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짱 ‘재구’ 캐릭터는 ‘SG워너비’의 뮤직비디오에서 석진씨가 연기한 캐릭터와 비슷하다.
그죠. 학생인 것도 그렇고. 감독님이 뮤직비디오를 재구 역에 저를 많이 염두에 두었다고 하더라고요. 머리 짧고 강한 학생 이미지가 비슷하죠. 그래도 뮤비에선 나쁜 이미진 아니었는데. <방과후 옥상>에서는 나쁜 놈이었죠.

그래도 하석진씨가 연기한 ‘재구’를 악역으로 관객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뭐 사실 얼굴 잘생기면 보통 용서해 주는 경향이 있잖아요(하하하).
모르겠어요. 재구를 안 미워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미워하는 분들도 그만큼 많은 것 같아요.

진짜요?
쇳덩어리 끼고 싸우는 재구의 야비한 모습을 보고 제 주위 분들은 ‘왜 이렇게 재수 없냐고’하던데요. ㅜㅜ

봉태규씨는 나이는 어리지만 연기력과 개성을 인정받은 배우여요. 그와의 작업은 어땠어요?
어~ 워낙에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 제가 많이 배운다는 생각을 시작할 때부터 했어요.

생각해보니 두 사람 비슷한 또래죠?
네. 동갑 친구여요. 그래도 저보다 훨씬 선배시죠.

이런 제가 착오가 있었네요. 전 봉태규씨가 당연히 형인 줄 알았어요.
ㅋㅋ 태규는 81년생인데 제가 빠른 82여서

몇 편의 드라마 경험과 뮤직비디오가 연기경력의 전부인 상태에서 <방과후 옥상>을 하셨는데 영화연기 힘드셨죠?
영화라는 것을 처음 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했어요. 드라마나 뮤비는 콘티가 없는데 영화는 시나리오 있고 콘티도 따로 있어요. 연기자가 하기에는 영화가 좋은 것 같아요. 드라마 하시던 분들이 결국 영화로 가는 이유를 알겠어요.

하지만 제 위치에서는 선배님들처럼 하기에는 별로 안 좋아 보이죠.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카메라 앞에 많이 서 봐야 할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해요. 하여튼 영화를 하면서 되게 좋았어요. 특히 큰 스크린에서 제 얼굴이 나올 때 전율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뮤직비디오에서 나온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권상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에서도 좀 비슷한 느낌이 묻어나더라고요.
모르겠어요. 드라마 <슬픈연가>로 데뷔했는데 그때 권상우씨를 처음 뵙죠. 닮았나?

얼굴이 닮았다는 말이 아니라 소년과 어른의 경계에 놓여있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뜻이었어요.
<말죽거리 잔혹사>하고 <방과후 옥상>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그런 것 같네요.

올해 나이가 25살인데 (영화)데뷔 이미지가 너무 어린 이미지네요. 교복을 입어서 그런가?
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면도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좀 더 깊이 내다봤을 때는 아무래도 제 진짜 나이보다 어린 배역으로 제 역할이 한정되어 있다는 게 약간은 아쉬워요. 얼굴이 어려 보인다는 말을 가끔 듣거든요. 나중에 늙었을 때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점은 분명 플러스로 작용되겠지만 지금 입장에선 배역의 범위를 한정짓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 아쉬운 거죠. 제 나이에 30대 변호사 역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있는 반면에 저는 그런 역에 무리가 있는 마스크임을 제 스스로도 잘 알고 있어요. 현재 신인의 입장에서 하나의 이미지라도 갖고 있다는 건 확실히 좋다고 봅니다. 현재 시점에선.

본인의 기량이나 신체적 특징 때문에 ‘재구’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충분히 동의하는 부분이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재구 역할만큼 대중에게 각인되기 용이한 배역도 없을 것 같아요?
예. 첫 영화 데뷔치고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 배역을 하게 됐다는 것 자체가. 조연인데도 내용상으로 부각이 안 된다거나 두 주인공 남녀의 친구 남자 이런 거는 별로 기억에 안 남잖아요. 재구는 그렇지 않죠.

