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정을 만난다는 사실은 흡사 외계인과 조우하는듯한 설렘을 자아냈다. 16살의 나이로 데뷔한 드라마 <은실이>에서 배다른 동생을 질투하고 미워하는 실감나는 캐릭터 이후 망각의 도시에서 바다에 몸을 담군 채 출산을 하는 10대 미혼모로 나온 <나비>를 필두로 필모그라피를 속 강혜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외모는 또 어떤가. 말 그대로 조막만한 얼굴과 긴 팔다리를 가지고 있어 직접 만나보고 얘기를 나눠보기 전까진 그녀가 지구인이란 확신이 서질 않았다. 금방이라도 <맨인블랙>의 한 장면처럼 피부를 쓱~벗어버리고 그 안에 더 작고 앙증맞은 우주인이 앉아있을 것만 같은 느낌.
그래서 나는 그녀가 지구에서 애용한다는 기호품 하나를 준비했다. 아침 9시부터 시작된 인터뷰는 벌써 저녁 7시를 넘기고 있었고 지칠 법도 했기에 깜짝 선물을 받아 든 강혜정의 표정은 단박에 생기가 돌았다. 우주인도 선물은 좋아하는군. 자 그럼 본격적인 접선 시작.
강혜정(이하: 강) “부담감이 많으실 것 같아요.”거기까지인 줄 알고 “네”라고 말하려고 했었는데^^ 음..제일 우려됐던 건 이 영화가 <도마뱀> 자체로 보여지지 않고 ‘조승우 강혜정 실제 연인의 연애담’으로 보여질까 봐 그거에 대한 걱정이 많이 됐죠. 강지은 감독님의 영화고 우리 둘이 작업을 했고 이 영화는 <도마뱀>이고 조강과 아리가 만들어가고 그걸 보여주고 싶은데 조승우란 배우와 강혜정이란 배우를 보고 가실까 봐 그게 젤 안타까웠죠.
이: 근데 권해준 건 조승우씨에다 결국엔 막판에 승우씨가 캐스팅 됐잖아요.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고민하셨겠어요.
강: 솔직히 우려는 노파심이었던 거고,오빠가 <도마뱀> '조강'을 연기 하는 모습이 되게 보고 싶었어요.
이: 여태껏 공연했던 상대배우들이 정상적인 상대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웃음) 많이들 아시다시피 <올드보이>때는 아빠였고 <웰컴투 동막골>은 인민군, <연애의 목적>도 바람둥이 선생이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는 자신에게 모든 순정을 바치는 남자를 만나 왠지 안도감이 들었을 것 같은데.
강: 마냥 사랑 받고 있는 느낌이 너무 강했어요. 진짜로. ‘아무 조건 없이 기다려주는 사랑이 영화 속에 있구나’ 해서 그 느낌이 너무 행복했어요.
이: 사실 영화에서 조강이 아리에게 쏟고 있는 정성을 보면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걸 보니까 배우 강혜정은 실제로 남자의 어떤 면에 감동을 받을까가 궁금해졌다.
강: 여자라면 남자가 내 입장에서 배려해 줄 때 그때 가장 큰 감동을 받지 않을까요? 연인들이 부리는 욕심중에 하나가 ‘항상 내 맘 알아줬으면…’ 이잖아요. 내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보다듬어 줬을 때, 아우~정말 감동 받았던 것 같아요.
이:자칫 보면 저거 ‘스토커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몇 년간 끝까지 찾고, 올 때까지 기다리고 그런 거 보면서 마음 짠하더라.
강: 그러니까요(웃음)
이: 그런데 극중 아리는 갑자기 나타나고 그러다 확~가버리잖아요? 상대방으로 하여금 정떨어지게 함과 동시에 그게 또 굉장한 매력인 것 같아요. 마음은 언제나 그 순간에서 더 바래지도 변하지도 않으니까.
