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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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은 <반도>를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 희망을 당위로 설정한 사람들 이야기’라고 소개하면서 확실한 볼거리를 자신했다. 디지털 좀비부터 환경, 대규모 군중 시뮬레이션까지 <반도> 속 구현된 유례없는 VFX와 CG는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가 작업했다. 그 주역인 최재천 부사장과 유태근 본부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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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VFX(시각효과)와 CG에 투여된 시간과 인력은.
유태근 본부장(이하 유태근)프리비주얼 과정부터 약 19개월이 소요됐고, VFX 작업에만 약 250여 명이 투입됐다. 약 2,000여종의 환경 에셋과 40여 종의 좀비 에셋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렌더팜 약 400대로 16,000코어(대당 40코어)를 작업했고,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28만 시간이 걸렸다. (총 56,282프레임, 프레임당 5시간, 11,000일)
<부산행> 이후 4년이 지난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반도>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유태근 알다시피 <부산행>에서 시작된 좀비 바이러스가 한반도 전역을 감염시키고 4년 후의 이야기다. 이에 맞춰 좀비에게 점령돼 폐허가 된 도시 서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국내에서는 유례가 없는 대규모 좀비떼, 군중 시뮬레이션을 얼마만큼 이질감 없이 영상에 녹여 낼지가 관건이었다. 많은 고민과 테스트를 거쳐 완성할 수 있었다.
세부적으로 보자면, 사람이 좀비로 변한 뒤 4년이 흐른 후라 헤어나 의상들이 사실적으로 느껴지도록 신경 썼다. 좀비의 습성과 환경의 영향들을 고려하여 좀비의 비주얼을 CG로 묘사했다. 예를 들면, 좀비가 돼 사람을 물어뜯음으로 인해 입 주변에 눌어붙은 핏자국 비중을 높인 설정이나, 도심지역은 양복이나 오피스 복장의 좀비들을 배치한 반면 골목이나 시장의 공간에는 좀더 일상복의 좀비들을 배치하는 등 장면 별 환경에 맞게 좀비들의 의상 설정까지도 신경 썼다.
연상호 감독은 <반도>라는 결과물은 포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한 신뢰를 표하면서, 후반작업의 전권을 포스에 맡겼다고 공언했다. 그런가.
최재천 부사장(이하 최재천) 연 감독은 한마디로 마지막 그림을 보지 않고도 마지막 그림을 연상하고 결정하는 달인이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CG 작업을 많이 접해서 그런지, 표현하고자 하는 비주얼에 대한 디렉션이 매우 분명했다.
유태근 <반도>의 경우 촬영 없이 풀 CG로 제작된 샷이 대부분이라 촬영 전에 전체에 대해 프리비주얼을 작업했다. VFX 슈퍼바이저의 제안이나 CG로 표현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교체하거나 삭제하는 반면 연출적인 측면에서 반드시 표현돼야 하는 디테일은 절대 놓치지 않고 피드백했다. 그 결과 결정되면 중간에 번복하거나 문제 삼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덕분에 수월하게 속도 내서 작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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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제작발표회에서 연상호 감독이 풍성한 볼거리를 장담했다. <부산행>의 CG컷이 600여 개였던 것에 비해 이번 <반도>는 1,300여 개에 이른다고.
최재천 통상 영화 한 편이 2,000~3,000여 컷으로 구성되고, 스피디한 전개로 컷이 많은 경우 4,000~5,000여 컷에 이른다. 즉 CG 컷이 1,300개 라는 것은 전체 분량의 약 1/3 정도가 CG로 구현됐다고 보면 된다.
유태근 <부산행>은 대부분 배우가 좀비 분장을 한 후 직접 연기하고 이를 촬영했다. 하지만, <반도>는 도시에 침투한 주인공을 위협하는 좀비들이 넓은 대로를 가득 메우고 달려오는 장면과 높은 고가에서 줄줄이 떨어지는 모습 등을 표현해야 했기에 직접 연기한다는 게 불가능했다. 따라서 실제 배우가 아닌 디지털 좀비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CG 컷이 많아졌다.
