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군의 입담으로 무장한 젊은 개그맨들과의 살벌한 경쟁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상종가 치고 있는 이경규는 분명 독보적인 존재다.
그와 동기이거나 연배가 엇비슷한 그 누구도 그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희극인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전면화 시켜 대중과 마주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자기 계발에 게으른 이의 탓도 있겠지만 속도전을 방불케 하며 급변하는 지금 이 시대는 사실상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관용을 베풀 만큼 여유롭거나 관대하지 않다. 세상은 그만큼 매정하고 야박하다. 때문에 이경규라는 인물은 더욱 돋보인다. 팍팍한 시스템 속에서도 명랑함과 치열함으로 무장해 기나긴 시간 동안 사그라지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이 정도의 상찬은 과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멍에인 <복수혈전>마저 고단한 대중에게 박한 세태를 찰나적이나마 뒤로 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하나의 기분 좋은 대명사로 회자되게끔 선회시킨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 이경규가 절치부심, 그 멍에를 떨쳐내고 다시금 영화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때 그 시절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아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치기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그에게 영화는 사이드에 자리한 부업이 아닌, 안 하면 정말이지 후회 막심할 자신의 또 다른 꿈이다. 결국, 불혹을 넘긴 나이임에도 열정적으로 영화 일에 몰두하며 작심하고 덤비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와 노력의 산물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기에 행여나 그를 향한 편견에 찬 시선이 있다면 당장은 거둬주시라! 그런 배타적 시선이 건강한 사람과 사회를 좀 먹기 마련이다.
해서, 이경규를 ‘그렇다 쳐!’ 인터뷰 두 번째 인물로 모셨다. 당장이야 한 번의 쓰라린 아픔을 경험한 그래서 그 놈의 편견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롭지 못한 입장에 있다 ‘그렇다 쳐!’ 하지만 다시금 시험대에 오른 그의 열정과 가능성은 그의 두 번째 작품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돌아온 몰래카메라의 이경규가 아닌 돌아온 영화인으로서의 이경규, 여러 번 졸라 만난 그와의 이야기를 전한다.
서대원 기자(이하 서)아~어렸을 때부터 이경규씨랑 최양락씨 넘 좋아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돼 기쁘다.
이경규(이하 이)정말이냐! (웃음) 내 동기다. 최양락이.
서: 이번에 설립한 영화사에서 인터뷰 할 줄 알았는데...
이: 아! 저쪽에 있다.
서: 예전에 <웰컴 투 동막골>로 임하룡 선생이 직접 운영하시는 BAR에서 인터뷰 한 적이 있었는데 바로 저기 건너편이니까, 이번에 설립한 영화사랑 지척이다.
이: 맞다. 상당히 가깝다.
서: 오다가다 만나시겠다. 어쨌든, 이번에 차린 그러니까 2006년 1월에 오픈한 IN&IN은 영화제작만을 위해 만든 영화사인가?
이: 물론이다. 근데, 되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게 아니고 이거다. ‘人&人’
서: 영어인 줄 알았는데...미안하다.
이: 아니다. 뭐 상관없다. 참을 인자 쓰려고도 했고, 또 그 외에도 지금 회사명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오만가지 작명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아주 혼란스럽다.
서: 그럼 예전에 꾸렸던 이오필름의 후신인가?
이: 이오필름은 이젠 없어진 회사다. 때문에 후신이라 하기엔 좀 그렇다. 영화 <스파이>를 준비하다가 시나리오가 잘 안 풀려서 결국엔 눈물을 머금고 접었다. 그러고 난 후 다시 이 회사를 혼자 만들었다.
서: 2003년도였나? 간첩을 소재로 한 영화로 기억난다. 2005년도까지 간간히 소식을 접하긴 했는데 시나리오 문제로 인해 접은 줄은 몰랐다.
이: 시나리오 자체는 참 좋았는데 영화적으로 풀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스톱시켰다.
서: 그럼 의지를 다시금 다져보자는 차원에서 그러니까 와신상담하고자 회사를 새롭게 차렸다 말할 수 있겠다.
이: 와신상담!(웃음)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사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꾸준히 내놓을 생각이다.
서: 하고 싶은 영화라 함은?
이: 주로 코미디영화가 아닐까 싶다. 물론, 마냥 웃기기만 영화가 아니라 코믹적인 요소가 있되 폭넓은 정서를 아우를 수 있는 영화들, 그런 작품들을 구상 중이다.
