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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프레임 안에서 거울 사유하기
거울속으로 | 2003년 8월 16일 토요일 | 서대원 이메일

거울이 귀하던 옛날 수많은 아낙네들은 방물장수에 의해 그것을 손에 줬다. 그 순간부터 거울은 화려한 외양을 지닌 이들에겐 쌍수를 들고 환영받을 만한 매혹적 물품으로 자리 하긴 했지만 허걱스런 자신의 모습에 치가 떨린 자들에겐 온 몸으로 거부하고 싶은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렇듯 거울이라는 물건은 태생자체가 매혹과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상스런 존재였다.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영화는 그것을 섬뜩함을 자아내는 공포의 장치로 적극 활용했고, 우리는 심심치 않게 그들의 트릭을 아낌없이 받아들이며 비명으로 토해냈다.

<거울속으로>는 바로 이 점을 보완적 수단의 장치가 아니라 영화 전체를 말하는 전면적 장치로 내세우며 우리 앞에 당도한 공포영화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반영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사지를 꿈틀거린다는, 달리 말해 거울 안팎의 세계가 다를 수도 있지 않겠냐는 소름 확 돋는 상상력을 영화는 스릴러 가득한 형사물 이야기 안에서 설계해 보여준다. 그리고 거울을 모티브로 삼은 그 설계는 꽤나 세밀하고 디테일하다. 그 안에 배치해놓은 대칭적 구조의 이미지들 역시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많은 것을 실어 나른다.

하지만 그 설계물 안에서 2시간여 동안 돌아다니다 밖으로 나오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삐거덕거리는 골조물이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그것은 다름 아닌 호러와 스릴러가 융합을 이루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늘어지는 영화의 플롯과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다.

화재로 인해 망했다가 재개장을 하게 된 백화점에서 기이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남으로써 전직형사이자 백화점 보안실장인 우영민(유지태)과 그의 동료였던 현직 형사 하현수(김명민)는 현장에서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된다. 티격태격하면서도 기기묘묘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나서는 이들 앞에 이지현이라는 묘령의 여인이 나타나고, 불길함으로 가득한 거울 속 공포의 실체는 스멀스멀 거울 밖으로 기어 나온다.

건축학도 출신인 김성호 감독은 이 같은 영화의 이야기를 공포의 주체인 거울을 축으로 풀어가지만 사각 프레임 안에서 거울을 사유하는 방식에 골몰한 나머지 언급했듯 영화를 받쳐주는 빠져서는 안 될 중요 뼈대들을 견고하게 구축하지 못하는 우를 범한다. 이미, TV 드라마를 통해 수없이 봐왔던 상투적인 플롯의 더딘 흐름은 참신하고 구미가 당기는 영화 소재의 신선도를 떨어뜨린다. 특히,‘난 나쁜 놈 캐릭터’를 마빡에 써 놓은 듯 전형적인 음하하핫핫의 흐트러짐 없는 악역 웃음소리를 내지르며 등장해 민망스런 자빠짐의 마지막 순간까지는,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닳고 닳은 형사물의 그것에 다름 아니다. <봄날은 간다>, <소름>, <꽃섬>에서 호연을 펼쳤던 주인공들의 의외의 어색한 연기와 대사 역시 ‘거울 속으로’들어가고자 머리를 내민 관객들의 발목을 잡을 영화의 흠이다.

치밀한 배치 구조 아래 그림으로써 많은 것을 보여주려 했던 <거울속으로>는 그것을 지탱해줄 요소들이 부실하게 시공된 관계로 안타까운 측면이 적잖이 노출된 작품으로 남고 말았다. 하지만 끊임없이 반사하며 무한한 확장을 요구하는 민감한 시각 장치 거울을 크기가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슬기롭게 위치시키며 다룬 감독의 재능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또한, 그럴싸한 마지막 반전을 생각해보자면 신인감독으로서의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볼 수 있다.

1 )
ejin4rang
참신한 소재의 영화   
2008-10-1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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