또 좀비 시뮬레이션 표현만큼 어려운 작업이 도시 전체를 CG로 구현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폐허가 된 도시 전체를 세트로 만들 수 없어 극 중 약 80% 이상의 공간이 CG로 제작되었다. 이는 영화의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이미 결정했던 부분이다. 비용을 들여 세트 촬영 비중을 늘리더라도 실제 촬영된 씬과 교차로 보여지는 VFX 샷의 이질감에 대한 우려 때문에 연결 컷을 모두 CG로 만들기로 했다. 그 결과 VFX 컷이 <부산행>의 두배 이상 많아졌다. 참여 아티스트가 수많은 밤들을 철야작업해야 했지만, CG가 아니면 표현하지 못했을 다이나믹하고 화려한 장면들로 채울 수 있어 만족한다. (웃음)
1,300 CG 컷에 그런 깊은 의미가!
유태근 볼거리라는 것은 즉, 수많은 VFX 아티스트들의 노고라고 생각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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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가 7월 15일 개봉을 확정했다. 미리 본 감상은.
최재천 편집하면서 여러 번 보고, 내용을 이미 알아도 사운드까지 입힌 완성본을 볼 때 느낌이 또 다른 영화가 있다. <반도>가 딱 그랬다. 한 장면 한 장면 작업하는 걸 보면서 의문이 든 컷이 있었는데 완성본을 보니 과연 그 의도가 이해되더라. 연상호 감독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애니메이션의 합이 절묘했다.
유태근 다른 것을 다 떠나 일단 재미있었다.
작업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유태근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연상호 감독이 어린이 좀비를 빼자고 요청했다. 초반 여러 종류의 좀비 콘셉트 중 여자 어린아이 좀비 캐릭터를 본 후 고심하다 빼기로 결정했다. 아무리 좀비라도 어린아이가 흉측하고 잔인한 모습으로 표현되길 원치 않으셨던 것 같다.
또 감독님이 좀비의 애니메이션만큼이나 디테일한 요구를 하신 부분이 자동차들의 물리적인 움직임이었다. 차량이 추격하고 충돌하고 드리프트하는 VFX 장면이 워낙 많다 보니 (관객이) 실생활 도로에서 보는 자동차의 움직임과 이질감이 보이면 소위 ‘CG티’가 나기 십상이다. 이 부분을 특히 우려하셨다.
그렇군…
유태근 좀비 에셋과 좀비 배우 사이 몸집 크기의 격차로 인한 해프닝도 있었다. 좀비의 콘셉트와 모델링은 현장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결정돼 진행 중이었는데, 촬영이 끝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이미 제작이 끝나 애니메이션 작업하고 있는 좀비들은 콘셉트에 따라 4년간 쫄쫄 굶어 비쩍 마른 좀비로 표현된 데 반해 현장에서 촬영한 좀비 배우들은 상대적으로 살이 쪄 있어 연결이 맞질 않았다. 이미 애니메이션에서 라이팅 렌더로 넘어가는 단계라 모델링을 수정하기는 힘들어 결국 일부 좀비들은 노출되는 팔다리를 긴 소매 옷으로 가리는 정도로 타협 봐야 했다.
들을수록 흥미진진하다. 가장 자신 있는 시퀀스를 꼽는다면.
유태근 국내에서 이례적인 대규모 좀비와 카체이싱 시퀀스다. 그 대부분을 CG로 표현한다는 것은 연 감독님이 우리 포스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결정이었다. 포스트 프로덕션 초반 퀄리티에 대한 우려도 살짝 있었으나 끝까지 믿어 주신 덕분에 최상의 퀄리티로 멋진 결과물을 뽑아냈다. 유심히 봐 달라! 놀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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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작업에서 주로 사용한 프로그램과 툴은.
유태근 <반도>는 도시 전체를 표현하기 위해 ‘클라리스’(Clarise)라는 툴을 사용했고, 이는 대용량 씬을 제어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클라리스는 기존 마야(MAYA)에서 컨트롤할 수 없는 무거운 씬을 클라리스만의 데이터 처리 방식으로 가볍게 콘트롤하면서 도시에 프랍(Prop, 소도구)들을 레이아웃하고 렌더링까지 할 수 있는 툴이다. 이번 <반도>의 좀비 군중 시뮬레이션은 마야 플러그인 ‘마이아미’를 사용했다. 그간 여러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쌓아온 노하우로 할리우드 못지않은 군중 시뮬레이션을 표현했다고 자신한다
포스만의 기술적 차별성이 있다면.
