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홍은 말한다. 사람들이 스턴트맨과 무술감독을 직업적인 면에서 천시했다고. 오래전 일도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고 지금 그런 편견과 무시가 완전히 없어진 것도 아니니,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바늘 같아 사람을 콕콕 찌른다. 생명을 담보로 몸을 던져 열심히 일한 결과가 지금 이 정도다. 그렇다고 그는 하소연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정두홍을 있게 해준 이들에게 공을 돌리기 바쁘다. 영화판에서 먹고 산지도 어언 20년 세월이 다 되어 가는데 정두홍은 아직도 영화를 짝사랑한다. 아마도 그의 외기러기 사랑은 평생가지 않을까 싶다.
서울액션스쿨, 무술감독. 배우, 영화감독예정, 게임프로그램 참여 등 하시는 일들이 엄청나요. 맞다. 더블에이치휘트니스클럽까지 운영하시죠. 뭔 일을 이렇게 많이 하세요?
일을 좋아하다 보니깐.(허허)
파주 서울액션스쿨 개관식 때, 감독님의 이 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도 액션을 수출할 수 있다”
액션을 정말로 수출하고 싶어요. 한국 관객분들이나 액션영화 팬 여러분들께서 한국액션영화가 뒤처지는 부분에 대해 안타까워 한다는 것을 많이 겪고 느끼고 있었거든요. 솔직히, 제작자들도 많이 안타까워했죠. “왜 너희들은 수준 높은 액션을 못 만드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저는 솔직히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홍콩, 헐리우드에 비해 뒤떨어지죠. 하지만 그 뒤떨어지는 게 액션만이 아니라 제작시스템도 뒤떨어져요. 그래서 제가 감히 건방지게 이런 말을 했던 거여요. ‘이제는 수출할 수 있다, 이제는 밖에 나가서 해외 작품 맡을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왜 자꾸 등잔 밑이 어둡다고 자꾸 바깥만 내다보는지. 내 옆에 있는 와이프가 나를 많이 챙겨주지 밖에서 연애하는 여자가 아무리 예쁘더라도 그 사람을 챙겨주는 건 적다고 생각해요. 안 그래요?
그런 부분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어요. 그래서 서울액션스쿨이 파주에 안착하면서 우리 애들도 한 달에 1~2주씩은 합숙훈련을 해요. 우리나라에서 서울액션스쿨하면 조금 비중 있는 역할을 하고 있듯, 그 책임을 지고 애들도 더 열심히 노력하려고 하고 있고 저 또한, 공부하는데 전념을 할 거여요. 정말로 외국에 수출하는 서울액션스쿨이 될 거고 정두홍이 될 거고.
그렇게 몸 부서져라 하는데 아직도 스턴트맨, 무술감독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는 말 못하겠네요. 서운하지 않으세요? 그렇게 열심히 했고 하고 있는데.
서운하지는 않아요. 그 사람들이 내 몸 아픈걸 알아줄 이유도 없고 그거에 대해서 신경을 쓴다는 것 자체가 더 불편해요. 왜? 정상인으로 보이는 게 가장 좋으니깐. 정상이지 않은 사람한테 ‘너 아프지? 아프지?’하면 얼마나 안타까워요? 오히려 저를 정상적으로 봐주는 게 고맙죠. 몸이 망가지고 뭐하고 하는 부분은 그만큼 한국영화 스턴트 하는 과정이 완벽한 안전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아직 멀었다는 말이죠.
예를 들어서 ‘정두홍이 몸 안 아프고 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라고 할 정도가 된다면 그때는 정말로 시스템 자체가 아주 안전하고 용이하게 잘 잡혀 있다는 소리겠죠. 그때를 위해서 열심히 하는 거니깐 거기에는 분명한 대가와 아픔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력을 한다는 것은 자기가 인내하는 거잖아요. 인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을 참아내는 건데요. 그 고통을 참아낸다는 것 자체가 대가라 생각해요.
서울액션스쿨이 보라매에 처음 생겼을 때, 그제야 우리나라에 스턴트맨과 무술감독이 진짜로 있음을 안 사람도 주변에서 더러 봤어요. 어떻게 보면 너무 늦게 스턴트맨과 무술감독을 양산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 건데, 왜 그렇게 늦게 시작하게 된 거죠?
귀천이죠. 천시하고. 빈부격차가 있듯 직업에 대한 귀천이 우리나라에는 굉장히 많았죠. 하다못해 태권도 같은 격투 종목의 운동은 배고픈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라 생각하고 돈 있으면 다른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죠.
영화계 내에서도 그런 편견이 팽배했나요?
