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7개의 인터뷰를 소화해 내며 강행군중인 류승완감독을 만났다. 아니, 그 어떤 타이틀보다 감독이란 호칭이 익숙하지만 외적인 조건으로 볼때 배우의 조건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신인 배우 류승완을 인터뷰하고 왔다. 사실 팬으로서 그가 감독과 제작을 겸하고 영화의 각본을 쓰는 와중에도 언젠가는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를 손꼽아 기다린 사람 중 하나였기에 이번 <짝패>의 완성소식은 너무나 더디게 다가왔다.
사심을 앞세워 배우로 시작한 동생보다 카메라 뒤에서만 자신의 끼를 발산하던 그가 외모적으론 훨씬 더 배우답다고 인사치레를 한 뒤 지친 그에게 천편일률적인 질문만은 던지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기자를 다루는 방법(질문보다 긴 대답, 천편일률적인 대답에서 벗어나 더 많은 얘기를 들려주는 센스!)을 일찌감치 터득하고 있는 이 남자의 선제공격(?)은 너무나 젠틀하다.
“인터뷰야 뭐 마니 하는 편이라서 습관이 된 거 같아요. 오히려 영화 찍고 인터뷰 요청이 별로 없으면 이상해요. 힘든 건 하나 마나 한 질문에 대답하는 게 힘들죠. 같은 질문이라도, 어떤 매체든지 해야 되는 곳이 있잖아요. 이를 테면 류승범하고 결별인가요? 뭐 이런 질문. 정말 명함으로 막 목을 긋고 싶어요.”
물론 이런 질문이 내 취재수첩에 적혀있을 리 만무하지만 하나마나 한 질문들이 겹치는 건 우리가 이렇게 기자와 배우로 만난 것처럼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거라고 70년대 멜로영화 스런 대사를 읊어줄까 하는 고민도 잠시, 한 시간 넘게 진행된 녹음기를 확인하고 기사로 완성시키고 보니 영화 <짝패>에 관해서는 98%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는 글로 탄생됐다. 그러나 배우 류승완에 대한 내용은 단 2%도 담겨있지 않음을 미리 고백한다.
감독 혹은 배우로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인간 자체로의 류승완을 보고 싶다면 바로 극장으로 달려가시길. 거기서 영화에 대한 기본 예의와 확고한 시각을 발견한다면 당신은 인간 류승완을 진정으로 알기 시작했다. 단언하건 데 더 이상의 친분은 그가 앞으로 만들 문화로서의 영화에서 착실하고 두텁게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류승완 감독 (이하: 류)아, 진짜? 안 그래도 이름이 혜정이라 ‘류승완 부인’ 으로 검색어 치면 배우 강혜정인 줄 알고 무슨 스캔들 있는 줄 알고 그랬대요. 바보들.
이: 작년 3월에 인터뷰 하실 때 ‘TV를 없애버렸다, 그래서 좀 편해 지셨다’고 하셨는데 요즘 들어 부쩍 출연이 잦으시다. 다 <짝패>때문인가요?
류: 그렇죠. 회사에서 녹화해준 거 보죠. 아직도 TV볼 시간은 없어요.
이: 무릎 다치신 건 좀 어떠세요?
류: 2월 달에 수술을 했고, 아직도 내 무릎 같지 않아요.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라 연결부위가 어긋나는 느낌이 있어요. 걷다가.
이: 저도 과 체중이라. 그 아픔 알아요. (웃음) 얼마 전 TV 에서 이동국의 월드컵 출전을 좌절시킨 무릎십자인대파열도 <짝패>의 류승완감독을 굴복시키지 못했다. 뭐 그런 식으로 나오는 방송을 보고 한 15초간 웃은 기억이 있다.
류: 아, 이게 돌아버리겠는데 아침에 기지개를 못 펴요. 완전히 피지는 못해요. 완전히 필 때 힘을 줄 때 여기가 끊어질 것 같아요. 이쪽다리가 허벅지가 풀려가지고.
이: 퇴촌으로 이사가시면 많이 걸어 다니셔야 할 것 같은데..
류: 어? 어떻게 아세요?
이: 제가 또 은근 스토커 기질이 있어서 그 정도 정보야 쉽게…^^
류: 괜찮아요. 아무리 강력한 스토커라도 우리 애들이 있어서 막 다 때려 부시고 그러면 꼼짝 못할 거예요.
이: 하하. 그게 아니고 이 인터뷰 기다리다 저번 인터뷰 때(시네마테크와 친구들-류승완편 참조) 1시간 준거 30분 지각하셔서 나머지 시간에 취재하느라 힘들었다고 외유내강 직원 분한테 말하면서 도대체 댁이 얼마나 머냐고 물어보다 요번에 이사 소식을 들은 거예요. <짝패>의 배경이 된 온성도 감독님 고향인 온양에서 따온 거 맞죠?
류: 온양과 유성 한 글자씩. 근데 특별히 뭐 어디를 지칭한 게 아니라 온성이 가상도시잖아요. 가상도시로 그린 이유 중에 하나가 오히려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기 때문에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의도였어요. 제 고향의 풍경일수 있고 지금 대추리의 풍경일수도 있고.
이: 감독님이 자란 온양은 온천이 있어서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에 둘러싼 여관골목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걸 보고 참 리얼하게 찍으셨다 그런 생각했었는데.
