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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자위(自衛)한다
순애보 | 2000년 12월 11일 월요일 | 모니터기자 - 선우 훈 이메일

98년, 90만의 가슴에 감각적인 영상과 세련된 색감을 선물했던 [정사]. 영화 [정사]는 두명의 인물을 기억하게했다. 진부할수도 있는 멜로를 내러티브의 호흡,영상과 음악, 연기의 조화로 신인감독같지 않은 연출을 보여준 이재용 감독과 의상, 셋트, 메이크업등의 차별되는 감각을 보여준 정구호 아트디렉터. 어찌 두명으로 영화가 만들어 지겠느냐만은 [정사]에 이재용, 정구호의 감각은 특별했다. 이 두명이 두번째로 함께 만든 [순애보]는 서울과 동경을 무대로 우인과 아야의 우연에서 인연, 여인으로까지의 순애보(?)를 들려주려한다.

[정사]에서 어느정도의 흥행과 호평을 받은 감독의 입장이라면, 충분히 긴장할만도 한데, [순애보]에는 잔잔하게, 혹은 나른한 여유가 숨쉰다. 감독은 서울에서는 우인의 모습으로 애기하고, 동경에서는 아야를 바라본다. 동사무소 공무원인 수인(이정재)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권태로움을 매일밤 포르노 싸이트를 돌아다니며 한웅큼 휴지 만큼의 정액으로 뿜어낸다. 무감각한 우인의 손가락처럼 우인의 모습을 카메라는 응시한다. '[정사]에서 보여지던 회색톤의 세련된 영상미는 어디간거지?' 하는 생각이 들 때, 메마른 일상에 염증을 느끼는 동경의 아야(디치바나 미사토)가 등장한다. 비가온듯한 깨끗한 블루톤의 영상은 우인에게서 느껴지는 디테일의 열거보다는 감각적인 영상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서울과 동경을 오가면 공간과 언어가 바뀌기는 하지만 어느새 그 공간은 자연스럽게 서로 가까워지게되고, 그 공간의 이질성이 느끼지못할 즈음 그 둘은 처음 스처간다.

[순애보]의 가장 큰 매력은 서로 다른색의 느낌이 공존한다는 것. 카메라의 서로 다른 질감이 같은 공간속에 존재한다는것이다. 하지만, 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관객이라면 [정사]에 이은 [순애보]에는 실망할수 있을 부분을 안고 있다. 양극단을 오고가는 감독의 의도와 함께 하지않다면 두개의 영화를 짜집기한 느낌으로 영화를 볼수도 있다. 이 부분은 자기만의 색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한일합작과 다른 스텝진으로인해) 시선으로 영화를 볼수도 있고, 이야기와 결말 자체를 변태청년(?)과 엽기소녀(?)의 만남으로 볼수도 있다.

감독은 지금까지 자신의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말하고 싶었던 부분을 모아 [순애보]에 담으려한 의도가 영화 구석구석에서 보여진다. [순애보]에서 느껴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허무. 그리고 이와이 순지의 감성이 느껴지기도하고 [호모비디오쿠스], [정사]의 패러디, 장 뤽 고다르의 영화 [비브르 사 비]의 안나 카리나의 의상이나 루이스 브르엘의 영화제목을 (사실 영화에서 발견하지는 못했다) 스튜디오 간판으로 보여주는 감독의 기지가 느껴진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리에의 집은 어디인가?' 패러디는 이재용 감독의 재치의 절정인 듯하다. 하지만 [순애보]에서 [호모 비디오쿠스]를 함께 연출한 변혁 감독의 [인터뷰]가 느껴지면서, [순애보]는 가슴으로 만든 영화가 아닌 머리로 만든 '영리한'영화가 되고 만다. '필연적 우연'을 애기하려는 부분, '우리는 예전에 만난적이 있다' [순애보]에서는 한 장의 사진으로, [인터뷰]에서는 조그마한 화면으로 보여지는 모습에서 '필연적 우연(혹은 우연적 필연)'을 설명하려한다.

두 영화의 남자주인공은 반복,지루한 삶속에 찌들어있고,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기대하다가 그사랑을 시작할 즈음에 영화는 맥없이 끊나버린다. 두명의 연인이, [순애보]는 등을 지고, [인터뷰]는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말이다. 또한 [호모 비디오쿠스]에서 애기하려던 매체에 대한 성찰을 지나가듯 뿌려놓은것도 그렇다. 같은 모티브와 결말로 다른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렇게 다른 느낌을 받지 못한다. [정사]에서 이어지는 감독의 감성이기 보다 [인터뷰] 감성의 이재용 버젼이라는 것.

하지만 [순애보]의 영리함을 밉지가 않다. 오히려 정이간다. '자급자족하는 비디오'같은 단편영화의 내음이 나고, 정구호의 여전히 세련된 감각이 느껴지는 이유도 있지만, 특별한 사건도 없으면서, 답답해지고 하고, 슬퍼지기게 만드는 [순애보]의 흐름과 매력(위에 말한)때문이다. 게다가 2시간여의 러닝타임은 지루하지않게, 안단테의 속도로 가슴속에 다가오기 때문이다.

1 )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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