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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인터뷰] 게이영화가 아니라 사랑이야기다! 이안 감독!
2006년 2월 27일 월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이안 감독의 ‘러브 스토리’ 한 편이 곧 한국을 찾는다. 무협(와호장룡)과 블록버스터(헐크)를 경유해 그가 도달한 영화적 거처는 사랑이야기를 담은 <브로크백 마운틴>이다. 달력에서 튀어나온 듯한 눈부신 풍광을 배경으로 남녀가 아닌 두 남자의...... 게다 터프함의 대표주자 카우보이 두 사내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브로크백 마운틴>은 정말이지,

‘짠~~~하기 그지없는 영화다.

상이랑 상은 죄다 싹쓸이하며 아카데미 8개 부문 최다 후보로 지명되는 등 <왕의 남자> 못지않은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며 미전역을 들끓게 하고 있는 <브로크백 마운틴>의 이안 감독을 만났다. 물론, 공사다망(公私多忙)한 관계로 직접 알현하지 못하고 간접인터뷰를 통해서. 그러니까 뭐 당 인터뷰 영화사가 제공한 자료라는 말씀이다.

아시아 감독으로서는 처음으로 오스카 감독상을 거머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이안 감독이 어떠한 의중을 품고 웨스턴으로 향했는지 그리고 대자연의 축복을 받으며 사랑을 나누기 시작한 두 남자의 영겁에 이르는 사무치는 관계에 왜 그토록 애절한 시선을 던졌는지 그의 깊은 마음을 길어올려 옮겨본다.

Q: 한 장르에만 머무는 감독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이번 작품은 좀 의외였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을 맡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나요.?
Lee: 아니 뭐 그렇지는 않습니다. 단지, 저는 이 이야기가 위대한 러브스토리이며 애니 프루의 소설 중 최고라고 생각해서 시작했을 뿐입니다. 원작을 4년 전에 읽었는데 <헐크>를 만들기 바로 직전이었죠. 제임스 샤무스(프로듀서)가 "이 이야기는 정말 특별한 뭔가가 있다"고 말하더군요. 저 역시 이 짧은 이야기를 읽고 눈물을 펑펑 흘리고 말았어요. <헐크>를 만든 뒤에도 계속 이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고작 20페이지 가량의 이야기인데 계속해서 제 머릿속을 맴돌았죠. 원작소설에 대한 존경과 감탄, 무엇이 저를 이토록 사로잡았는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제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해요. 실제 존재하는 장소가 아니라 은유적인 암시로 "브로크백 마운틴"을 상상해낸 것도 아주 좋았어요.

Q: 그럼 주로 어떻게 작품을 선택하는지 궁금합니다. 의식적으로 장르를 뛰어넘는 건가요?

Lee: 영화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특정 장르에 얽매이거나 정형화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더군요. 내가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체크리스트가 있다기보다는 일탈에 더 가깝습니다. 저는 제가 영화를 만들면서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즐깁니다. 영화 만드는 현장이 저에겐 최고의 영화학교인 셈이죠. 절대로 질리지 않아요. 장르뿐만 아니라 각 소재들에 존재하는 각각 다른 감정들에도 질리지 않죠. 항상 다른 종류의 영화작업을 한다는 것이 제게는 정말 큰 기쁨입니다.

Q: 그나저나 전에도 웨스턴 영화를 만들고 싶었나요?

Lee: 제가 이 영화를 만든 것은 시나리오 때문입니다. 시나리오가 제 가슴에 와닿았죠. 이 영화의 이야기가 저에겐 낯선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는 제 마음의 깊은 곳을 두드렸어요. 어쩌면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주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우리가 웨스턴에 대해 말할 때, <라이드 위드 데블>이 초기 웨스턴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면, 이 영화는 후기 웨스턴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의 이야기가 실제 미국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일지라도 저 같은 외국인은 잘 모르는 일입니다.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이야기죠. 특히 할리우드 영화에서는요. 그것은 미국이 감추고 있는 다른 모습이니까요. 그것이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고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서 저는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두 명의 주인공은 정말이지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더 애착이 가는 배우가 혹 있나요?
Lee: 히스는 이 영화에서 앵커맨과 같아요. 그는 이 영화에서 제가 전달하고 싶어하는 "억압"이라는 문제를 전달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잭보다 더 많이 내면의 갈등을 겪습니다. 또 그에게는 웨스턴의 느낌이 나기 때문에 저는 더 그가 맘에 들었습니다.