영화계에서도 많았죠. 그러다보니깐 스턴트 하는 애들은 단순무식하다는 얘기까지 들었는데 거기에서 무시 받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서울액션스쿨 스턴트맨들 또한 열심히 했죠. 힘들게
감독님 스스로 그런 무시를 다음 세대한테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더 이러시는 것 맞죠?
그건 당연하죠. 제가 느낀 아픔, 지금의 정두홍이 느끼는 그 아픔을 후배들이 느낀다면 그 애들이 얼마나 불쌍해 보이겠어요. 저는 보수적이어요. 부모들이 자기 자식한테 자기 아픔을 넘겨주고 싶지 않은 것처럼, 그 사람들이 제 자식 형제 동생은 아니더라도, 내 안에 있는 내 조직 안에 있는 애들한테는 그 아픔을 주고 싶지 않기를 굉장히 간절해요. 그래서 지금 다방면에서 많은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있는 거고.
서울액션스쿨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있어야만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재정적으로 어려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파주로 옮기면서 그런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했는지?
강우석 감독님을 제가 왕초라고 불러요. 서울액션스쿨 보금자리를 만들어줘서 왕초가 아니라 서울액션스쿨을 만들어 주실 때 딱 5분 정도의 대화로,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결정해주셨기 때문이어요. 그 대범한 모습을 보면서 ‘이 양반은 나의 왕초구나. 내가 정말로 평생 모셔야 할 양반이구나. 내가 영화계를 떠나더라도 이 사람은 왕초로서 남아 있어야 할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개관식 때 우리 스턴트맨들이 다 나와서 강우석 감독님한테 모두 인사를 했어요. 그 고마움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거죠. 지금 우리한테 돈이 있어야 돈을 쌓아서 드릴 수 있을 텐데 그런 것도 아니니 그 간절한 마음을 그런 식으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죠. 어쨌든 강우석 감독님 도움으로 저희한테 큰 보금자리가 생겼고 물론 아직도 도움이 많이 필요하죠. 대신에 그 도움은 저희한테 직접 주는 도움이 아니라 현장에서 더 좋은 액션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시는 게, 우리에겐 도움이죠. 강우석 감독님의 도움으로써도 서울액션스쿨은 충분해요. 저렇게 해줬는데도 실망을 사람들에게 안겨 준다면 그건 100% 우리한테 잘못이 있는 거죠. 이제는 도움보다는 촬영장에서 스턴트의 환경이 조금씩 변하는 과정을 보고 싶은 것뿐이죠.
대표를 넘겨줬죠. 저는 뒷시다바리 하는 거죠.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제가 신경을 끊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다 리더쉽 경영을 하게끔 트레이닝 시키는 거여요. 지금 네명 째 대표가 바뀐 것 같아요. 정두홍 양길용 이용표 유상섭 이렇게요. 여기서 또 다음 대표 선출할 때는 더 어린 친구들이 될 것 같아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정두홍이 떠나더라도 스스로들 서울액션스쿨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기업대표가 자기 자식한테 기업체를 넘겨주는 것 요즘 많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거에는 별로 욕심이 없어요. 정말 능력 있는 애들이 더 능력을 키우고 발전해 가는 게 보기 좋고 설사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이걸 한번 해보면서 자기능력을 키울 수 있고 얼마나 좋아요.
지금 대답은 서울액션스쿨의 목표이기도 한 것 같은데요. 단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뭔가요?
스턴트의 발전이죠. 한국영화 발전? 저한테 이것 다 필요 없어요. 오직 스턴트의 발전. 그걸 얻고자 서울액션스쿨을 만든 거잖아요.
액션영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병행되어야만 스턴트의 발전도 가능한 거잖아요?
아니요. 그건 병행되어가는 것 같아요 지금도. 류승완 감독이 만든 <짝패>도 그렇고. 우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왔다면 아마 짝패 프로젝트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거여요. 왜 그러냐면 류감독도 너무나 액션을 잘 아니깐. 잘하는 류감독이 우리 능력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면 과연 이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게겠어요? 나름대로 그 양반도 서울액션스쿨을 인정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한 단계 한 단계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봐요. 성급하지 않아요. 급하지도 않고. <짝패>가 만들어졌듯이 관객들이 <짝패>를 잘 봐주고 제작자들이 잘 본다면 아마 또 이러한 프로젝트는 금방 다시 만들어 질 수도 있다고 봐요.
그걸 감독님 손으로 이룩하고 싶은 욕심도 있는 거죠?
그거야 당연하죠. 내 소원이죠. 내 소원인데 어쨌든 이 정도도 충분해요. 그리고 저는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계획이어요. 지금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하면서 내 에너지를 쓸 거여요. 죽으면 흙밖에 안 남는데 흙이 되면 충분히 잠자고 할 수 있는데 내 충분한 에너지가 바닥 날 때까지 다 쓰고 싶어요.