맞아요. 그런 뜻으로 물어 본 겁니다. ‘재구’는 주인공 남궁달(봉태규 분)을 뛰어 넘는 카리스마가 있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 비롯, <방과후 옥상>의 주연은 남궁달이지만 재구의 존재감 자체가, 조연이지만 크기 때문에 역할을 맡았을 때 기분이 되게 좋았어요. 물론 악연이지만. 그래도 데뷔치고는 멋있게 시작하는 거라서 후회는 없겠다 싶었죠.

주위에서 재구를 하라고 부추기는 분들이 있었나요?
일단 제가 처음부터 하려고 맘먹었어요. 제 의견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 선택이었죠. 재구가 악역이라서 제 걱정을 사람들이 많이 했어요. 저는 악역이라도 스토리에 꼭 필요한 존재감 있는 인물이라면 처음 시작하는 데 좋고 나쁜 건 가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 했거든요. 그래도 뭐 지금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어느 정도 판명됐으니 다행이죠.(하하)

주위 분들이라면 소속사 관계자분들과 매니저를 지칭하는 거죠? 전문 매니저먼트사와 일하니깐 평범한 학생이던 시절과는 뭐가 달라도 확실히 달라졌죠?
아무래도 학교생활 할 때는 남의 시선이나 저에 대한 평가를 받을 그런 게 아니잖아요. 학생이기 때문에 제 본분에만 충실하면 다였는데, 배우는 몸과 얼굴 그리고 행동을 팔아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때문에 매니저먼트사가 이런 일을 맡아서 관리를 해주는 건 당연한 일 같아요. 왜냐면 하고 싶은 대로 행동을 했는데 그걸 누가 좋게 볼 수도 있지만 나쁘게 볼 여지도 충분하거든요. 그 나쁘게 볼 수 있는 여지를 없애 주고 관리해 주는 게 매니저먼트사의 일이거든요. 더구나 배우라는 일 자체가 일반 직장인과는 달리 혼자서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거든요. 제 판단을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질문에 답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질문에 답 맞습니다.(하하) 매니저먼트사에 대한 질문을 한 이유는 조사한 바로는 배우를 처음부터 꿈꾼 케이스가 아니라고 들어서입니다.
네, 맞아요. 군대 갔다 오기 전까지 그런 생각 전혀 안했죠.

평범한 학생이던 시절 속세가 하석진씨의 그 외모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는데...?(하하)
(고개를 저으며) 뭐, 그냥 그런 거는 있었어요. 솔직히 잘생겼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어요. 진짜로요! 고등학교 때에도 얼굴에 대한 평가는 들어본 적 없고요. 남자가 보는 거하고 여자가 보는 거 하고 외모를 판단하는 기준이 틀리잖아요. 대학 와서 미팅 할 때, 딴 애들은 한명한테 찜 당할 때, 저는 2명에게 찍힘을 당하고(하하), 가끔 이 정도.

오호~ 역시나 인기 좋았네요?
그게 아니라(얼굴 빨개지며), 미팅 다섯 번 나가면 한 번 정도 그런 일이 생기는 거지. 그럴 때 말고 제가 배우를 할 만한 성향을 갖췄다거나 하진 않았어요. 이때만 해도. 왜냐하면 중고등 학생 시절부터 배우를 꿈꾸는 친구들과는 달리 저는 예능적인 부분을 보여준 적도 없고 하다못해 연극부, 서클 활동도 한 적이 없어요. 하여튼 이쪽 일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처음에 이 일 시작하고 나서도 한 동안은 대학생활 하는데 필요한 용돈 정도 벌어야겠다라는 마음이었거든요. 그러다가 2005년부터 학교를 쉬었는데 그때 이 일에 매력을 느꼈고 욕심이 생겼어요. 지금은 공부를 잠깐 뒤로 미루고 올인할 만한 일 같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연기에 특별한 매력을 느낀 계기가 있을 텐데?
<슬픈연가> 드라마를 처음 했는데, 물론 그 전에 CF도 했지만, 그때 만해도 연기라는 것을 전혀 몰랐어요. 그렇게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는데 제가 운이 좋게도 연기에 대한 감을 아주 조금 잡았던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에서는 대사에 대한 부담이 적거든요. 왜냐면 대사가 없어서(하하).