말을 잘 하지 않는 문화, 터프하고 보수적인… 두려움과 폭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상처받기 쉽고, 비애 섞인 무드가 흐르는… 그는 그러한 모든 것들을 전달하고 있죠. 그래서 제가 동일시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더 마초적인 연인이면서 더 혼란스러워하는 연인입니다.

Q: 래리 맥머트리(각본)가 그러는데 당신은 캐스팅을 위해 상당히 많은 배우들을 검토한다고 하더군요. 보통 캐스팅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그리고 이 영화의 경우에는 어떤 것이 캐스팅의 관건이었는지 그 과정을 알고 싶습니다.
Lee: 저는 보통 좋은 배우들을 찾아요. 되도록이면 배우들에게 과장된 액션을 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또 주문하지요. 그러나 기본적으로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을 좋아해요. 저는 드라마틱한 영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게 작은 영화든 큰 액션 영화이든. 저는 드라마에 훈련된 배우들을 찾으려고 합니다.

배우들을 볼 때는 배우의 외적인 이미지를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영화에서 배우들은 특정 느낌을 전달해야 하니까요. 히스가 그런 경우죠. 그는 웨스턴의 분위기, 그 아우라를 전달합니다. 잭은 로맨틱한 주연 배우 타입이죠. 저는 배우들이 움직일 때 배우가 가진 느낌을 관객들에게 확실히 주길 원해요. 한번만 봐도 많은 것을 알 수 있게끔요.

Q: 감독님 전에 구스 반 산트가 이 영화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캐스팅이 되지 않았죠. 제이크 질렌할도 그 당시엔 이 역을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감독님이 맡은 뒤엔 주연배우들을 캐스팅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들었어요. 뭐가 달라진 걸까요? 때가 된 걸까요, 아니면 당신이 감독을 맡았기 때문에? 혹시 구스 반 산트가 게이이고 당신은 게이가 아니기 때문인가요?
Lee: 잘 모르겠어요. 정말로 잘 모르겠네요. 아마도 때가 잘 맞은 것 같아요. 저는 헐크를 해야 했기 때문에 전에 한번 이 영화를 거절한 적이 있어요. 그러나 이 영화를 놓친 것을 대단히 후회했죠. 그래서 그들이 이 영화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요즘은 많은 영화들이 동성애를 받아들이고 있어서 이름 있는 배우들도 동성애를 다룬 영화에 기꺼이 출연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지는 않죠. 아마 배우들도 이 영화의 소재 때문에 약간은 주저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두 배우의 호연도 호연이지만 히스의 부인으로 나온 알마 역의 미셸 윌리암스도 대단한 연기를 펼쳤습니다. 그녀를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Lee: 저는 <스테이션 에이전트>를 보았어요. <도슨의 청춘일기>는 보지 못했고요. 그녀에게는 진실성이 있어요. 그녀를 만나고 그렇게 믿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녀가 제가 만난 첫 번째 배우는 아닙니다. 저는 그녀 말고도 서른 명이나 되는 다른 여배우들을 만나야 했죠. 그러나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바로 결심을 했습니다.

미셜 윌리암스는 제가 상상했던 사람과 비슷했어요. 진실을 표현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 거죠. 마치 아역 배우처럼 그녀는 제게 강한 인상을 남겼죠. 물론 그녀는 이미 성숙하고 능숙한 배우지만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 어린 아이의 세계가 보여요. 그러니까 그 세계에서 살고 있는 거 같다는 거죠. 앞으로도 그녀는 그 세계에 살 것이고 거기 남아있을 거 같아요.

Q: 그렇군요. 그리고 <브로크백 마운틴>은 감독님의 작품 중 비밀을 간직한 남자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두 번째 영화입니다. 당신이 흥미를 느끼는 캐릭터 타입은 어떻습니까?
Lee: 음....그거 역시 잘 모르겠네요. 이번 경우엔 원작 소설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첫 번째 경우(결혼피로연)엔 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썼어요. 저에게 <결혼피로연>은 궁극적으로 부모에 대한 효심이 사라져가는 중국사회에 대한 테스트 같은 것이었어요. 그것은 제 삶에 대한 이야기였죠. 저는 제 삶과 사회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극단적인 사례를 사용하곤 합니다. <결혼피로연>에서 동성애란 가족 드라마를 다루기 위한 하나의 도구였죠.

