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정두홍의 액션은 높이 평가해도 연기에서 만큼은 회의적이었다. 액션과 연기력은 왜 따로 분리되어 평가되는지 개인적으론 수긍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두홍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무술감독에서 배우까지 그 영역을 넓힌 정두홍에 대한 대중의 작은 관심이 서운해서다. 젊디젊은 류승완 감독을 만나 나이 40이 넘어서야 자신의 작지만 원대한 꿈에 한 발짝 더 가깝게 다가선 액션배우 정두홍에게 <짝패>를 물었다.
감독님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난감해요. 배우? 무술감독? 이제는 제작자?
무술감독! 아잉~ 배우라고 하지 마시고 배우는 무슨 배우예요. 배우 아니어요.
이번에 류승완 감독님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 <짝패>에서는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와는 달리 강하지만 부드러운 이미지로 나온 것 같아요?
백지로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좀 모자란 듯한, 사실 내가 좀 모자라잖아요. 사람들도 약간은 그런 사람을 더 편안하게 생각하듯이, 그런 편한 이미지의 역할일 것 같아요.
이번 영화에선 주인공이시잖아요. 그렇다면 대사량도 많아졌겠죠?
대사량은 좀 많아졌는데 되도록 이면 류감독이 안 주려고 했죠.(하하)
내 역할 태수는 그리 코믹한 부분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워낙 코믹을 못하니깐.
류승완과 정두홍, 정두홍과 류승완. 영화의 제목이 짝패인 만큼 두 사람이 실제로도 짝패로 이미지가 굳어질까봐 걱정은 안 되세요? 무술감독이어서 다른 영화감독과의 작업도 앞으로 계속 해야 되잖아요.
저는 그건 부담 안가요. 오히려 더 그렇게 기대를 해주시고 기대치가 높은 만큼 실망 안 시키면 되니깐. 기대치가 높으면 대부분 실망을 하잖아요. 대신 기대치가 높은 만큼 실망 안 시키려고 노력을 하죠.
아직 영화를 저는 못 봐서 그런데 영화는 그런 기대치에 부합하게 나온 것 같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게 있어요. 기대를 너무 많이 하다보면 다 실망하지 않나요? 기대의 정도가 그냥 쟤네들 했대, 재미있게 한 번 볼까? 그런 정도의 기대를 갖고 보시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정도. 시간도 짧고 그래서 훅~ 지나가거든요. 보다보면 휙~ 끝나버려요.(허허) 러닝타임이 80분 정도이니깐. 시간이 짧아서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겠다 싶어요.
이번 영화에 주인공이지만 무술감독도 하신 거죠? 공동제작까지도? 3~4명 역할 하신 거네요.
4인 역할은 류감독이 했고 저는 세 가지 정도 했네요. 따지고 보면.
육체적인 고통도 수반되는 역할인데 다른 일까지 겸하는 게 힘들지 않았나요?
부담은 많이 됐어요. 그래도 영화를 만들면서 처음으로 맛깔스런 재미를 느낀 것 같아요. 스텝들하고도 많이 친해졌고.
에이~ 그렇게 많은 영화의 무술감독을 하셨으면서 이제야 스텝들과 친해졌다는 말은 좀 의외네요.
다른 영화를 했을 때는 부분적으로 참여를 했잖아요. 그러다보니깐 스텝하고 같이 오래 동안 있는 그런 환경이 조성이 안 됐어요. 그냥 서로 보고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빠져 나오고 그랬는데 <짝패>하면서는 달랐죠. 스텝들한테 때로는 재롱도 피게 되고.(허허~~)
<짝패>의 제작비가 27억 밖에 안 들었다는 소리를 듣고 깜작 놀랬어요.
27억씩이나 되요? 그렇게나! 더 작았는데, 어~ 그거 너무 많은데.
요즘 일반적인 상업영화 제작비 기준으로 본다면 무척 적은 제작비잖아요. 그런데 정두홍은 한국무술감독 세계에서는 1등급에 속하잖아요.
솔직히 류승완 감독하고 정두홍이 같이 이 영화로 도전한 것은 저예산 액션영화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보고 싶어서예요.
그렇다면 <짝패>가 그 시범모델이네요.
그렇죠. 이게 잘 돼서 좀 더 많은 제작자들이 쉽고 편이하게 상업성 있는 액션영화를 만들어서 해외에 많이, 하다못해 미국 블록버스터라는 비디오박스에 DVD가 많이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작게 시작한 거여요. 작지만 크게, 시작은 작지만 뜻은 크게.