뭘 만들어내겠다는 욕심 없이 그냥 주어진 연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대사가 없으니깐, 입에서 나오는 대로 욕 다하고 제가 하고 싶은 걸 그냥 막 했거든요. 그러고 나서 찍어 논 장면을 확인했는데 꽤 멋있게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하니깐 자연스럽더라고요. <슬픈연가> 방영 당시 제 스스로 제가 민망해 서리 정말 못 봤거든요. 비중도 크지 않았지만, 다행이 비중이 많지 않아 천만다행이었죠(하하).

연기에 대한 재미와 매력을 이제 막 느꼈는데 스타가 되는 과정을 빠르게 밟고 있는 것 같네요. 운도 따르고.
지금 속해 있는 소속사에서 제가 이 일을 직업으로 택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맨 처음부터 아셨어요. 그러면서 저를 유혹? 유혹하는 과정에서(긁적긁적) 조건을 제시한 게 “드라마에 출연을 시켜줄 테니 잘해봐라 그러면 반응이 올 거다. 그 반응을 보고 재미있으면 해봐라” 이런 식이었어요. 그래서 드라마를 했는데 연기가 뭔지도 모르니깐 카메라 앞에 서면 땀만 뻘뻘나고 긴장돼서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나름대로 적응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던 찰나에 “드라마 해봤으니 이번에는 뮤직비디오 한 번 찍어볼래?” 하면서 기회를 주셨어요. 그래서 계속해서 하게 된 거죠.

그럼 <방과후 옥상>에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겠네요?
그렇죠.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는 저에게 부족한 면이 슬슬 보이고 뭘 더 잘해야 되는지,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알아도 제가 지금 당장 잘하지는 못하겠지만 해야만 하는 것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일단 저에겐 중요하죠.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연기자가 되는 거겠지만.

이렇게 인터뷰라는 명목 아래 자신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를 처음 보는 이에게 들려줘야 한다는 게 불편하지 않으세요? 기자는 여우거든요(하하).
이런 식으로 인터뷰 하는 건 정말 좋아요. 그런데 저쪽에 카메라나 캠이 있으면 제가 말하는 그대로 그냥 쓰니깐 속으론 말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머릿속에 있는 말을 더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처럼 제 말을 녹음하고 그 녹음 듣고 기자분이 기사를 쓸 때는 제가 말을 버벅거려도 알아서 무슨 뜻이지 알고 알아서 정리해주시잖아요. 인터뷰 재미있어요. 그냥 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는 그 자체가.

요즘 영화홍보는 각종 공중파 쇼프로에 배우들이 직접 나와 우스갯소리도 하고 게임도 해서 일반 시청자들에게 무의식적인 영화홍보를 각인시켜 주는 게 대세잖아요. 얼마 전 <야심만만>에 출연한 것을 봤어요. 그런 자리에 나오면 방송을 위해(영화를 위해), 상대방을 비방하고 자신이 놀림꺼리가 되기도 하던데 아직 신인으로서 그런 자리가 너무 버거울 듯해요?
쇼프로가 정말 젤 어려워요. 예전에 <연애편지>라는 프로에 한 번 나간 적도 있지만 이번처럼 영화홍보 때문에 쇼프로 여기저기 나가면, 아 그전에 진짜 쇼프로에 고정으로 출연하시는 분들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진짜 모르겠어요. 제가 나중에 봉태규씨 정도만 되도 어떨지 모르겠는데 지금 신인입장에서 사람들이 저를 모르는 상태에서 거기서 말하고 있다는 자체가, 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저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 시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정말로 어려워요. 친구들끼리 어울리거나 아니면 배우끼리 어울려서 하는 얘기랑 쇼프로에서 할 수 있는 얘기는 정말 다르거든요. 그런데 쇼프로에서 한 얘기나 제 모습을 보고 그대로 저를 판단하시는 분들이 많아 어쩔 줄 모르겠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처럼 방송은 미리 정해놓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청자들은 그걸 보고 배우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죠.
네 맞아요. 방송 진행을 위해 농담도 한마디씩 던지는 것도 모자라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해야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저의 모습을 보고 ‘그렇고 그런 애’라고 생각할까봐 걱정이 되고, 되게 어려워요. 배우라는 게 결국 이미지인데 말이죠.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어요. 코미디 프로에 나왔는데 그게 무서워서 무게만 잡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예를 들면 춤추라고 하는데 박수만 치고 있어봐요. 얼마나 썰렁하겠어요? 그래서 찍고 나면 나중에 제가 뭘 했는지 기억조차 잘 안나요. 방송 출연할 때는 거의 완전 무아지경 상태여요.