류: 그렇죠. 중간에도 좀 환락가의 느낌들이 살길 바랬어요. 좀 쇄락한 이미지의 도시를 그릴까도 했었고. 어떤 지역을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이 소비구조에 기초하다가 몰락하게 되면 얼마나 비참한가를 지금의 수안보에 가보면 금방 알 수 있거든요. 그런 쇄락한 관광도시의 느낌을 보여줄까 했었는데 그렇게 가면 관광도시 살리기 캠페인 영화도 아니고.(웃음)
좀 바뀐 거죠. 훨씬 더 도시 느낌이 나게. 영화 속 야경을 보시면 서울 같잖아요. 영문제목도 City of Violence지 Town of Violence가 아니잖아요? 그런 의미로 볼 때 청주에서 촬영하면서 얻은 게 많은 것 같아요. 그 도시 자체가 <아라한…> 찍을 때도 느낀 거지만 대한민국에서 서울하고 비슷하게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더 여러 가지를 효율적으로 찍을 수 있었고.
이: 영화를 미리 다 본 입장이기도 하지만 한 관객의 입장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니들은 삼촌도 없냐?”는 대사신 과 엔딩 장면이다. 특히 그 삼촌 대사는 언제 들어도 정말 볼 때마다 재미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석환이 할복을 한다던 지, 오열한다던 지 뭔가 더 나올 줄 알았기에 그런 식의 마무리가(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설명 생략) 더 인상 깊은 것 같다. 아, 나미의 노래 ‘영원한 친구’에 딱 들어맞는 ‘수로에서의 점프신’도 정말 신났다.
류: 아…그 마지막 장면은 정말 사람들이 저를 피곤하게 했어요. 그렇게 하지 말고 플레시백(flashback: 영화 •텔레비전의 다른 장면들을 차례차례 필름 단편으로 연결한 몽타주 기법)으로 끝나면 적어도 5만 명은 더 든다면서 아니다, 그건 속이는 거다 괜히 센치해 져서 자극시켜서 책임도 안 지고 끝나는 거다. 불확실하게 더 몇만이 들 거라고 예측해가지고 영화의 맛을 없애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그런 거죠.
이: 그래서 왠지 오리지날 시나리오를 보고 싶어서 달라고 했었다.
류: 원래 결말하고는 굉장히 달라요. 완전히 틀린 거죠. 원래 결말이 풍경에서 끝나는 결말이었는데 제작비가 똑 떨어지는 바람에(웃음) 대규모 장면을 못 찍고, 다른 얼터너티브 (alternative: 대안 )결말을 생각해 냈어야 되는데 그렇다면 정 반대로 가자고 생각한 거죠. 클로즈업으로 끝나는 걸로. 고전 느와르 걸작들을 보면 인물의 풍경에서 끝나잖아요. 상황의 풍경이 아니라. <스카페이스>도 그렇고 <킹 오브 뉴욕>도 그렇고 <분노의 주먹>도 인물을 보여주면서 끝나잖아요. 이 영화가 장르영화면서 여전히 관계의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물들의 관계의 영화. 이 영화를 찍고 나서 재미있는 반응 중에 하나가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으로만 이루어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게 많아요.
이: 그렇죠. 예고편 자체도 그렇게 보이잖아요.
류: 사실 액션의 빈도로 따지면 <아라한…>이나 <피도 눈물도 없이> 심지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보다 적어요. 액션의 빈도가. 제대로 짜인 액션이 등장하는 시퀀스는 4개밖에 없거든요. 또 하나는 오로지 싸우는 영화로 생각들을 하시는데 전작에 대한 영향도 영향이지만 이 영화가 갖는 독특한 특징 중에 하나가 속도로 휘몰아치거든요. 막 달리니까. 제가 ‘브레이크가 파열된 기관차처럼 달리는 영화’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문제는 사람들이 어떤 관계를 인지하기도 전에 어느 순간 결말에 도달해 있다는 거예요.
이: 음. 맞아요. 약간 그런 느낌이에요.
류: 이게 제가 의도한 것도 있지만 사실 촘촘히 따져보면 이 영화, 미스터리 플롯으로 시작하거든요? ‘왕재는 누가 죽였나?’ 막 찾는데 헷갈리고 플롯의 양식은 되게 고전적이죠. 엉뚱한데 범인이 나오고, 이를테면 필호의 등장을 반전의 테크닉을 사용하지 않아서. 막 시원하게 싸웠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근데 마지막에 이들의 관계의 밀도나 이런 것들이 생각해 볼 때 앞서 과거의 관계가 헐거웠다면 라스트의 폭발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을 거거든요.
이: 그렇죠. 앞에서 잘 깔아줘서 그렇게 느낀 점이 없지 않으니까.
류: 저는 농담으로 이 영화의 부제를 짓는다면 ‘관계의 종말’이란 부재를 짓겠다고 했을 정도예요. 그 관계에 대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따라가 버리니깐 부담 없이 즐기게 되는 거고. 만약에 이 관계를 더 막 드러내고 강하게 했으면 밸런스가 또 안 맞았을 것 같아요. 제가 그 동안 영화에서 만들었던 액션과 드라마가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대놓고 충돌시켜서 영화를 만들어 버리니깐 액션을 찍을 땐 나의 어떤 취향에 손을 들고, 드라마를 찍을 때는 다른 어떤 취향에 손을 들면서 그게 어떤 불균형을 이루는 게 그 전에 영화 만드는 스타일이었다면 <짝패>는 아예 그냥 ‘현실의 영화’와 ‘영화의 영화’를 그냥 어느 한쪽에 손을 들어주지 않고 충돌시켜버렸을 때의 결과 같아요.
이: 간단히 ‘어떤 장면이 제일 잘 나온 것 같나? 감독입장에서?’란 질문을 드리려고 했는데 긴 대답을 해주셨다. 그럼 마지막 엔딩이 가장 잘 나왔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류: 장면이야 다 잘나왔죠. (웃음) 근데, 제가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필호와 태수하고 숲길에서 대화할 때의 그 장면. 뱀술 가지고.