서: 돌아온 몰카도 그렇고 방송활동 때문에 엄청 바쁠 덴데 영화를 진행시킬 시간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 보기보다 시간! 많이 남는다.(웃음) 엄청나게 안 바쁘다. 그리고 시나리오가 마무리 지점에 와 있는 만큼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다.
서: 자신의 영화사는 자주 가는 편인가?
이: 당연하다. 매일 매일 간다. 직원들과 영화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상의해야 할 일이 상당하다.
서: 시나리오가 거의 완성됐으니, 프리 프로덕션 단계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봐도 되나?
이: 음...그렇진 않다. 아직 배우도 캐스팅 중이고 감독도 찾고 있는 중이다. 갈 길이 아직 멀다.
서: 영화는 매니저를 잘못 만나 록 가수에서 본의 아니게 트로트로 전향하게 된 한 가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고 하던데 그럼 혹 가수가 주인공인 만큼 가수 중에 주인공을 택할 수도 있나?
이: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영화의 주인공을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가수 중에서 캐스팅할 생각은 없다. 현역 배우 중에서 신중하게 살펴보고 고를 예정이다.
서: 준비 중인 <하이웨이 스타>는.....아 그나저나 이 제목 여전히 가제인가?
이: 그렇다 현재로서는 가제다.
서: 이 시나리오를 영화화하기로 맘먹은 결정적 이유가 있을 텐데...
이: <킹콩>에 나왔던 잭 블랙의 <스쿨 오브 락>이라는 유쾌한 영화가 있다. 그걸 너무나 재밌게 봤다. 그래서 음악적 코드와 코믹이 섞인 영화를 꼭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서: 좀만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이: 그러니까 음악은 보편적인 정서를 띄고 있지 않나? 록이든 트로트든 클래식이든 음악은 사람을 즐겁게 혹은 편안하게 만든다. 저급이니 고급이니 음악엔 수직적 서열이 없다고 본다. <하이웨이 스타>는 이러한 점을 주인공이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기본은 코미디지만 관객이 동화될 수 있는 풍성한 감정을 길어 올려 스크린에 불어 넣을 계획이다.
서: 마냥 웃기는 데만 치중하는 영화가 아닌 여러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영화! 그걸 포착하는 게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 물론이다. 정말 잘 해볼 생각이다. 또 트로트라는 게 대중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만큼 우리의 정서와 어느 정도 부합한다. 사실 밴드에서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사람들, 실제로 얼마나 많은가!
서: 안 그래도 이 영화 스토리 보고 단박에 유현상씨가 떠올랐다! 오래전 록 밴드 백두산에서 노래 부르다 어느 순간 보니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시더라.
이: 맞다. 유현상씨도 그렇고. 하하! 설운도씨도 밴드를 했었다.
서: 아 그랬나? 그건 몰랐다.
이: 현철이 형도 그렇고.
서: 그건 안다. ‘현철과 벌떼들’
이: 여하튼, 많은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얻기도 했다. 장윤정과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다시 말하지만 우리 정서랑 맞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작업을 들어가게 됐다. 그러니까 음악은 장르가 없다는 거다.
서: 시나리오는 어떤 방식을 통해 진행돼 왔나?
이: 회사와 내가 같이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며 조율해왔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이번 시나리오 분명 괜찮게 나온 거 같다.
서: 회사라 함은 어딜 말하는 건지?
이: 스튜디오2.0 ((주)튜브플러스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는 물론이고 배급도 담당할 예정이다.
서: 음....개인적으로 아주 잘 된 거 같다. 다른 필드에서 이쪽으로 옮겨 작업하는 분들의 경우 무엇보다 시스템이 안정화돼 있는 회사와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많이 겪어봤으니까 말이다.
이: 맞는 말이고 나 역시 절감하는 부분이다. 도움을 정말이지 많이 받고 있다. 내 열정을 높이 평가해줘 고맙게 생각하고 있고.
서: 아무튼, 이번엔 그럼 기획 제작 감독 배우 등 1인 4역을 죄다 혼자 했던 <복수혈전>때와 달리 제작자로만 나서는 건가?
이: 그렇다.
서: 혹, 주변에서 말려서..(웃음) 아니면 특별한 이유가 있어 그런가?
