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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럽고 썰렁한 다국적 투캅스
건블라스트 보드카 | 2002년 1월 23일 수요일 | 우진 이메일

[건블라스트 보드카]는 범죄 조직을 뒤쫓는 두 형사 콤비의 이야기이다. 그들을 귀찮게 하는 조직이란 다름 아닌 러시아 마피아. 범죄 영화의 단골 악역인 마피아들이 이 영화에서는 또 무슨 잘못을 저질렀을까.

영화는 상투적인 초기 설정만큼이나 전반적으로 퀴퀴한 플롯을 고수한다. 늘씬 미녀들이 변사체로 발견되고, 러시아 마피아가 수사망에 오른 후 '투캅스'가 투입되어 고군분투 끝에 납치된 여주인공을 구출하고 멋지게 사건 해결! 물론 범죄 대상인 그녀들의 탱탱한 몸매가 눈요깃거리로, '투캅스'의 티격태격 유머는 짭짤한 조미료로 제공되는 가운데, 범죄 소탕 장면에서의 현란한 액션이 시원한 흥분을, 울끈불끈 근육질 형사와 미모의 여주인공 간의 미묘한 로맨스는 은근히 흐뭇한 감정을 불러 일으켜야 하겠지?

이렇게 '공식'에 따른 영화는 그 구성 요소들이 잘 조합된 신나는 오락거리로써 관객들의 심심한 시간을 확실히 사살하거나, 앞이 훤히 내다보이는 엉성하고 따분한 옛 이야기의 번복으로 관객들의 하품을 증폭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블라스트 보드카]는 아쉽게도, 후자다. 도대체 우리 정서에 안 맞는 '미'(?)녀들이 화면을 쑤석쑤석 가로지르는 데다, 두 형사의 촌티 나는 입담에서는 찬바람이 황망히 불어온다. 거창하고 세련된 액션 기교에 익숙해진 눈에 올망졸망 소꿉장난 액션장면은 도무지 차 오르지 않고, 단지 옛 애인과 닮았다는 이유로 낯선 여인에게 덥썩 마음을 쥐어주는 무뚝뚝 사나이의 순정은 다소 억지스러워 공감하기 어렵다.

[건블라스트 보드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구도가 있다면 주인공 격인 아벨 형사와 범죄 조직의 관계, 그리고 콤비를 이루는 아벨 형사와 마렉 형사의 관계일 것이다. 아벨 형사는 미국인인 동시에 유태인이다. 따라서 그와, 나치의 비밀통로를 범죄의 현장으로 이용하는 러시아 마피아와의 대립에서 유태인이 나치의 잔재를 청산한다는-좀 더 거창하게 설명한다면 과거의 피해자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다는-다분히 기특한 정치적 의도가 읽힌다. 하지만 두 형사 간의 관계는 그닥 유쾌하지 않다. 미국인 형사가 폴란드에서 부모를 잃었다는 설정은 이미 과거의 동유럽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을 드러낸다. 또한 미국인 형사는 힘있고 자주적이며 진취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반면에, 폴란드 형사는 나약하고 의존적이며 방만한 인물로 그려진다. (프랑스 인인 감독이 다국적 영화를 표방했음에도, 헛바람만 잔뜩 들어간 동유럽의 뭉툭한 콧대와 미국의 단단하고 높다란 콧대가 대비되어, 출처를 알 수 없는 미국 우월주의가 기묘하게 눈에 거슬린다.) 이런 정치적 편견까지 발견되는 구도 덕택에 [건블라스트 보드카]는 더더욱 비판의 그물을 무사히 통과할 수 없다.

[건블라스트 보드카]에서는 토요일 오후쯤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포착된, 낡은 외화시리즈 같은 냄새가 난다. 느슨한 여유를 우물우물 씹어가며 나른한 휴일 속으로 흘려보내던 TV 프로그램을 굳이 스크린으로 보려는 열혈 관객이 얼마나 될까.

3 )
ejin4rang
그럭저럭   
2008-10-16 16:28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13
kangwondo77
리뷰 잘 봤어요..좋은 글 감사해요..   
2007-04-27 15:4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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