이: 확~부어버리는 거 보고 막 입맛 다셨다. 그게 값으로 따지면 얼마데 하고.(웃음)
류: 뱀술 가지고 대화하는 건 제가 서부극처럼 찍었거든요. 콘티를. 둘이 말을 던지면서 대화하는 건 제가 좋아하는 정서예요. 충돌이 생길걸 뻔히 알면서 툭툭 거리는 거. 태수가 미란이한테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얘기하는 방식을 점프 컷으로 붙이고 태수의 이미지와 벌어진 실제 사건을 재구성하잖아요. 왕재가 죽는 장면이 세 번 나오는데 반복해서. 그 세 번이 다 틀려요.
이: 그래서 더 보여주잖아요. 그 뒷부분을.
류: 프롤로그에서는 왕재가 그냥 얻어맞는 걸로 끝나는데, 두 번째 필호의 증언에선 칼에 맞는 걸로 나오고 세 번째는 얻어맞는 장면은 같이 이어지지만 그것은 실제였고, 그 이후에 상황이 필호에 의해 설명이 안됐던 건데 그게 라쇼몽인거예요. 빠르다 보니 인지를 잘 못하는 건데.
류: 그런걸 잘 몰라요. 선수들조차도. 아쉬운 건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런 장치들이 눈에 안 띈다는 거. 그리고 사우나 장면.
이: 아, 그 무심한 아저씨. 정말 죽이죠. 표정도 무표정하고 천연덕스럽게 할 일하고.
류: 살수아저씨.(웃음) <달콤한 인생>에서 보면 피 닦는 아줌마 나오잖아요. 저는 찍다 보니 스태프 중에 누가 “이거 달콤한 인생에 나왔는데.”, “어? 어디?”, “왜 그 이병헌 묶여 있고 이기영 선배가 칼로 위협할 때…”,”아! 맞아.” 생각을 했는데, “그건 아줌마 였잖아.”하고 넘긴 거죠.(웃음) 그리고 김지운 감독님한테 전화해서 부부 살수단을 등장시켜서 영화 하나 만들어보자. 남편은 <짝패>에서 활동하고 있고 부인은 <달콤한 인생>에서 활동하는. 그랬더니 아~좋다고. 대신 찍는 건 니가 찍어 그런 농담을 했었죠.
이: 아, 정말 말씀 듣다가 웃느라 녹음이 안될 정도예요. 사실 저는 칼을 무척 무서워해서 사시미 칼이 나오는 장면을 잘 못 봤어요. 여성관객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사운드를 줄였다고 했는데도 무섭더라. ‘베인다’는 고정관념이 너무 예리하게 다가와서 시각적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러웠어요.
류: 그게 왜 그러냐 면 사람들이 총맞아본 경험이 별로 없잖아요.장검에 베인 적도. <아라한…>에서도 칼 손으로 잡고 찌르고 해도 그렇게 안 느끼거든요. 근데 이 사시미는 주방에서일하다가 식칼에 한번쯤은 베이잖아요? 도루코 면도날에도. 오히려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경험치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전 지금 사운드가 만족스러워요. 제가 사운드 죽였다는 부분이 잘못 알려졌는데 사시미방 부분이 아니라 라스트에 석환이 손가락 잘리고 하는 사운드를 처리한 거죠.
이: 거긴 갑자기 휙~넘어가서 되려 잘 모르게 넘어갔어요.
류: 그런 거에 갑자기 몰입하기보단 저 때의 고통이나 상황이 선사하는 비극에 집중이 되야 하잖아요. 현상이 아닌 정서에 집중 되야 되는 부분이라서 그 부분에서 ‘으악~’비명 지르는 소리를 없앤거예요.
이: 영화에서 신나게 봤던 신은 바로 감독님이 무릎을 다쳤던 바로 그 장면이다. 일당 백으로 다구리 당하는. 무섭고 빠르게 다가오는 느낌도 있었지만 일종의 축제라는 느낌이 드는 게 애들이 와~~함성 지르는 모습이 좋아서 지른다기보단 막 뭘 표출하는 느낌으로 다가왔거든요. 거기다 터지는 전구들이 불꽃놀이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류:정두홍감독이 워낙 불꽃놀이를 좋아해요. 그 사람이. 불꽃을 좋아하죠. 그리고 십대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꼭 필요했었는데 그 이유는 한 지역이 몰락하고 있느냐 흥하느냐를 보여주는 척도는 어쩌면 10대를 통해서 볼 수 있는 것 같거든요.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 그런 소리들 많이 하잖아요. 10대들이 폭력에 중독되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 도시에 아무런 희망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좀 난폭한 10대들. 요즘에 폭력을 오락적으로 즐기는 10대들. 원래 콘티는 훨씬 더 정교하고 굉장히 더 다이내믹한 구성이었어요. 엑스 게임하는 친구들이 나와서 인 라인 하키 타고 더 뒤를 여고생애들 면도날 날리고 치마 걷으면서 발차기 하고 뭐 그런 거였는데..
이:우와..재미있었겠다.
류: 시나리오 쓰면서 그걸 아이디어로 정리해 놓고 우리가 해냈다. 우리 이제 미국 가는구나. 준비하자 뭐 그러고 있었는데 <옹박>속편을 보니까 그게 딱 나오는 거예요. 영화 보면서 ‘아..새끼들 저것보다 훨씬 더 재밌게나 하지.’ 그러면서 접었죠. 예전 같았으면 그래도 상관없어 했을 텐데 워낙 내 영화를 통해서 다른 레퍼런스(reference:참조,대조)들을 찾으려고 하니깐 비교하고 그러는 것도 싫고.