이: 아시다시피, 전에 한번 해봤고, 겪어보니 영화는 감독들이 해야겠더라! 그리고 세상이 많이 변했다. 일단은 제작자로 일을 하면서 영화에 대한 내공을 더욱더 쌓은 후 한 10년 후에나.....하하! 어쨌든, 지금은 제작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거다. 그게 당장은 내 역할이다.
서: 그럼 감독에게 많은 부분을 맡길 건지 아니면 제작자(사)의 색깔을 많이 강조할 건지 많은 생각을 해봤을 텐데, 제작자로서 어떤 스타일로 나갈 예정인가?
이: 당연, 조율해야한다.
서: 감독의견이랑 같이?
이: 물론이다. 내가 이 작품을 1년 6개월 가지고 있었지만, 영화를 담당할 감독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안에서 숱한 상의를 거듭할 거다. 그렇게 해야 된다. 단, 일일이 참견하지는 않을 거다. 사공이 많으면 안 되니까. 그보다는 한 발 물러나 뒤에서 도와줄 예정이다. 막 설쳐 되는 건 영화에 득이 안 된다.
서: 아 그리고 금방 “내공을 쌓은 후 10년 후에나...” 이 말을. <하이웨이 스타>도 그렇고 후에 제작하는 영화가 대중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 <복수혈전2>를 준비할 수도 있다. 뭐 이렇게 해석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이: 하하하!. 그렇다. 한번 해보고 싶고 꼭 해볼 거다.
서: 원대한 포부중 하나인가?
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사실 그렇다. 내가 주인공 안 하더라도 언젠가 꼭 할 거다.
서: 내용은 전편을 잇는?
이: 아니다 다른 내용으로 갈 거다.
서: 그나저나 이제 <복수혈전>은 하나의 대명사가 된 느낌이다. 일밤을 통해 김용만씨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하도 이야기를 꺼내서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지금이야 괜찮겠지만 초반에는 가슴이 좀 아프지 않았을까 싶다.
이: 음.................지금은 상관없다. 그리고 사람은 좀 실패도 해보고 그러는 게 여러 모로 도움이 되는 거 같다. 놀려먹어도 그냥 지금은 그런가보다 한다.
서: 오래 전에 예림이가 “아빠! 옛날에 영화 만들다 망했어?”라고 물어 굉장히 속이 상했던 적이 있었다 들었다. 대략 13살쯤 됐을 텐데....요즘은 어떤가?
이: 그때 실제로 그런 말을 들어 마음이 정말 아팠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인데 너무 예쁘게 크고 있다. 다행히 그 이후론 그런 얘기, 하지도 듣지도 못했다.
서: 부인께서는 별 말씀 없으신지...
이: 내가 너무 좋아서 하는 일이라 그런지 별 말 없다. 날 믿고 지켜보는 스타일이다.
서: 그런데 우리가 아는 바와 달리 1992년 연출했던 <복수혈전>이 그렇게 망한 영화는 아니라고 하더라! 5억 원 정도에 전국 관객 5만 명이면 썩 나쁜 스코어는 아니지 않나?
이: 내가 알기론 4만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 망한 정도는 아니다. 생각보다 덜 들어서 그렇지.
서: 안타까운 건 제작비 회수가 전혀 안 됐다고 하던데..
이: 부도도 좀 많이 맞고 그래서 그렇게 됐다.
서: <복수혈전>이 그래도 액션영화 아닌가? 근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건 이경규가 정말 무도인인가? 그걸 많이들 오다가다 얘기하곤 한다. 항간에서는 부산에 우슈를 처음 보급한 무도인이 이경규씨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이: (웃음) 그건 아니다. 내가 우슈를 보급한 게 아니다. 다만, 부산에 우슈를 처음 소개하고 알렸던 도장에서 운동을 했을 뿐이다.
서: 어쨌든, 무술을 실제로 하셨다는 말씀 아닌가? .
이: 그렇다. 실제로 한 4. 5년 했다.
서: 그럼, 요즘은 아까처럼 요가 정도의 운동만 하는 건가?
이: 지금은 몸이 많이 죽어가지고 심한 운동은 안 되기도 하거니와 할 수도 없다. 요가로 시작해서 차근차근 체계적인 운동을 할까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서: <복수혈전>을 보면 한국을 대표하는 정두홍 무술 감독도 출연했던데. 당시 액션은 누가 설계하고 책임졌는지 기억나나 모르겠다.