그러나 <브로크백 마운틴>은 정말로 제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로맨틱한 러브스토리입니다. 저는 그 이야기와 사랑에 빠졌고 그 매력을 거부할 수 없었어요. 두 영화는 제게 무척 다른 영화입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그런 영화를 찍은 건 아닙니다. 이야기가 좋아서죠. 이야기가 좋다면 만들고, 또 만들고, 또 만들 것입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제게 별 감흥을 주지 못한다면 절대로 만들지 않겠죠.

Q: 그럼, 사람들이 이 영화를 "게이 웨스턴"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썩 좋아하지는 않겠군요.
Lee: 저는 이 영화를 게이 영화라 생각하지 않아요.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미국 서부의 사실적인 배경 위에 세워진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이지요. 웨스턴은 단지 두 남자 사이에서 일어난 사랑 이야기의 배경으로서만 사용될 뿐입니다. 게이 웨스턴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주 쉬워요. 그러나 거기엔 비웃음이 함축되어 있죠. <브로크백 마운틴>은 진지한 러브스토리입니다. 그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Q: <브로크백 마운틴>을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입니까?
Lee: 이 영화는 서사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이를 표현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장 힘들었습니다. 20년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특히 세월을 표현하기 위해서 디테일이 중요했죠. 작은 것들로 세월의 갭을 채우면서 연기에서 디테일을 살려내야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목소리였는데, 그것이 가장 힘든 일이기도 했습니다.

Q: 최근에 성룡이 미국의 영향력이 아시아 영화들을 헤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말에 동의하시는지요?
Lee: 사실 굉장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할리우드 영화가 보기 쉽기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만을 보려고 하죠. 그래서 다른 영화 산업은 피해를 보고 있고요.

예전엔 높은 계급에 있는 사람들이 미국 영화를 보았어요. 낮은 계급에 있는 사람들은 자막을 읽기 싫어하기 때문에 중국영화를 보았죠. 그 영화들이 준-할리우드 영화가 되어 메인스트림을 이루었었죠. 그러나 상황이 심각해져가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영화들은 점차로 사라지고 있어요. 경쟁이 안 되는 거죠. 교육수준은 높아가고, 할리우드는 더 많은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중국 영화들 중에는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할만한 영화가 없어요. 한때 홍콩영화가 있었고, 지금은 한국영화가 뜨고 있습니다만 중국 영화가 살아남기는 힘듭니다. 중국에는 탄탄한 영화 산업도 스타도 없으니까요.

그러나 그게 할리우드 탓일까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중국영화계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봅니다.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하기 힘들다는 것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Q: 홍콩 영화가 다시 부활할 수 있다고 보세요?
Lee: 홍콩영화는 중국시장으로 통합되어야 합니다. 중국시장은 영어권 인구보다 3배나 인구가 많아요. 그러나 오랜 기간 공산당 체제였기 때문에 힘든 일일 수도 있어요. 중국은 오랫동안 자본주의를 차단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영화에는 장르가 없습니다. 그런 문화가 없죠. 그런데 미국영화가 들어오고 모든 사람들이 미국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걸로 무언가 달라졌을까요? 중국에는 아직도 공통이 되는 언어, 공통의 필름 언어가 없습니다.

장르도 없지요. 그들은 미국의 장르를 수용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죠. 왜냐하면 거기는 중국이지 미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새로 만든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입니다. 점점 더 텔레비전 시리즈가 보편화되어가고 있지만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적은 예산의 영화들, 독립영화들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제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보려고 하지 않는 그런 영화들을요. 점점 더 양극화되어 가고 있어요. 중간 지대가 없어졌습니다.

Q: 다음 영화 계획은?
Lee: 아마도 중국에 대한 것을 만들게 될 거 같아요

자료제공: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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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엔 긴가민가했는데 정말 보고 싶은 영환입니다.다들 정말 좋은 영화라고 하더군요   
2006-02-2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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