이: 아 예전에 <주먹이 운다>랑 <밀리언 달러 베이비>랑 비교하는 거 너무 지겨웠어요.
류:그건 뭐 예전부터 그랬으니까. 별 얘기가 다 있었어요. 그때는 오히려 내가 드러내 놓고 난 이런 이런 영화에 대해 영향을 받았고 이건 돌파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건 이런 지적이다 했는데 <주먹이 운다>와 <짝패 >같은 경우엔 영화 자체가 원형이 된 게 많았거든요.
이: 그래서 다 빼셨군요.
류: 의심이 될만한 것들을 가급적이면 다 피했던 거 같아요.
이: 경찰서에 갇혀 있는 증인을 없애고자 고수 4인방 중 한 명이 침투해 형사들을 차례로 제압해나가는 시퀀스를 보면서 기가 막히게 액션의 합을 제대로 짜셨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류: 그런 장면은 굉장히 쉽게 찍어요. 저는.
이: 서울액션스쿨 출신의 무술 감독들이 죄다 동원돼 찍은 장면이라 들었는데 그 장면에 대한 설명과 당시의 상황을 좀 전해주세요.
류: 그 상황이 되게 재미있었어요. 그 장면을 서극의 <순류역류>나 <칼>에서 보여주는 진짜 에너지 넘치는 테크닉으로 만들려고 했거든요. 그럴수록 고도로 훈련된 스턴트가 필요하다 그래서 거기 앉아계신 형사 7명이 전부 액션 스쿨의 대표 무술감독이에요. <올드보이>의 양길영, KBS 사극 <이순신>의 박주천, <바람의 파이터>이홍표, <실미도>의 유상석, <아라한…>의 권승구 이런 대표 선수들이 쫙 모였거든요. 근데 이 양반들이 액션스쿨의 선배들이라 통제가 안 되는 거야. 여기서 이렇게 떨어져주세요. 그러면 내가 이 나이게 그거 하게 생겼니?그러고.(웃음)
이: 근데 감독님이 하라면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류: 근데 항상 그 전단계가 뭐냐 면 무술 팀들이 합을 먼저 짜가지고 제가 그걸 보면서 수정을 하고 그러니까 미리 합을 짜는 거 자체가 워낙 친하니까 그렇게 되더라구요. 되게 재미있었어요 그 현장이. 정두홍감독이 사우나 갔다 등장하니깐 일사 분란하게 예비군에서 현역 해병대로 바뀌면서 촬영했죠. 그 장면은 하루 만에 찍은 건데 되게 정신 없이 찍었어요. 정교하게 찍으려면 최소한 이틀 정도 시간이 필요한 장면이었는데 스케줄하고 우리가 워낙 없이 찍다 보니,,,(웃음) 정두홍감독이나 저나 그런 장면들은 편하게 찍을 수 있는 장면들인데 정작 보는 사람들이 되게 세게 본 것 같아요.
이: 아 정말, 사람이 날면서 촤라락~휙 하더니 탁,하면서 끝나더라.
류: 참. 사람들 이상해. 취향들이.(웃음) <아라한…>때도 라스트는 지겨웠다고 그러고 고깃집 격투신은 와~~그러면서 재미있다고 하니까 힘들게 찍은 게 바보짓인가 그러기도 하죠. 힘들게 찍었던 거는 평가를 안 하니깐.
이: 정두홍 감독님이 오시니까 일사 분란하게 되는 거보면 무술에 있어서는 정감독님이랑 의견충돌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맞는 것 같다.
류: 충돌많죠. 지금도 많고. 항상 있어왔어요. 충돌은 내가 이인간하고 왜 이러고 있나 그럴 정도로 지긋지긋하게 충돌하죠. 근데 그 사람하고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최고이기 때문이에요. 또 하나는 나한테 없는걸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다면 굳이 같이 할 필요가 없죠. 제가 약간 그런 사람들을 되게 좋아해요. 자기 주장 뚜렷하고 그런 사람. 좋아하고. <피도 눈물도 없이> 하면서 사실 마찰이 너무 심해가지고 이 사람하고 다시는 못하겠더란 생각까지 했었는데 촬영중반 넘어서면서부터 이사람 정말 프로페셔널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던 거 같아요.
이:근데 <중천>때문에 중국취재 갔을 때 정감독님이랑 우연히 밥 먹을 기회가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감독님이랑 찍은 <짝패> 얘기가 나왔는데 “왜 류감독을 왜 액션전문 감독으로 부르는지 모르겠다. 액션이란 장르에 국한시켜 제한을 두려는 것 같아 마음에 안 든다. 너무 다재 다능한 사람인데…” 그래서 동석한 기자들이 감동해서 그 말을 취재 수첩에 적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 뒷말이 성격이 너무 안 맞아서 2년간 말을 안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왜 같이 영화를 찍지? 그런 생각을 얼핏 했었던 거 같아요.
류: 2년간은 아니고 중간에 촬영할 때 말도 안하고 그럴 때가 있었어요.(웃음) 지금은 완전히 아니까 현장에서나 평소에 굉장히 의지하는 사이가 된 것 같아요. 근데 우리는 그건 알고 있어요. 지금 당장 어느 현장에 가더라도 싸우게 된다. 우리 둘은. 쉽게 영화로만 얘길 하자면 저는 스크린을 통해서 극장에서 영화를 사유하고 습득하는 사람이잖아요. 근데 정두홍이란 사람은 현장에서 몸으로 영화 만들기를 습득한 사람이란 말이에요. 액션으로 치자면 저는 장르의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이 사람은 몸으로 만들어낸 현실로써 액션에 접근하는 사람이구요. 우리 둘이 만나면서 계속 충돌하면서 이 굴곡이 있어왔지만 어쨌건 <짝패>에 와서는 우리 둘이 만들어낸 어떤 지점을 찾아낸 것 같아요. 전 액션이란 것이…. 에이, 전문지니까 별 얘길 다하게되네. 그러니깐 ‘액션’이란 것이 장르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 그래서인지 정감독이 덧붙이신 말이 왜 액션으로만 국한하냐면서 케이블에서도 <아라한…> 나오는 거 다시 한번 봐라 뒤늦게 재평가 받고 있지 않냐 그런 말을 하셨어요.