이: 하하하 맞다! 정두홍 감독이 그때 우리 영화에 나왔었다. 근데, 무술 감독은 아니었고 잠깐 출연했었다. 무술감독은..........아 기억이 잘 안 난다. 다른 사람이 했었는데...
서: 보니까 <복수혈전>이 처음 영화는 아니었다.
이: 그 전에 애들이 보는 영화 한 두 개 출연했었다.
서: 배해성 감독의 <우주전사 불의 사나이>!
이: 아마 그럴 거다.(웃음)
서: 영화에 대한 의지를 계속적으로 불사르고 있는데 후배들은 뭐라 하나?
이: 음..........다들, “잘 됐으면 한다.” 뭐 주로 그렇게 이야기한다. 근데, 요즘은 잘 이야기 안 한다. 물론, 나도 영화 쪽 얘기는 잘 꺼내지 않는 편이고.
서: 그나저나 언제부터 영화감독을 꿈꾸기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이: 사실, 코미디언 생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늘상 가슴에 품었던 일이다. 오래전부터 정말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서: 마음을 움직일 만큼 영화에 꽂힌 건 동대 연극영화과 입학 전부터인가?
이: 아니다.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다. 그리고 개그맨을 하면서 더더욱 영화를 향한 열망이 커졌던 건 개그맨 자체가 창작에 대한 욕망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서: 결국, 접지 못하고 끊임없이 영화를 좇는 건 바로 저러한 점 때문이라 헤아릴 수 있겠다.
이: 그렇다.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절대 아무도 모른다. 세상은...
서: 인생은 새옹지마!
이: 두 말 하면 잔소리다. 그렇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걸 해야 된다. 대신 좌절은 절대 금물이다. 단, 정도의 길은 가야한다. 예를 들어 조폭영화 막 뜰 때 같이 영화 한 편 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안 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컬러의 영화를 해야지 시류에 휩쓸리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다. 그래서 <스파이>랑 이 영화 두 개를 가지고 개발하다가 처음 건 너무 어려워서 손 놓고, <하이웨이 스타>가 나한테 좀 맞고 내가 원하는 색깔도 낼 수 있을 거 같아 이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기로 결정한 거다.
서: 솔직히 어떤 영화를 정말 찍고 싶은가?
이: 어............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 같은 영화! 정말 도전해보고 해보고 싶은 영화다. 그런 스타일의 영화!
서: 액션도 코믹도 들어가고 뭔가 엇박자스럽고 이것 저것 버무린 듯한
이: 그게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서: 그렇다면 이번 영화는 지금 말한 스타일과 포개지는 측면이 많은가?
이: 아마도 <하이웨이 스타>는 여기에 딱 부합하지는 않을 거다. 나중에, 나중에 그런 독특한 스타일이 녹아나 있는 영화를 해볼 계획이다.
서: 제작자나 감독이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는 어떤 영화에 열광하나?
이: 그게 따로 없다. 장르를 안 가리고 다 즐겨 본다. 개봉하는 영화 웬만하면 다 보는 편이다.
서: 그 얘긴 들었다. 영화 많이 접한다고.
이: 극장에서도 보고 DVD로도 보고 그런다. 예전엔 액션영화를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으니까 그 취향이 무너지면서 많이 바뀌더라.
서: 어떻게 바뀐던가?
이: 리얼리티가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작품들! 황당하고 억지스럽게 웃기려고 하는 것보단 이런 측면에 맞춰 내실을 기하려는 밀도 있는 영화에 시선을 던지게 되더라!
서: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영화작업을 부단 없이 해왔다. 그 자체가 상당한 공부로 축적됐을 텐데... 이: 영화를 준비하는 자체가 공부인 거 분명하다. 또 방송을 위해 일주일에 한 두 번 하는 아이디어 회의 역시 적잖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또
‘제작시스템도 좋아지지 않았나! 내가 작품을 보는 감각과 시각만 살아 있으면 공부하는 사람도 많고 주변에 훌륭한 사람들도 워낙 많기 때문에 충분히 도움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서: 일백프로 동의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주변의 숙련된 영화인들과의 협업이 무척 중요하다고 본다. 한창 영화에 매진 중인 심형래 감독도 겪어봤으리라 생각되고.
이: 말이 나와서 말인데 심형래 감독! 훌륭한 사람이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스스로 선택해 가고 정말 높이 평가한다.