강: 그 이유는…음.이건 변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상대가 어떤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해서 떠난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상처 줬기 때문에, ‘당신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없다’란 전제하에 더욱더 옆에 있을 수가 없었던 거죠.그래서 떠날 수 밖에 없었단 생각을 하면 얘도(아리) 안됐고 쟤도(조강) 안됐고 그래요.
이: 그럼 극중 아리 같은 입장이었으면 그 행동에 적극 동감하는 쪽?
강: 촬영할 당시에는 굉장히 공감됐어요. 현실로 돌아오니까..그게 안 되는 것 같아요.
이: 그런데 영화 속 의상이 터틀넥에 롱 치마 일색이다. 그게 아리의 입장하고 많이 매치가 되긴 했지만.
강: 보셔서 아시지만 아리의 옷차림들이 다 밀폐가 되어 있어요. 여름에도 반팔도 입지 않죠. 반대로 조강의 옷차림을 보면 굉장히 따듯한 느낌이 많이 드는 반면 아리는 어떤 보호복을 입은 듯한 느낌이잖아요? 특히 고등학교 때부터 성인까지 일관된 패션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의상 담당하시는 분이. 어떻게 아리만의 색깔을 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이: <도마뱀>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욕심 낸 부분하고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궁금하다.
강: 조심스러웠기 때문에 힘들었던 부분은 엔딩. 가장 먼저 찍었거든요. 성인 분량에서 가장 첫 신이었어요. 자연적인 것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가장 맘에 드는 장면은 조강이 가지 말라고 막 뛰면서 저를 지나치는 장면. 그건 자기도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이렇게 얘기해도 그녀가 갈 거라는걸 아니까 “이럴려면 왜 왔니? 가지마”그럴때는 억장이 무너지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이: 그러고 보니<연애의 목적> 제작 보고회 때 모습이 기억난다. 퀴즈 맞췄을 때 선물을 주면서 그분이 너무 잘 맞추니까 “혹시 관계자 아니세요?”하고 확인하고 주는 모습이 좀 까다로워 보였달까. 그때보다 훨씬 편안해 보인다.
강: 많이 편안해졌어요. 영화기운을 많이 따라가는 거 같아요. 이번 영화랑 앞으로 할 영화도.
이: 맨 마지막 질문으로 해야 할 대답이 먼저 나와버렸네요. 차기작 질문. 그건 잠시 미뤄놓죠.(웃음) 사실 강혜정씨하면, 주류에 섞이지 않는 독특한 연기관이 눈에 띄었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의 모습이 더욱더 안정되어 보이는 것 같다.
강: 아직도 고집스러워요. 고집스러운데 다만 지금 끌리는 기운이 그런 귀엽고 사랑스럽고 밝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기운들에 끌리는 것 같아요. 그게 필요해서 가는 것 같고. 자기 캐릭터에 대해서 몰입하다 보면 아무래도 그 기운에 끌려가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그 전 작품들과 같은 종류에 매력을 안 느끼는 건 아니예요.
이: 그래서인지 감독들이 함께 작업하고 싶은 여배우라는 평가가 유독 많은 배우같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감독들이 자신의 어떤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으세요?
강: 그런데 왜 직접 얘기 안 해주시지?(웃음) 되게 어려운 질문이라 잘은 모르겠고, <동막골>과 <연애의 목적>이 겹친 거 이외에는 작품 하나 할 땐 하나만 해요. 한번에 두 가지 잘 못하니깐. 학교 다닐 때도 시험 볼 때 국사를 하나 파면 다른 과목은 버리는 스타일이라.^^아무래도 작업하시는 감독님은 선장이 된 입장에서 이 배에 올인 해줄 사람이 필요한 거겠죠.
이: 선장이란 표현이 너무 의미심장한데요? <은실이>로 데뷔했을 때 그 당시 아역 탤런트는 아니더라도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거잖아요. 이런 질문이 이른 편 일진 몰라도 연기의 한계를 느낀 적이 있었나요?
