것이 맞다.
프로파간다적인 영화가 있다면 안 그런 영화도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한반도>가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영화의 첫 시도여서 좀 거칠게 표현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외면적으로 거친 부분을 떠나서 이 영화가 가진 미덕이 분명 있다 이거다. 지금 이 시기에 이런 소재를 가지고 이런 거대 제작비를 들여 시도할 수 있는 감독, 제작자는 많지 않다. 용기라면 용기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우리 딸한테 보여주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만 봐도 어떤 긍정적인 힘이 이 영화에 있다는 증거다. 처음부터 비판적인 시선으로만 영화를 보려고 한다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미덕 혹은 장점이 묻혀버린다. 편안하게 본다면 <한반도>가 갖고 있는 아름다운 미덕이 보일 거리 믿는다. 선입견에 의해서 그런 부분이 그냥 묻혀버린다면 배우가 아닌 한 평범한 관객으로서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늦은 나이에 대중적 인기를 얻은 케이스가 바로 조재현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비슷한 연령대의 남자배우는 할 기회가 별로 없는 멜로를 의외로 많이 했다. 영화 <로망스>도 그렇고 드라마에서도 그렇고 말이다. 좋겠다.(하하)
박명천 감독이 찍은 <로망스> 뮤직비디오 “그 남자, 그 여자”를 보면서 상당히 흡족했다.(하하)
그런데 알고 보니 박명천 감독이 7~8년 전에 자기가 연출했던 CF를 길게 찍은 게 이번 뮤직비디오였다. 우연히 그 광고를 봤는데 그때의 남자주인공보다 내가 훨씬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심 혼자 좋아라 했다. 물론 외모는 그때의 주인공이 더 잘생겼지만 서도 사람의 아픈 느낌을 지금의 내가 더 잘 살렸더라. 만약 20~30대 초반에 내가 그런 연기를 했다면 아마 지금의 느낌은 묻어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사랑에 대한 연륜이 물이 오르지 않았나? 싶다. 그건 연기로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멜로는 그래서 앞으로도 또 해보고 싶다.
이번 <한반도>에서의 사학자 캐릭터도 그렇고 당신이 연기한 수많은 캐릭터들은 이상하게도 홀아비거나 싱글이다. 마누라 없는 인물만 연기하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대단하지 않은가?(하하)
흠....... <눈사람>에서도 오연수가 중간에 죽었구나. 정말 생각해보니 그러네. 내 이미지가 평탄해 보이지 않고 사연이 있어 보이는 거겠지.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엘리트적인 거는 나한테 안 어울렸을 거고 나름대로 사연이 있는, 한이 있는 그래서 아마 감독님아 나를 선택하지 않았나 싶어.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을 지금 촬영 중 인걸로 알고 있다. 가을 촬영을 위해 당분간 촬영을 쉬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강우석과의 조합도 낯설었지만 임권택 감독과의 조합도 대중 입장에서는 낯설기 마찬가지다.
9월 달부터 다시 촬영에 들어간다. 임권택 감독님, 정일성 촬영감독님과의 만남은 나한테는 아주 신선한 만남이다. 나는 그런 신선한 작업들을 앞으로도 계속 해보고 싶다. 어떤 작업이든지 나는 열려 있을 거다. 물론 몇몇 배우들은 임권택 감독님과의 작업을 낯설어 하기도 한다. 왜냐면 예전 충무로 스타일을 고수하는 감독님이거든. 요즘 촬영장하고는 많이 다르다. 나는 그런 것들 때문에 흔들리기보다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인다. 좋은 작품 만들고 싶어 그러는 거니깐, 무조건 쫓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이런 일차적인 마음을 갖고 <천년학>을 촬영하고 있다.
취재: 2006년 7월 19일 수요일 | 최경희 기자
사진: 2006년 7월 19일 수요일 | 권영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