서: 이러한 그들의 파이팅이 생산적인 자극으로 와 닿지 않을까 싶다.
이: 당연하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분들이다. 예를 들어 우디 알렌, 찰리 채플린, 기타노 다케시, 짐 캐리, 주성치가 그러했듯 이분들도 분명 재능이 있다.
서: 하는 일들이 워낙 많으니 자주는 못 보겠다.
이: 어......사실 서로 바쁘니까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가끔 통화 정도로 서로의 안부를 전할 뿐이다.
서: 뭐, 말씀하신대로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배경에 시선이 곱지 않을 때가 있었다. 속상한 일도 많았을 게다.
이: 사실, 마음에 늘 걸리는 일이다. 지금이야 괜찮지만 예전에 상처 받은 적도 많고.
하지만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돌파해 나가려고 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코미디언들이 어린이 영화를 많이 했지 않나! 나도 물론 했고. 근데 외국 같은 경우 가만 보면 아동영화가 아니더라도 주인공을 많이 맡는다. 그럼, 우리나라는 왜 없을까? 그럼 내가 한번 해보자! 안 시켜주면 내가 한번 만들어보지 뭐, 그런 마음으로 의지를 다지곤 했다는 말이다.
서: 지나간 일이지만 마음고생이 심했겠다. 그래서 설마 도피성으로 유학가지는 않았을 테고...하하하! 어쨌든, 아주 오래 된 일이긴 한데 잘 나가는 와중 일본으로 유학을 간적이 있었다. 혹, 그때 영화 관련일도 접하고 그랬나?
이: 영화 일을 하기 위해 간 건 아니지만 두루두루 겪긴 했다. 영화를 접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 영화 관계자들도 소개받아 만나고 뭐 그랬다. 그래서 그때 만난 친구들과 지금까지 연락하고 영화 쪽 일에 도움도 받고 있다.
서: 영화인 중에서는 박중훈씨가 조언을 수시로 해준다고 하던데.
이: 맞는 말이다. 가끔 만나는데 내 영화작업에 힘이 될 만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수시로 들려준다. (최)민식이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서: 무거운 캐릭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최민식씨를 민식이라 부르니까 좀 신선하다. 하하!
이: 3년 후배다. (웃음)
서: 본의 아니게 이 지점에서 물으니 좀 그런데, 특별히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
이: 하하하! 최민식이랑 박중훈을 가장 좋아한다. 절대 사심 없다. 한국영화가 어려웠을 때부터 배우생활을 해왔던 친구들이고, 예술의 혼을 가지고 있는 배우라 믿는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배우들이다.
서: 영화에 꾸준히 매달리면서 많은 걸 느꼈을 게다. 가장 힘든 점이 뭐던가?
이: 아~~~한두 가지가 아니더라! 너무 어려움이 많다. 그중에서도 매사 심신을 괴롭혔던 건 아까도 언급했지만 사람들의 ‘선입견’ “저 사람이 왜 영화를 하지?” 그게 가장 극복해야 할 문제였다. 그 다음은 시나리오 개발이 어려운 거 같다. 나중에 결과를 보면 드러나지만 그 전에 이루어지는 작업에서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판단이 잘 안서는 경우가 허다했다. 물론, 나뿐이 아니라 다들 겪는 것일 게다. 캐스팅 등등 해서 말이다. 선입견을 제외하고 보자면 나에겐 시나리오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넘어야 할 산이다.
서: 그 산을 넘어 촬영에 들어가야 할 텐데, 배우와 감독 자리가 아직 부재라 고민이 많겠다. 이른 감이 있지만 대략 언제쯤 촬영에 돌입할 거 같은가?
이: 말 그대로 정해지지 않은 측면이 있어 나 역시 사실 언제라고 장담을 못하겠다.
서: 그럼 개봉은?
이: 올해 안에 관객과 만나는 거다. 그게 목표다. 보통 보니까 신생 영화사가 3년이 지나야 첫 작품이 나오더라! 딱 내 경우다. 하하! 그래서 될 거 같다. 고생도 많이 했고 속앓이도 말할 수 없이 했고. 영화 개봉 하는 게 참 쉬워 보이긴 해도 막상 해보니 너무 복잡하고 장애가 수두룩한 거다. 이왕지사 시작한 거 지금까지 해온 거처럼 정열적으로 헤쳐 나갈 생각이다.