정말 쇼프로는 배우에게 어려운 과제네요.
진짜로 난감해요.

방송이 익숙지 않다는 말은 떼 묻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이런 말을 듣고 보니 평범한 학생이었던 하석진이 궁금해지네요. 대학전공을 보니 기계공학과네요. 전공만 보더라도 연예인을 꿈꾼 사람은 아니라는 당신 말이 믿겨지네요. 공부도 잘했죠?
고등학교 때는 누구나 공부하잖아요.

저를 포함해서 공부 안 하는 사람 많은데...
그냥 공부를 고등학교 때는 모르겠어요. 제가 대학교 입학해서 여느 대학교 1학년 중에서도 공부를 정말 안한 학생이었어요. 군대 가지 전까지 공부를 정말로 하나도 안했어요.

학사경고 받고 이랬는데, 제대 하고 나니깐 정신 좀 차리고 하자해서 그때 같이 놀던 친구들이 모두가 서로 동기부여가 돼서 다 공부를 열심히 했죠. 그렇게 해서 다들 좋은 성적이 나왔죠. 어디서 보니깐 “저 장학금 받았어요” 이런 기사도 나온 것 봤어요.

장학금도 받았어요?
그거 딱 한 번 받았어요(하하). 하여튼 어떤 학생이라기보다는 보다는 그냥 친구들과 같이 생활한 거죠. 놀 때 친구들하고 논 거고 친구들이 공부하자 하면 같이 공부한 거고. 특별하거나 유별난 학생이 아니었어요.

지금 말하는 것만 봐도 영민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근대 솔직하게 말하는 이 버릇 때문에 매니저는 난감해 하죠. 저한테 “야 그런 건 얘기하면 안 되지!” 하면서요(하하) 전에 어떤 기사에 나온 건데, 저는 정말 그때 아무 생각 없이 말한 거거든요. “중요한 일 앞두고 변(便)보면 항상 일이 잘 됐다” 이런 기사 나오면 참... ㅠㅠ

하하하~~ 매니저가 정말 놀랬겠네요.
이 일이 얼마 전 있었던 언론시사회 때 한 얘기인데, 운빨 얘기하면서 말한 건데, 기사가 그렇게 나와 가지고 깜짝 놀랐어요.

드라마 <Dr.깽>에 캐스팅 된 걸로 알고 있다.
거기서는 부두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나와요. 직업은 거칠지만 성격은 거친 것 같지 않고요. 인터뷰를 하면서 어떤 캐릭터냐? 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대본이 3부까지 밖에 안 나와서리...

하하하~ 맞다 맞아! 대본이 거기까지 밖에 안 나왔는데 캐릭터를 설명하기에는 좀 거시기하네요.
그 대본 내에서 캐릭터를 찾아 제 나름대로 생각해서 말했는데 나중에 10~12부까지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캐릭터가) 달라지면 지금 제가 한 말은 이상하게 돼버리는 거잖아요. 아무튼 지금 알고 있는 선에서 말씀드리자면 3남매 중 막내고 한가인씨가 누나로 나오고 그 위에 형이 한명 있는데 형사여요. 누나는 약간 왈가닥인 의사로 나오고요. 배경만 따져 보자면 누나를 위해서 형과 제가 자신들의 미래를 포기하고 누나를 위해 희생하는 누나를 많이 사랑하는 인물인 것 같아요. 그러다 형이 뭔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살해를 당해 슬픔과 응어리를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인물이어요.