강: 우아아~너무 어렵다. 처음 받아본 질문이에요. 음..한계. 아직 한계점은 못 찾은 거 같고, 엄밀히 말하자면 못 겪어본 것 같은데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영역과 할 수 없는 영역은 구분하는 거. 그리고 할 수 있는 영역은 지극히 제가 좋아하는 일이어야 해요. 할 수 없는 건 제가 감흥을 못 얻는 거. (못하는) 이 영역에서 제가 연기를 한다면 한계에 계속 부딪히겠죠. 나는 이게 아닌데… ‘왜 이게 안되지?’이러겠죠. 근데 아직 까지는 계속 하고 있으니까. 즐거운 것 같아요.
이: 곁다리 질문이긴 한데 지금 배우가 안됐다면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강: 연기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만화 성우가 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에 한을 풀었죠.(웃음) 야쿠르트 배달도 하고 싶었고.
이: 야쿠르트 배달이요?
강: 진짜! 해보고 싶었어요.
이: 사실 외모가 너무 우주적이셔서^^ 얼굴도 너무 조그맣고. 평범한 외모는 아니잖아요. 게다가 <도마뱀> 자체가 비현실적인 로맨스라고 볼 수 있다. 미스터리 서클을 만들 줄 아는 남자가 몇 명이나 되겠어요.(웃음) 우주선도 나타나고. 우리나라 관객들과의 소통과 호응이 걱정되진 않았나요?
강: 저 진짜 걱정 하나도 안 해요. 근데 정확히 지적하셨어요. 아주 비현실적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하고 소통할 수 있는 건 이건 취향의 차이일수도 있지만 그런 경험을 했느냐 안 했느냐의 차이보다는 적어도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그런 바램은 누구나 한번씩은 해봤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어요.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백마탄 왕자님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나를 항상 기다리는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바램 들을 다 하잖아요.
강: 전 믿어요. 옛날부터 믿었어요. 그런 거 너무 좋아해요. 공상.과학,SF 너무 좋아했는데 일단 UFO우주인 우주의 다른 생물들에 대해 거부감이 없으니까 이 영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너무 친숙했어요. 아리가 자신이 우주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조강이 “말도 안돼” 그러면서도 은근히 믿고 있잖아요.
그런 심정들이 나중에서는 되게 슬프게 다가오고. 일종의 최면을 걸 수도 있는거죠. 조강 역시 왜 그런 최면을 걸었는지에 대해서 자기 자신 조차도 그런 최면에 걸리고 싶다라는 생각에 계속 마지막에는 아리에게 신호도 보내고 그러잖아요. ‘둘이 생각하는 게 귀엽고 애절하구나.’라는 느낌이 강했죠. 그래서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는 좀 답답했어요. 뭐 얹힌기분. 공감대 형성을 떠나서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왜 말을 못해?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하지! 답답해~” 그랬는데 읽다 보면 그 답답함이 되게 아리게 다가와요.
이: 아..또 거기에 가슴이 아리다는 표현을 쓰시다니! 극중 이름이 아리인데..(웃음)
강: 그래서 아리아리 라는 말을 은연중에 했었죠. 감독님이랑.
이: 시작은 드라마로 하셨지만 탤런트로 나가지 않고 배우로써 검증 받는걸 차근차근 밟아 나가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예전에는 <논스톱>에도 나오시고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셨잖아요.
강: 시행착오를 몇 번 겪었죠.(웃음)
이: 그렇게 배우의 길을 선택하고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강: 어..그거는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 주머니에 칼만 안 찬거지 전쟁하고 있는 기분이기도 하고. 왜냐하면 여자는 일단 사랑을 받아야 아름다워지는 거고 아름답지 않은 여자한테는 호감을 느낄 수가 없는 거고, 그런 것들이 물리고 물리면서 내 자신의 매력에 대해서 스스로 지켜나가고 생성해 나가는 게 되게 중요한 거구나 생각했었거든요. 의도적으로 드라마에서 영화로 벗어난 건 아니 예요. <나비>라는 영화 찍고 나서 되게 틀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올드보이>를 찍고 나서 체계적으로 시스템화 되어 있다는 걸 느꼈고, 점점 더 영화를 하면서 사람들과 대화한다는 게 즐거워지면서 영화라는 것에 심하게 매력을 느꼈죠. 나를 발전 시키는구나,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런 느낌. 영화에서 아픈 것 조차도. 그 순간 절절이 아프고 괴롭고 그렇지만 그것 역시 성장의 한 과정이었구나 라는 느낌이 들 때. 그런 순간이 바로 내가 배우라는걸 느껴요.