<짝패>가 30억 안 되는 돈으로 제작됐다는 소리에 참 놀랬어요. 왜냐면 액션영화라고 하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하잖아요. 편견이죠?
그렇죠. 그런데 돈이 많이 들긴 해요. 부서지는 것도 많고. 사랑이야기를 할 경우는 부술게 필요 없잖아요. 거의 대화로 풀어나가니깐. 근대 액션은 여기서 싸움나면 별게별게 다 부서져야 해요.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죠. 그리고 한 사람하고만 싸우면 재미없잖아요? 여러 사람이 나와야 하니깐 인건비도 많이 들고. 대신에 ‘<짝패> 같은 시스템으로 하면 돈이 적게 듭니다.’ 라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솔직히
액션영화는 다들 상업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마니아 장르에 가까운 영화라고 생각해요. 외국에서도 액션영화의 질은 마니아들의 지지 하에 성장한 케이스들이 많이 있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만 유난히 상업성만 강조하면서 액션영화를 평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도 장르영화죠.
제 말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액션영화라고 하면 무조건 상업영화 이렇게들 생각을 하잖아요? 아니면 블록버스터 한국영화로.
많은 사람들이 봐주면 더 좋죠. 그걸 위해서 만들었고 대신에 류승완 감독 캐릭터가 있잖아요. 장르 감독으로서의. 대신에 <짝패>에는 정말 비싼 배우들이 나오지 않았지만.
나 안 비싸요(허허)
감독님 비싸다고 알고 있는데
그래요? 그거 낭설인데. 그 말을 믿지 마세요. 10년 동안 페이가 바뀌지 않았는데요.
10년이요?
저 똑같아요.
배우로 출연도 하면서 무술감독을 겸임할 때는 그래도 더 받지 않나요?
다르지 않아요. 똑같아요. 출연하면 출연료는 안 받아요. 출연료 받으면 그 세금이 달라지는데.
그럼 출연은 서비스인가요?
그쵸. 서비스~
예전에 감독님한테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거절하셨어요. 거절 이유가 그거였어요. 저희는 스턴트맨이나 액션배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여쭙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은 이 말과 함께 거절하셨죠. “뭐 하러 액션배우, 스턴트맨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마라”
제가? 그랬어요?
네. 이 길이 너무 힘드니깐 그런 말씀을 한 걸로 이해되긴 하는데 지금 감독님이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모습과 저 말은 어딘가 안 맞아요?
지금도 그래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하지마라라고 하는 말을 많이 해요. 왜 그러냐면 고통을 인내하고 감수할 있는 마음이 있더라도 그 고통의 대가를 바란다면 못해요! 고통은 고통대로 받지만 빈털터리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지, 내 것도 나눠줄 수 있는 시스템도 돼야 하고. 그래서 강요자체가 힘들어요. 자기 스스로 해야지 옆에서 누가 하라고 해서 할 문제도 아니고 솔직히 자기 인생 반은 포기할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도 싸인 해줄 때, ‘행복’이란 단어를 꼭 써요. 내 간절히 원하는 것은 행복이어요. 큰 행복이 아니라 작은 행복. 이 일을 하다보면 내 여자가 있어도 챙겨주지 못하고 내 여자와 있어도 항상 머릿속에서는 파괴적인 생각을 하고 있고. 이렇게 사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솔직히 결혼하고 떠나는 사람들 많아요. 가족이나 애인이 이 일을 그만뒀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에 그 친구들이 이 일을 그만두는 거거든요. 그런데 난 그런 사람들 되게 멋있게 봐요. 떠날 수 있는 그 자체가.
감독님은 떠나지 못하니깐?
나는 못 그러죠. 난 절대적으로 못 그래요. 내가 날 아니깐.
자신의 어떤 점이 그런가요?
그럴 수가 없어요. (자기 머리를 가리키며) 여기에 나도 모르는 정신병이 걸려있어요. 평소에도 나는 정신병자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아마 중독이 되어 있지 않으면 이걸 못 할 거여요. 생각해보세요. 사람이 고통을 참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앉아 있어도 아프고, 서 있어도 아프고 자도 아프고. 잠 잘 때 잠을 잘 못자요. 끙끙대는 건 뭐, 말도 못하고.
그토록 아프면서도 참고 이 일을 계속 하시면서 앞으로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하지마라라고 충고하는 건 역시나 모순된다고 생각돼요?
아니에요. 그건 모순이 아니어요. 왜 그러냐면 그만큼 힘든 걸아니깐.