류: <아라한…>에 한이 되게 많죠. 해외에서 평가보다 훨씬 평가를 덜 받았으니까. 그나마 위안을 받는 사항이 제가 만든 영화들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보다 해외의 평가가 더 좋았어요. 박찬욱감독님이 그럴 때마다 누가 말했더라? 헤밍웨이인가? 암튼 그 사람의 말을 예로들며 해외 평가가 미래 자국에서의 평가의 척도가 된다고. 너무 비평적으로 실패한다거나 흥행에 실패한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 없다고.
<아라한…> 같은 경우에 그거죠. 저는 사실 굉장히 유쾌한 판타지를 만들려고 했던 건데 사람들은 왜 <와호장룡>이지 못하냐? 그러니깐.(웃음) 제가 특히 이런 오해가 많은 사람인 거 같아요. 영화광으로 알려져 있고, 사실 영화도 많이 못 보는데 말이죠. 나를 둘러싸고 리얼리즘 계열에 작가로 인식하는 사람이 있고 장르영화감독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하니까 자기들이 볼때는 <죽거나 나쁘거나>는 없던 영화가 나온 거잖아요.
기준점이 딱 생기니까 그거 한편으로 여러 가지를 요구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제가 어떻게 그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를 다 맞춰줄 수 있겠어요. 나는 나 하고 싶은 거 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인데. 그냥 오히려 더 길게 보고 내가 하고 싶은거, 저는 내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지 주문 생산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내 길을 고수하는 거죠.
류: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하죠. 정두홍감독도 되게 아쉬워하는 부분인데 제가 예전 같으면 4인방의 개성을 살리는 부분을 분명 찍었을 거예요. 찍다가 항상 경험하는 것이 액션에 뛰어난 장면화 때문에 넘치는 것이 모자라는 것보다 못하구나 하는 것이거든요. 다들 기대하는 게 그거잖아요. 4인방 각자의 기술들을 펼쳐서 그 기술에 당하다 결국엔 그 기술을 역이용해서 뭐 이렇게 하고.
근데 여전히 그런 건 있어요. 이를 테면 현란하게 발로 공격하는걸 차단해서 붙잡고 계단을 구르고, 여자가 발로 공격하니까 무릎을 주먹으로 때리고. 문제는 우리가 봐오던 쿵푸영화에서 보여주는 현란한 테크닉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그 기술을 역이용하지 않고 자빠지고 걷어차내고 하니까. 제가 선택한 건 그거였죠 영화전체의 리듬. 나의 취향이나 혹은 그 씬 안에서의 어떤 잔재미를 줄여다가 영화전체의 호흡이나 리듬을 잃어선 안 된다. 만약에 그 장면이 들어갈 거였으면 앞에 치고 들어가는 장면이 많이 걷어졌어야 되거든요? 그런 건 방법이 아닌 것 같고.
이: 활극영화에 대한 정서는 잘 묻어나는 것 같아요. 그 비장함이 잘 나왔어요,
류: 아 그래요? 다행이다.
이: 특히 감독님 머리카락을 확 잡아서 대롱대롱 매달리는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보는 제가 다 아프더라. 그 아이디어는 누구한테 나온 건지?
류: 제가 옛날에 <군용희봉>이란 영화에 보면 막 싸우다 머리채를 잡아 확 끌어당기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 장면을 제가 되게 좋아해요. 복층 구조로 만든 이유가 재키찬 영화에서 나오는 복층 구조 양식에서 벌어지는 액션의 테크닉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건 추락의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잖아요. 태수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다던가 제가 논개처럼 끌어안고 떨어진다거나
이: 우하하하. 논개.
류: 네. 일명 논개 액션.(웃음) 거기서 확 탈출하려는데 잡히는 이미지가 그 공간에서 액션의 합을 구성하는데 그런 식으로 하나 만들면 되게 쇼킹하겠더란 생각을 했어요. 저도 그런 장면을 본적이 별로 없어서. 먹혔죠. 그 장면 되게 좋았고. 그리고 나서 그 장면 이후에 싸움의 분위기가 확 바뀌니까 개싸움으로 바뀌잖아요. 촬영장에서도 사람들이 현장편집 본 보고 되게 좋아했었고.
이: 예전 인터뷰 때도 싸움 얼마나 하냐고 물어보니까 되게 겸손해 하시면서 맞고 다녔다고 하신 건 알고 있다. <짝패> 홍보도 류승완 감독의 540도 발차기를 확인하고 싶으면 ‘써든 어택’ 하라, 이러는 거보면 분명 공인된 단수가 있을 것 같은데..
류: 그냥 흉내만 내요. 정말 많이 맞고 다녔어요. 제가 경기 같은걸 하면 움직이는걸 잘 못하거든요. 운동했다는 사람한테 빠지는 정도는 아닌데 그렇게 내세워서 체육관 차릴 정도는 아니고, 어떤걸 해봐라 그러면 기본동작들은 다 하는 정도죠.