이: 배우이기 이전에 여자로서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걸 영화로 풀면 흥행이나 흥행 참패냐 그렇게 풀 수도 있는데 두 개중 어느 것에 자극을 받는 편이세요?
강: 누구나 자신의 작품이 잘되면 행복하죠. 매번 영화 할 때 흥행을 염두 해두고 하면 피곤해 질 거예요.그건 <올드보이>를 시점으로 해서 접고 갔어요. 어떤 시스템이나 제도권에 길들여지는 건 아직도 안 좋아해요. 재미없는 일이에요.
이: 예고편을 보셔서 아시지만 “<도마뱀>의 1%를 보셨으니 99%는 극장에서 확인하세요!”란 마케팅 때문에 정말 기대를 안 할 수가 없게 만들더라. 관객이지만 배우로써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낌이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강: 지금 나온 <도마뱀>은 200%만족이구요. 다만, 제가 시나리오에서 상상했었던 그 분위기가 감독님이 편집을 하신 것과 차이가 있어요. 처음 편집본 봤을 땐 좀 생소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왜냐면 내 머릿속에는 우리가 찍은걸 토대로 그림들과 영상들이 주르륵~가는데 빠진 신도 있고 순서가 바뀐 신도 있고 하다 보니깐 느낌이 조금씩 틀려졌더라구요. 그때는 생소함이 커서 한번 더 봐야지 했었는데, 어제 다시 보니깐 역시나 좋죠.(웃음)
이: 저는 일부러 기자시사에 가면 보도자료를 안 봐요. 인터뷰할 때도 일부러 기자 간담회를 참석을 안해요. 기본 예의가 안된걸 수도 있지만 괜히 보면 겹치는 질문 빼야 되고, 계산을 하게 되요. 질문지를 만들 때 ‘이사람이 이렇게 대답한건 이런식이니깐 이런 질문을 하면 이렇게 대답할꺼야.’하는 그래서 혹시 겹치는 질문이 있을 수가 있어요.
강: 아니요! 아직까진 없었어요.
이: 그래서 말인데 솔직히 <도마뱀>이란 작품을 보고 강혜정 단독으로 들어왔으면 안 했을 것 같다라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워낙 조승우씨가 적극 추천했다라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상태라서. 사실 저나 대중들이 알고 있는 건 전후 사정은 전혀 모른 채, 그 사실 하나뿐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말 얘기를 나눠보니까 SF나 우주인을 좋아해서 더 쉽게 다가섰다는 말을 들이니 단독으로 들어와도 이 영화를 찍으셨을 건가요?
강:선택 과정을 들으셔야 납득이 되실 것 같아요.<도마뱀>이란 시나리오는 먼저 승우 오빠한테 갔었어요. 그때 <헤드윅>이라는 작품을 할 때였는데 오빠한테 들어온 시나리오를 제가 먼저 읽게 됐어요. 저에게 들어오기 전에. 궁금하잖아요. 상대가 어떤 영화의 시나리오가 들어왔는지. 모니터링도 해주고 싶고. 그래서 처음 읽어봤는데 재미있어라구요. 읽었다고 했더니 승우오빠가 “여기 ‘아리’역할을 니가 하면 어울릴 것 같다.”고 말하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다음날 아침에 그 시나리오가 저에게 왔더라구요. 나는 조승우앞으로 들어온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야 제 앞으로 들어온걸 본거죠.