그럼 각오하고 오라는 뜻인가요?
그렇죠. 자기 인생까지 버릴 수 있는 마음이 되면 그때는 와도 되는데 지금 당장 겉만 화려해 보이는, 정두홍의 겉만 보고 오면 안 된다는 거죠. 저한테 싸인 받는 분들이 있어요. 멋있어 보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뭐가 멋있어. 하나도 안 멋있어요. 정우성 같은 사람이 멋있지. 정우성하고 <중천> 때 같이 비행기 타고 오는데 ‘아~ 이 자식은 왜 이렇게 멋있을까? 넌 너무나 사랑스러워’ 내 속으론 그랬다니깐. 내가 게이가 아닌데도 같은 남자로서도.
조용히 사진을 찍고 있던 우리의 권영탕 사진기자도 여기서 한마디 거든다. “제가 봐도 멋있어요.”
이거봐~ 이런 데 나보고 어쩌라고. 차에 받히고 발차기하다 세멘바닥에 떨어지고 이게 멋있어요? 절대 안 멋있어요. 사람들이 멋있다고 표현해주는 것은 열정을 높이 평가해주는 거겠죠. 난 그렇게 봐요.
아직도 스턴트맨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가요? 직업적으로?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제가 미국 플로리다에서 스턴트 교육을 받을 때, 교육을 한 번 받으러 갔었는데...
언제 간 거죠?
89년인가 90년에 갔었죠. 그때 갔다 왔는데 그들이 나한테 한 얘기가 있어요. ‘네가 스턴트를 즐길 수 없다면 하지 마라. 즐길 수 있을 때 그때 해라’ 그런 얘기를 했어요. 그쪽 사람들은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잖아요.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의 난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없어요. 자랑스럽지가 않아요. 왜? 아직까지 성에 차지 않으니깐. 지금 이만큼 끌어 올린 것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말이죠. 정말 한 작품 무술감독하고 나서 스타급 못지않게 몸값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정말 위험한 스턴트를 했을 때, 그 대가에 맞는 돈을 받고 멋있고 프로답게 탁 해주고 싶어요. 차에 받히는 스턴트하다 뼈 부러졌는데 몸값은 밑바닥이면 어떤 희망이 있겠어요. 지금 한국의 스턴트맨들은 그런 것을 감수하고 하는 거여요. 나는 아직 재미를 못 느껴요. 하지만 그들이 나에게 해준 그 말은 깊이 마음속에 담고 있어요. 하다못해 우리 애가 스턴트 하다 다치면, 피가 마른다고 하죠?, 부모들이 자식이 말썽피면 피 마르는 것처럼. 그 피 말리는 감정 못 느껴봤죠?
네.
부모 형제가 내 앞에서 위험한 일을 한다면 아마 옆에서 그걸 볼 사람 아무도 없을 거여요. 저 같은 경우는 그걸 강요를 해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죽음이 왔다 갔다 하는 그 일을 강요한다는 게 피가 말라요. 현장에서 문제 생겨 나에게 전화 오면, 전 바로 이렇게 말해요. “죽었냐? 살았냐?”
그럼요. 제 첫 대사가 그거여요. 이런 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어느 누구도 못 느껴요. 스턴트는 목숨을 걸고 하지 않으면 안돼요. 일반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으로 만 명에 한명 꼴로 죽을 수 있다면 여기는 열에 하나에요.
그렇게 목숨 걸고 하는데, 실은 몇 년 전에 인간극장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정두홍 감독 편을 방영하더라고요. 그때 처음 알았어요. 감독님이 저렇게 없이 사시는지?
하하하~ 지금도 없어요.
그 프로 방영 당시 <피도 눈물도 없이> 찍을 때 맞죠?
네. 내가 지금 돈이 많고 가정이 행복하면 안 하겠죠. 내 가족을 위해서 살겠죠. 언젠가 훈이가 어떤 분이 나에 대해 한 말을 전해주더라고요. ‘정두홍이는 여자에게 빠져 있으면 더 이상 이 일 안할 사람이다’ 난 진짜 그럴 것 같아요. 그런데 빠질지도 몰라요. 어쩔 수 없는 성향인가 봐요. 그 놈의 성향 때문에 지금 이렇게 힘들 게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막말로 돈을 모았더라면 너 그만해라 라는 소리 나오기 전에 내가 먼저 그만두죠. 뭐 하러 이렇게 아등바등 하겠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요즘 빠짝 버시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속 빈 강정이어요(하하)
그럼 벌어들인 돈은 어디다 쓰세요? 혹시 재투자
기본적으로 돈을 안 모아요. 돈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아서 그랬죠. 그런데 지금은 돈의 노예가 되고 싶어요~ 냉정하게(하하)
어려운 후배들한테 돈도 남모르게 찔러 주는 스타일인가요?