그런데 그런 액션시장을 개척하려고 시도할 수 있는 감독은 아직 한국에선 류승완 감독 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그렇죠. 많지가 않았죠. 액션영화에 대해 대화를 할 수 있던 사람도 많지 않았고, 액션영화를 만들 수 있는 추진력을 가진 사람도 류승완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왜 그러냐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촬영을 하면서 악조건을 많이 겪었잖아요. 물론 모든 감독님들이 단편을 찍으면서 좋은 환경은 아니었죠. 근대 류승완 감독은 액션키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액션을 좋아하니깐. 그랬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가 가능했고 나와 대화가 가능한 거였고. 사실 <짝패>프로젝트는 다른 제작자들이나 투자자 쪽에서 반대가 심했어요.
투자가 어려웠다는 말씀인가요?
그럼요. 투자가 안됐어요. 하다못해 박찬욱감독님은 “너 그거 하지 마라. 영화를 찍는 건 좋은데 그 프로젝트는 안 된다” 할 정도였으니깐.
영화제작에 대해 잘 모르는 한낱 기자입장에서는 정두홍, 류승완 그 이름만 들어도 막 투자할 것 같은데 의외네요?
당신이니깐!(하하하) 상업적인 논리가 정확한 사람들은 안 하려고해요. 대부분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CJ엔터테인먼트의 투자를 받아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CJ는 남들 다 말린 이 영화 뭘 보고 투자한 거여요?(허허)
CJ는 지금 좋은 일을 많이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깐 많은 기회들을 주려고 노력하게 된 것 같아요. HD프로젝트부터 시작해서 많은 감독한테 기회를 주고 있고. 이런 모습들에서 대단히 바람직한 제작투자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무자게 안 좋아요. 지금도 안 좋아요(하하). 한마디로 애증의 관계죠. 무척 안 좋지만 무척 사랑하고. 물론 나만 사랑할지는 모르겠는데(하하). 무척 미워하고 무척 사랑하고 무척 증오하고 무척 사랑하고. 반복인 거죠.
애증의 관계라는 말이 와 닿네요. 그래도 류감독은 정두홍을 대중에게 알린 사람인 것만은 확실해요.
류승완이죠. 그래서 제가 더욱 더 사랑할 수밖에 없고 내가 한 단계 한 단계 발전을 한다면 아마 이 사람의 공로가 크죠. 진짜로 그거는 부정할 수 없어요.
(질문지를 보여주며) 여기 감독님이 참여했던 영화, 출연했던 영화들 목록이 적혀 있는데 A4용지로 두 바닥을 채울 정도네요. 여기에 빠진 것도 많죠? 이경규 감독이 <복수혈전>에도 출연한 걸로 알고 있어요(허허).
스턴트맨으로 참여했죠. 화장실에서 쥐어터지는 역할로.
굵직굵직한 한국영화들은 감독님이 다 하셨네요. 무술감독으로서. 너무 독점하시는 것 아니어요?
아니에요~ 지금 너무나 많은 후배들이 하고 있는데....
인정을 안 하시네요?
아니에요~(하하)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감독님들하고는 아직 한 작품도 못했어요. 이명세, 박찬욱 감독님, 그리고 <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 감독님 등, 젊고 유능한 감독님들하고 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분들도 일하던 무술감독님들이 있어서 기회가 없네요. 나 혼자 짝사랑하는 거지...
그래도 천하의 정두홍이 짝사랑만 하고 있다고 하니깐......쩝
아니요. 액션을 만드는 감독님들의 작품을 보면 그러니깐 <형사>를 보고 완전 미칠 뻔 했어요. 전 솔직히 이명세 감독님이 최고의 아티스트 같아요. 작품적으론 그렇다 쳐도 그 안에 펼쳐지는 색감이나 비주얼 이런 부분들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가 없어요. 제가 볼 때는요.
그 말씀은 결국 영화 안에서 동작 즉, 움직임을 많이 보신단 얘기잖아요. 직업병이네요.
저는 직업이 그거이다 보니깐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게 된 거죠. 연기에 대해서 영화 전체의 플롯에 대해서는 전 잘 몰라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정두홍의 액션은 인정하지만 연기는 아니었거든요.(호호) 아까 말을 들어보니 편안하게 연기하셨다는 말씀을 언뜻 하셨는데, 정감독님의 연기를 류감독님은 어떻게 평가하던가요?