이: 우린 계속 액션에 대해서만 얘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질문지를 작성하다가 액션에 대해서 흥미를 잃었다는 보도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류: 그러니까 액션에 대해 흥미를 잃었다는 게 어떤 거냐 면 장르중심으로 사고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단 말이에요. 예전만큼 그렇게 신작 액션이 나왔다고 했을 때 액션자체로 흥분하게 되지 않는 것 같아요. 특별히 계기가 있는 건 아니고 요즘 영화들이 테크닉이나 뭐 그런 것들이 넘쳐나니깐 질려버리는 경향도 있는 것 같고.
이: 부끄럽지만 제 개인적 상상의 나래는 대안학교에 다니시는 자제분들의 영향이 아닌가 했었다.(웃음)부모가 많이 참여하는 대안학교의 교육방침상 혹시 아빠가 너무 액션에 국한된 감독이란 소리를 듣고 이제 자제하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류: 그런건 아니고 관심이 오히려 이야기나 인물한테 많이 가요. 액션의 형태가 아니라. 여전히 불끈불끈 액션감 이란 건 있죠. 제가 액션 영화라는 자체를 부정하겠다, 예술가로서 거듭나겠다 이런 것이 아니라 이를 테면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내가 표현하고 싶은 어떤 액션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 그 앞뒤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면, 지금은 이야기가 요구하는 방향을 따라서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는 게 아니라 내용이 형식을 규정하는거죠. 그렇게 따지면 내가 개싸움을 만들 수 있고, 액션장면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액션영화를 만들 수도 있고 그런 거죠. 그것이 심리적 충돌에 의해서 만들어진 액션 영화일수도 있고 액션에 대한 해석하는 범위자체가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영화는 볼 때도 더 다양한 영화에 흥분하는 것 같아요.
이: 게다가 이만희 감독님 특별전에서 <원점>을 택한 걸 보고 정말 액션을 버리셨구나 라는 단순한 결론을 내렸었죠. 찾아보니 약간의 혈투가 담긴 스파이영화던데.
류: 스파이 영화는 아니고 프렌치 느와르에 가까워요. 알랭 드롱이 나오는. 거기선 신성일씨가 나오는데 범죄자 얘기죠. 자기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범죄자와 창녀의 이야기인데 아우~죽어요. 사무라이 같아요. <원점> 처음 봤을 때 영화 되게 모던해서 이만희감독을 왜 모더니스트라고 부르는지 알겠더라 구요. 꼭 장 피에르 멜빌 영화 같아요. 그렇게 프렌치 느와르 느낌이 나는 영화를 못봤거든요. 한국영화에서. <달콤한 인생>이 좀 그런 느낌이긴한데, 비장미와 더불어 송재호씨의 젊은 시절이 나와요. 너무 재미있게 봐가지고 마침 주최측인 영상 자료원예서 필름으로 본적이 있는 영화라 추천을 한거죠. 재미있기도 하고.
이: 영화에서 보면 87년 당시의 분위기를 정말 잘 살린 거 같다. 아역 중에서는 감독님이 맡으신 석환이가 제일 미소년이고. 너무 하신 거 아닌가요?(웃음)
류: (곤욕스러워하며)김시후. <친절한 금자씨>에 나왔잖아요. 우리 프로듀서가 금자씨때 라인 프로듀서를 했는데 시후를 추천하면서 하는 얘기가 “얼굴 하얘서 비슷해요”그러는 거예요. 나도 부담되긴 했는데 자신감을 갖고. 또 시후가 청주 애라 사투리가 잘 되요. 근데 박찬욱 감독님이 난리가 났어. “너는 시후하고 너하고 닮았다고 생각하니?” 그래서 “아니, 사람이 고생하고 그러다 보면 이렇게 삭을 수도 있고 그러는 거죠!” 그랬더니 “고생한다고 키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어?”그러시는 거예요.
이:하하, 정말이요? 그런 말을 하셨어요?
류: 그래서 “아, 끊어요.” 그러고 한동안 통화 안하고 그랬는데.
이: 삐져서요?
류: 그럼요. 그래서 내가 ‘풀샷은 안 잡으마.’그러구.(웃음)
이: 근데 기자들끼리도 그랬는데. 너무 티 나지 않냐? 잠바도 샛 노랑으로 제일 좋은 거 입고.
류: 하하하. 샛노랑. 제가 노란색을 되게 좋아해요. 우리 어렸을 때 ‘소년대’그런 컨셉 따라 했거든요. 멜빵하고, 짱구머리하고. 저는 교복자율화 세대였기 때문에 더 기억하고 있죠. 저는 80년대를 저 원색의 시대로 기억하거든요. 굉장히 현란했던 시대고. 그때 의상은 (온)주안이는 전영록 패션 입히고. 스노우진. 그거 구하느라 힘들었어요. 필호는 기지 바지에 흰 와이셔츠 입히고, 하얀 운동화, 왕재는 유행을 안타는 컨셉 이었죠. 석환이는 잡지보고 옷입는 걸로 생각을 했었고.
이: <주먹이 운다>는 평소 친한 김지운 감독님 하고 붙더니, 한달 차이긴 하지만 류승범씨의 <사생결단>하고 비슷하게 개봉하신다.
류: 언론에서 일부러 막 만들어가는데 서로에게 지장을 주는 거는 아니고 제가 개봉 운이 항상 안 좋아요. <피도 눈물도..>는 <오션스 일레븐>이랑 붙고 <아라한…>할떄는 <효자동 이발사<랑, 작년에는 그 처참했던 <달콤한 인생>과의 혈전, 이번에는 <mi3>와 <다빈치 코드>랑 대결하게 되는데 약간 그런 생각이 들어요. 톰 크루즈 개런티의 반에 반도 안 되는 돈으로 영화 한편 완성한 건데 어떻게 보면 체급이 다른 경기를 벌이는 거고. 우린 엄청난 자본과 기술력이나 <mi3>의 최신 장비나, 터트릴 페라리도 없고, 베스트 셀러가 지원군이 돼주지도 않고 온전히 땀과 깡으로 만든 영화인데 체급이 다른 선수와 상대한다고 해서 특별한 룰을 적용 받는걸 원하진 않거든요.