많이 찔러주지는 않아요. 무작정 도움을 받거나 주는 건 나나 애들이나 원하지 않으니깐. 대신 많은 일을 벌이고 다니죠.
많이 벌릴 수 있다는 말은 사람들이 감독님을 많이 찾는다는 말인데.
안 찾아도 제가 벌려요. 올해 한국영화 100편이 들어간대요. 그런데 나한테 시나리오 한 편이 안 들어왔어요.
정말요?
네. 제가 지금 만날 바쁘다바쁘다 하지만 바쁠 게 뭐가 있어요. 지금 <중천> 끝났지, <짝패> 끝난 지 오래됐지. 한 편도 안 들어왔어요. 지금 <뚝방>하고 있네요.
어떤 기자분의 글에서 감독님 얘기를 읽었어요. 요즘 작품이 안 들어와 고민이라고, 그 이유가 정두홍이 비싸다는 것 때문인데 이것도 경쟁이라고 가격경쟁을 하나보죠?
우스갯소리죠. 사실 되게 많이 부딪쳐요. 돈 얘기 하는 것도 이제 정말 싫고 지겹고. 만약 내가 지나치게 많이 달라고 하면 그건 나쁘죠. 영화산업도 일종의 장사잖아요. 그렇다면 나도 장사를 해야 먹고 사는 것 아니겠어요. 남는 게 있어야. 애들도 몸 팔아서 먹고 사는 건데 그걸 자꾸 아끼려고 하면 안 되죠. 줄 거는 주고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거죠. 대신 영화는 하고 싶은데 돈이 없는 팀들한테는 도와달라고 하면 무조건 도와줘요. 중앙대학교 학생들이 영화 찍는데 우리 무조건 도와줬고. 단편영화 찍을 때 누가 돈 받고 찍어요. 얼마든지 찍으라, 이거죠. 대신에 들을 들여서 상업적인 영화를 할 때는 당신들도 돈 벌려고 찍는 것이니 거기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주라는 거죠. 그래야 우리도 몸 아끼지 않고 제대로 할 맘이 생기는 거고. 그전에 내가 제작자한테 이런 얘기도 했어요. “내 몸을 당신 앞에서 보여주는데 내가 몸 사려서 당신이 본전 생각나면 나한테 그 즉시 얘기해라. 그러면 돈 돌려주겠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제안하고 그랬어요.
스타들 몸값은 점점 오르고 있는데 아직도 스턴트나 스텝들에게 주는 돈은 아까워하는 제작들이 있나 봐요?
그렇죠. 스타들 출연료 깎으면 그 사람들은 영화 안 찍죠.
액션은 말이 몸으로 하는 거지. 사실 그 액션이 나오기 위해서는 머리를 많이 써야 하잖아요. 액션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제가 머리가 나빠요(하하~) 머리는 나쁜데 생각을 많이 하죠.
자료는 많이 조사 안 하는데, 대신 잠을 잘 때도, 이렇게 대화 도중에도 액션 아이템을 찾아요. 반은 딴 데 가 있는 거죠. 이 영화의 액션은 어떻게 찍을까? 이게 막 지금 머릿속에서 돌고 있어요. 그럴 때가 젤 잘 나와요. 이렇게 찍으려고 하는데라고 말을 해주면 막 상상돼요. 그럼 저는 거기서 그렇게 하면 되겠네, 여기서는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하면서 그 아이템들을 구체적으로 확장시켜 나가는 거죠.
영화와 별로 관련되지 않은 분하고 대화를 할 때는 스케치를 막연하게 해놓고 직접적으로 영화와 관련된 감독을 만나 대화를 하면서 구체화시켜 선명하게 짜는 거죠. 어쨌든 나도 영화를 보는 사람이니깐 남의 영화에 대한 잔재는 남아있겠죠.
정두홍이 무술감독을 한 영화는 어딘지 티가 나요. 인장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오우삼의 비둘기처럼요. 그게 좋은 거라고 보는 분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정두홍이 연출한 액션은 똑같다며 비판을 가하기도 하죠?
무자게 많죠. 어쩔 수 없어요. 정두홍이니깐 내가 좋아하는 액션스타일을 거기다 박아 놓는 건. 감독, 제작자들은 특별한 것들을 원하는데 그 특별한 거라는 게 그 안에 있는 거지 바깥에 있지 않거든요. 근대 그런 부분을 잘 안 보시는 거죠. 아니 못 보시는 거죠. 띄엄띄엄 보는 거여요. 내가 스테이크만 먹는다고 해서 양놈이 될 수 없듯이 정두홍만이 액션스타일은 분명 있죠.
