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로 쓰여진 가난한 청춘에게 고함 (오락성 6 작품성 6)
혜화,동 | 2011년 2월 14일 월요일 | 양현주 이메일

<혜화,동>은 한 때 잃어버린 것에 대한 연가다. 그리고 단출한 제목이 오히려 반어법같은 영화다. 혜화라는 사연 많은 스물 셋 여자 아이를 매개로 틀에 가두지 못할 만큼 많은 층위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는다.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청춘은 여전히 겨울에 머물고, 냉기는 성장을 멈추게 한다.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아물지 않는 상처를 안고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겪고 있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앳된 얼굴의 한 소녀를 따라간다. 혜화(유다인)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가난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철거촌이다. 그녀는 버려진 개를 쫓는다. 그리고 한 남자가 혜화를 쫓는다. 5년 만에 나타난 옛 연인 한수(유연석)다. 그가 내민 것은 하얀 봉투, 그 속에는 갓난아이의 흐릿한 사진과 입양각서가 들어 있다. 죽은 줄만 알았던 아이는 살아 있고, 말없이 떠나버린 어린 연인이 미안한 얼굴을 들고 자꾸만 혜화를 두드린다.

<혜화,동>은 유기견, 혼전 임신, 미혼모까지 불편한 사회적 소재들을 촘촘하게 얽어 한 소녀의 드라마를 잉태한다. 이 상처로 점철된 크고 작은 이야기는 매번 다중 플롯이라는 형식미로 전체를 조망한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작은 여정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과 진실의 미스터리로 짜여 진다. 스릴러가 아닌 드라마로 미스터리를 다루는 방식은 이와이 순지의 <러브 레터>를 떠올리면 옳다.

철거촌에서 시작해 끝을 맺는 이 영화의 황량하고 극적인 정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동시대 청춘들의 보편적인 얼굴보다는 어떤 극적인 체험을 연상시킨다. 인물들 얼굴에 일렁이는 감정은 유독 빈번한 클로즈업으로 관객과 대면하게 만든다. 감정에 친절한 영화는 이야기 투르기에 있어서는 애써 친절하지 않다. 여러 가지 의문들을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의문을 내미는 식이다. 처음부터 한수는 왜 다리를 저는지, 그는 왜 5년이나 지나서야 혜화 앞에 나타났는지, 관객의 물음에 명확하게 정답을 도출하지 않는다.

감독 민용근은 장편 데뷔작인 <혜화,동>에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내밀한 정서로 영화를 움직인다. 무엇보다 내적이고 외적인 상처들이 영화의 원동력이 된다. <도둑 소년>, 옴니버스 <원나잇 스탠드>의 첫 번째 에피소드 <열병>, 그리고 <혜화,동>의 모든 소년들은 하나같이 신체적 결함을 안고 있다. 도둑 소년의 한쪽 눈을 뒤 덮고 있는 검은 반점과 원나잇 스탠드에서 눈이 멀어버린 소년, 그리고 <혜화,동>에서 다리를 저는 한수까지. 신체에 부적응이 낙인처럼 박혀 있는 이 인물들은 잃어버린 것과 지나간 것에 대한 응어리로 현재를 덧칠한다. 다만 <혜화,동>은 처음으로 소년이 아닌 소녀에게 방점을 찍으면서 상처에 재생력 있는 연고를 살며시 바른다.

<혜화,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적이고 불온한 사회적 소재주의에 천착하기 보다는 이것을 보편적인 감정으로 끌어올리는 배우 유다인의 얼굴이다. 한마디 말보다는 표정으로 감정의 온도를 전이시킨다. 간만에 배출된 독립영화의 좋은 얼굴이다. 다만 함축과 상징, 비유로 쓰여지는 친절하지 않은 영화의 모든 화법에 동조할 수는 없겠다. 버려진 개와 변두리에서 부유하는 존재들, 십대 소녀의 불안, 자기 정체성의 분실 이 모든 것들에 낮은 목소리를 실으려는 욕망은 과열된다. 엔딩에 가서는 일찍 터져버린 감정과 불발한 감정선의 끝을 메마르게 지켜보게 한다. 영화는 서울독립영화제2010년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2011년 2월 14일 월요일 | 글_프리랜서 양현주(무비스트)    




-미스터리를 견지하는 .형식의 명민함이 섬세한 연출에 일조한다.
-정유미, 김새론, 그리고 우리가 지금 기억해야 할 이름 유다인
-플롯을 위한 플롯에 감정이 희생된다
-밀도 있는 연출과 불친절한 연출이 항상 동의어는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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