감이 오는데요. 멋있는 캐릭터 일 것 같네요.
그런데 비중이 그리 많지 않아요. ㅜㅜ

뭐 그게 다 차근차근 진짜 스타, 배우가 되는 과정 아니겠어요? 근대 그거 알아요? 핸드폰 광고를 찍었다는 소리는 최고의 스타 자리까지 올라섰다는 말임을. 스타가 되면 뭐가 달라질 것 같아요?
뭐 되면 좋겠죠. 되면 좋은데 일단 저는 배우 할 생각이 그다지 없었던 평범한 사람이었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스타, 연예인을 꿈꿔서 최고의 스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있는데, 저는 지금 그런 걸 꿈꾸거든요. 사람들의 환호를 받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죠. 이것저것 초반에 생각할 때는 “맹목적으로 하다면 어떻게 되겠지” 이런 생각을 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결국엔 지금 하고 있는 작품 하면서 어떤 고통도 나름대로 겪어보고 걱정도 많이 해보고 하나하나 배워 나가야 된다고 봐요. “이거 내일 촬영인데 이걸 어떻게 소화하지? 내일 촬영일 빨리 끝나서 빨리 저녁이 돼버렸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 처음에는 진짜로 많이 했거든요 내 스스로 하드 트레잉을 해서 사람들한테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 스타가 된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밝은 희망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요.(긁적긁적~) 물론, 운이 좋아서 스타가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들 지금 하고 있는 일 안에서 고통의 과정을 나름대로 겪고 이겨내신 분들이 그런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스타가 되면 어떻게 되기보다 일단 저는 제 자신한테 만족할 듯해요. 그렇다고 제 만족을 남들 눈에도 보일 정도로 하면 안 되는 거기 때문에 안배를 잘 해야겠죠. 지금 만나는 친구들도 배우 친구들보다 다 옛날 학교친구들이 대부분이어요. 태규나 태균이 형 만나는 거 외에는 연예인 친구가 별로 없어요. 만나볼 기회도 적었고. 하여튼 스타가 된다고 하더라도 지금 친구들만큼은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요.

‘리틀 송강호를 꿈꾼다.’ 카피의 기사를 어디선가 본적이 있어요. 존경하는 배우가 송강호인가 봐요?
제가 어디서 그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 인터뷰 할 때마마 어떤 배우를 닮고 싶은지 이런 질문을 많이 하잖아요. 어떤 배우가 멋있어 보이니, 어떤 배우를 역할모델로 삼고 싶은지 물으실 때마다 이병헌 선배님은 남자배우로서 연기도 잘하고 멋있고 진짜로 사나이의 로망이 느껴진다라고 대답한 적도 있고 연기에 대해서는 송강호 선배님처럼 어떤 배역을 맡아도 그 배역에 녹아들어가는 부분을 배우고 싶다는 대답을 해서 그런 기사가 나온 것 같아요.

결국 리틀 송강호를 꿈꾼다는 말은 본인 입에서 나온 말은 아니네요.
제 스스로 “리틀 송강호를 꿈꿔요!” 이렇게 얘기 하지는 않았죠. 옛날에 그런 적이 있어요. 작년에 인터뷰 했을 때 요즘 활동하는 배우 중 괜찮게 생각하는 배우가 있다면 누군지 말해 달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그때 막 ‘삼순이’ 시작했을 때거든요. 그래서 현빈씨 깔끔하게 연기 잘하는 것 같다고 무심코 답했는데 그게 기사로는 “내 라이벌은 현빈” 이렇게 나온 거여요. 그때 현빈씨 인기가 슬슬 달아오르는 시점이었거든요. 그래서 완전 움찔했죠.

뭐든지 배우로서 한창 배우고 있는 와중인데 이런 인터뷰도 그 과정 중에 하나겠죠. 배우의 의무라고나 할까. 석진씨가 생각하기에는 어디까지가 배우의 할 일이라고 생각하나요?
기사에 대한 책임도 배우가 할 일이라고 봐요. 대신에 말을 잘 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기사 안 나오도록 하는 게 제일 좋겠죠. 꼬투리 안 잡히게.(하하) 뭐 그래도 어차피 그렇게 돼서 나쁜 얘기만 나오더라도 좋은 모습으로 그 얘기를 감추면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뭐든지 처음이니깐 일단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어요.

취재: 최경희 기자
사진: 권영탕 사진기자

☞ 하석진을 떡잎부터 제대로 알고 싶다면 그의 미모부터 제대로 간파하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