유태근 우린 <반도> 이전에 이미 대규모 환경을 표현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수차례 진행한 바 있어, 3D 환경 작업에 대한 노하우가 남다르다. 수천 종 환경 에셋들을 하나의 씬에 레이아웃하면 데이터의 무게로 인해 PC가 버티질 못한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클라리스 툴을 활용했고 효과적으로 대규모 환경을 렌더링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클라리스는 환경 작업에 특화된 툴로 인식되고 있지만, 우리는 렌더 효율성을 위해 환경뿐만 아니라 씬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를 클라리스로 세팅하고 이렇게 함으로써 렌더시간을 줄이고 데이터 관리를 간소화시킨다. 대규모 장면의 구성에 대한 노하우와 효율점은 포스의 확실한 장점이다.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클라리스를 사용하는 스튜디오일 거다.
군중 시뮬레이션은 국내 스튜디오 중 독보적인 분량에 대한 경험과 솔루션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짧은 한두개 씬을 작업한 영화들은 있었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대규모 군중을 해결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인터렉션과 시뮬레이션에 대한 문제부터 데이터 퍼블리시와 어셈블, 파이프라인 문제까지 수많은 난관에 부딪혔지만, <반도>를 완성함으로써 군중 시뮬레이션의 경쟁력을 한층 더 쌓아 올릴 수 있었다.
예고편을 보면 대체로 어두운 장면이 많은데 빛과 조명은 어떻게 처리했나.
유태근 조명이 없는 씬만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 (웃음) 아무래도 어두운 씬에서는 CG 하나하나의 디테일보다는 분위기 표현에 중점을 두게 된다. 예를 들어, 카체이싱 장면에서 어둠 속 강렬하게 비치는 추격자들의 서치라이트 빛에 의해 좀비떼의 모습이 드러나는 장면은 강한 빛과 어둠이 대비를 만들면서 기억에 남는 멋진 영상을 보여준다. 노출이 어두워서 세세한 디테일은 덜 보이더라도 빛을 고려한 VFX 분위기의 연출은 또 그만큼 어려운 작업인 것 같다. <반도>는 월광만을 광원으로 한 장면들이 많지만, VFX 아웃풋은 실제 밤의 노출보다 더 밝게 표현했다. 빛이 없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스크린에서 연출에 필요한 노출이 있기 때문에 작업은 영상을 밝게 뽑고 DI(Digital Intermediate, 디지털 후반작업) 과정에서 적절한 노출로 눌러주면서 디테일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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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와 CG 구분이 힘든 장면이 종종 있는데, 이번 <반도>에서 해당 장면을 꼽는다면.
유태근 음, CG에 돈을 많이 썼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CG 티가 좀 나야 하는 것 아닌가!(웃음) 좀비라는 소재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인식을 깔고 보기 때문에 실재라는 인식을 주기엔 쉽지 않은 것 같다. 비주얼적으로 특히 신경 쓴 것 중에 ‘준이’(이레)가 차량이 좁은 골목으로 드리프트하며 빠져나가면 쫓아오던 좀비들이 뒤엉키며 쌓이는 장면이 있다. 좀비 간에 인터렉션과 뒤엉키는 시뮬레이션 표현이 매우 어려운 장면이라 많이 고생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할리우드 유명 좀비 영화 <월드워Z>(2013)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는데, 표현은 우리 포스가 더 잘한 것 같다. (웃음) 또 ‘정석’(강동원)에게 달려오는 좀비를 준이가 차량으로 박아서 날려버리는 장면이 있다. 좀비, 차량 모두 근경에 가깝게 걸리는 CG이지만, 이질감 없이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반도> 작업에 참여한 포스 스태프들께 한마디!
최재천 촉박한 일정과 끝이 없어 보이던 수많은 컷에 맞서 밤낮없이 고생해준 스태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새로운 도전이었고, 부족한 시간에도 최선의 결과를 빚어낸 포스이기에 앞으로 더 기대된다. 코로나와 불안한 업계 동향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묵묵히 버텨내고 변화에 맞춰 성장해 간다면 분명 다시 즐겁게 꿈을 만들어 갈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2020년 7월 10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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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광희(Ultra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