서: 제작비가 대략 20~30억 이라고 하던데.
이: 순제작비가 그 정도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마켓 비용을 합치면 더 늘어날 거고. 근데, 마켓도 중요하지만 일단 영화가 좋아야 하지 않겠나?
서: 당연지사다.
이: 마케팅 때문에 망했다고 하는 소리도 종종 듣지만 영화가 재밌으면 대중은 극장에 간다고 본다. 식당도 음식이 맛있으면 잘 되지 않나? 단순한 논리로 접근하고 싶다. 그게 진실이기도 하고. 또, 돈 7000원에 값하는 즐거움을 준다면 내가 코미디언니 뭐니 하는 선입관도 사그라질 것이라 믿는다. 물론, 영화가 아니다 싶으면 배로 욕먹을 거다. 그래서 항상 긴장이 된다.
서: 각오가 대단한 거 같다.
이: 대단하기보다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천우신조의 ‘운’ 역시 무시 못 할 요소다. 그렇지만 최소한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코미디언이나 계속 하지 왜 저걸 해!” 그런 말은 듣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영화의 기본인 시나리오 개발에 힘을 많이 싣는 거다. 물론, 완성된 후에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구석이 많을 게다.
서: 나와 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당장은 자신감이 묻어나 보인다. 근심도 엿보이지만.
이: 고심도 많았지만 한 2년 고생하면서 그만큼 영화도 많이 봤고, 시나리오 많이 읽었다.
서: 어떤 작품들을 섭렵했나?
이: 만들어진 영화든 그 전 단계에 있는 영화든 닥치는 대로 시나리오를 읽었다. 그러면서 영화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얼마나 많이 편집됐는지 또 시나리오 보며 콘티도 구상해보고 갖은 방법을 동원해 영화에 대해 고민했다. 처음에 읽을 땐 솔직히 잘 몰랐다. 근데, 자꾸 보다 보니 이건 되겠다. 저건 힘들겠다. 이런 판단은 좀 서는 거 같더라.
서: 필이 왔다는 말씀인가?
이: 거창할 건 없고 그냥 나중에 개봉하고 보면 나름 내가 생각한 게 맞아 떨어지는 확률이 높아졌다고나 할까?
서: 시나리오와 영화를 폭넓게 보고 해석할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 과정이 된 거 같다. 부단히 더 노력하겠지만 말이다.
이: 다른 분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공이 좀 쌓인 게 아닌가 싶다.
서: 영화 외적인 이야기지만 돌아온 몰카! 사실 전보다 그 재미가 덜 한 거 같다. 워낙이 노골적이고 센 방송에 시청자들이 훈련돼서 그런지 몰라도 말이다.
이: 틀린 지적이 아니다. 몰래 카메라 처음 할 때만 해도 몰카와 비슷한 방송이 없었다. 그래서 화제를 일으켰고 많은 사랑도 받은 거다. 그사이 서기자가 말한 대로 너무도 몰카와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바람에 이제는 보편화 된 게 아닌가 싶다. 전처럼 방송시간을 현재보다 짧게 가져가고, 편집도 보다 다이나믹하게 구성하면 더욱 재밌게 진행될 수도 있는데 시청률이라는 게 그걸 허락하는 않는다. 그래도 향수를 불러 일으켜서인지 많이들 좋아한다.
서: 본 기자 역시 그 점 때문에 보게 된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나 뭐 그런 거 있으면 말해 달라!
이: 어......올해 안에 영화 한 편 꼭 제작할 계획인데, 다른 건 몰라도 선입관을 갖고 영화를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나 역시 그에 걸맞게 영화 잘 만들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영화제작에 힘을 쏟을 테니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이게 잘 되야 <복수혈전2>를 한다. 하하하. 그리고 내공을 더 쌓아가지고 재밌고 좋은 코미디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
서: 긴 시간 인터뷰에....아 맞다! 그나저나 파워가 상당하지 않을까 싶다. 개그맨 필드에서나 방송사에서.
이: 에이! 전혀 그런 거 없다. 가서 그냥 회의하고 뭐 그럴 뿐이지. 파워 같은 거 하나도 없다.
서: 음.....하지만 본 기자도 마찬가지고 많은 분들 역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이: 정말 없다. 전혀! 정말 그런 거 없다. 아~~참 그런 거 없는데 그러시네....하하하!
취재: 서대원 기자
사진: 권영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