정당하게 싸울 거고 끝까지 싸울 테니 진심 어린 응원을 부탁하는 거죠. 체급이 워낙 다르니까 응원이라도 있어야 싸우겠다 싶은 마음. 축구는 독일에서 영화는 극장에서!(웃음) 약간 책임감이 드는 건 제가 대표선수자격은 아니지만 지금 스크린 쿼터 축소가 7월부터 시작이 되잖아요. 지금 스크린 쿼터가 축소됐을 때 상황을 딱 보여주기 시작한 것 같아요. 사실 미국영화가 요 몇 년간 특별히 좀 방황하는 시기였으니까.
류: 미국 안에서도 제리 브룩하이머 스타일의 오락영화들이 그가 TV로 가면서 오락영화의 기준도 조금 바뀌고 어두웠던 영웅들을 계속 다루면서 할리우드 영화가 가장 잘하는 장르패턴을 살짝 놓치고 있다가 올해부터 다시 자기들의 장기를 가지고 돌아보기 시작한 거 같아요. 스파이크 리가 <인사이드 맨>을 그렇게 잘 만들고. <mi3>나 <다빈치 코드>, <슈퍼맨>, <포세이돈> 같은 영화들이 바로 그 동안 자기들이 가장 잘 하던걸 손 안 데고 있다가 올해부터 다시 시작한 거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은 한국영화 잘되고 있는데 너희들이 잘 하면 되지 않냐? 하지만 영화 보면 알지만 <mi3>의 상상력이나 기술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본의 규모자체가 안돼요. 할 수가 없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백인 문화권이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거 보세요. 사실은 영어를 세계공통어로 쓰는 덴 이유가 있는 거거든요. 그렇게 전세계를 대상으로 만드는 영화에 투자 비율과 한류에 기대로 있지만 그걸 베이스로 싸우는 건 너무 다르거든요. 여전히 영화는 예술이기도 하지만 산업이기 때문에 그런걸 무시를 못하죠. <왕의 남자> 하나로 스크린 쿼터 반 이상 채웠단 말이에요. 극장주입 장에서는 성공이 보장된 영화를 틀려고 하지 누가 다른 영화를 틀겠어요.
저는 사실 굉장히 두려워요.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고 ‘너는 왜 못 만드냐’ 하지만 분명의 기술력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이 분명 있어요. <매트리스>에서 유명한 플로우 모션 (Flow-Motion)카메라라는 게 그 영화에서 탄생한 게 아니라 그 이전에 내셔널 지오 그래픽스 그런 자연 다큐에서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적용시키는 게 용이했던 거지 그런 생각하면 암담해요.
지금 이 시점에서 그 거대한 영화 두 편과 그 후의 <포세이돈> 그 중간에서 우리가 싸우는 거란 말이에요. 피 터지게 싸우더라도 항복하고 싶은 마음은 없고. 지금 여전히 여론이 스크린 쿼터나 FTA문제에 대해서 교묘히 월드컵에 맞춰서 본 협상이 시작되잖아요. 정말 가공할 능력인 것 같아요. 그런 것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데 미국이란 나라가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란 말이에요.
이: 200년 만에 엄청나게 발전을 했죠.
류: 되게 재미있는 사실이 미국이 정킷을 다닐 때 배우들이 아시아는 일본까지만 갔잖아요. 이제 한국의 시장성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 스크린 쿼터도 무너진다 하니까 한국 정킷을 시작한다는 정보가 있어요. 올 연말부터. 한국영화인들이 왜 이렇게 절실하게 어필을 하는지, 밥그릇싸움이 아니라 진심을 알아줬으면 하는 거죠. 분명히 영화를 통해서 자신의 꿈을 실현 시키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거고.
올해 <최후의 증인>이란 영화를 받았을 때 이두용 감독님의 숨겨진 저주받았던 걸작이 다시 복원돼서 영상 자료원예서 두 번 상영됐고 올해 부천 영화제에서 상영이 되는데 그 영화를 보고 받았던 감동은 예전에 우리 문화가 아닌 샘 페킨파 영화의 흥분이 내가 구경꾼으로써 보면서 흥분하는 게 아니라, 정말 우리 말로 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무의식의 정서를 가지고 넘치는 에너지로 만들어진 영화를 바라볼 때 그 흥분이 남달랐단 말이에요. 그런 흥분할 수 있는 기회자체가 점점 사라질 수 있는 위기가 다가오기 때문에.
무비스트에서도 글을 찾아보면 스크린 쿼터에 대해 찬반 양론이 있는데 그 문제가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미국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거대한 CF로서의 영화를 자국의 상품이나 문화를 정신적으로 식민화 시키기 위한 전략이 분명 깔려 있는 거고 더 놀라운 것은 우리를 딛고서는 중국의 쿼터를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도 있는 거죠. 우리가 왜 거기에 희생양이 되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이: <MI3>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 영화에 대한 개인적 일화가 있어요. 우리가 온라인 홍보를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보질 못해서 개봉 다음날 조조로 보러 갔다. 집 근처의 알아주는 멀티플랙스 극장이었는데 영화 시작 후 15분 후부터 영화 속 기관총소리에 놀라 한 아기가 울기 시작하는데 그 부모가 끝까지 안 나가고 영화를 보더라. 결국엔 나가는 듯 싶더니, 뒤에서 아기를 달래는 소리가 나는데 울진 않는데 얼르는 소리하며, 아기 웃는 소리에 더 집중이 안돼서 사람들 다 짜증내는데도 결국엔 다 보고 나갔어요. 첩보 영화인데 정말 집중 할 수가 없었고 도저히 화가 나서 집에 갈수가 없어서 극장 측에 항의하고 환불을 요청했어요.
