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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선생님의 영화와 정신분석 - '슈렉'과 '아스테릭스' 또는 기계인간의 제어
슈렉, 아스테릭스 | 2001년 7월 9일 월요일 | 서울대 교수(비교문학) 고원 이메일

[슈렉]의 주인공은 남자이다. [아스테릭스]의 주인공도 남자이다. (잊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아스테릭스는 남자일 뿐만 아니라 프랑스 사람이기도 하다.) 만화와 만화영화에서도 현실과 다름없이 남자들이 주인공이다. 그렇다면 남자들이 주장하듯 남자는 무엇인가 대단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남자는 어쩌다가 그런 대단한 존재가 될 수 있었을까? 슈렉은 그런 남자의 원형을 아직 보존하고 있는 인물이다. 별 볼일 없는 존재가 역사적 비약을 실현한 배경에는 슈렉과 같은 인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슈렉이라는 이름에는 이미 슈퍼맨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렇지만 세련되지 못한 슈렉은 로마인과 구별되는 야만인인 바바리아인/독일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점에서 [슈렉]과 프랑스인 [아스테릭스]는 서로 통한다. 슈렉이라는 이름이 그런 독일인의 특정한 단어를 연상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서 문제되는 단어는 '경악Schreck'이다. 그렇다면 위험 또는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주인공의 갑작스런 반응과 그 결과로 야기되는 격렬한 정서의 흔들림에 한번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슈렉의 첫 등장은 변소라는 장소를 빌리고 있다. 그 속에서 그는 관객에게 자신의 모습을 약간 감춘다. 또한 그는 다른 사람과 자신의 공간을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말하는 당나귀의 등장과 함께 그 혼자만의 평화가 깨지는 것에 불안감을 드러낸다. 그의 고독을 방해하는 당나귀는 그렇다면 암컷일까 또는 수컷일까? 처음에 당나귀가 노파와 함께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는 별 볼일 없는 영감쯤 되는 존재이다. 슈렉의 사생활을 엿보며 방해하는 것에 주목한다면 당나귀는 오히려 암컷에 더 가깝다. 나중에 용과 사랑을 나누는 것을 보면 그런 추측이 더 그럴듯하게 보인다. 그렇다면 용은 모두 다 수컷이란 말인가? 당나귀의 불확실한 성별은 이 영화의 독특한 재미를 연출한다.

슈렉은 당나귀와 함께 공주를 구출하러 간다. 그리고 용한테 사로잡혀 있던 공주는 구출되어 결국 왕과 결혼식을 올리게된다. 슈렉은 교회로 달려가 그녀를 빼앗아온다. 영화 [졸업]에 나오는 더스틴 호프만의 역할을 재연하는 슈렉은 당나귀를 타고 산초 판차와 함께 무용담을 벌이는 동키호테인가 하면 또한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구출하는 왕자이기도 하다. 소설과 동화 그리고 영화의 유명한 주인공을 동시에 모두 구현하고 있는 슈렉은 생긴 것만 보자면 개구리 왕자 쪽에 더 가깝다. 구원 받아야할 존재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인가 아니면 오히려 개구리 왕자인 슈렉인가?

공주의 속성 또한 묘하다. 그녀는 낮에는 절세미인이지만 해가 지자마자 호박덩어리로 뒤바뀐다. 그런 그녀는 동화 속의 또 다른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절세미인인 아내의 벗은 몸을 다른 남자에게 보여주려는 왕과 그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는 왕비의 이야기 말이다. 영화는 슈렉과 공주의 사랑으로 행복하게 끝난다. 그리고 그의 사랑을 획득한 그녀는 더 이상 미녀의 정체성을 갖지 않는다. 그녀는 그저 호박 같은 모습만으로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지 않는다.

공주를 구출한 슈렉은 자신의 얼굴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 밤이 되면 추녀로 변신하는 공주는 당나귀에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공주와 결혼하려는 왕은 말에서 내려오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비밀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들은 모두 상대방의 경악을 두려워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슈렉이 변소에서 한참동안 몸을 숨기고 있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경악의 상징이었던 용이 슈렉과 당나귀 그리고 공주의 친구로 바뀌면서 영화는 끝난다.

용은 기계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공주를 사로잡고 있는 용은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기계인간의 화신이다. 전장이 바로 그 무대이다. 영화에서 당나귀의 등장이 군인들의 징집 또는 징발과 물려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주와 결혼하려는 왕의 무기는 바로 그의 군사력이다. 철통같은 무장과 위험을 뚫고 진선미의 이상을 인간이 쟁취한다는 것은 거의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오랜 세월 동안 기계인간을 꿈꾸어 오던 인류가 기계인간의 실현이 임박한 시점에 이르러 방향전환을 모색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아스테릭스]에서 동화와 마술의 잠에 빠져 있던 프랑스인들은 강력한 군사력을 자랑하던 로마인을 결국 물리친다. 사랑의 마술에 빠진 주인공 아스테릭스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기계인간의 폭력은 그만큼 무력해진다. 자연의 위협을 두려워했던 인간은 방어적인 전략을 지속시키며 점점 기계인간으로 변신해왔다. 이제 기계인간의 화신인 용, 경악 / 슈렉Schreck의 상징이었던 용이 당나귀와 사랑을 나눌 시점에 이른 것이다. 그 용이 왕의 결혼식이 열리는 교회의 제단을 무너뜨릴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바로 그 용의 머리에는 말을 할 줄 아는 끈질긴 지혜의 당나귀가 앉아있기에, 우리는 모두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멋있게 노래부르고 춤추며 축제를 즐길 수 있다.

5 )
mckkw
잘 만들었다   
2010-06-16 02:49
ejin4rang
기대되는걸요   
2008-10-17 08:37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6:16
kangwondo77
'슈렉'과 '아스테릭스' 또는 기계인간의 제어   
2007-04-27 15:31
ldk209
아스테릭스.. 어릴 때.. 만화로 봤을 때.. 엄청 재밌게 봤는데..
역시 영화는 그에 못미치네....   
2007-01-2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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