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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는 업그레이드가 어렵다?!
아메리칸 파이 2 | 2001년 12월 3일 월요일 | 권혁 이메일

화장실의 추억

98년 발딱 선 카메론 디아즈의 앞머리 하나로 전세계를 휩쓸고 헐리우드에 "화장실유머를 가미한 가벼운 섹스코미디"의 새로운 붐을 일궈낸 [메리에겐...]. 먼저 본 필자의 추천으로 재까닥 이 영화를 보고 온 대학후배녀석은 킬킬대며 말했다. "메리에겐 정말로 특별한 게 있더구먼요" 화장실 유머는 지저분하긴 하지만, 확실히 모종의 카타르시스로 관객의 옆구리에 스트레이트하게 훅을 지른다.

이후 섹스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화장실유머를 제물로 하는 영화들이 쏟아졌다. [오스틴 파워] [워터보이] [빅 대디]등... 그리고 후배 녀석이 말하던 그 특별함은 더 이상 특별함으로써의 효력을 상실했다. 유효기간을 지나, 관습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런 와중에 나온 [아메리칸 파이]는, 사실 새로울 건 없었다. 원전 격인 [그로잉-업] 이후, 세상에 남아있는 처녀를 찾아내어 정복하려는 젊은이들의 얘기인 [라스트 버진] 등 수 많은 아류작들이 80년대에 이미 양산된 바 있었으니까.

그러나 [아메리칸 파이]는 참 기특한 영화였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그 진솔함이었다. 주책맞은 인터넷, 섹시한 교환학생 등 당대 젊은이들의 문화적 코드들을 적절히 활용한 솜씨도 단연 두드러졌다. 그래서 98년 최고의 섹스코미디가 [메리에겐...] 라면, 99년은 단연 [아메리칸 파이]의 해였다. 이건 비단 필자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터. 필자는 당시 "아메리칸 파이를 청소년성교육 부교재로 쓰면 어떨까"하는 글을 모 신문에서 읽기도 했다. 심지어 필자의 또 다른 친구는 자기 애인에게 "꼭 여자친구들과 함께 보라"고 권했다 한다. "여자들이 환상을 갖고있는 남자들만의 세계와 우정, 그 실체를 까발린다"며.

그 밥에 그 나물

이제 대학생이 된 '아메리칸 파이'의 멤버들. 짐, 케빈, 오즈, 핀치, 스티플러 5명은 대학생이 되어 맞는 첫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에서 다시 뭉친다. 아직도 섹스와 예쁜 여자만 집착하는 이 말썽꾸러기들은 어떻게 하면 환상적으로 첫 여름방학을 보낼까 궁리를 하던 중 케빈의 형 조언대로 해변가에 빌라를 빌려 파티를 열 계획을 세운다. 각자의 파트너들과 친구들을 불러 최고의 추억을 만들려는 것. 짐은 예전에 고교시절 안타깝게 떠나보낸 체코 교환학생 나디아를 다시 만나 더욱 발전된 테크닉을 보여주기 위해 미쉘에게 맹렬한 섹스 훈련을 받게 되고, 오즈는 해외 연수를 떠난 애인 헤더를 파티에 참가시킬 것을 맘먹는다. 핀치는 첫날밤을 함께 보낸 친구 스티플러의 엄마를 잊지 못해 보다 성숙해진 탄드라식의 섹스를 계획한다. 케빈은 옛 여자친구 비키와 다시 한번 사랑을 나누길 원하고, 스티플러는 해변에서 여자사냥을 시작하는데...

[아메리칸 파이2] 전편과 똑 닮은 속편이다. 전편과 같이 이들의 계획은 뜻대로 흘러갈리 만무하다. 순간접착제를 러브젤로 착각한 짐은 손이 그곳에 붙어 버려 응급실로 실려가고, 오즈는 해외로 간 헤더와 폰섹스를 시도하나, 방해꾼들이 끊이지 않는다. 케빈의 옛 애인 비키는 새로운 애인을 데리고 나타나고, 스티플러 엄마만을 학수고대하는 핀치 앞에 나타난 건 스티플러보다 더 여자를 밝히는 그의 동생이다. 영화는 노골적인 "원 모어 타임"을 부르짖고 있다.

선도는 떨어지고, 더러움은 더해져

친근한 전편의 캐릭터들이 고스란히 등장하고, 각자 벌이던 좌충우돌 해프닝들이 라스트의 파티를 통해 그럭저럭 마무리되는 것도 전편과 같다. 또 한번의 파티는 나름대로 즐겁지만, 이렇다 할 변화가 없으므로, 역시 신선함은 떨어진다. 전편이 "참된 우정을 통한 성장"으로 귀결했다면, 이 영화는 "진실한 사랑을 통한 성장"으로 끝을 맺는다. 무엇보다 선도를 떨어뜨리는 건, 이렇게 다소 "뜬금없는" 결말이다.

나디아와의 하룻밤을 위해 미쉘에게 섹스교육과 실습을 받은 짐은 자신만만하게 나디아를 대하지만 정작 기회가 오자, 미셀에게 달려간다. 자신이 사랑한 사람은 미셀이었단 사실을 깨닫는 것. 이런 주인공의 행동은 너무 작위적이라 웃음만 난다. 몸으로 파이를 먹던 우리의 주인공이 이렇게 착실하고 믿음직스런 남자였다니!

케빈은 더 이상 비키에게 연연하지 않고 친구로(순수하게!) 남기로 하고, 스티플러는 해변에서 만난 레즈비언 커플과 환상의 밤을 보낸다. 그러나 베드신은 생략한다. 게다가 레즈비언들과의 트리플섹스는 또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나타난 친구 엄마의 유혹에, 그녀의 차 속으로 뛰어드는 핀치만이 시리즈의 본질을 되새겨주고 있다.

게다가 전편보다 건전하고 교훈적인 채 하느라, 베드신은 더 싱거워졌다. 덜 야해진 것이다! 전편보다 화장실 유머의 강도는 좀 더 강해졌지만, 수위를 넘어선 거부감 때문에 카타르시스는 오히려 반감된다. 특히 호모포비아적인 성향을 가졌거나, 지린내에 매우 민감한 관객이라면 불쾌할 수도. 그러니... 왕년의 영광을 재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새로운 한방 없이는 그저 명맥을 유지하며, 과거의 향수나 자극할 뿐인 것이다.

3 )
ejin4rang
진자 업그레이드 되었다   
2008-10-16 16:34
rudesunny
너무 너무 기대됩니다.   
2008-01-21 18:11
kangwondo77
섹스는 업그레이드가 어렵다?!   
2007-04-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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