그런데 반응이 “환불을 받으시려면 중간에 나오셨어야 하세요.”고 말하더라. 그래서 표를 끊는 것까진 모르더라도 입장할 때 아기를 안고 들어가면 제제가 있어야 되는 게 아니냐고 했더니, 대한민국 극장 관계된 법규상 제제사항이 없기 때문에 제지 할 수 없고 아이동반 관객이 알아서 해주셔야 한다며 덧붙이길 “MI3 같은 영화를 누가 제제하겠어요. 조조에도 사람이 꽉 차는데……”그래서 더 할말이 없었다.
류: 그건 극장에서 막아야지. 법으로도 걸리지 않나? 애들 교육상에도 안 좋을 텐데. 저도 그런 당황스런 경험이 너무 많아요. 특히 극장에서 신발 벗고 영화 보는 사람들 너무 싫어요. 의외로 수다 떠는 사람도 많고, 다른 사람의 시간을 뺏어가는 건데. 영화 볼 때 태도가 여전히 오락으로만 보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정말 문화로써 체험한다라는 게 아니라 구경거리로 보는 게. 극장문화에 대해 얘길 하자면 그것도 다 경험한 거지만 어린이들 단체 관람하는 회가 있다면 일반관객을 입장 시키지 말아야 되잖아요.
옛날에 <붉은 10월>인가 하는 영화를 보는데 초등학생 단체 관람하는데 같이 입장해서 그 영화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하도 정신이 없어서. 그리고 영화에 대한 태도에 문젠데 그것도 스크린 쿼터를 둘러싼 문제와 함께 흔히 딴따라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이를테면 예술의 전당에서 고전영화관에 상영하는 고전 영화를 보러 가잖아요? 그럼 주차 혜택을 못 받아요.
물론 몇 십만 원 내고 보는 수입 뮤지컬을 보는 관객과 2000원 내고 영화를 보는 관객은 다르지만 예술을 누리는 권리는 다 똑같거든요. 나는 그런 데서 차별을 두는 것도 너무 어이가 없어.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은 주차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는 진짜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요. 그것도 예술의 전당이라는 곳에서. 예술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들 그건 너무 심각한 문제 같아요.
이: 약간 본론외적인 이야기로 흘러 들어가긴 했지만 차기 작은 시오 필름에서 류승범씨와 함께 작업하신다는 얘기가 있던데…
류: 네? 그 소문은 또 어떻게 난 거예요. 그것 전혀 승범이하고 얘기해 본적도 없는데. 아우..소문 무섭구나. 배우도 아직 결정도 안됐는데.
이: 스토커 기질이 있는 기자의 정보통도 떄론 틀리는군요. 시오 필름하고 하시는 건 맞나요?
류: 네. 그건 계약이 되어 있으니까. 시대극이 될 것이고, 제목이 <야차>라는 제목이구요, 야차라고 불리는 식인귀라도 불리는 무사들의 이야기예요. 거기까지.
이: 아, 저번에도 차기작 얘기는 항상 딱 자르시고!
류: 제가 차기작 얘기를 잘 안 하려는 게 예전엔 하면 자꾸 말이 말을 만들어내 가지고 오해가 생기는 게 너무 싫어요. 류승완이 무슨 영화 만든다더라..지금도 벌써 내가 얘기도 안 했는데 벌써 류승범이 출연한다고 하니까. 타이타닉 2도 만들어낼 기세다.(웃음) 이번 영화를 할 땐 그게 너무 좋았어요.애초에 아무런 정보도 공개 안하고 딱 영화가 공개되니깐 영화 자체로만 받아들여지는 게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가급적이면 미리 어떤 영화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공개하고 하는 일은 피하려고 해요.
이: 감독님! 마지막 질문이 두 개인데 둘 중 마음에 드는 걸로 대답해 주세요. 하나는 짝패를 세가지 단어로 표현해달라는 거구요, 영화를 볼 관객은 보면 되지만 <짝패>를 보지 않을 것 같은 관객들에게 한마디.
류: 음… 두 번째 질문으로. 영화를 안 볼 것 같은 관객 분들은 굳이 안 보신다고 하면 어떻게 하진 못하겠지만 이 영화를 본다고 법적으로 걸리는 건 아니거든요?(웃음) 이게 개인적인 시간도 얼마 안 잡아 먹어요. 90분짜리 영화라 슉~지나가니깐 대단히 에너지 넘치는 영화라는 거. 그냥 홍보성 멘트가 아니라 여러분들이 이 영화를 봐주셔야 한국영화 사는 건 모르겠고,(웃음) 우리 식구들 먹고 사는 게 걱정이 덜하고 이 영화를 같이 만든 사람들 다음 영화 할 수 있는 기운이 생기고.
이: 내친김에 세가지로 단어로 압축해 달라는 유치한 질문에 답을 해주시죠.
류: 짝패는 일단 사전적인 단어가 두 가지가 있어요. 짝을 이룬 패거리. 도박언어로 엇갈린 두패,그 다음에 세 번째는 짝꿍의 터프 한 표현!
이: 진짜 그렇게 쓸 거예요.
류: 그럼 어떡하지? 아! 짝패는 꼭 놓치지 말아야 할 이 시대의 영화.
취재_2006년 5월 25일 목요일 | 이희승 기자
사진_2006년 5월 25일 목요일 | 권영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