감독님 액션의 특징은 뭐죠?
액션은 다 이런 거라고 생각을 해요. 액션은 진실 되고 리얼리티 해야 된다, 이 틀 안에 갇혀 있으니깐. 와이어 액션, 판타지 액션을 하더라도 너무 과장된 액션은 하고 싶지 않아요. 와이어를 타고 날라 다녀도 그 안에서는 사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황당한 액션을 원하는 감독들이 있어요. 근대 전 그렇게까지는 안가요. 많이 설득을 하죠. 무조건 황당하게 하려고 한다면 컴퓨터그래픽으로 가면 되죠.
황당한 액션을 요구하는 건 우리세대가 홍콩액션영화를 보고 자라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비교대상 자체가 홍콩액션밖에는 없는 한국액션의 척박한 현실 때문에요.
그게 가장 큰 문제죠. 비교평가 할 만한 데이터가 없는 거여요. 한국에서 아라한이 나왔을 때도 아라한이 무협물이었잖아요. 도시무협. 무협이 한국에선 없었단 말이죠. 그러니깐 그 비교를 어디서 해요? 홍콩하고 하는 거여요. 그거 가지고 똑같다하는 거죠. 아니 한국에서 와이어를 쓰면 안돼요?! 자기네들 영화에서 와이어 쓴다고 홍콩에서 20억씩 주고 사람들 데리고 와서 쓰는데 한국 애들한테는 단돈 5천만 원 주면서 말이야 비싸다고 하고.
명성황후 뮤직비디오하실 때 와이어를 감독님이 그때 처음 사용하지 않았나요?
명성황후 할 때 썼는데 내가 처음으로 하지는 않았어요. 한국에 있긴 있었는데 그걸 대중화시킨 것뿐이어요. 와이어 액션에 대해서 액션스쿨 식구들한테 2~3년 전부터 막 주입하고 시키고 훈련을 강요했어요.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운 때가 맞은 거고. 그 당시 홍콩에서 와이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 때잖아요. 그러다보니깐 와이어액션은 한국보다 홍콩 실력이 더 좋으니깐 홍콩에 들어가 쓰고 있고 지금도 쓰고 있고. 오히려 그런 건 좋아요. 그런 사람들이 와서 우리가 배워야 하니깐, 배우지 않으면 안돼요. 아직도 한국에서 스턴트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요. 우리 스스로 터득하고 우리 스스로 찾아다니고 했지. 더구나 한국에선 10년 동안 액션이 없었죠.
그 액션이 없었던 시절이 전두환 정권시절이죠? 에로만 있었죠. 그때는
에로에 대해서 누가 안 가르쳐 주는데, 그걸 아시고 계시네(하하)
에로는 본능으로 아는 거여요~
<씨받이> 같은 한국영화가 상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에로는 에로에서 끝나버리더라고요. 그렇게 상을 못 받고.
에로 사항으로 남죠.
맞아요. 하하하 그런 것 같아요.
홍콩액션영화가 유명했던 건 그 안에 세계적 스타가 탄생되었기 때문이죠. 성룡, 원화평, 이연걸, 견자단 등등 많은 액션스타들이 있지만 그들이 또 유명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성가반, 원가반이라는 액션팀 덕을 많이 본 거죠. 그런 것처럼 서울액션스쿨을 배경으로 갖고 있는 정두홍 본인이 액션스타가 되면 한국액션이 더 빠르게 발전하고 유명해지지 않을까요?
성가반도 알아요?
그럼요! 감독님이야 말로 저를 띄엄띄엄 보시는 것 아니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하하) 여자가 너무 디테일하게 알고 있으니깐. 제가 스타가 된다면 무지하게 용이하겠죠. 그런데 내가 스타가 된다는 것은 감히 엄두를 못 내겠고 대신에 열심히 해서 후배를 스타로 만들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파주 서울액션스쿨 개관식 때 여자애 보셨죠? 효선이
아~ 그분 미인이시던데...
많이 예쁘다고 해주시는데, 그건 거부입니다(하하) 지금 기가 살아서 열심히 하고 있고 뮤지컬도 해요.
성룡 젊었을 때는 잘 생겼어요. 그리고 훌륭한 액션배우이자 스타죠. 우리나라에서 그런 배우가 나올 수 없다는 게 안타깝죠. 환경이 안 되니깐. 서울액션스쿨에 스턴트 하겠다고 일 년에 1~2명 정도 오면 많이 오는 거여요. 그만큼 선호도가 떨어지는 거죠. 이 직업이 3D이다 보니깐.