오빠한테 온 시나리오를 읽고 답답증을 느꼈다면 제 앞으로 온 시나리오를 보고 가슴이 아리더라구요. 두번 읽으니깐. 아..그래서 해야겠다 싶어가지고 한다고 결정을 내렸어요. 그때가 병원에 있을 때였는데 갑상선이 안 좋아서 입원했었거든요. 그때 들고 간 시나리오가 <도마뱀>한 권 뿐이었어요. 근데 제가 약 먹고 자고 있는 동안 ‘혜정이에게 보탬이 되어야지’하는 마음에 오빠가 ‘아리’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아리’ 위주로 읽어가면서 나름대로 오빠가 생각한 부분을 적어주겠단 생각으로 다시 읽게 됐다고 하더라구요.
한마디로 제가 받은 저의 시나리오를 읽은 거죠. 그 때는 <헤드윅>을 끝낸 상태였구요. 읽으면서 ‘내가 왜 이걸 거절했지?’란 생각이 들었대요. 자신에게 들어왔을 때는 이미 <헤드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나리오를 아무리 집중적으로 읽어도 지금 내가 해야 할 것들이 더 많으니깐 어쩔 수 없이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내친김에 나한테 그러더라구요. 자기가 하고 싶다고. 오빠가 한다고 하면 저야 고맙죠.(웃음)
결론적으로 따지면 저는 오빠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를 결정했고 오빠는 제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을 한 거예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돼주려고 하다가 저는 모니터링을 오빠는 코멘터링을 하다 하게 된 거예요. 여태껏 이렇게 말한 적이 없어요.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아..정말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한 적이 없구나. 사람들이 캐스팅 속사정을 알도록 자세히 써주세요.(웃음)
이: 알겠습니다. 무엇보다 제 임무는 <도마뱀>을 안 본 관객들이 이 인터뷰 기사를 보고 영화를 보게끔 글을 써야하는거니, 주연배우로서 어떤 식으로 보셨으면 좋겠는지 간단한 소개 부탁하구요. 마지막 질문은 아까 미뤄둔 차기작 소개로 마무릴 짓겠습니다.
강: 차기작을 우선 짧게 말씀드릴께요.배종옥 선배님이랑 <허브>라는 영화를 찍게 됐어요. <신부수업>하신 허인무 감독님이 메가폰을 잡으세요. 20살 여자애가 7살의 마음과 정신상태를 가지고 스스로 누구에게 의지해서 사는 것보다 내 스스로가 자립하면서 사는 게 멋지게 사는 거란 걸 깨닫게 되는 영화예요. ‘장’애란게 소재로 쓰이긴 하는데 그게 주제가 되진 않아요.음..<도마뱀>은 아시다시피 4월 27일날 개봉하구요.
제 영어이름이 ‘에이프릴 (april)’일정도로 전 이 단어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4월 개봉인 게 너무 행복해요. <도마뱀>촬영하면서 이게 비록 현실적이지 못해도 현실에서 이런 사랑을 한다는 가정을 세우지 못해도 내가 소녀적 마음을 추억하고, 혹은 한 여자로서 ‘이런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란 상상을 했어요. 그리고 한 남자가 소년일떄 내가 커서 어떤 한 여자를 만나서 지고 지순한 사랑을 하고 순정을 바치고 한 여자만 바라보고 기다릴 수 있도록 기도하는 바람. 그런 바람들이 모아져서 영화화 된 작품이 바로 <도마뱀>입니다.
이: 사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다들 조강을 본받아야 되는 말이죠. 정말 감동의 퍼레이드인데.(영화의 자잘한 에피소드들은 일부러 밝히지 않겠음)
강: 맞아요, 아리에게도 “무심하게 내가 그걸 기억할 나이로 보이냐?” 쏘아 붙이면서도 20년 전 애완 도마뱀 이름 술술 대고..^^ 한마디로 이 영화는 ‘여자 말 들어서 안될 남자 없다!’ 이거죠.
아: 하하하 정말 맞는 말이에요. 오늘 마지막 인터뷰 정말 즐거웠습니다.
강: 네. 저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선물도 주시고 감사합니다.
취재_이희승 기자
사진_권영탕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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