류승완 감독님이 저를요? 모르죠. 자기가 나를 연기지도를 했는데..... 글쎄요. 나는 연기 잘 못해요. 왜? 못하니깐.(하하) 워낙 못하니깐. 배우는 타고나야 한다잖아요? 저는 연기적인 재능은 타고나질 못한 것 같고 일단, 카메라 앞에서 대사를 칠 때 떨림증이 있어요.
의외시다. 나름대로 영화판에서는 베테랑인데 아직도 카메라를 무서워하시다니...하하하
네 ㅜㅜ. 액션을 시키면 그건 뭐, 너무나 편하고 내 집 안방 같은데, 대사만 할라고 그러면 그렇게 떨리더라고요.
떨지 말고 하세요. 벌써 20년째 영화일 하시는 거잖아요. 카메라를 확~ 이겨버리세요!
(허허) 대사를 주니깐, 대사를 안 주면 편안한데 대사를 주니깐 힘들어져요. 그 안에서 표정도 해야 되고 뭔가 연기를 해야 되니깐. 그냥 막 애들 뛰어 놀라고 하면 부담 없이 놀잖아요. 그런 경우죠.
<짝패>에서 그래도 연기에 쬐끔이라도 자신감 붙었죠?
자신감은 당연히 안 붙었죠. 조금 편해진 정도일 뿐.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 스텝들하고 즐기면 놀 수 있는 정도는 된 것 같아요. 못하더라도(허허). 전에는 못하니깐 스텝들한테 눈치 보여서 잘 어울리지 못했는데 지금은 NG를 내도 장난하고 즐겨요. 그런 점이 전과는 달라진 부분이죠.
재미있게 구성했어요. 일단 스타일은 리얼액션으로 갔죠. 와이어 같은 특수효과를 안 쓴 것뿐만 아니라 액션에 있어서 필요한 도구들도 사용을 자제했어요. 한마디로 늙은 사람 둘이서 발악을 한 거죠.(하하~)
류감독님보다 감독님이 조금 더 늙었네요?
전 죽을 뻔 했죠. 찍으면서
아직 영화를 보기 전이라 이런 질문을 하는 건데요. 예고편만 보고 사람들이 <킬빌>하고 비슷하다고 하네요.
그건 닫힌 공간 때문에 그럴 거여요. 그런데 절대 안 비슷하죠. 모방 한 게 아니라 우리가 해외마켓을 겨냥해 만든 겁니다. 그리고 공간을 요정집으로 설정하다보니깐 그렇게 보인 것 같은데, 또 2층 복층으로 하다 보니깐 비슷하다고 착각한 것 같네요. 그런데 우린 <킬빌> 생각 안 하고 만들었어요.
어쨌든 한 번 봤던 기억이 있으니깐 비슷하다고 하는데 저희는 그냥 우리 것으로 봐주셨으면 해요. 외국 사람들은 그렇게 안 보는데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만 그렇게 보더라고요!?
그런 면이 없지 않죠. 생각해보니깐 처음으로 누군가와 파트너가 돼서 연기를 하신 것 같아요?
그죠. 혼자 했죠.
한마디로 <짝패>에선 콤비액션을 보여준다는 말이잖아요?
영화를 보시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실거여요. 기대보다 실망을 하든, 기대보다 재미있게 보든 간에, <킬빌>이다 뭐다 이런 부분들이 많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짝을 이룬 액션을 하니깐 어때요?
혼자서 해야 될 일을 둘이서 하니깐 편해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편해지잖아요. 일하면서도 재미있고 또 이 사람한테 기댈 수도 있고, 내 부족한 부분을 이 사람이 채워 주기도 하니깐 좋죠. 그리고 이 사람이 이만큼 했는데 ‘나도 이렇게 가야 하는데’라고 선의의 경쟁도 되고 해서 효과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영화에 대한 말을 자꾸 듣다보니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액션영화든 어떤 영화든 드라마가 재미있어야 그 액션이 살고, 드라마가 재미있어야 영화가 재밌어지잖아요. 영화를 만든 류승완 감독은 이미 KS제품이니깐 액션의 질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믿고 봐주실 것 같아요. 어쨌든 류감독은 액션에 대한 열정 하나는 누구한테 지지 않을 정도니깐 영화를 본 관객들 또한 실망한 부분이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영화촬영 초반 류승완감독의 인대가 끊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그 상태에서 계속 촬영을 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늙어서 체력적인 부분에서 바닥이었죠. 그래서 아쉽고 안타까워요.
영화에 대한 질문은 여기서 잠시 접고 서울액션스쿨과 정두홍 개인에 대한 질문을 좀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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