스턴트라는 직업 자체가 보험가입도 힘들다고 알고 있어요.
저 보험회사에서 연락 왔잖아요. 연기자라고 해서 가입을 했는데 텔레비전 보니깐 내가 스턴트 하고 있는 거야. 그걸 보고 저를 호출했죠.
후배들한테 자기 할리우드에 보내달라고 했다면서요? 왜 그런 말이 나온 거죠.
<무사> 촬영할 때, “나 정말 이 영화로 할리우드 가고 싶다. 너희들이 죽어도 무사 촬영 끝날 때까지 눈물 한 방울 안 보이겠다. 정말 너희들 목술 걸고 해 달라.” 방에다 모아놓고 얘기했어요. 애들 고생한 것 생각하면 지금도 <무사>를 보면 가끔 눈물이 나요.
많이 아쉬운 작품이겠네요?
그래도 지금 <무사> 때문에 많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어요. 합작영화 <징기스칸>의 러시아 감독도 무사를 보고 저를 썼다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직접 영화를 연출하고 싶지 않나요? 소문에는 <바운서>라는 영화를 올해 안에 직접 연출한다고 들었는데?
하게 됐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 없어요. 해외마켓을 겨냥한 저예산 액션영화를 직접 찍고자 했는데 그게 소문이 와전 된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나한테 할리우드에서 지금 영화 찍고 있다면서? 물어보시는데 그건 사실무근이고 저예산의 액션영화를 찍어보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 접촉 중이고 올해 10월 달에 2개월 동아 짧게 끝내려고 하는 게 제 목표고 할 것 같아요. 아니면 내년 초가 될 수 있을 거고.
<짝패>를 직접 공동제작까지 하셨잖아요. 짝패프로젝트도 기획하시고 그런 걸 보면 비즈니스적인 측면으로 발달한 사람 같아요. 무술감독 이전에 말이죠.
비즈니스 쪽으로 많이 발달하진 못했어요. 그냥 많이 찾아주시는 거죠.
그럼 인간관계가 무지 좋으신가 봐요? 어떻게 관리를 하시기에?
사람 관리 절대 못해요. 내가 후회하는 게 있어요. 내가 사람 관리만 잘했더라도 아마 지금 냉정하게 따져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 해요. 내 성향의 액션을 만들고 싶어서 감독하고 부딪치고 안 좋게 끝나는 경우도 많아요. 이 자식은 영화를 사랑하는 열정 때문에 그런 거라고 이해해주면서 좋게 봐주고 데려가는 감독님들도 있고.
근대 그런 분들은 몇몇 소수에 불과해요(하하). 저를 사랑하는 감독들이. 예를 들어 50명의 감독이 있다면 그 중 5~6명만 저를 좋아하죠. 비즈니스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나한테 어떤 일이 맡겨지면 최선을 다하는 편이어요. 때문에 그걸 탐탁하게 여기는 분과 아닌 분들로 색깔이 탁탁 나눠지죠.
그래도 <짝패>를 기획하고 제작했다는 것은 비즈니스적인 면에서 노림수가 있었다는 말이잖아요.
액션을 만드는 한국영화 시장을 확대, 해외마켓을 겨냥한 한국 B급 액션영화의 광범위한 시장 개발을 노린 거죠.
결국, 한국액션과 외국액션의 차이점이, 실력 차가 아니라, 분명해야 인정받고 해외에 팔릴 수가 있다고 본다.
중국에서 영화를 찍을 때 내 액션을 보고 처음에는 욕을 하더라고요. 소품 하는 애들이 불평불만이 많았어요. 액션 찍으면서 물건들을 다 분질러 버리니깐 그랬던 것 같아요. 그렇게 처음에는 리얼리티 액션을 부정을 하더라고요, 중국 애들이. 그러다가 라이브로 싸워가는 과정을 보면서 어느 순간 탁~ 거기에 점점 빠져들었죠. 그러다 우리가 액션만 하면 중국스텝들이 다 와서 구경을 하는 정도까지 됐어요. 우리 액션은 테크닉이 없다 뭐다 하면서 맘 아파하는 감독님들께서도 발견하지 못한 우리 액션의 맛이 그 안에 있어요. 류승완 감독도 처음에는 한국액션영화를 되게 싫어했어요. 저한테 무자하게 뭐라고까지 할 정도였으니. 그런데 지금은 굉장히 많이 인정을 해요. 외국 사람들이 말하기를 한국 사람들이 액션 할 때는 정말 싸우는 착각에 빠진대요. 영화가 그런 것 아니겠어요 정말로?
앞으로 액션영화 감독이나 액션배우를 꿈꾸는 사람들한테 정두홍이 하나의 이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세대는 이소룡, 성룡, 이연걸을 청춘의 상징처럼 보고 큰 세대지만 지금 10대 청소년한테 정두홍이 그런 청춘의 상징이 되거나 로망이 된다면 훌륭한 액션배우, 스턴트맨들이 더 많이 양산 될 수 있다고 봐요. 스스로 그런 존재가 되고 싶지 않나요?
그렇게 될 수는 없어요. 왜냐면 이젠 <옹박>의 토니쟈 시대가 오겠죠.
한국에 재목이 없는 게 아니라 그런 사람을 상품화 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거죠. 정말 뛰어난 애들이 많아요. <짝패>에서 나온 4인방 중에도 기가 막히게 액션 하는 애가 있어요. 강우석 감독님은 걔한테 완전 뼈가 없는 연체동물이라고 할 정도이니깐.
그렇게 출중한 애들이 있어도 활용을 못하는 거죠. 막말로 토니쟈가 한국에 있으면 누가 그 사람을 주인공으로 해서 영화 만들 생각을 하겠어요. 그게 우리의 현실이어요. 누구를 만들어서 누구를 스타 메이킹할 시스템이 안 돼요.
그럼 유명 배우들 중에서 정두홍 감독님한테 액션을 배운 배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누가 제일 액션을 잘하던가요?
<중천>의 정우성 같은 경우에 검술을 잘하고, 승범이 권상우 정말 열심히 잘하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배우의 액션을 평가하지 않고 대부분 연기의 일부분으로 액션을 보고 전체적인 연기력을 평가하죠.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액션을 평가한다면 지금 정두홍이가 시쳇말로 떠겠죠. 지금도 류승완만 뜨고 있잖아요.(하하) 안 그래요?
‘감독님 영화하면 요런 액션은 꼭 나온다’라고 누가 말한다면 그건 어떤 액션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 거죠? 애매한 질문이지만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그래야 감독님이 무술감독한 영화 볼 때 액션이 눈에 팍팍 들어오죠.
질퍽한 액션. 살끼리 부딪치는 액션이 아니라 아픔이 배어 있는 액션. 진실 되게 보이고 정직해 보이고. 정말 치고 받고 싸우는 것 같은. 쌩몸으로 한다는 그런 정직함이 아니라. 어떤 러시아 사람이 제가 맡은 액션영화들을 보고 정두홍의 액션을 분석한 글이 있어요. 나도 내가 했지만 말로 표현 못한 걸 그 양반은, 그것도 한국 사람도 아닌 러시아 사람이, 제대로 파악하고 썼더라고요. 외국 사람도 내 액션을 내가 생각한 그대로 받아들였을 정도니, 제 액션이 정직했다는 말이겠죠.
외국에서는 무술감독들이 영화제작 전부터 많이 부각되던데, 우린 엔딩크레디트 올라갈 때 그제야 무술감독이 누구인지 알 경우가 많아요.
홍콩에선 영화 시작단계부터 액션을 밑바닥에 깔고 시작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거든요. 한국에선 아직도 어떤 한 영화가 액션만 좋더라, 이러면 그 영화는 무조건 망해요. 이건 우리나라 기자, 평론가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이어요. 홍콩영화는 그렇게 좋아라하면서 왜 우리영화는 드라마보다 액션이 좋으면 다들 안 좋은 영화라고 평하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내가 홍콩이나 외국 액션을 이기려고 발버둥치는 거지 그들이 저보다 못났다는 말이 아니어요. 어느 XX일보에서 깐느에서 상 받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비판한 글을 봤어요. 그런 것 보면 아직도 우리 영화에 대해서는 외국하고 비교해서 좀 낮게 보는 게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처럼 액션영화, 무술감독에 대한 인식자체도 아직 많이 못 미치죠. 나는 ‘너는 안 돼!’ 이런 말 자체를 없앴으면 좋겠어요. 미리부터 안 된다고 말하기보다 “넌 될 수 있어. 해봐, 좇이 되든 뭐가 되던 뭐가 되긴 될 거야‘ 이랬으면 좋겠어요. 차라리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고 <짝패>를 더 기대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 같은데...
그냥 재미있게 봤으면 좋겠어요. 그냥 편하게. 약간 시골스런 정서가 영화에 있어요.
일명 지방영화?
그렇죠. 하하하~ 지방에서 더 성공할 것 같은. 우린 지방관객을 노려. 출연한 배우들은 배우로서 아마추어지만 그 아마추어들의 몸부림을 생생하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2006년 5월 12일 금요일 | 취재: 최경희 기자
사진: 권영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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